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출국 당일.출국 시간은 밤이었지만 준호는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영이가 좋아하는 김치볶음밥은 언제든 데워먹을 수 있게 냉동실에 얼려두고, 간단하게 끓여 먹을 수 있는 레트로트 국도 찬장에 채워놨다.- 전자레인지 3분 / 냄비에 붓고 끓이기만 하면 됨 / 가스밸브는 사용 뒤 꼭 잠글 것.포스트잇도 보기 쉽게 붙여두고, 마지막으로 과일까지 씻어서 밀폐용기에 담아두었다. 아, 혹시 밤에 배라도 고프면..?그 생각에 견과류도 식탁 위에 꺼내 놓았다. 그때, 방문이 열리며 잠이 덜 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오빠, 뭐해?”“이리 와 봐.”영이는 눈을 비비며 주방으로 향했고, 준호의 설명이 시작됐다.“김치볶음밥 얼려뒀으니까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으면 돼. 용기 뜨거우니까 꼭 장갑 끼고 꺼내고.”“으응.”“여기 있는 국들은 전부 냄비에 붓고 끓이면 되고, 혹시 몰라서 즉석밥도 잔뜩 사놨어. 아, 그리고 냉장고에는...”“오빠.”“응?”“나 스물넷이야. 아기 아니야.”준호의 설명이 딱 끊겼다. 동시에 말없이 영이를 내려다봤다. 헝클어진 머리, 아직 잠이 덜 깬 눈, 파자마 차림으로 슬리퍼를 끌고 선 모습은 스물넷이라는 숫자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인데.애 취급은 이제 싫어진 건가? 하긴, 침대 위에서의 영이는 완벽한 여자다. 그것도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요물임이 틀림 없었다.“알지. 오빠는 그냥 영이가 덜 불편했으면 해서.”“밥도 잘 먹고, 혼자서는 절대 안 나갈게. 약속.”“그래. 약속.”냉장고 문을 닫고, 찬장 문도 닫고, 괜히 주방을 한 번 더 훑어보았다.분명 떠날 준비는 끝났는데 마음은 여전히 이곳에 있었다. 아 맞다, 저녁까지 영이나 안아줘야지. 앞으로 일주일이나 못 볼 텐데.그대로 영이를 안아들었다. 영이의 발이 허공에서 버둥거렸다."오, 오빠!""남은 시간은 전부 섹스만 할 거야.""꺄앙! 그건 너무 길어...!""하나도 안 길어."침실 문은 발로 밀어 열어재끼고, 몸에 걸친 파자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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