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린 아내가 그룹 회장이었다》全部章節:第 61 章 - 第 70 章

112 章節

제61화 — 어머니가 남긴 사냥개

지구 반대편의 어느 마천루 꼭대기.통유리 너머로 이국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집무실에서, 한 젊은 남자가 홀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벽면의 대형 스크린에는, 한국발 뉴스가 흐르고 있었다. 『JL그룹 서영애 前 부회장,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남자는 그 헤드라인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 얼굴에는 슬픔도, 동요도 없었다. 다만 아주 옅은… 비웃음 같은 것이 입가에 걸려 있을 뿐이었다."…어머니."낮게 흘러나온 그 호칭에는, 온기가 단 한 방울도 담겨 있지 않았다.그는, 서영애의 유일한 장자. 서영애가 부회장 시절, 기자들 눈을 위해 보여주기식으로 봉사활동을 다니던 보육원에서 데려온 아이였다.기억은, 아직도 선명했다. 값비싼 향수 냄새를 풍기며 보육원을 찾던 그 여자. 카메라 앞에서만 아이들을 안아 주던 그 가짜 미소. 자주 보아도, 고아인 자신들을 좋아하기는커녕 동정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 어린 나이에도 알 수 있었다.다만 그는,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아이답지 않게 총명했고, 아이답지 않게 야망이 깊었다. 버려지지 않으려면 쓸모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을, 그 어린 나이에 이미 알고 있었다.서영애는 그런 야망 가득한 어린아이가, 꼭 저 자신을 보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잘만 손보면 아주 좋은 자산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자식으로 들여 '사냥개'로 길렀다. 애정 대신 과제를 주었고, 칭찬 대신 목표를 주었다. 그리고 어릴 적 곧바로 바다 건너로 보내, 제 검은돈으로 세운 왕국의 그늘에서 키웠다.그 왕국에서 그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왕좌를 넘본 적이 없었다. 양어머니라는 이름의 주인이, 목줄을 쥐고 있었으니까.그러나 이제— 그 주인이, 사라졌다."당신이 그토록 아끼던 왕좌가… 비었네요."남자가, 술잔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스크린 속, 끌려가는 서영애를 향한… 더없이 차가운 건배였다."거두어 주신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딱, 당신이 저를 아들로 사랑했던 만큼만."똑똑—. 노크와 함께, 비서가 들어섰다."이든 회장님.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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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 독이 든 물

인천국제공항, 이른 아침.입국장을 빠져나오는 서이든의 걸음은, 조용하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전용기도, 마중 나온 의전 차량의 행렬도 없었다. 수행원은 비서 단 한 명. 그는 요란한 등장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사냥개는, 짖으며 다가가지 않는 법이니까.이십여 년 만에 밟는 고국의 땅이었다. 그러나 그 얼굴에는, 그리움 비슷한 것조차 스치지 않았다.'…고국이라. 나를 버린 나라, 나를 사냥개로 기른 여자의 나라.'그에게 한국은 돌아온 고향이 아니라— 이제 막 숟가락을 얹을, 잘 차려진 밥상일 뿐이었다."회장님. 호텔에, 손님을 대기시켜 두었습니다."비서의 말에, 서이든이 옅게 고개를 끄덕였다."목은, 충분히 말랐겠지."***시내 최고급 호텔의 스위트룸.강민호는, 어색하게 소파 끝에 걸터앉아 있었다. 며칠 만에 급히 빌려 입은 양복은 어딘가 헐렁했고, 면도 자국은 거칠었다. 윤세라와 임시거처로 묶었던 반지하의 곰팡내가 아직 몸에 배어 있는 것만 같아, 그는 자꾸만 옷깃을 여몄다.문이 열리고, 서이든이 들어섰다.강민호는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젊었다. 생각보다 훨씬. 그러나 그 눈을 마주한 순간, 강민호는 이상한 기시감에 몸이 굳었다.서영애. 그 여자와 똑같은 눈이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쓸모로 계량하는 눈."앉으시죠, 강민호 씨."서이든이, 먼저 자리에 앉으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시간이 아까우니, 바로 본론만 하겠습니다. 저는 곧 한국에서, 꽤 큰 사업을 시작할 겁니다. 그 과정에서… JL을, 손에 넣을 생각이고요."강민호의 눈이 흔들렸다. JL을 손에 넣는다. 서영애가 그토록 발버둥 치고도 실패한 그 일을, 이 젊은 남자는 날씨 이야기를 하듯 말하고 있었다."당신에게 필요한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아는 모든 것. 서지안이라는 사람의 습관, 약점, 아픈 곳. 10년을 곁에서 산 사람만 아는 것들. 둘째— 필요할 때, 제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움직여 줄 손발."서이든이, 테이블 위로 서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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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 서(徐)라는 이름

"서이든. …공교롭게도, 성이 '서'입니다."한무현의 그 말이, 서지안의 머릿속을 오래도록 맴돌았다.우연이라기엔, 지나치게 공교로웠다. 서영애의 검은돈으로 자란 회사. 그 회사를 이어받은 정체불명의 젊은 회장. 그리고 하필, 서영애와 같은 '서'씨."…한무현 씨. 그 사람에 대해, 더 파 주세요. 출신, 국적, 서영애와의 접점. 아무리 깨끗하게 지웠어도… 사람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질 순 없으니까요.""…이미, 시작했습니다."한무현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다만, 회장님. 각오는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정도로 신원을 세탁할 수 있는 자라면… 서영애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대일지도 모릅니다."서지안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서영애를 무너뜨리고 겨우 되찾은 평온이었다. 그런데 그 평온의 끝자락에서, 또 다른 그림자가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었다.***며칠 뒤.'JL그룹 인근 프라임 오피스 빌딩, 신설 외국계 투자사가 통째 임차.'경제지 한 귀퉁이에 실린, 작은 기사 하나. 그러나 그 기사를 본 서지안의 손끝이, 서늘하게 굳었다.기사 속 그 빌딩은, JL그룹 본사에서 걸어서 오 분 거리. 그 층 유리창에서는, JL 사옥이 정면으로 내려다보였다. 서이든은, 굳이 그곳을 골랐다. 마치— '나는 지금 너를 지켜보고 있다'고, 소리 없이 선언하듯이.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첫 수가 들어왔다."회장님. 이상한 움직임이 있습니다."자금팀장이, 다급하게 보고했다."JL 주식이, 또 조금씩 매집되고 있습니다. 서영애 부회장이 쓰던 그 외국계 펀드들과… 같은 냄새예요. 다만 이번엔, 훨씬 더 조용하고 정교합니다."서지안은, 눈을 감았다. 결국 시작된 것이다. 서영애가 남긴 그 거대한 자본이, 새 주인의 손에서 다시 JL의 목을 노리고 있었다."…규모는요.""아직은, 위협적인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건, 간을 보는 겁니다.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우리 방어선이 어디까지인지, 재고 있는 거예요."간을 본다. 서영애라면 조급하게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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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 안에서 여는 문

서이든의 방식은, 서영애와 근본부터 달랐다.서영애가 정문을 두드리며 협박과 여론으로 밀어붙였다면, 서이든은 아무 소리 없이— 문을 안에서 열 사람을 심었다.그 문지기가, 바로 강민호였다.***JL그룹 재무팀의 한 직원. 최과장. 몇 해 전 사소한 횡령으로 회사에서 조용히 경고를 받았던, 약점 잡히기 딱 좋은 사람이었다.이런 인물을 콕 집어내는 것은, 강민호 혼자 힘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JL의 사정에 밝은 사람이 아니었다. 결혼 생활 내내 서지안을 '집에서 놀고먹는 여자'라 무시하며, 정작 그녀가 어떤 세계에 발을 딛고 있었는지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지금, 그의 등 뒤에는 서이든이 있었다.며칠 전, 호텔 스위트룸. 계약서에 서명을 마친 강민호에게, 서이든은 두툼한 파일 하나를 건넸었다."강민호 씨가 직접 사람을 뒤지고 다닐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비효율적이니까요."파일 안에는, JL 임직원들의 약점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누가 빚에 쪼들리는지, 누가 지우고 싶은 과거를 감추고 있는지, 누가 돈 앞에서 가장 먼저 무너질 사람인지. 서이든의 조직이 이미 오래전부터 은밀히 파 놓은, 그 방대한 정보였다."필요한 건, 뭐든 지원하겠습니다. 사람이든, 정보든, 돈이든. 당신은 그저— 내가 건네는 이 번거로운 일들을. 깔끔하게, 처리하기만 하면 됩니다."그 말과 함께 눈앞에 펼쳐진 자원 앞에서, 강민호는 비로소 실감했다. 서영애와는, 격이 다른 자였다. 서영애가 사람을 다그쳐 일을 시켰다면, 이자는— 판 전체를 미리 깔아 두고, 말 하나만 움직이면 되는 자였다.그렇게 강민호는, 서이든이 짚어 준 이름들 가운데 가장 무르익은 하나를 골랐다. 그것이, 최과장이었다.***"…이걸, 나더러 어쩌라고요."허름한 술집 구석. 최과장이, 봉투를 앞에 두고 손을 떨었다. 봉투 안에는, 그가 감추고 싶어 하던 과거의 서류와— 그것을 덮고도 남을 액수의 수표가 함께 들어 있었다."어려운 거 아닙니다."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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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 쥐를 쫓다

서지안은, 서두르지 않았다.유출된 정보가 정확히 어느 안건이었는지— 그것을 열람할 수 있었던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이사회 상정 전의 유상증자 초안. 그 파일에 접근 권한이 있는 재무팀 인원은, 단 여섯 명뿐이었다."…이 여섯 명의 최근 계좌 흐름과, 근무 외 동선을 조용히 살펴 주세요. 절대, 본인들이 눈치채지 못하게."서지안이, 한무현에게 낮게 지시했다. 그녀는 쥐덫을 크게 놓지 않았다. 놀란 쥐는, 벽 속으로 숨어 다시는 나오지 않으니까.사흘 뒤. 한무현이, 무거운 얼굴로 보고서를 내려놓았다."…한 사람이, 걸립니다. 재무팀 최과장. 최근, 사채 빚을 한꺼번에 갚았습니다. 출처 불명의 현금으로요. 그리고—"한무현이, 사진 한 장을 밀어 놓았다. 흐릿한 술집 앞. 최과장이, 낯익은 남자와 함께 걸어 나오고 있었다.서지안의 눈이, 그 남자의 얼굴에서 멈췄다.심장이, 쿵 내려앉았다.강민호였다.***"…강민호가."서지안은, 한동안 그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전남편. 서아의 친아버지. 서영애의 손에 놀아나 몰락한, 그 초라했던 남자.한때는, 사랑이라 믿었던 사람이었다. 10년을 함께 살고, 딸을 낳고, 한 지붕 아래 밥을 먹던 사람. 비록 그 결혼이 서지안에게는 외로움과 무시로 얼룩진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서아의 아버지라는 이유로, 그녀는 그를 끝내 완전히 미워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제, 그 사람이 다시. 이번엔 정체 모를 적의 손발이 되어, 그녀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그 사실이, 분노보다 먼저 서글픔으로 다가왔다. 대체 얼마나 더 낮은 곳까지, 저 사람은 스스로를 팔아넘길 셈인가.그런데 사진 속 강민호는, 몰락한 자의 얼굴이 아니었다. 값비싼 양복, 여유로운 걸음. 마치, 새로운 뒷배를 얻은 자의 얼굴이었다."…누구 밑으로 들어간 거예요, 당신."서지안의 목소리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강민호 혼자서, 이런 판을 짤 위인이 못 된다는 것을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10년을 함께 산 사람이었으니까. 그는 늘,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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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 마주 앉다

만남은, 뜻밖에도 서이든 쪽에서 먼저 응했다.서지안이 면담을 청하자,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수락했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장소는, 그가 임차한 그 빌딩 최상층. JL 사옥이 정면으로 내려다보이는, 그 오만한 자리였다.***통유리로 둘러싸인 집무실은, 서늘할 만큼 정갈했다. 장식도, 온기도 없었다. 오직 필요한 것만 남긴 공간. 그 방의 주인을, 꼭 닮아 있었다."…어서 오세요, 서지안 회장님."창가에 서 있던 젊은 남자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서지안은, 그 얼굴을 마주한 순간 잠시 숨을 멈췄다.젊었다. 그리고— 낯설 만큼, 차가웠다. 사람을 마주 보면서도, 사람을 보지 않는 눈. 그 눈빛 어딘가에서, 서지안은 소름 끼치는 기시감을 느꼈다.서영애. 그 여자와, 똑같은 결의 눈이었다.다른 점이 있다면, 서영애의 눈에는 그래도 '욕망'이라는 뜨거운 것이 있었다. 부회장 자리를 향한 야심, 무너지지 않으려는 발버둥, 조카를 향한 뒤틀린 질투. 적어도 그 여자는, 무언가를 뜨겁게 갈망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 젊은 남자의 눈에는— 그마저도 없었다. 뜨거운 것이 완전히 타 버린, 서늘한 재의 눈. 그 텅 빈 눈이, 서지안에게는 서영애의 독기보다 오히려 더 섬뜩하게 느껴졌다. 무엇을 원하는지 읽히는 상대는 두렵지 않다. 정말 두려운 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대였다."…서이든 회장님. 초면에, 결례를 무릅쓰고 찾아왔네요."서지안이, 담담하게 마주 앉았다. 서이든이, 옅게 웃었다."결례라니요. 이웃끼리, 얼굴 한번 보는 건데.""이웃… 이라기엔, 너무 가까이 오셨죠. 하필 제 회사가 정면으로 보이는 이 자리를 고르신 건, 우연이 아닐 테고요."서이든의 입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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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 흔드는 손

강윤서는, 정공법을 쓰지 않았다.서지안이 거절한 그 순간부터, 그녀는 방향을 바꿨다. 서지안을 흔드는 것이 안 된다면— 강도현을 흔들면 될 일이었다.며칠 뒤, 재계 인사들이 모이는 한 자선 만찬. 그 자리에, 강도현과 강윤서가 나란히 선 사진이 찍혔다. 우연을 가장한, 철저히 계산된 한 장이었다.'TK 강도현 회장, HW 강윤서 부회장과 회동… 재계 최대 혼맥 부활하나.'이튿날, 그 사진은 경제지 1면을 장식했다. 양가의 오랜 혼담, 수조 원대 반도체 협력. 그럴듯한 기사가,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이거, 봤어요?"서지안이, 태블릿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그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눈빛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강도현이, 곧장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연출된 거야. 자선 만찬에서, 강윤서가 일부러 내 옆에 붙어 사진을 찍게 했어. 나는 그 자리에서, 한마디도 그 여자한테 곁을 주지 않았고.""알아요."서지안이, 옅게 웃었다."선배를 안 믿는 게 아니에요. 다만… 강윤서가, 얼마나 집요한 사람인지 새삼 느꼈을 뿐이죠."그러나 그녀의 웃음 뒤에는, 지울 수 없는 그늘이 있었다. 강도현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서지안."그가,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세상이 뭐라고 떠들든, 내가 있을 곳은 여기야. 네 곁. 그건, 15년 전에도 지금도 변한 적 없어."서지안의 눈가가, 잠시 붉어졌다. 15년을 홀로 버텨 온 그녀에게, 이 말이 얼마나 큰 위로인지— 강도현은 알았다."…고마워요. 정말."***그러나 강윤서의 흔들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이번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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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 미끼를 문 쥐

서지안은, 정면으로 맞서기로 했다.내부에 쥐가 있다는 것은, 위기였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그 쥐를, 거꾸로 이용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자금팀장님. 최과장에게, 아주 특별한 정보 하나를 흘리려고 해요."서지안이, 낮게 말했다."진짜와 똑같이 생긴, 가짜 유상증자 계획서. 다만 그 안에 담긴 발행 규모와 시점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조작한 숫자예요. 이 서류가, 최과장을 통해 서이든에게 흘러 들어가게 만들 겁니다."자금팀장의 눈이, 커졌다."…적이 그 가짜 정보를 믿고 움직이는 순간, 저들의 손이 어떻게 뻗는지 훤히 드러나겠군요.""맞아요."서지안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났다."쥐가 문 미끼를 따라가면— 그 끝에, 쥐를 부리는 손이 있죠. 서이든이 이 가짜 정보로 어떤 판을 짜는지 보면, 그 사람의 진짜 목적과 자금 경로가 드러날 거예요."계획은, 치밀하게 짜였다. 가짜 계획서는 진짜와 종이 질까지 똑같이 맞추되, 딱 한 부만 특별히 제작해 최과장이 접근할 수 있는 서버에만 올려 두었다. 만약 그 특정 버전의 숫자가 시장에서 발견된다면— 그것은 곧, 유출의 출처가 최과장임을 못 박는 증거가 되는 셈이었다. 서지안은 쥐덫을 놓되, 그 덫이 덫인 줄 아무도 모르게 숨겼다."그리고 한 가지 더."서지안이, 낮게 덧붙였다."이 가짜 정보에 서이든이 반응하는 '속도'와 '규모'를 보면, 그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의 실제 크기도 가늠할 수 있어요. 상대의 주머니가 얼마나 깊은지— 싸우기 전에, 그것부터 알아야 하니까요."자금팀장이, 감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밖에서 몰아치는 폭풍에 그저 방어만 하는 줄 알았던 회장은— 이미, 그 폭풍의 눈을 향해 조용히 낚싯줄을 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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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 감옥에서 온 편지

서이든의 정체가 확증된 것은, 뜻밖의 경로를 통해서였다.구치소에 수감된 서영애가, 서지안에게 면회를 요청한 것이다.한동안, 서지안은 그 요청을 두고 망설였다. 어머니를 죽인 원수. 두 번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얼굴. 그러나 결국— 그녀는, 구치소로 향했다. 서이든이라는 수수께끼를 풀 열쇠가, 그 여자의 입에 있을지도 몰랐으니까.***투명한 아크릴 칸막이 너머. 수의를 입은 서영애가, 앉아 있었다.15년의 아성이 무너진 그 여자는, 놀랍도록 초췌해 보였다. 그러나 그 눈빛만은— 여전히, 독기가 서려 있었다."…와 줬구나, 조카님."서영애가, 서늘하게 웃었다. 서지안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용건만 말하세요.""급하기는. 하긴, 요즘 많이 바쁘겠지. 밖에서, 아주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까."서영애의 입가에, 비틀린 미소가 걸렸다. 서지안은, 직감했다. 이 여자는, 알고 있었다. 서이든에 대해서."…서이든. 그 사람, 당신 아들이죠."서영애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러나 그녀는, 부정하지 않았다."아들이라. …글쎄. 그 아이를 자식이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그녀가, 나른하게 아크릴에 기댔다."보육원에서 데려왔지. 눈빛이, 마음에 들었거든. 다른 애들처럼 울지도, 매달리지도 않고. 그저— 나를, 이용하려고 계산하는 눈. 딱, 어린 시절의 나였어."서영애가, 나른하게 옛일을 곱씹었다."처음 그 애를 데려간 날. 값비싼 장난감을 한 아름 안겨 줬지. 다른 애 같으면 좋아서 방방 뛰었을 텐데— 그 애는, 장난감엔 눈길도 안 주더구나. 대신, 나를 빤히 올려다보며 이러는 거야. '이걸 주는 대신, 저한테 뭘 시키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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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 두 손이 맞잡히다

서이든이 '제대로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판은 빠르게 움직였다.가장 먼저, 그는 강윤서를 만났다.두 사람의 만남은, 도심의 한 프라이빗 라운지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졌다. 한쪽은 서영애의 검은 자본을 물려받은 젊은 회장. 다른 한쪽은 HW라는 거대 재벌의 후계자. 각자의 이유로, 서지안을 무너뜨리고 싶어 하는 두 사람이었다."…솔직하게 말하죠, 강윤서 부회장님."서이든이, 담담하게 잔을 기울였다."저는 JL을 원합니다. 회사를요. 부회장님은— 강도현이라는 남자를 원하시죠. 그런데 그 둘 사이에, 공교롭게도 같은 여자가 서 있습니다. 서지안."강윤서가, 붉은 입술로 웃었다."…그래서요?""제가 JL을 흔들면, 서지안은 회사를 지키느라 정신이 없을 겁니다. 그동안— 부회장님은, 강도현 곁의 빈자리를 파고드시면 되죠. 서로의 목적이, 아주 깔끔하게 맞아떨어지지 않습니까."강윤서가, 흥미롭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눈앞의 이 젊은 남자는, 소문대로 서늘했다. 감정이라곤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순도 높은 계산.강윤서는, 평생 수많은 사업가를 만나 왔다. 탐욕에 눈이 먼 자, 허세로 부풀려진 자, 겁을 감추려 큰소리치는 자. 그러나 이 남자는, 그 어느 부류에도 속하지 않았다. 원하는 것을 말하는데도, 그것을 정말 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마치, 잘 짜인 프로그램이 정해진 답을 출력하듯이. 강윤서 같은 사람조차, 그 속을 도무지 읽을 수 없었다.'…재미있는 물건이네.'그녀는 속으로 웃었다. 위험한 상대일수록, 곁에 두면 쓸모가 있는 법이었다. 물론— 언제든, 버릴 수 있도록 거리는 두면서."…재미있네요. 그런데 서이든 회장님. 나, 한 가지가 궁금해요. 당신은 왜 그렇게까지, JL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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