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화의 집 앞.차를 세워둔 석현은 한참동안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통화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는 건데, 그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지금 자신의 감정을 단 하나의 단어로 표현한다면, 그건 바로 '서운함'이었다.제 마음을 의심한 것도, 믿어주지 않았다는 것도 그냥 모든 게 다 서운함 투성이었다.하지만 생각해보니, 세화에게 그런 의심을 심어준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미치겠네, 아..."손바닥으로 마른 세수를 하며 고민만 하던 중, 똑똑.누군가 차창을 살짝 두드렸다.창문을 내린 석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아, 아, 아, 아버님!"눈앞에는 비닐봉투를 든 세화의 아버지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가끔 식당에 들러 궂은 일을 도와주던 딸의 남자친구가 늦은 밤, 왜 집 앞에서 이러고 있는 건가 싶어서."세화 만나러 왔나?""아, 그, 그, 그게.. 아... 네.""혹시 싸웠나?""예?"아버지가 손에 들린 비닐봉투를 흔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저녁도 안 먹고 뭔가 뾰로통해서는, 그래서 족발이나 사서 오는 길이네."죄송하고, 민망하고.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머리만 긁적이던 중,"한 잔 하려면 내리던가. 이 집 족발이 아주 맛있어."석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 실례가 안 된다면..""내리게."집 안으로 들어서자, 거실에 있던 세화의 어머니가 놀란 눈을 뜨며 부리나케 현관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석현아! 여보!""어머님, 아버님이랑 족발 먹으러 왔습니다.""어머, 어머... 잠깐만, 세, 세화야! 홍세화!"끼이익─방문이 열리며 모습을 드러낸 세화는 거실에 펼쳐진 풍경에 돌처럼 굳어버렸다. 오빠가 우리 집엔 왜? 그것도 이 시간에?굳어버린 건 세화 뿐만이 아니었다. 석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왜냐고? 정수리 높이까지 똥머리를 한 모습도, 몸에 걸친 노란색 잠옷 원피스도 삐약이 그 자체였으니까."삐약아...""아, 아니, 오, 오빠...""족발 좀 먹고 갈게...""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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