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더 이상 남편의 이 맹목적인 다정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 차라리 화를 내고, 추궁하고, 뺨을 때려주기를 바랐다."무슨 소리야. 부부 사이에 힘들 게 뭐가 있어." "당신은 항상 나한테 다 퍼주고, 이해해주고, 챙겨주는데… 나는 맨날 당신 걱정만 시키고, 거짓말… 아니, 실수만 하잖아."서아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져 도진의 손등 위로 부딪혔다."울어? 왜 울어, 바보같이."도진이 수건을 내려놓고 두 엄지손가락으로 서아의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당신이 내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난 충분해. 당신은 내게 영감을 주고, 내 세상을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유일한 사람이니까." "도진 씨… 흐흑….""그러니까 당신은 아무 걱정 하지 마. 당신한테 묻은 더러운 것들, 내가 다 이렇게 닦아줄 테니까. 당신은 항상 깨끗하고 우아한 백서아로 남아 있으면 돼."도진의 말이 서아의 가슴을 후벼 팠다. 그녀는 도진의 목을 끌어안고 어린아이처럼 오열하기 시작했다."미안해… 내가 다 미안해… 엉엉…."도진은 자신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우는 서아의 등을 천천히 토닥였다. 서아의 시야가 닿지 않는 곳. 도진의 얼굴에는 기괴할 정도로 환희에 찬, 소름 끼치는 미소가 번져 있었다.자신이 설계한 상황 속에서 완벽하게 무너져 내리는 피사체. 이 얼마나 통쾌하고 짜릿한 예술인가."자, 이제 다 지워졌어. 한 번 볼까?"도진이 서아의 어깨를 살며시 밀어내며 그녀의 목덜미를 살폈다. 오일과 따뜻한 수건의 반복된 마찰로 인해 붉은 유화 물감은 거의 다 닦여 나갔다.하지만, 물감이 지워진 자리에는 더 끔찍한 진실이 숨어 있었다. 이안이 남겨두었던, 검붉게 피멍이 든 선명한 잇자국과 키스 마크. 그 불륜의 흔적이 붉은 물감이라는 방패막이를 잃고 도진의 눈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어…."도진이 그 멍 자국을 빤히 응시하며 짧은 탄성을 내뱉었다.서아는 숨을 삼켰다. 잊고 있었다. 물감을 지우면 그 아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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