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가슴팍에도 닿지도 않는 키, 연갈색의 눈동자와 길게 내려온 속눈썹, 밤인데도 도드라지는 새하얀 피부와 오똑한 콧날까지.AI도, 수치도 필요 없는 날것 그대로의 확신이었다.“영아.”“누구... 세요?”숨이 목구멍에서 걸려버렸다. 역시나 알아보지 못하는구나.십 년이란 세월은 준호의 체격을, 인상을, 표정을 참 많이도 바꿔놓았다. “나야. 신준호. 준호 오빠.”그 이름을 듣자마자 영이의 얼굴이 굳더니, 곧바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마치 보면 안 될 사람을 마주한 것처럼, 눈동자가 보란 듯이 흔들렸다.“유영! 영아!”“가, 가세요...”“무슨 소리야. 얼마나 찾았는데. 얼마나 걱정 했는....”순간, 주변을 황급히 둘러보던 영이가 검지 하나를 들어 자신의 코 끝에 갖다 댔다.조용히 하라는 너무도 익숙한, 기억 속에 여전히 또렷한 제스처였다.“누가 보고 있어요. 들어오시면 안 돼요.”그제야 보였다. 대문 위, 처마 아래. 불빛이 깜빡이는 카메라로 보이는 것들. 영이는 마치 문 밖의 상황과, 아니 준호와 멀어지려는 듯 조금 더 뒤로 물러섰다. 문틈은 여전히 반만 열려 있었다.“괜찮아. 잠깐만. 잠깐만 들어갈게.”“안 돼요! 여긴 말 해서도 안 되고, 나가서도 안 되는 집이에요.”말 해서도 안 되고, 나가서도 안 되는 집?세상에 그딴 집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이가 내뱉는 말은 하나같이 이상함과 부자연스러움 투성이었다. 당연히 분노부터 차올랐지만,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아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누가 또 있어? 혼자 있는 게 아니야?”“아니요. 아니에요. 모르겠어요.... 그냥 제발, 제발 좀 가 주세요.”더는 참을 수 없었다. 누가 있든 말든 상관없었다.대문을 활짝 열고 정원으로 발을 들이려 했다. 그 순간 영이가 다급히 달려와, 그 작은 몸뚱어리로 준호를 밀쳐냈다. “안 돼요...!”그러고는 준호의 옷깃을 붙잡고, 가로등도 없는 숲속으로 향하기 시작했다.낑낑거리며 걷는 모습, 숨이 차올라 어깨가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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