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안은, 서두르지 않았다.유출된 정보가 정확히 어느 안건이었는지— 그것을 열람할 수 있었던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이사회 상정 전의 유상증자 초안. 그 파일에 접근 권한이 있는 재무팀 인원은, 단 여섯 명뿐이었다."…이 여섯 명의 최근 계좌 흐름과, 근무 외 동선을 조용히 살펴 주세요. 절대, 본인들이 눈치채지 못하게."서지안이, 한무현에게 낮게 지시했다. 그녀는 쥐덫을 크게 놓지 않았다. 놀란 쥐는, 벽 속으로 숨어 다시는 나오지 않으니까.사흘 뒤. 한무현이, 무거운 얼굴로 보고서를 내려놓았다."…한 사람이, 걸립니다. 재무팀 최과장. 최근, 사채 빚을 한꺼번에 갚았습니다. 출처 불명의 현금으로요. 그리고—"한무현이, 사진 한 장을 밀어 놓았다. 흐릿한 술집 앞. 최과장이, 낯익은 남자와 함께 걸어 나오고 있었다.서지안의 눈이, 그 남자의 얼굴에서 멈췄다.심장이, 쿵 내려앉았다.강민호였다.***"…강민호가."서지안은, 한동안 그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전남편. 서아의 친아버지. 서영애의 손에 놀아나 몰락한, 그 초라했던 남자.한때는, 사랑이라 믿었던 사람이었다. 10년을 함께 살고, 딸을 낳고, 한 지붕 아래 밥을 먹던 사람. 비록 그 결혼이 서지안에게는 외로움과 무시로 얼룩진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서아의 아버지라는 이유로, 그녀는 그를 끝내 완전히 미워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제, 그 사람이 다시. 이번엔 정체 모를 적의 손발이 되어, 그녀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그 사실이, 분노보다 먼저 서글픔으로 다가왔다. 대체 얼마나 더 낮은 곳까지, 저 사람은 스스로를 팔아넘길 셈인가.그런데 사진 속 강민호는, 몰락한 자의 얼굴이 아니었다. 값비싼 양복, 여유로운 걸음. 마치, 새로운 뒷배를 얻은 자의 얼굴이었다."…누구 밑으로 들어간 거예요, 당신."서지안의 목소리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강민호 혼자서, 이런 판을 짤 위인이 못 된다는 것을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10년을 함께 산 사람이었으니까. 그는 늘, 누
最後更新 : 2026-07-10 閱讀更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