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장을 보고 비장한 표정으로 주방으로 들어선 영이는 앞치마를 둘러맸다.오늘은 자신이 직접 요리를 해주겠다며 자신있게 선언했기 때문이었다.탁탁탁. 도마를 두드리는 칼질 소리는 영 어색했지만, 준호는 식탁에 앉아 영이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오빠. 가서 티비 보고 있어.”“싫어.”“자꾸 쳐다보고 있으면 부담스럽단 말이야.” “어허. 감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게 맞지.”“뭐래.”음, 받아치는 말이 아주 많이 늘었구나. “영아, 앞치마 되게 잘 어울린다.”“오빠 거잖아.”“응. 근데 영이 거도 하나 사야겠어.”“앞치마는 하얀색이 이쁘더라. 프릴 달린 거.”헉. 하얀색에 프릴 달린 앞치마라니.상상해 버리고 말았다. 므흣하고 야릇한 상상을.“그거 알아?”“응?”“앞치마는 원래 아무것도 안 입고..”순간, 정확하게 날아든 당근 반쪽이 이마에 명중했다. “악!”“미쳤어?”“그래! 미쳤다! 유영한테 미쳤다!”“유영 아니고 영이!”그날 저녁, 시판 양념이 더해진 제육볶음은 꽤 맛있었고, 된장찌개도 굿이었다.영이는 요리도 하면 는다는 사실에 기뻐했고, 준호는 밥 두 공기를 비우자마자 앞치마를 주문했다. 매일이 신혼 같다는 생각을 하던 중, ‘잠깐만..? 진짜 부부가 되면 되잖아.’프로포즈, 결혼. 왜 그 생각을 못 하고 있었을까? 어차피 일상이 신혼인데, 매일이 부부인데. “영아.”“응?”“혹시... 결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결혼? 결혼식?”“응.”한참을 고민하던 영이가 고개를 저었다.“가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그럼 결혼식 말고 결혼! 결혼 자체에 대해서는?”“사랑해서 같이 살면, 그게 결혼생활 아니야?”“법적으로, 서류상으로 완전한 부부가 되는 건 또 다르지.”“아..! 혼인 신고!”“맞아! 그래! 그거!”이번에도 영이는 한참을 고민했다. 결혼에 대한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혼인신고를 하면 뭐가 달라지는 거지? 오빠는 지금, 그게 하고 싶은 건가.“오빠, 나랑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