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아내가 바람난 날, 내 슬럼프가 끝났다: Bab 91 - Bab 100

182 Bab

091화 선을 넘는 침입자, 도발의 서막(1)

쏴아아아.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뜨거운 물줄기가 서아의 헐벗은 어깨를 때렸다. 벌겋게 달아오른 피부 위로 물방울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타월을 세게 쥔 채 어깨와 팔을 훑어내렸다."하아…."숨이 턱턱 막혀왔다. 어제 갤러리 지하 수장고에서 있었던 일이 자꾸만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어둡고 퀴퀴한 그곳에서, 짐승처럼 헐떡이며 이안의 목에 팔을 감았던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생생했다.'미쳤어. 백서아, 넌 진짜 단단히 미친 거야.'타월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피부가 따끔거릴 만큼 닦아냈지만, 이안이 남긴 그 축축하고 노골적인 감각은 도무지 씻겨 내려가지 않았다. 오히려 피부 깊숙한 곳에서부터 낯선 열기가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것 같았다.탁. 서아는 거칠게 수도꼭지를 잠그고 욕실 벽에 이마를 기댔다.두려웠다. 자신이 쌓아 올린 완벽한 세계가 무너질까 봐 두려운 게 아니었다. 그 더럽고 불결한 쾌락을, 다시 한번 맛보고 싶어 하는 자신의 밑바닥이 너무나 두려웠다."여보, 씻었어?"욕실 문을 열고 나오자, 도진이 침대에 걸터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금테 안경 너머로 보이는 그의 눈빛은 언제나처럼 다정하고 평온했다."어… 일찍 깼네." "오늘 당신 갤러리 전시 마지막 날이잖아. 이안 작가 개인전, 대성공이라며?"도진의 입에서 '이안'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서아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그녀는 화장대 의자에 앉으며 애써 표정을 갈무리했다."응. VVIP 고객들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좋았어. 걸어둔 작품은 거의 다 완판이야." "다행이네. 당신이 처음부터 발굴하고 밀어붙인 작가인데, 성과가 좋아서 나도 기분 좋아."도진이 노트북을 덮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가 서아의 뒤로 다가와,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조심스럽게 닦아주기 시작했다."오늘 저녁에 축하 파티 같은 거 해?" "아니, 파티까지는 아니고. 그냥 스태프들끼리 간단하게 저녁이나 먹고 끝낼 거야." "그래? 그럼 내가 이따가 갤러리로 갈까? 꽃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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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화 선을 넘는 침입자, 도발의 서막(2)

한 여성 기자가 상기된 얼굴로 묻자, 이안의 시선이 느릿하게 허공을 갈라 서아에게 와서 꽂혔다."영감이요?"이안이 한쪽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며 웃었다."아주 완벽하고, 아주 고상한데… 속은 시커멓게 썩어 있는 어떤 아름다운 것에서 얻었죠. 겉보기엔 절대 깨지지 않을 유리관 안에 들어 있는데, 제가 돌을 던지면 어떻게 깨질지 너무 궁금했거든요."서아의 등 뒤로 식은땀이 서늘하게 흘러내렸다. 저 미친놈이. 사람들 앞에서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기자는 그 말이 그저 예술가 특유의 은유인 줄 알고 감탄사를 내뱉었다."와, 철학적이네요! 역시 요즘 미술계가 가장 주목하는 괴물 신인답습니다."이안은 대답 대신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시며, 끝까지 서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마치 사냥감을 몰아붙이는 맹수 같은 눈빛. 서아는 숨이 막혀와 황급히 시선을 피하고 관장실로 걸음을 옮겼다.쾅. 관장실 문을 닫고 들어온 서아는 책상에 두 손을 짚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하아…."안전한 공간에 들어왔다는 안도감도 잠시. 문이 다시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바로 '찰칵' 하고 도어록이 잠기는 소리가 이어졌다.서아가 기겁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이안이었다. 그가 삐딱하게 선 채로 관장실 문에 기대어 그녀를 보고 있었다."너… 미쳤어? 여길 왜 들어와! 문 열어!" "왜 그렇게 놀라? 누가 보면 내가 강도라도 되는 줄 알겠네."이안이 성큼성큼 걸어와 서아의 책상 위에 걸터앉았다. 그의 긴 다리가 서아의 허벅지에 스칠 듯 말 듯 닿아 있었다."나가. 사람들 다 밖에 있는데 지금 여기서 뭐 하는 짓이야." "전시 대박 났잖아. 관장이 작가한테 축하 인사 정도는 비공개로 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 "까불지 말고 당장 나가. 나 지금 너랑 장난칠 기분 아니야."서아가 매섭게 노려보았지만, 이안은 콧방귀를 뀌며 그녀의 얼굴로 손을 뻗었다. 서아가 고개를 틀어 피하려 했지만, 이안의 큰 손이 그녀의 턱을 억센 힘으로 잡아챘다."아! 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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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화 선을 넘는 침입자, 도발의 서막(3)

철컥. 이안이 도어록을 열고 관장실 문을 활짝 젖혔다. 서아는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것 같은 것을 간신히 버티며 비틀비틀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갤러리 로비 중앙. 눈부시게 하얀 조명 아래, 거대한 붉은 장미 꽃다발을 든 도진이 서 있었다. 그의 곁에는 이미 스태프들과 몇몇 관람객들이 모여 수군거리고 있었다."와, 강도진 작가님이다." "아내 전시회 마지막 날이라고 응원하러 오셨나 봐. 진짜 스윗하시다."사람들의 선망 어린 시선을 받으며 서 있는 도진. 그는 흠잡을 데 없는 슈트핏과 온화한 미소로 갤러리의 공기마저 압도하고 있었다."여보."도진이 굳어 있는 서아를 발견하고 부드럽게 불렀다. 그는 자연스럽게 다가와 서아의 허리에 팔을 감으며 가볍게 안았다."많이 바빴어? 서프라이즈 해주려고 말 안 하고 왔는데, 방해된 건 아니지?""아… 아니야. 올 줄 몰랐어…."서아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간신히 대답했다. 도진의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는 순간,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이안의 시선이 마치 레이저처럼 그녀의 뒤통수를 뚫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안녕하세요, 강도진 작가님."그때, 이안이 두 사람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의 입가에는 여유롭고 오만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도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이안을 바라보았다. 두 남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팽팽하게 얽혔다."아, 이안 작가님이시군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이번 전시, 대성공이라면서요? 축하드립니다."도진이 예의 바르게 미소 지으며 한 손을 내밀었다. 이안은 그 손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고 삐딱하게 서 있었다. 명백한 무시이자 도발이었다.주변의 스태프들이 당황하여 숨을 죽였다. 서아는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다."이안 작가님. 남편이 인사…."서아가 수습하려 나섰지만, 이안이 그녀의 말을 싹둑 잘랐다."감사합니다. 다 백서아 관장님 덕분이죠. 관장님이 아주, 밤낮으로 제 작품에 열정을 쏟아주셨거든요. 몸까지 안 아끼시고."'몸을 안 아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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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4화 완벽한 성벽, 걸어 들어온 침입자(1)

갤러리 로비에 감돌던 무거운 침묵을 깨트린 것은, 다름 아닌 도진의 유쾌한 웃음소리였다."하하하! 집밥이라뇨. 이거 참 신선한 제안입니다."도진이 잡고 있던 서아의 허리를 좀 더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며 이안을 보았다. 그의 얼굴에서는 모욕감이나 불쾌함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오직 손님을 환대하는 집주인의 너그럽고 인자한 미소만이 흐르고 있었다."여보, 들었어? 이안 작가님이 우리 집밥이 먹고 싶다시네. 당신이 평소에 작가님의 예술 세계를 워낙 극찬하니까, 내심 우리 부부의 사적인 공간이 궁금하셨던 모양이야."서아는 목구멍이 바짝 타들어 가는 느낌이었다. 숨이 막혀 당장이라도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지금 도진의 품에 안겨 있는 이 순간이, 마치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 던져진 것만 같았다."여, 여보…… 그게 아니라. 이 작가님이 오늘 전시가 끝나서 기분이 좋으시니까 농담을 하신 거야. 우리가 갑자기 준비도 없이 어떻게 집으로 모셔……."서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수습하려 들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애원하듯 이안을 향해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제발 그 미친 입 좀 다물라고.하지만 이안은 오히려 보란 듯이 어깨를 으쓱하며 도진을 정면으로 응시했다."농담 아닌데요. 진짜로 가보고 싶어서요. 강도진 작가님처럼 성공한 문학가가 사는 집은 어떤지, 그리고…… 그런 완벽한 남편 옆에 있는 백서아 관장님의 진짜 일상은 어떤지."이안이 '진짜 일상'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했다. 그것은 도진의 면전에서 대놓고 서아와의 비밀을 들추어내려는 듯한, 잔인하고 노골적인 도발이었다.주변에 있던 스태프들은 두 남자의 기묘한 대치 상황에 마른침을 삼키며 눈치를 보았다. 갤러리 안의 공기가 얼어붙다 못해 뾰족하게 날이 서 있었다.그 순간, 도진이 이안이 내민 도발을 너무나 가볍게 낚아챘다."좋습니다. 흔쾌히 수락하죠.""여보!"서아가 경악하며 도진의 소매를 붙잡았다."왜 그래, 서아야. 당신이 그토록 아끼는 천재 작가잖아. 우리 갤러리를 빛내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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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5화 완벽한 성벽, 걸어 들어온 침입자(2)

'그냥 우연이야. 도진이는 예술가로서 호기심이 발동한 것뿐이야.'서아는 그렇게 자신을 위로하며 스스로를 속였다. 하지만 그녀의 영혼은 이미 알고 있었다. 거대하고 보이지 않는 거미줄이 자신들의 목을 서서히 조여오고 있다는 사실을.토요일 오후. 강도진과 백서아의 대저택.서아는 이른 아침부터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녀는 평소 대부분의 집안일을 도우미에게 맡겼지만, 오늘만큼은 도우미를 일찍 퇴근시켰다. 이안과 도진, 그리고 자신.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는 그 끔찍한 현장을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아, 하아……."주방의 대리석 조리대 위에는 최고급 식재료들이 널려 있었다. 메뉴는 정갈한 한식 코스 요리로 정했다. 자극적이지 않고, 품위 있으며,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와 고상함을 과시할 수 있는 흠잡을 데 없는 상차림이어야 했다.서아의 손길은 기괴할 정도로 강박적이었다. 그릇의 각도를 맞추고, 투명한 크리스털 와인잔에 먼지 하나 묻지 않았는지 몇 번이고 불빛에 비추어 보았다."서아야, 너무 무리하는 것 같은데."어느새 다가왔는지 도진이 주방 입구에 서 있었다. 그는 흰색 셔츠의 소매를 단정하게 걷어 올린 차림이었다."아…… 손님 오시는데 대충 할 순 없잖아.""손님이라기보단 젊은 후배 예술가일 뿐인데, 당신이 너무 긴장한 것 같아서 그래. 손끝이 떨리네."도진이 다가와 서아의 손에서 행주를 빼앗아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차가운 손을 감싸 쥐었다."음식은 이 정도면 완벽해. 당신은 나가서 옷 갈아입고 와. 손님 맞을 준비해야지.""응…… 고마워, 여보."서아는 도진의 다정한 배려에 가슴이 저려왔다. 이렇게 완벽한 남편을 두고, 나는 왜 그 괴물 같은 녀석에게 몸과 마음을 던졌을까. 서아는 안방으로 걸어가며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았다. 단정하게 올린 머리, 우아한 연보라색 실크 블라우스. 어디를 봐도 완벽한 대작가 강도진의 아내이자 최고의 갤러리 관장이었다.'오늘만…… 오늘만 무사히 넘어가면 돼. 그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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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6화 완벽한 성벽, 걸어 들어온 침입자(3)

"사람들이 보기 싫어하는 걸 보여 주면 오래 보더라고요."이안이 대답했다.도진은 웃었다."보기 싫은 것과 보고 싶은 게 같은 경우가 있죠."서아는 두 사람 사이에 놓인 물잔을 바라보았다. 평범한 예술가들의 대화처럼 들렸지만 문장마다 자신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작품은 관객이 자기 경험을 투사할 여지를 남겨야 해요."서아가 업무 이야기로 방향을 돌렸다.이안이 곧바로 받았다."관장님은 여지를 주는 걸 싫어하잖아. 다 정해 놓는 편이지."도진의 시선이 서아에게 옮겨왔다."그건 맞아요. 집에서도 그래요."도진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서아는 와인잔을 내려놓았다. 이안은 웃음을 참지 않았다.하지만 도진은 그 모습을 보며 여전히 온화하게 미소 지을 뿐이었다."작가님은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이 참 매력적입니다. 예술가라면 그래야죠. 우리 아내가 왜 그토록 작가님의 천재성에 매료되었는지 이제 알 것 같습니다."도진이 와인잔을 가볍게 돌리며 서아를 보았다."그렇지, 서아야? 당신이 그랬잖아. 이안 작가의 붓 터치에는 기존 화단에서는 볼 수 없는 잔인할 정도의 생명력이 있다고.""어…… 응. 맞아. 이 작가님 작품은 독창적이니까."서아는 타들어 가는 속을 달래려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차가운 와인이 목구멍을 넘어갔지만, 속은 여전히 불덩이 같았다.이안이 피식 웃으며 와인잔을 내려놓았다."생명력이라. 과찬이시네요. 전 그냥 제가 보고 느낀 걸 그대로 그릴 뿐입니다. 숨 막히는 껍데기 속에 갇혀서 썩어가는 것들 말이죠."이안의 시선이 서아의 얼굴에 꽂혔다."예를 들면, 아주 우아하고 고상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더러운 욕망으로 가득 찬 사모님이라든가. 그런 인간들을 베껴 낼 때 가장 짜릿하거든요." 노골적인 조롱이었다. 전채가 이어지는 동안 대화는 계속 표면을 유지했다. 작가와 갤러리, 독자와 관객, 통제와 해석. 그 아래에서는 다른 주도권 싸움이 진행되고 있었다.서아는 자신이 어느 쪽을 막아야 하는지 결정하지 못했다.그 망설임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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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7화 식탁 아래의 포식자(1)

도진의 말이 끝나자, 다이닝 룸에는 숨소리조차 내기 힘들 만큼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벽에 걸린 괘종시계의 초침 소리만이 규칙적으로 방 안을 채웠다.똑. 탁. 똑. 탁.서아는 손바닥에 축축하게 배어나는 식은땀을 느꼈다. 그녀는 제 앞에 놓인 와인잔을 으스러지게 움켜쥐었다.'다 알고 있는 거야? 아니야, 그럴 리 없어. 그냥 소설 얘기잖아.'머릿속에서 두 가지 생각이 미친 듯이 싸우고 있었다. 정면을 바라보자, 이안의 얼굴이 보였다. 늘 여유롭고 오만하던 이안의 눈동자도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도진이 던진 말의 무게가 그에게도 결코 가볍지 않았던 것이다.도진은 두 사람의 굳어버린 표정을 아주 느긋하게 감상했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앞에 놓인 에피타이저 접시를 앞으로 당겼다."어라, 두 분 다 왜 이렇게 얼어붙으셨습니까? 제가 너무 소름 끼치는 반전 이야기를 꺼냈나 보네요."도진이 부드럽게 웃으며 안경을 고쳐 썼다."이래 봬도 대중들이 제 스릴러 소설에서 가장 열광하는 장치가 바로 이런 부분이라서 말입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나를 관찰하고 있다는 공포.""……재미있는 발상이네요, 강 작가님."이안이 먼저 침묵을 깨뜨렸다. 그는 이내 특유의 삐딱한 미소를 되찾으며 와인잔을 흔들었다."하지만 현실은 소설과 다르죠. 아무리 머리 좋은 남편이라도, 눈앞에서 아내가 딴 사내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진짜로 다 알 수는 없으니까요."이안이 도진을 정면으로 도발했다. 자신의 흔들림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 오히려 더 날카롭게 발톱을 드러낸 것이다."그렇습니까?"도진이 생글생글 웃으며 대꾸했다."그렇죠. 속마음까지야 완벽히 들여다볼 수 없겠지만…… 인간의 몸은 거짓말을 못 하거든요. 죄를 지은 인간은 사소한 버릇이나 행동에서 반드시 티가 나기 마련입니다. 눈빛의 흔들림이라든가, 갑자기 가빠지는 호흡이라든가."도진의 시선이 서아에게로 향했다."당신 생각은 어때, 서아야?""어……?"갑자기 자신에게 화살이 돌아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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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8화 식탁 아래의 포식자(2)

남편의 눈을 속이고 있다는 짜릿함.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가장 위험한 짓을 저지르고 있다는 불결한 해방감. 수장고에서 느꼈던 그 이성을 마비시키는 쾌락의 기억이, 이안의 뜨거운 체온을 따라 다시금 그녀의 척추를 훑어 내렸다."이안 작가님, 이 고기 좀 들어보시죠. 우리 아내가 특별히 엄선한 한우입니다."도진이 이안에게 음식을 권하며 말했다."아, 감사합니다. 고기가 아주 연해 보이네요. 관장님이 손맛이 좋으신가 봅니다."이안이 넉살 좋게 대답하며, 식탁 아래에서는 더 과감하게 움직였다. 그는 구두를 슬쩍 벗어 던졌다. 그리고 양말을 신은 발바닥으로 서아의 발목을 부드럽게 쓸어 올리기 시작했다.단단한 발가락 끝이 서아의 얇은 실크 스타킹 표면을 긁으며 종아리 쪽으로 올라왔다. 거칠고 뜨거운 감각이 피부에 선명하게 와닿았다."흐읏……."서아는 주먹을 꽉 쥐었다. 몸이 바르르 떨렸다. 이안은 서아의 반응을 즐기듯, 발가락에 힘을 주어 그녀의 발목 안쪽 연한 살을 지긋이 압박했다.'하지 마…… 제발 멈춰…….'서아는 눈으로 이안에게 애원했다. 하지만 이안의 눈빛은 더욱 잔인하게 번뜩였다. 그는 도진과 눈을 마주치며 와인을 마시면서도, 발로는 서아의 다리를 제멋대로 유린하고 있었다."이안 작가님은 다음 작품 계획이 어떻게 되십니까? 이번 전시가 워낙 대성공이라 부담이 크실 텐데요."도진이 질문을 던졌다."음…… 글쎄요. 저는 다음 작품으로 '누드화'를 생각하고 있습니다."이안이 대수롭지 않게 던진 말에 서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누드화요? 그것 참 클래식하면서도 파격적인 선택이군요.""네. 그냥 평범한 누드가 아니라, 아주 고결한 사람인 척하는 여자가 밤마다 남 모르게 무너지는 모습을 담고 싶거든요. 옷을 다 벗겨놓았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그 추악하고 아름다운 본능…… 그걸 캔버스에 가득 채우면 아주 걸작이 나올 것 같습니다."이안이 서아의 발목을 가로막듯 발을 걸고 강하게 눌렀다. 마치 언제든 너를 내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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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9화 식탁 아래의 포식자(3)

그녀는 식사 흐름을 되찾기 위해 미리 준비해 둔 다음 코스를 직접 가져오고, 와인 온도를 확인하고, 테이블 위 접시 위치를 바꿨다. 평소라면 도우미에게 맡길 사소한 일들까지 오늘은 스스로 통제했다.그럴수록 식탁 아래의 상황은 더 통제되지 않았다."강 작가님은 아내가 전시장에서 어떤 사람인지 알아요?"이안이 갑자기 물었다.서아가 먼저 끼어들었다."작품 얘기나 해."도진은 천천히 포크를 내려놓았다."궁금하네요. 어떤 사람입니까?"이안의 눈이 빛났다.서아는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의 대화가 자신 없이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자신이 입을 다물면 이안이 말할 것이고, 막으려 하면 도진이 왜 막는지 보게 될 것이다.그녀는 처음으로 식탁에서 완전히 고립됐다."완벽한 사람이죠."이안이 대답했다.도진이 웃었다."그건 저도 압니다."두 남자가 같은 단어를 전혀 다른 뜻으로 쓰는 동안 서아는 손바닥에 더 깊이 손톱을 박았다.식사가 끝나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그 시간 전체가 벌처럼 느껴졌다.이안은 서아가 표정을 잃는 순간마다 더 평범한 말투로 돌아갔다. 그것이 더 악의적으로 느껴졌다. 노골적인 도발이라면 화를 내고 끝낼 수 있었지만, 평범한 대화 안에 숨은 암시는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없었다."전시 끝나면 다음 작품도 같이 하죠?"그가 물었다.서아는 답하기 전에 도진을 봤다."성과 보고 결정할 거야.""성과 좋던데.""아직 최종 정산 안 했어."도진은 둘의 대화를 조용히 들었다."이안 작가님 작품은 다음 시리즈도 있습니까?""있죠. 아직 못 보여 준 게 많아요."그 말에 서아의 포크가 멈췄다.도진의 눈이 그 움직임을 따라갔다."궁금하네요.""보게 될 수도 있고."이안은 서아를 보며 말했다.서아는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행동은 도진에게 신호가 될 것 같았다.그녀는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유리잔 가장자리가 입술에 닿는 감각이 지나치게 선명했다.이 식탁에서 가장 많은 비밀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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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화 식탁 아래의 진실, 그리고 관망하는 자(1)

사방으로 흩어진 유리 파편과 핏빛 와인 얼룩 앞에서 서아는 굳어 있었다. 식탁 아래에서 자신의 발목을 훑던 이안의 발끝이 남긴 감촉이 아직 피부에 선명했다. 그녀는 사시나무 떨듯 흔들리는 눈으로 도진을 바라보았다."다친 데는 없어?"도진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아니, 평온하다 못해 기괴할 정도로 건조했다. 마치 유리잔이 깨질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어? 어, 응. 나는 안 다쳤어. 미안해 여보. 내가 치울게. 내가 당장 치울게……!"서아가 허둥지둥 식탁 위의 냅킨을 무더기로 집어 들고 바닥으로 주저앉으려 했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했다. 당장 이 난장판을 수습해야 한다는 강박뿐이었다.그때였다."관장님, 가만히 계세요. 다치십니다."맞은편에 앉아 있던 이안이 재빠르게 의자를 밀고 일어나 바닥으로 쪼그려 앉았다. 그는 짐짓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서아의 앞을 가로막았다."이안 작가님, 아니에요. 제가 엎지른 거니까 제가…….""실크 옷 다 버리셨네. 제가 치울 테니까 뒤로 물러서요."이안이 서아의 손에 들린 냅킨 무더기를 부드럽게, 그러나 강압적으로 빼앗아 들었다. 깨진 잔을 치우는 동안 도진은 바닥에 남은 파편의 위치부터 확인했다. 서아가 맨손으로 유리를 집지 못하게 손목을 가볍게 막고, 식탁 아래로 굴러간 조각은 발끝으로 더 멀리 밀어냈다.서아는 빈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했다. 도진은 작은 상처가 없는지 손가락을 한 번 더 확인한 뒤, 피가 보이지 않자 손을 놓았다.이안이 바닥을 정리하는 동안 세 사람 사이에는 이상할 만큼 실무적인 말만 오갔다. 유리 조각, 젖은 냅킨, 붉게 얼룩진 대리석 바닥. 누구도 방금 전 식탁 아래의 긴장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그 침묵 때문에 오히려 도진은 각자의 시선이 어디에 머무는지 더 선명하게 기억했다. 서아는 이안을 피했고, 이안은 서아의 반응을 확인했으며, 도진은 둘을 동시에 보고 있었다.결국 서아와 이안, 두 사람이 식탁 옆 바닥에 나란히 쪼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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