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XX만 했는데 인류의 희망이 되었다: Chapter 61 - Chapter 70

87 Chapters

61화

소라한이 만족할 만큼 증거를 대고 빠져나온 이들은 마치 시들시들해진 파처럼 축 쳐진 상태였다.“꼭 이렇게까지 했어야만 했나요?” “당연하지.”김나현이 복도를 걷다가 잠시 멈추더니 주먹을 꾹 쥐고 하나하나 눈을 맞췄다.“이 안에서 일어난 일을 발설할 시에는 내 손에 죽는다.” “…” “진심이다.”다들 서늘한 눈빛에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정우주가 뒤에 서 있는 소라한을 바다보았다.“그러고보니… 소라한 씨는 증명을 안 하지 않았어요?” “뭐?” “우리는 같은 편이라는 증명을 했는데… 소라한 씨는 우리 편이라는 증명을 안 했잖아요.”하나 둘 좀비처럼 고개를 돌려 소라한을 바라보았다. 소라한이 어딘가 돌아버린 눈빛에 주춤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그 곳은 휴게실로 향하는 문이었다. 소라한은 독 안에 든 쥐였다.“잠깐만, 나는 이미…” “뭐요?” “…”정우주의 눈이 맛이 가 있었다. 소라한은 점점 저를 휴게실로 몰아넣는 정우주에 버티고 서서 손바닥을 들어보였다. “정우주, 일단 진정하고 들어봐.” “소라한 씨는 제 말을 들어줬나요?” “…”소라한의 1패였다.“나는 이미 증명을 하고 왔어.” “그렇다는 증거를 대세요.” “…”소라한의 2패였다.“너희랑 같은 짓이야. 또 못 해.” “저희같은 짓이 뭔데요?” “어?” “저희랑 같은 짓이 뭔데요?” “…” “저희가 무슨 짓을 했는데요?”정우주가 소라한에게 가까이 다가와 눈만 깔아 내려다보았다. 소라한은 차마 올려다보지 못 한 채 정면만 바라보았다.원래 착하고 얌전한 새끼가 화나면 제일 무섭다더니…소라한은 뒷목으로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정우주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이들을 향해 도움의 시선을 보냈지만 다들 고개를 젓거나 딴청을 피웠다. 저들도 화내는 정우주를 처음 봤고, 건들면 안 된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던 것이다.“들어가.” “으응…”정우주가 친절하게 휴게실 문을 열어주었다. 소라한이 최대한 정우주와 닿지 않으려고 쪼그라든 상태로 휴게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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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하룻밤 사이에 전세계 모든 도심 한가운데 커다란 탑이 나타났다. 카메라에도 잡히지 않았다. 모든 카메라에는 오류가 떠 있었다. 목격자들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슬슬 시스템과 몬스터에 익숙해진 사회에 다시 새로운 혼란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모든 헌터들은 알았다. 저 탑을 올라야 한다는 것을. 당신은 -층을 올랐습니다. 어느새 시스템 창을 열면 가장 위에 뜨는 문구였다. 헌터들은 먼저 불나방처럼 달려들어 줄 제물을 기다리며 눈치를 볼 뿐이었다. - “이거 참 다음엔 뭐가 나올지 흥미진진하네.” 유현준이 통창 앞에 서서 밖에 비치는 높은 탑을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그에 나이가 꽤 들어보이는 노인이 담배 연기를 훅 뱉으며 말했다. “내가 죽기 전까지는 종말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군.” “그 전에 암으로 먼저 가실 것 같은데.” 유현준이 담배를 지적하자 노인이 끌끌 웃으며 담배를 길게 빨아 마신 후 유현준이 대접한 커피잔에 꽁초를 퐁당 빠트렸다. 그에 유현준이 인상을 찌푸렸다. “노인네 고약한 심보 하고는.” “시비는 니가 먼저 걸었어.” 한숨을 푹 쉰 유현준이 비서를 불러 꼴보기 싫은 커피잔을 치우게 한 후 노인의 맞은편에 앉았다. 노인이 다리를 척 꼬며 물었다. “탑에 들어가냐?” “뭐, 그렇게 됐어요.” “네놈이 제일 원하던 일 같은데 뭐가 문제야.” “데리고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 한 명 있는데…” “누군데.” “주니어요.” “뭐?” “주니어.” “이름이 주니어냐?” “아뇨.” “별명이냐?” “아뇨.” “드디어 니가 미쳤구나.” 노인이 담배를 하나 더 빼어물었다. 눈 앞에 미친놈을 상대하려면 니코틴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노인은 그나마 희망을 가지고 마지막 질문을 날렸다. “몇 학년이냐?” “아직 입학도 안 했는데요? 센터에 있어요.” 노인은 담배에 불을 붙인 후 테이블 위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네.’ “술 가져와.” ‘네?’ “종류는 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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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한참을 달려 도착한 도시는 그들의 기억과 많이 달랐다. 말 그대로 정말 달랐다.“저게 뭐냐?”높게 솟은 탑 때문이었다. 모두 하늘 높게 솟아오른 탑을 구경하려고 창문에 바짝 붙어 쳐다보았다.“피사의 사탑 뭐 그런 건가?” “너는… 됐다.”정광연의 말에 김나현이 대답해 주려 하다가 한숨을 내뱉곤 말을 말았다. 그저 정광연을 안쓰럽다는 눈으로만 바라볼 뿐이었다.“뭐지? 이 더러운 기분은?” “열심히 구경이나 계속 해.”정광연이 무언가를 느끼고 두리번거리자 소라한이 고개를 돌려놨다. 그리고 소라한도 정광연의 뒤통수를 안쓰럽다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더러운 기분의 정체였다.버스가 차례대로 학교 운동장에 들어섰다. 주니어들은 딱히 짐이라고 할 것도 없어서 빈손으로 내려 강당으로 이동했다. 책을 들고 온 소라한이 오히려 특이한 경우였다.“근데 그 책들 조현진 연구원 거 아니야?” “줬으면 이제 내 거지.”소라한이 누가 빼앗기라도 할까 책을 꼭 안았다. 어이가 없어진 정광연이 가장 앞에 있는 책 제목을 보았다.‘호두와 뇌, 그리고 브로콜리’“…”아마도 조현진 연구원은 소라한에게 저 책을 버린 것임이 분명하다. 정광연은 그렇게 확신했다. 그리고 소라한을 안쓰럽다는 듯 쳐다보았다.“잠깐, 나 방금 기분이 되게 더러웠어.” “착각이야. 계속 이동하자.”그리고 모든 것을 지켜보던 정우주와 이승준은 계속 눈빛을 교환해가며 서로를 다독였다. 사고뭉치 삼인방을 앞으로 커버할 저들에게 날리는 위로였다.강당에 들어서자 마치 몸수색을 하는 것처럼 생긴 커다란 기계가 일정한 간격으로 펼쳐져 있었다.“비어 있는 곳으로 가서 안내 받은 후 검사 받으면 됩니다.”문 앞에 서 있던 사람이 영혼 없는 목소리로 외쳤다. 소라한이 몸을 돌려 제 주변에 선 이들을 바라보았다.“검사 받고, 이따 봐.”내심 불안했던 그들의 마음이 소라한의 한마디에 가라앉았다. 센터 내에서 계속 붙어다녀서 그런지 넓은 도시로 나와 흩어질 생각에 계속 한구석이 불편했던 그들이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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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그렇게 다른 직원이 도착한 후 둘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바꿨다. 원래 있던 직원인 척 자리를 잡고 다시 이름을 물었다.“이름이?”“…”“소라한? 알겠습니다.”소라한은 입도 벙긋하지 않았지만 혼자 알아서 척척 작성해 넣는 직원을 어이없는 눈으로 쳐다보았다.“어느 방에서 눈을 뜨셨죠?”“…”“책 미로. 그렇군요.”이제는 어디까지 가는지 지켜보자는 심보로 소라한이 입을 다물었다. 그때부터 저도 모르는 정보들이 술술 나오기 시작했다.“부모님은 두 분 다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친척의 손에서 자라셨군요. 예, 주소지는 대전.”소라한은 직원이 중간중간 말하는 것이 제 뒷조사를 해 나온 정보를 읊어 주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말하면 안 됩니다. 가만히 서서 정면을 바라보세요, 기계가 작동합니다.”소라한은 멍한 기분으로 정면을 바라보았다. 정보가 사실인지에 대한 여부부터 묻고 싶었다.“참고로 지금 대전은 몬스터의 습격으로 갈 수 없는 도시 중 하나가 되었죠.”직원의 말에 소라한은 눈동자만 굴려 직원을 노려보았다. 그래서 부모도 없고 고향도 사라졌다는 걸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싶었다.“제가 지금까지 했던 말들 다 외우셨나요.”“…”“아… 외웠으면 눈 한번 깜빡.”소라한이 직원을 한심하게 쳐다보며 눈을 한번 길게 감았다 떴다.“좋아요. 이제 그게 소라한 씨의 살아온 과거입니다.”직원이 말한 정보는 소라한의 뒷조사를 해 나온 진짜 과거가 아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누가 지은 건지 기구하기 짝이 없는 과거사였다. 누군가 물어본다면 앗, 미안, 하고 분위기가 한순간에 싸해질 법한 내용이었다.마침 기계가 모든 스캔을 마치고 종료음이 났다.“혹시 뒷조사 해서 알아낸 거야?”“아뇨.”“설정? 누가 지어낸 거야?”“…”꼬박꼬박 대답을 잘 해 주던 직원이 입을 닫았다. 소라한은 그것만으로도 누군가의 소행인지를 깨달았다. 유현준 그 자식임이 분명하다.“왜, 아주 날 키워 준 친척이 본인이었다고 하지?”“그런 설정이 들어가 있었으나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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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검사가 끝난 주니어들은 제 2 강당으로 이동해 주세요.”그때 검사를 마치고 나온 주니어들 사이를 직원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외치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일행은 벽에 부착되어 있는 ‘2 강당 가는 길’ 화살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근데 이거 무슨 검사야?”이상한 설정만 듣느라 아무것도 듣지 못한 소라한이 물었다. 하지만 다들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몰랐기 때문이다.“저도 잘… 그냥 이름 물어보고, 기계에 한참 있다가 내려 왔어요.”정우주의 말에 이승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같았다는 뜻이었다. 소라한은 겨우 기계 따위로 뭘 할 수 있는지 고민하다 문득 너무 익숙해져 생각도 하지 않았던 물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귀걸이는 뭐지?” “네?” “귀걸이. 색깔도 다르고, 이거 의미가 뭐야?”소라한의 말에 각자 뒤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다들 너무 익숙해져서 생각을 못 하고 있었지, 색상만 다른 같은 귀걸이를 착용하고 있었다. 소라한의 일행 뿐만 아니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주니어들은 다 착용하고 있었다.“니가 그랬지. 이거 위치추적기가 있다고.”소라한이 정광연을 보며 귀걸이를 툭툭 건드렸다.“음? 내가 그랬나?”정광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 소라한이 미간을 찌푸리며 걸음을 멈추고 정광연을 바라보며 팔짱을 꼈다.“너 뭔가 알고 있지? 똑바로 얘기해.” “뭔 소리야? 나도 너랑 같은 주니어인데 내가 뭘 알아?”갑작스러운 둘의 대치에 당황한 세 사람도 걸음을 멈추고 상황을 지켜보았다.“위치추적기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는데?” “그거 나도 처음 듣는 소리야!” “아닐걸.” “환장하겠네.” “그러고보니, 너 능력이 순간이동이라 그랬나?” “…그런데 왜?” “여기에서 운동장으로 이동해봐.” “야, 소라한 잠깐만. 너 왜 그러는데. 우리도 이유나 좀 알자.”김나현이 소라한과 정광연 사이에 끼어들었다. 누가 봐도 소라한이 먼저 시비를 거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라 소라한을 먼저 추궁할 수밖에 없었다.“‘그거 그냥 두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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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안내에 따라 도착한 강당에서 미묘했던 공기가 더욱 어색해졌다. 귀걸이 색상에 따라 줄을 서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때 정우주가 저도 모르게 소라한의 옷자락을 잡았다가 소라한의 시선에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그 때문에 오히려 정우주에게 시선이 몰렸다. 그리고 모두 알고 있었다. 정우주의 귀걸이 색상이 붉은색이라는 것을. 정우주를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의 색상은 검은색이었다.“정우주.”얼마나 세게 잡았는지 쪼글쪼글해진 옷자락을 본 소라한이 씩 웃으며 정우주를 불렀다.“아닌데요. 그런 거 아닌데요.” “새끼, 이거 쫄았네.” “아니라니까요.” “혼자 떨어질 생각에 막 외롭고 그랬어?”귀끝이 새빨개진 정우주가 소라한의 옷을 탁탁 털며 펴놓았다.“그냥 이상한 벌레가 앉아 있어서 잡아 준 건데요?”소라한이 제 옷자락 팍팍 터느라 고개를 숙인 정우주의 목에 팔을 걸어 헤드록을 걸으며 머리를 마구잡이로 쓰다듬었다. 그 사이에 이승준이 몰래 뒤로 가 정우주의 등을 북처럼 두드린 후 모른 척 다시 앞으로 가 섰다.“아악! 잠, 잠깐!” “으응? 왜?” “누가 때린 것 같…” “외로움 타는 니가 불쌍해서 같이 따라갈 귀신이 등에 착 붙었나?” “…”정우주는 그냥 입을 다물기를 택했다.“다녀와.”정우주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떼었다.“대답도 없이 가네 싸가지 없는 놈.” “그거 너한테 배운 거야.”정광연의 화해하자는 뜻을 담은 농담에 소라한이 알았다는 뜻을 담아 중지 손가락을 펴 보여 주었다.이 행위를 보던 김나현은 모든 행위를 한마디로 일축했다.“존나 꼴값. 정우주가 어디 죽으러 가냐?”강당에 점점 사람이 많아지고 소라한이 지루하다며 자리에 눕기 직전까지 가려는 걸 막으려던 찰나 드디어 단상 위로 누군가 올라왔다.“줄대로 이동하겠습니다. 한 색상의 주니어가 다 빠져나가면 그 다음 색상의 주니어가, 그리고 그 색상의 주니어가 다 빠져나가면 다음 색상이. 아시겠습니까. 잘 따라주시길 바랍니다.”문에서 가까운 붉은색의 주니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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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말이 끝나자마자 넓은 강당의 불이 꺼졌다. 아직 낮이라 작은 창에서 들어오는 햇빛 덕분에 그렇게 어둡지 않았지만 주니어들은 우왕좌왕하며 허둥대기 바빴다.“중2병이 뒤늦게 왔나?”소라한은 직원의 말투에 소름이 돋은 팔을 쓸어내기 바빴다. 그리고 하필 정적이 돌았던 타이밍에 소라한의 목소리만이 울렸기 때문에 모든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푸학… 역시 소라한…”그리고 소라한의 뒤에서 정광연이 소리 죽여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거기, 너부터 시작하죠.”그리고 정확하게 소라한을 향해 뻗은 손가락이 까딱거리며 단상 위로 올라오라고 불러냈다. 소라한은 한숨을 푹 쉬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걸음걸이부터 왜 보류인지 티가 납니다. 전장에 나가서도 그렇게 걸어다닐 겁니까?” “나는 두뇌파라 후방에 빠져 있을 건데.”센터 내에서 지내던 사람들은 익숙해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지만, 다짜고짜 주니어에게 반말을 들은 그는 바로 미간을 찌푸리며 머리를 쓸어넘겼다.“어이가 없군. 기본적인 자세조차 되어있지 않아.”소라한이 단상으로 올라가다 말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꽤 큰 소리였는데, 혼잣말인가? 혼잣말이겠지? 소라한이 눈동자만 굴려 단상 밑에 있는 주니어들을 훑어보았다. 다들 표정이 미묘했다.계단을 다 오른 소라한이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멀찍이 서 있자 그가 고개짓으로 까딱 소라한을 불렀다. 하지만 소라한은 고개를 저으며 두 손을 공손하게 모았다.“실례가 안 된다면 성함이?” “막상 올라오니 무섭습니까?” “성함이?” “강 공, 외자입니다.”소라한이 마른 세수를 하며 코를 훌쩍거렸다. 너무 많은 책을 읽어서일까, 많은 지식을 알고 있는 게 이럴 땐 가끔 괴로웠다.가까스로 마음을 다 잡고 강공에게 다가간 소라한은 강공이 쑥 뻗는 손에 멱살이 잡혀 그대로 바닥에 내팽겨쳐졌다.“반응속도가 영 형편없군요.” “…” “근접전도 형편없고.”강공의 손이 닿는대로 팔랑팔랑 흔들리는 소라한의 몸에 강공이 코웃음을 치며 소라한을 툭 밀었다.“예, 확실히 두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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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강공이 손짓하자 지켜보던 직원들이 단상 아래에서 기계들을 끌고 올라와 하나하나 연결하기 시작했다. 분해되어 있던 것이 점점 모양새를 갖추자 보이는 것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를 가진 고치였다.“들어가십시오.”그의 말이 끝나자 직원이 버튼을 눌렀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뚜껑이 열리며 내부가 보였다. 몸을 구기고 들어가야 하는 좁은 내부가 나타났다.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혀 소라한이 인상을 팍 쓰며 강공을 돌아봤다.“저게 뭔데.” “요람, 이라고 하죠.”세상에 저렇게 딱딱하고 불편한 요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소라한이 미적거리며 요람에 다가가자 연구원들이 재빠르게 소라한에게 장치를 연결했다.“요람에 들어가면 시스템에 자동으로 연결되어 시험 장소로 들어가게 됩니다.”그 상사에 그 직원이었다. 말투가 하나같이 딱딱했다.“어떤 방식으로든 죽거나 탈출하지 못 하게 된다면 탈락입니다.” “탈출?”직원은 소라한의 물음에 대답해 주지 않고 그대로 소라한을 꾹 밀어 요람 안으로 구겨넣었다.“잠깐, 아니, 사람 몸이 이렇게 꺾이는 게, 아악!”철컥.그리고 소라한의 비명을 마지막으로 요람의 문이 굳게 닫혔다.기계에서 잠시 요란한 소리가 난 후 단상에 스크린이 내려와 화면을 비추었다. 그곳엔 소라한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잠시 후 소라한의 몸이 꿈틀 움직이더니 느리게 일어나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여전히 형편없는 움직임입니다.”어디선가 의자를 가져와 다리를 꼬고 앉은 강공이 소라한을 평가하고 있었다.화면 속 소라한은 화장실에 갇혀 있었다. 바닥부터 벽까지 모두 흰 타일로 도배되어 있었고 세면대와 변기가 놓여져 있어 화장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소라한이 발걸음을 옮기자 철컹이는 소리와 함께 몸을 휘청거렸다. 발목에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둔함.”어느새 종이와 펜을 든 강공이 또 무언가를 적어내리며 평가를 적어내리고 있었다.소라한은 족쇄가 걸린 발목을 몇 번 당겨보다 포기한 후 자리에 주저앉아 제 발목을 쓰다듬으며 아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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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거친 숨소리를 뿜어내며 게임 시작을 알리는 검은 가면을 멍하니 보던 소라한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제는 다음에 뭐가 나올지 기대가 되는 수준이었다.“너는 너의 능력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군. 그냥 죽어라.”“…”“라고 말라고 싶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 한다.”소라한이 주변에 굴러다니던 타일 조각 하나를 텔레비전 화면을 향해 던졌다. 아쉽게도 작은 화면을 맞히지 못 하고 튕겨져나갔다.“실력이 그다지 좋지 않군.”“재수 없는 게 딱 누구를 모티브로 잡았는지 알 것 같네.”다시 바닥을 둘러보던 소라한이 주먹만한 무언가를 집어들었다가 그게 평범한 타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왜인지 물에 잔뜩 젖어 있었는데, 검은물이 들어 색이 칙칙하게 바랜 것이었다.그때 왜 이제서야 들린 건지 알 수 없을 만큼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심지어 소라한의 발치까지 물이 고여 있었다.“익사하고 싶지 않다면 시간 내에 족쇄를 풀고 탈출하면 된다.”“내가 뭐 하면 되는데?”“그것이 이제부터 너 스스로 알아봐야 하는 것이지.”말이 끝남과 동시에 텔레비전이 꺼졌다.“…”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다 다시 헛웃음을 지은 소라한이 손에 쥔 물건을 확인해봤다.4X4 모형의 큐브였다.“뭐 이런 미친…”기긱… 끽… 끼익…얼마나 오래 된 건지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는.-“딱히 큰 기대는 안 됩니다.”강공이 지루하다는 낯으로 손짓했다. 소라한이 들어가 있는 요람과 같은 기계 몇 대가 옆에 더 설치되었다.“최대한 빨리 끝내도록 합니다.”소라한의 상황을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던 주니어들의 표정이 굳었다. 강공이 손목에 찬 시계를 훑으며 다리를 척 꼬았다.“나 바쁜 사람입니다.”그리고 기계와 가까이 앉아 있는 주니어들이 강제로 끌려나와 기계에 구겨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소라한처럼 화면이 중계되지는 않았다. 그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는 기계에 뜬 불빛으로 알아보았다.소라한의 상황을 보고 자신만만하게 들어갔다가 바로 죽어나온 주니어도 있었다. 모든 상황이 다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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