쏴아아아.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뜨거운 물줄기가 서아의 헐벗은 어깨를 때렸다. 벌겋게 달아오른 피부 위로 물방울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타월을 세게 쥔 채 어깨와 팔을 훑어내렸다."하아…."숨이 턱턱 막혀왔다. 어제 갤러리 지하 수장고에서 있었던 일이 자꾸만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어둡고 퀴퀴한 그곳에서, 짐승처럼 헐떡이며 이안의 목에 팔을 감았던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생생했다.'미쳤어. 백서아, 넌 진짜 단단히 미친 거야.'타월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피부가 따끔거릴 만큼 닦아냈지만, 이안이 남긴 그 축축하고 노골적인 감각은 도무지 씻겨 내려가지 않았다. 오히려 피부 깊숙한 곳에서부터 낯선 열기가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것 같았다.탁. 서아는 거칠게 수도꼭지를 잠그고 욕실 벽에 이마를 기댔다.두려웠다. 자신이 쌓아 올린 완벽한 세계가 무너질까 봐 두려운 게 아니었다. 그 더럽고 불결한 쾌락을, 다시 한번 맛보고 싶어 하는 자신의 밑바닥이 너무나 두려웠다."여보, 씻었어?"욕실 문을 열고 나오자, 도진이 침대에 걸터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금테 안경 너머로 보이는 그의 눈빛은 언제나처럼 다정하고 평온했다."어… 일찍 깼네." "오늘 당신 갤러리 전시 마지막 날이잖아. 이안 작가 개인전, 대성공이라며?"도진의 입에서 '이안'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서아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그녀는 화장대 의자에 앉으며 애써 표정을 갈무리했다."응. VVIP 고객들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좋았어. 걸어둔 작품은 거의 다 완판이야." "다행이네. 당신이 처음부터 발굴하고 밀어붙인 작가인데, 성과가 좋아서 나도 기분 좋아."도진이 노트북을 덮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가 서아의 뒤로 다가와,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조심스럽게 닦아주기 시작했다."오늘 저녁에 축하 파티 같은 거 해?" "아니, 파티까지는 아니고. 그냥 스태프들끼리 간단하게 저녁이나 먹고 끝낼 거야." "그래? 그럼 내가 이따가 갤러리로 갈까? 꽃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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