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완료 화면이 뜨자, 영이는 화면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받는 사람 이름 유영, 그 아래에 적힌 선명한 집 주소까지.“기다릴 게 생겼어.”“컵?”“응. 내일이 조금 빨리 와도 좋을 것 같아.”기대감이 잔뜩 담긴 말투와 표정이 얼마나 귀엽던지. 하루하루 달라지는 영이의 모습에 ‘키울맛이 난다’는 생각이 스치자, 준호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앞으로 필요한 건 이렇게 쇼핑하면 돼.”“난 오빠랑 마트 가는 게 더 좋은데.”“응, 당연히 마트도 가고.”영이가 눈을 반짝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러더니, 컵이 올 자리를 이미 머릿속에 그려둔 사람처럼 주방 쪽을 힐끔 바라보았다.“오빠, 새 컵 오면 내가 커피 타줄게.”“엄청 기대되네?”“응. 엄청 엄청 맛있게.”***다음날 오후, 회의를 막 마치고 한숨을 돌리던 중 주머니 속에서 짧은 진동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하자 영이에게 문자메시지 한 통이 와 있었다. - 오빠, 새 컵 왔어. 예쁘지?방금 막 도착한 머그컵 사진까지 첨부한 게, 이제는 핸드폰도 제법 능숙하게 쓰는 모양새였다.심지어 사진의 각도도, 초점도 나쁘지 않았다. - 응. 영이가 고른 거니까. - 근데 인터넷 보니까, 저녁에 마시는 커피는 안 좋대. 커피는 내일 아침에 타줄게.자꾸만 웃음이 났다. 별것 아닌 문장 하나가 하루를 가볍게 만드는 기분.그리고, 내일 아침이라는 말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오가는 게 언제부터였나 싶어서.결국 재킷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오늘은 집에 조금 더 빨리 가고 싶어졌다. 커피는 내일이지만, 그냥 이유 없이 그래야 할 것 같았다.사무실을 나서자, 태블릿을 손에 든 석현이 다가왔다.당당했던 준호가 깜짝 놀랄만큼 정확한 타이밍.“대표님, 어디 가십니까?”“농땡이.”“야! 다음 주에 중요한 미팅 있는 거 몰라?”“알지. 근데 어여쁜 영이가 집에 혼자 있잖아.”지금의 신준호를 누가 말릴 수 있을까.아무것도 몰랐던 석현은 결국 직원이 아닌, 친구로서 봐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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