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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나는 공범이었다: Capítulo 91 - Capítulo 100

174 Capítulos

제91화

준호는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지만, 영이는 진심으로 걱정했다.당연했다. 이 모든 건 다 자신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영아, 석현이 바꿔 봐.”“못 일어나. 아픈 소리만 나고... 땀이 엄청 나.”아오, 이 한심한 자식. 영이나 지키라고 거실까지 내주었더니 지가 환자로 돌변해서는.“구급상자 보면 스틱으로 된 약 있거든? 파란색 포장지로 된 거.”“OO루펜. 이거 맞아?”“응. 그거 뜯어서 입안에 흘려 넣어줘.”“잠깐만.”영이는 조심스레 스틱 상단을 뜯어내고, 석현의 입술을 조금 벌렸다. 짙은 색의 액체가 조심스레 흘러 들어가던 중, 석현이 그 감각을 느꼈는지 고개를 살짝 움직였다. 순간, 큭!고통스러운 소리와 함께 석현이 상체를 일으켰다. 그 큭큭거리는 소리가 몇 번이나 더 이어졌다. 수화기 너머, 준호가 다급히 물었다.“뭐야! 영아! 왜 그래!”“아.. 오빠가 갑자기 움직여서... 약이.... 콧구멍으로 들어가서...”“푸하하하. 잘 깨웠네. 잘 했어.”“어떡해.. 석현 오빠.. 미안해요...”석현은 고개를 돌려 휴지를 뽑더니, 거실을 날려버릴 기세로 코를 킁킁 풀어댔다. “영아. 오빠 지금.. 코가 너무 매운데. 혹시 오빠한테 뭐 기분 나쁜 거 있어?”“아.. 그런 거 아니에요.. 어떡해.. 어떡해..”영이는 정말로 미안해서 죽을 지경이었고, 준호는 반대로 낄낄거리느라 정신이 없었다.“강석현. 큰소리나 빵빵 치더니, 왜 네가 앓아눕고 난리냐?”“아... 나도 따뜻한 우유 같이 마실걸..”“살아났으니 됐다. 영이한테 고마워해라.”전화가 끊기고 석현은 한 번 더 코를 푼 뒤에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곧바로 체온계를 들어 영이의 체온을 확인했다.36.3도. 지극히 멀쩡한 숫자였다.“오빠보다 영이가 더 건강하네.”“아, 오빠! 잠깐만요!”영이가 부리나케 화장실로 뛰어가더니, 새하얀 수건을 물에 적셔 나왔다. “엥..?”“옛날에 저 아플 때, 오빠가 이렇게 해줬었어요.”영이는 어린 시절의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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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석현의 진득한 시선을 느낀 건지, 영이가 엉덩이를 뒤로 밀며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꿈틀거리는 모습에 실소가 터져버렸다.차라리 다행이었다. 이대로 조금만 더 있었으면 본능이 고개를 불쑥 내밀 뻔했다. 입술이 맞닿는 상상은 물론 그 이후까지도 계산이 떠올랐단 말이다.“배 안 고파? 아침 먹자.”“제가 만들어 드릴게요.”“응? 영이가?”“네. 오빠는 아픈 환자니까요.”“나 환자 아니야!”잠시 잊고 있던 창피함이 몰려드는 순간이었다. 아씨, 왜 하필 열이 나가지고. 이럴 줄 알았으면 집으로 갔을 텐데. 아무도 모르게 아팠을 텐데. 아니지? 그럼 아침부터 이 두근대는 설렘을 만끽할 수 없잖아.“그럼 오빠 더 누워있을 테니까, 영이가 맛있게 만들어 줘.”“네.”정확하게 10분 뒤.바스락, 퍽, 바스락, 퍽, 퍽, 퍽!뭔가를 때려 부수는 소리가 주방에서 울려 퍼졌다. 도대체 무슨 요리를 하길래 이리도 유난스러운 건지. 궁금증을 참지 못한 석현이 발소리를 죽여 다가가자, 영이가 라면 봉투 하나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주먹질을 해대고 있었다. “영... 영.. 아..?”“네?”“지금 뭐 하는 거야? 라면은 왜 패고 있어...”“라죽이요. 죽 중에 가장 맛있는 죽은 라죽이래요.”젠장, 인터넷은 늘 현명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게 바로 개발자인 자신이 앞으로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이겠지.***“영아! 영아!” 준호가 돌아왔다.새벽에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집으로 달려왔고, 아침 해도 뜨기 전이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영이의 방문부터 벌컥 열었다. “영아..!”“....오빠?”잠에서 막 깨어난 영이가 이불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그 순간, 준호는 와락! 영이를 품 안에 끌어안았다. “미워죽겠어. 얌전히 기다리긴커녕 사고나 치고.”“미워하지 마. 일부러 그런 거 아니니까.”준호는 미처 몰랐다. 밉다는 말이 영이에게는 얼마나 하늘이 무너지는 단어였는지.“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통화도 다 해놓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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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영이는 특별한 사람이잖아.”“특별..?”“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사람들의 미래를 보는 이유.”“그렇다고 이렇게 받기만 할 수는 없어.”젠장, 영이는 이미 자신을 부담이라는 영역에 스스로 밀어 넣고 있었다. 해줘도 해줘도 부족한 마음인데, 여전히 미안해 죽겠는데. 왜 그 마음을 몰라주는 걸까. “회사에 다니고 싶은 이유가 뭔데?”“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영이는 이미 필요한 사람이야. 오빠한테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람이잖아. 그리고 돈은 오빠가 벌고 있잖아.”입을 꾹 다문 영이가 작게 말했다.“어쨌든... 절대로 안 된다는 거네.”“영아.”“알겠어. 그렇게 할게.”진짜 싫었다. 영이의 저런 시무룩한 표정이 너무 너무 싫었다.웃어야 예쁜데, 웃는 게 좋은데. 저런 얼굴을 볼 때마다 가슴 한가운데가 쿡 내려앉는다.“천천히 생각해 보자.”“응?”“영이가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일. 같이 한번 생각해 보자.”“정말?”“응. 정말.” 그제야 영이의 눈빛이 조금 살아났다. “아 맞다. 오빠도 영이 선물 사 왔어.”준호는 잠시 방문 앞에 세워둔 캐리어로 향했다. 그리곤 손잡이에 걸려있던 종이 백 하나를 건네주었다.“자.”종이 백 안에는 상자 하나가 담겨 있었고, 뚜껑을 여는 순간 새하얀 구두 한 켤레가 단정히 모습을 드러냈다. 앞코에 달린 리본, 그 중앙에 박힌 작은 보석이 조용히 반짝였다.“이거..”“마음에 안 들어?”“아니. 너무 예뻐서...”“신어보자. 잠깐 앉아 봐.”영이가 침대 끝에 걸터앉자, 준호는 무릎을 굽혀 구두를 신겨주었다.발이 어찌나 작은지, 손 사이즈와 큰 차이가 없었다. “딱이다.”“응. 꼭 맞아.”침대에서 내려와 방안을 거니는 모습이 귀여웠다. 감출 수 없는 웃음이 자꾸만 새어 나왔다.앞으로 예쁜 건 보이는 족족 사줘야겠다. 준호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오빠, 석현 오빠는 다 나았대. 이제 하나도 안 아프대."아씨, 지금 애틋한 재회의 날 왜 또 그 자식 이름이 튀어나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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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피곤한 몸을 이끌고 회사로 향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준호를 마주한 석현의 표정엔 놀라움과 당혹스러움이 절반씩 섞여 있었다. “뭐냐? 새벽에 온 거 아니야? 좀 쉬지.”“피드백 보내야 될 게 좀 있어서.”“와.. 비행기표를 알아보네 어쩌네 난리를 떨어댈 땐 언제고.”그땐 그랬지. 그리고 오늘은 영이를 봐서 그런가, 숨이 겁나게 잘 쉬어지고.“고맙다. 강석현.”“뭐가.”“너 아니었으면, 영이 진짜 큰일 날 뻔했잖아.”석현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고맙단 말은 이미 전화로 들었지만, 직접 듣는 느낌은 사뭇 달랐다.“중학교 때 잠깐 배운 수영실력이 이 중요한 순간에 빛을 발할 줄이야.”“근데 왜 골골대고 지랄이야?”석현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아, 영이 앞에서 뭉개진 자존심이 이렇게 또 한 번 박살나는 구나.“야! 다 나았거든!”“괜히 우리 영이 라죽이나 끓이게 만들고.”“맛은 있더라. 역시 MSG가 최고지.”준호가 의자에 몸을 깊게 묻으며 숨을 내쉬었다.눈 밑이 묵직하게 내려앉은 게, 밤을 거의 통째로 날렸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다크서클 봐라. 아오... 얼른 정리하고 가서 쉬어.”몸도 피곤했지만, 하루 종일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건 따로 있었다. “있잖아.., 영이가 회사에 다니고 싶대.”“아.. 어. 나한테도 그러더라.”“넌 뭐라고 대답했냐?”“아마 신준호가 그 회사를 통째로 사 버릴 거라고.”“미친 새끼.”어이가 없어 피식 웃으면서도, 뭔가 해결되지 않은 찝찝함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그 실망스럽고 시무룩한 표정이 자꾸만 눈앞에서 아른거렸다.“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게 얼마나 답답하겠어. 네 퇴근 시간만 기다릴 거 아니야.”“나도 늘 그게 걱정이지.”그때, 석현의 표정이 바뀌었다. 마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딱 맞물린 사람처럼, 두 눈이 번뜩였다.“신준호!”“왜.”“우리 회사로 취직시키면 되잖아.”?개소리도 이런 개소리가 따로 없었다.“뭐?”“영이는 회사에 다니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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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다음날 아침, 넥사이드 로비 풍경이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준호의 옆에는 단정하게 차려입은 영이가 나란히 보폭을 맞추고 있었고, 사람들의 시선이 두 사람을 향해 쏠렸다.“뭐야? 대표님 여자 친구인가?”“설마.. 여자친구를 회사에 왜 데리고 와.”“그럼 협력 업체?”“그러기엔 너무 어린데...? 아니, 겁나게 예쁜데...?”분위기가 술렁였다.준호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으면서도 영이 쪽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괜찮아? 할 수 있겠어?”“네. 대표님.”“적, 적응은 빠르네...”어제저녁 힘겹게 입을 떼고 의견을 물었을 때, 영이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고 싶다며, 해보겠다며. 그리고 오늘 아침엔 선물 받은 하얀 구두를 신고, 한참 동안 거울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걷고 있는 모습이 흔들림 없이 단단했다.긴장한 건 분명한데, 도망칠 기색은 없어 보였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안에 있던 직원들이 동시에 시선을 들었다.“안녕하세요, 대표님.”“네. 좋은 아침입니다.”일상적인 인사가 오가고 준호가 먼저 올라타자, 영이가 고개를 숙이며 뒤를 따랐다.“안녕하세요.”영이의 인사가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아.. 네... 네! 안녕하세요.”뒤늦게 인사가 돌아왔다. 누군가는 준호를, 누군가는 영이를 흘끗 바라보았다. 직원들이 하나 둘 내릴 때마다 영이는 빠짐없이 고개를 숙였고, 마지막 층에 다다르자 석현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영아!”“석현 오ㅃ.. 아니, 강 이사님. 안녕하세요.”“푸하, 뭐냐? 벌써 호칭 교육은 끝난 거야?”“오는 길에 차에서 물어보길래.”석현은 한 박자 늦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일부러 목을 가다듬었다.“유 비서. 그럼 자리부터 안내하지.”대표실 문이 열리고, 구석에는 작은 책상 하나가 놓여 있었다.심플한 스탠드와 책꽂이, 그리고 업무용 노트북까지. 과하지도 허술하지도 않은 딱 ‘시작’을 위한 자리였다. 준호가 의자를 뒤로 당기며 눈짓했다. 앉아 보라는 확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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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아..! 이걸 놓쳤네. 회사에 대해서 설명해줄게!”석현의 오버스러운 말투에도 영이는 침착하게 대답했다.“이사님. 여기는 넥사이드에요. 회사명 자체가 미래에요. 그리고 그 미래를 그리는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고요. ”아씨, 공부를 했네? 표정은 또 세상 진지하고. 신입 직원 교육이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었나?매일 하고 싶다. 영이가 일 년 내내, 아니 앞으로도 쭈욱 신입이었음 좋겠다.“끄윽.. 응.. 넥사이드는 AI프로그램 회사야. 인공지능 기반 솔루션을 만들어.”“기사도 봤어요. 미국 최대 투자회사와 협력했고, 안면 인식 프로그램 소유권을 전부 정부에 제공했다고요.”“굿. 그 안면 인식 프로그램은 말이지. 다 유 비서 때문에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야.”영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저요..?”“응. 유 비서 찾으려고 우리가 진짜... 몇 년 동안 골방에 틀어박혀 만든 거라고.”준호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미친 놈이 별소리를 다 해.” 영이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석현과 준호를 번갈아 보았다. 농담이라고 하기엔 석현의 표정은 태연했고, 부정이라고 하기엔 준호의 반응이 너무 약했다.“진짜예요..?”“어허, 이사님은 거짓말 안 해.”“어떡해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하아... 귀엽다. 귀여워 미쳐버리겠다.지금 저 볼을 꼬집으면 신준호가 쌍욕을 내뱉겠지?아무래도 영이를 비서로 쓰자는 제안은 앞으로의 회사 생활이 행복해질, 아주 기가 막혔던 제안이었다.“이사님. 제가 또 할 일은요?”“음, 이번 주는 기본적인 업무만 숙지하자. 가장 중요한 건 일정 관리랑 보고야. 유 비서가 중간 역할을 잘 해줘야 해.”영이는 석현이 하는 모든 말을 노트에 꾹꾹 눌러 적어 내려갔다.“대표실로 직접 오는 전화는 많지 않지만, 응대하기 어려운 전화는 준호나 나한테 넘기고. 차근차근 배워나가자.”“전화는 어떻게 넘겨요? 수화기 선이.. 대표님 자리까지는 안 닿을 것 같은데...”그 순간 준호의 자리에서 끅끅거리는 소리가 심해졌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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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끅끅거리던 준호 역시 어느새 웃음을 멈추고 영이를 바라보았다.“영아. 방금은 진짜 비서 같았어. 회신 받을 연락처까지 확인하면 완벽하겠다.”“감사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대표님.”“끅... 끄으윽...”또다시 그 끅끅 소리가 멀리서도, 가까이에서도 들렸다.영이는 괜히 민망해져서는 펜 끝만 만지작거렸다.왜 저렇게 웃는 거지? 내가 웃긴가? 아니면 두 분 다 기분이 좋으신 건가?그때, 석현이 손바닥으로 책상 위를 짧게 내려쳤다. “잠깐 쉬는 시간! 커피 좀 마시자, 우리.”“커피 타는 법도 알려주세요.”“유 비서. 미안한데 우리 회사엔 철칙이 하나 있어.”“네..?”“본인 커피는 본인이 타 먹자.”보통 드라마에서는 비서가 타다 주던데. 그건 드라마라서 그랬던 건가?“근데 손님이 오시면요..?”“아? 그건 또 예외지.”“그럼 저도 알고 있어야 하잖아요. 비서니까요.”“앗 그러네! 당장 가자! 탕비실로!”석현과 영이는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준호는 자리를 지켰다.도무지 끅끅거림이 멈추질 않아서. 더 이상 보고 있기가 힘이 들어서.탕비실로 향하자 커피 머신과 제빙기, 각종 차 종류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와...! 꼭 작은 카페 같아요!”영이가 무심코 감탄을 흘렸다. “여긴 회사에서 제일 중요한 장소야.”“왜요?”“카페인이 떨어지면 사고력이 같이 떨어지거든. 즉, 회사 존폐가 걸린 아주 중요한 곳이란 얘기지.”“아...! 제가 더 신경 써서 관리하겠습니다.”“아니야. 탕비실은 재무팀이 직접 관리해. 유 비서는 대표님과 관련된 일만 처리하면 돼.”두 사람은 한참 동안 탕비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덜거덕거리는 소리, 얼음이 쏟아지는 소리도 간혹 들렸지만 그보다 웃음소리가 더 자주 들렸다. “근데 여긴... 휘핑크림은 없어요?”“아, 지금은 없는데 내일부턴 있을 거야.”“정말요?”“응. 정말로.”문이 열리고, 영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조심스레 들고 와 준호의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가장 예쁜 컵 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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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석현의 말에 영이의 마음이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자신을 찾기 위해 오빠들만 고생한 게 아니었다. 또 다른 노력들이 더해졌다는 사실까지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층을 이동하자, 이번에는 꽤 조용한 구역이 나타났다. 개방된 사무 공간과 달리 유리 벽으로 구획된 방들이 줄지어 있었다.“분위기가 좀 다르지? 넥사이드에서 가장 민감한 정보가 오가는 곳이라 그래. 그래서 여긴 대표님이 직접 관리하시고. 나 또한 마찬가지고.”유리 너머 헤드셋을 쓴 채 모니터에 몰두한 얼굴들이 보였고, 화이트보드에는 수식과 도표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사무실 문이 열리자 모두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다들 영이를 알아보았다. 수 백 번, 아니 수 천 번을 이미지로 구현하고, 데이터로 추적하고, 결국엔 찾아냈던 그 반가운 얼굴.찾아낸 뒤에는 안쓰럽다는 생각에 몇 번이나 입술을 집씻게 만들었던 당사자.그런 사람이 예고도 없이 나타났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들 인사해. 오늘부터 대표님 비서로 근무하게 된 유영.”“와...! 실물이 훨씬 예쁘십니다.”“이 대리!”“반갑습니다. 이렇게 뵙게 돼서... 감회가 새롭습니다.”영이가 곧장 고개를 숙였다.“유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그 말이 떨어지자 사무실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 감사합니다. 그 한 마디가 이 공간에서 지내온 시간을 한꺼번에 끌어올렸다.TF팀 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가가 이미 촉촉하게 물들어 있었다. “반갑습니다. 저희는 할 수 있는 걸 했을 뿐입니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영이는 그 말의 무게를 온전히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괜히 가슴 안쪽이 조용히 울렸다. 석현이 무거워진 분위기를 정리하듯 입을 열었다.“TF팀 덕분에 한 사람의 인생이 달라졌어. 그리고, 유 비서는 이제 과거가 아니라 대표실의 현재고.”“멋진 현재네요.”팀장이 고개를 흔들며 손뼉을 가볍게 쳤다.“자 그럼 이만! 업무로 돌아가겠습니다.”영이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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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화들짝 놀란 영이는 본능처럼 준호의 등 뒤에 몸을 숨겼다.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조명은 평소와 다름없이 밝았는데도 모든 공간의 온도가 내려간 것처럼 차갑기만 했다. “늦었군.”“뭐죠.”“이제 예의범절까지 말아먹은 건가.”등 뒤에선 영이가 준호의 옷깃을 꼭 쥐었다. 손끝에 힘이 들어간 게 그대로 느껴졌다.“나가서 말씀하시죠.”“유영.”“아버지..!”“유영!”난데없는 호통에 영이가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중장님...”“너 하나 때문에, 이제는 내 아들 집에 들어가는 것까지 눈치를 봐야 하는가?”“죄.. 죄송합니다...”준호는 기가 막힌 듯 탄식을 내뱉었다. 한 번도 찾아온 적 없던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서는 되려 목소리나 높이고 있다니. 참 아버지다웠다. 하지만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물러설 이유도 없었고.“이제라도 집 구경시켜드려요?”“신준호.”“들어오세요.”영이의 어깨를 감싸고 현관문을 열었다.그리곤 아무렇지 않게 영이의 방 문을 열었다.“영아, 잠깐 들어가 있어. 노트북 하고 있으면 되겠다. 응?”“...으응.”방문이 닫히자마자 준호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잠깐이나마 누그러져 있던 공기가 단숨에 다시 차갑게 식었다.“앉으시죠.”그저 티백 하나를 우려낸 녹차 한 잔이 테이블 위에 놓이고, 두 사람이 마주 앉았다. 태호가 한 모금을 마시고 입을 열었다. “핵심 기술 소유권을 정부에 넘겼다지.”“네.”“모두가 칭찬이 자자한데, 이상하게 찝찝한 기분이 들어서 말이지.”아버지는 아직 모르고 계시나 보다. 그 기술을 넘긴 대가가 무엇이었는지. 하긴, 안 그래도 바쁜 대통령이 굳이 한물 간 장군한테 그런 상의나 하고 앉아있겠어? 다른 인물을 앉히면 그만인 것을. “저의가 뭐냐.”“궁금하세요?”“똑바로 말해. 똑바로.”“기술을 넘기며 내건 조건은 하나였습니다.”잠깐의 정적.그리고,“아버지가 국방부 장관 자리에 앉지 않는 것. 그게 제 조건이었습니다.”녹차에서 피어오르던 김이 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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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병원으로 실려간 태호가 검사실로 들어서자, 복도 끝에서 숙경이 황급히 달려왔다.“준호야..!”왜 이렇게 어머니를 뵐 면목이 없는 거지.그리고, 어머니는 모든 진실을 다 아시면서도 여전히 이혼이라는 선택을 할 생각은 전혀 없는 건지.“오셨어요.”“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 갑자기 왜...!”“죄송합니다.”“아버지랑 또 싸운 거야? 또 그 계집애 때문에?”준호는 결국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던 일부터 조심스레 털어 놓았다.그리고 그걸 기회로 삼아 기술의 소유권을 넘긴 일, 그 대가가 아버지의 꿈을 꺾는 조건이었다는 사실까지 전부 다.숙경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무릎 위에 올린 손이 떨렸고, 그저 준호의 얼굴을 오래도록 응시했다. “아시잖아요. 아버지에겐 그 자리가 오히려 독이 될 겁니다.”“잘했다.”예상 밖의 대답이었다. 너무 담담해서, 오히려 더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언성을 높이고, 연을 끊자며 난리를 쳐도 당연한 상황에 잘했다라니? 혹시 썩어 문드러진 마음이 곪고 곪아 사이가 틀어지기라도 하신 건가? 별의별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엄마도 장관까지는 바라지 않아. 네 아버지는 이미 한참 전부터 권력에 지고 있었으니까.”“어머니..”“처음부터 그 계집애를 거둔 이유도 그래서였지. 권력을 잃을까 두려워서. 흠집이 날까 겁이 나서.”“...”“나는 유영이 그래서 싫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고.”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어 고개를 숙였다. 미워하고 싫어하는 건 당연했다. 준호는 여전히 영이를 사생아라 믿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아버지는 그런 영이와 잠자리까지 한 파렴치한이니까.어머니가 영이를 미워하는 이유는 이미 차고도 넘친다.숙경 역시 속으로 고민했다. 그 계집애가 사생아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는 말해줘야 하나. 하지만 불안했다. 혹시라도 진실을 안 순간 준호의 시선이 다른 방향으로 기울어질까 봐.핏줄이 아니라는 사실이 선을 허물어 버리는 계기가 될까 봐. 정말로 연 따위가 맺어지는 최악의 상황에 다다를까 봐.“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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