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가 다 막혀 아무것도 진척시키지 못한 채, 죽상을 하고 나타날 그의 꼴이 머릿속에 그려지자 서진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마침내 만찬회 당일.강윤과 설아는 함께 일을 마치고 조금 일찍 회사를 나섰다. 금요일 저녁의 빽빽한 도로를 뚫고, 약속된 식당으로 향하던 그때 운전대를 잡고 있던 강윤이 컵 홀더에 놓인 커피를 집어 들었다.그 순간, 앞차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았다!"읏……!“강윤 역시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고, 콰쾅 소리와 함께 몸이 앞으로 쏠리며 컵 홀더에 있던 커피가 그의 셔츠와 재킷 위로 왈칵 쏟아져 내렸다."강윤 씨! 괜찮아요?“설아가 깜짝 놀라 얼른 손수건을 꺼내며 묻자, 정작 강윤은 쏟아진 커피보다 설아의 상태를 먼저 살피며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설아 씨는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전 멀쩡해요! 저는 괜찮은데…… 어떡해요, 옷이 커피로 다 젖어버려서…….“짙은 아메리카노 물이 들어버린 옷을 보며 설아가 울상이 되자, 강윤은 그녀가 너무 걱정할까 봐 일부러 대수롭지 않다는 듯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옷이야 다시 빨거나 갈아입으면 되죠, 설아씨가 안 다쳤으니 다행이에요."하지만 당장 갈아입을 여분의 옷이 없는 상태였기에, 엉망이 된 재킷을 내려다보던 강윤의 눈빛에 곤란한 기색이 스쳤다. 시계를 확인한 그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결단을 내린 듯 설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설아 씨, 시간이 거의 다 됐는데…… 좀 불편하겠지만 설아 씨가 먼저 들어가 있을래요? 난 집에 들러서 옷만 갈아입고 금방 갈게요. 진짜 오래 안 걸릴 테니까.“"네, 걱정 말고 다녀오세요. 운전 조심하시구요.“"금방 갈 테니 먼저 들어가 있어요.“강윤은 만찬회장 입구에 설아를 먼저 내려준 뒤, 옷을 갈아입기 위해 곧장 차를 돌려 집으로 향했다.설아는 묵직한 목재 문 앞에서 얇게 한숨을 내쉬며 심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천천히 예약된 단독 룸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달칵—문이 열림과 동시에, 이미 도착해 담소를 나누던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