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화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이러다 회사에 소문이 퍼지는 건 정말 한순간 일 텐데. 아직 안면 인식 장애에 대해 팀원들한테 털어놓지도 못했는데.“진짜입니다. 진짜로 걸린 겁니다.”“네..”“내가 왜 싫습니까?”“안 싫습니다.”“그럼 왜 자꾸 한숨만 쉽니까?”“죄송합니다.”싫지 않다는 대답은 마음에 쏙 드는데, 말투가 왜 이렇게 딱딱하냐고.사람 불안하게! 무섭게!“지금은 2026년입니다.”“압니다.”“얼마나 살기 좋은 시대입니까? 사내 연애한다고 누가 안 잡아먹습니다!”켁, 커피가 목구멍에 걸린 세화가 기침을 해댔다. 하지만 석현은 개의치 않았다.“우리 회사 슬로건이 뭡니까?”“기... 술은 차갑게... 방향은... 따뜻하게..”“그러니까, 사랑이 있어야 더 따뜻하지 않겠습니까.”신준호, 미안하다. 이러라고 만든 슬로건이 아닌데, 뜻이야 갖다 붙이기 나름이니까. “이사님.”“네.”“그럼 해요, 사내 연애.”?석현의 두 눈이 순식간에 커졌다. 뭐야..? 이건 또 무슨 전개야? 나 지금 꿈꾸는 거야? 아직 꿈에서 안 깨어난 거야?“방금 뭐라고 했습니까?”“겪어봐야 알죠. 만나 보면 분명해지겠죠.”“왜 고백을 그쪽이 합니까!”“고백보단 제안에 가깝습니다.”응..? 연애를 이렇게 시작하는 커플이 있던가?자존심은 긁히는데 또 속은 들뜨고, 막상 웃음은 나는데 참아야겠고. 일단은 머리를 굴려 세화의 말을 이해해해보려 애를 썼다.“그러니까 연애를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자, 그 뜻입니까?”“네. 시작을 해야 결론이 나니까요.”“흠, 난 연역법을 좋아합니다.”연역법, 전제가 참이면 결론은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구조. 즉, 사랑하는 사람은 연애를 한다. 고로, 우리는 연애를 한다. 논리적으로는 허술하기 그지없었다. 모든 사랑이 연애로 귀결된다는 명제는 어디에도 없다.짝사랑, 금지된 사랑, 스스로 접어버려야 하는 감정들을 무시한 논리니까. 하지만 석현에게 그런 누락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전제를 밀어붙일 자신이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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