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지 않는 말에, 준호의 표정이 세상 살벌해졌다.“너 방금 뭐라고 했어?”“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영이가 변했다.아니다. 내가 변한 건가. 나만 자꾸 쪼잔해지고 옹졸해지는 건가. 이게 다 사랑해서 그러는 건데. 왜 내 마음을 몰라주냐고!“그러니까 누가 다치래!”“같은 말 자꾸 반복하게 할 거야?”“아니! 그래도 짜증 나! 다친 것도 짜증 나고! 그래서 그냥 재운 것도 열받아 죽겠어!”영이는 이제야 제대로 깨달았다. 준호의 짜증이 이렇게나 길어진 이유를.이건 뒤끝이 아니라, 호캉스가 망해버려서 가득 찬 불만이구나.“오빠 설마... 어젯밤에 그냥 자서.. 이렇게 툴툴거리는 거야?”앗, 걸렸다. 걸려버렸다.근데 뭐? 당연히 열받지. 이번 호캉스를 얼마나 기다렸는데.“그.. 음.. 어.”“오빠는 나를 사랑하는 거야? 아니면 나랑 하는 섹스를 사랑하는 거야?”“영.. 영아. 너... 방금 한 말은 좀 심했어.”“오빠가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들잖아.”평범한 커플들에겐 싸움의 원인으로 자주도 등장하는 유치한 이유 중 하나지만, 정작 당사자들에겐 꽤나 심각한 문제다. 게다가 첫사랑이자 첫 연애였으니, 얼마나 서투르고 어리숙한가. “사랑하니까 안고 싶고, 한시도 가만두기 싫은 거잖아.”“펜션에서도, 집에서도, 호텔에서도. 오빠는 나만 보면 그 생각뿐이지?”“너니까 그런 거라고! 너니까!”“됐어. 나 장 안 봐.”“유영!”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가 차 안을 가득 메웠다. 처음으로 다툰 두 사람은 이미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방 안에서도 그저 씩씩씩. 떨어져 있을수록 서운함은 쌓여가고, 대화의 기회조차 찾지 않았다.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린 영이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와, 진짜 말도 안 거네.”준호 역시 같은 모습이었다.“내가 이상한 거야? 나만 못된 놈이지?”일요일의 반나절이 그렇게 의미 없이 흘러만 갔다. 갑작스러운 방문객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 띵동, 띵동.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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