"…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뜻이죠."서지안의 목소리는, 스스로도 낯설 만큼 가라앉아 있었다. 서이든은, 봉투에서 서류 몇 장을 마저 꺼내 사진 곁에 나란히 놓았다. 로펌의 직인이 찍힌, 유전자 대조 감정서였다."저는 오랫동안, 제가 누구인지 알 방법이 없었습니다. 출생 기록도, 이름도 없이 버려진 아이였으니까요. 단서는 이 사진과, 서영애의 금고에서 나온 낡은 위임 서류 한 장뿐이었죠. 그런데 얼마 전에야, 생각이 미쳤습니다. 대조할 피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걸."그가, 감정서의 한 줄을 손끝으로 짚었다."서영애. 저를 사냥개로 기른 그 여자와 저 사이에, 피가 섞여 있었습니다. 남남이 아니었어요. 고모와 조카. …그 여자의 하나뿐인 오라버니가 누구인지는, 회장님이 저보다 잘 아시겠죠."서지안의 눈앞이, 아득해졌다. 서영애의 오라버니. 그것이 가리키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뿐이었다."저는, 서 회장님의 아들입니다. 회장님에게는… 이복오빠가 되는 셈이고요."접견실 안이, 물속처럼 고요해졌다. 서지안은 반박할 말을 찾으려 했다. 조작이라고, 궁지에 몰린 자의 마지막 수작이라고. 그러나 그녀의 눈은, 자꾸만 테이블 위의 사진으로 돌아갔다. 아버지의 자물쇠 달린 앨범 속, 그 얼굴로."…이 여인이, 그럼.""제 어머니입니다. 민혜란. 로펌이 반년을 추적해서, 겨우 이름을 찾아냈습니다."서이든은,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담담하게, 남의 이야기를 하듯 그 삶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로펌의 조사관들이 낡은 호적과 마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건져 올린, 한 여자의 이야기였다.삼십오 년 전. 민혜란은, 바닷가 소읍에서 제일 예쁜 처녀였다.얼굴만 예쁜 것이 아니라, 야망도 남달랐다. 그녀는 제 미모가 이 좁은 읍내에서 썩기엔 아깝다는 것을 잘 알았고, 언젠가 반드시 서울로 올라가 화려하게 살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다. 남자를 보는 눈도 정확했다. 얼굴이 아니라, 주머니와 앞날을 보았다.그런 그녀가 딱
Last Updated : 2026-07-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