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아내가 바람난 날, 내 슬럼프가 끝났다: Bab 101 - Bab 110

182 Bab

101화 식탁 아래의 진실, 그리고 관망하는 자(2)

"혼자 살다 보니 뭐, 이것저것 치우는 데는 이골이 났죠.""다행이네요. 크리스털은 깨지면 파편이 워낙 날카로워서 다루기 까다롭거든요. 자칫 잘못 만지면 깊게 베여서 피를 보게 되죠."도진의 말이 서늘하게 공기를 갈랐다."마치 사람의 관계처럼 말입니다. 아름답고 투명할 때는 좋지만, 한 번 금이 가고 깨어지면 그 날카로운 단면이 결국 서로를 찌르고 상처 입히죠. 한 방울의 피로 끝나면 다행인데, 과다 출혈로 죽어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니까요."도진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바닥에 쪼그려 앉은 서아와 이안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저벅. 저벅.고급 실내화가 대리석 바닥에 닿는 소리가 서아의 고막을 때렸다. 서아는 숨을 죽인 채 몸을 잔뜩 움츠렸다. 도진의 실내화 끝이 서아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여, 여보…… 거의 다 치웠어……."서아가 식은땀을 흘리며 올려다보았다.도진이 허리를 숙여 바닥에 널브러진 붉은 냅킨 하나를 집어 들었다. 와인에 흠뻑 젖어 마치 피를 머금은 듯한 냅킨이었다."서아야.""응…….""많이 놀란 것 같은데, 얼굴이 백지장이야."도진이 서아의 창백한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은 더없이 다정하고 따뜻했지만, 서아는 그 체온이 한겨울의 얼음장보다 더 끔찍하게 느껴졌다."이안 작가님 말대로, 당신은 이만 일어나. 옷도 다 젖었잖아. 올라가서 씻고 갈아입고 와.""그래도…… 손님이 계시는데…….""괜찮아. 나머진 내가 할 테니까."도진이 서아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일으켜 세웠다. 다리에 힘이 풀린 서아는 비틀거리며 겨우 일어났다. 그녀는 도진의 팔에 의지한 채 이안을 내려다보았다. 이안은 쪼그려 앉은 채 입모양으로 중얼거렸다.'이. 따. 봐.'서아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그럼…… 잠시 실례할게요, 작가님. 죄송합니다.""천만에요. 얼른 가서 씻으시죠, 관장님. 찝찝하시겠습니다."이안이 씩 웃으며 손을 저었다.서아는 도피하듯 다이닝 룸을 빠져나갔다. 그녀의 뒷모습이 완전히 복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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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화 식탁 아래의 진실, 그리고 관망하는 자(3)

"특별하죠. 백서아 관장님은 제 예술의 뮤즈니까요. 그녀가 아니었다면 제 전시는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을 겁니다. 존경하고, 또…… 흠모하고 있습니다."이안이 '흠모'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했다. 그것은 남편 앞에서 대놓고 아내를 향한 욕정을 드러내는 짓이었다.하지만 도진의 반응은 이안의 기대를 철저히 빗나갔다."뮤즈라. 아름다운 말이군요."도진이 파편을 주워 들며 부드럽게 웃었다."동감합니다. 서아는 참 훌륭한 뮤즈죠. 곁에 두고 관찰하기에 아주 흥미로운 피사체랄까.""……피사체요?""네. 겉으로는 그 누구보다 완벽하고 고상한 척하지만, 그 내면에는 억눌린 욕망과 지독한 열등감이 뒤섞여 있죠. 작은 자극에도 쉽게 부서지고, 쉽게 타오르는. 그래서 아주 다루기 쉽고 재미있는 여자입니다."이안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 남편이라는 작자가, 아내를 마치 실험용 쥐나 물건 취급하며 조롱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안이 서아를 욕정의 대상으로 삼았다면, 도진은 서아를 완벽한 구경거리로 전락시키고 있었다."강 작가님. 말씀을 참…… 문학적으로 무섭게 하시네요."이안이 표정을 굳히며 도진을 노려보았다."이게 소설가의 시선입니다, 이안 작가님."도진이 마지막 파편을 쓰레기통에 넣고 손을 탁탁 털며 일어났다."미술가들은 캔버스 위에 물감을 덧칠하며 진실을 가리거나 왜곡하지만, 소설가는 다릅니다. 우리는 활자를 통해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숨겨진 추악한 본질을 남김없이 파헤치고 나열하죠. 저는 서아의 그런 나약하고 위선적인 면모를 아주 사랑합니다. 제 글에 최고의 영감을 주거든요."도진이 이안을 내려다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그러니 이안 작가님도 우리 아내를 마음껏 활용하십시오. 당신의 그 거친 붓 터치에 서아가 아주 훌륭한 영감이 될 테니까요. 물론…… 내 공간의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 선에서 말입니다."도진의 마지막 말은 경고처럼 들렸지만, 그가 어디까지 알고 하는 말인지는 끝내 읽히지 않았다.'알고 있는 건가? 아니면 나를 떠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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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화 완벽한 타자수, 그리고 관음증적 희열(1)

육중한 마호가니 원목 문이 소리 없이 닫혔다. 저택 2층, 저물어가는 밤의 고요함이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도진의 서재.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에서는 오래된 종이 냄새가 났고, 은은한 스탠드 조명만이 책상 위를 비추고 있었다.도진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 내리며 크리스털 글라스에 짙은 호박색 위스키를 따랐다. 얼음이 유리잔에 부딪히며 내는 '달그락' 소리가 유난히 경쾌하게 들렸다."하아……."위스키를 한 모금 머금은 도진의 입술 사이로 뜨거운 숨결이 새어 나왔다. 분노? 배신감? 질투? 아니, 지금 그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감정은 그런 1차원적이고 짐승 같은 감정이 아니었다.그것은 순수한 환희. 그리고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끓어오르는 창작의 아드레날린이었다.도진은 책상 앞, 푹신한 가죽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그의 손가락이 검은색 최고급 기계식 키보드 위를 피아노 건반처럼 가볍게 스쳤다. 모니터 화면 보호기가 해제되면서, 암호가 걸려 있는 숨김 폴더 하나가 나타났다.[2026_Muse_Project_Record]딸깍. 딸깍. 도진이 마우스를 두 번 클릭하자, 검은색 바탕의 전용 뷰어 프로그램이 실행되었다. 화면은 4분할로 나뉘어 있었다. 저택의 거실, 현관, 정원 뒤편, 그리고…… 방금 전까지 세 사람이 앉아 있었던 1층 다이닝 룸.화면 오른쪽 위에는 [등록 채널 7]이라는 작은 표시가 떠 있었다. 지금 열린 네 화면 외에도 저택 안에 더 많은 채널이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도진은 그 목록을 펼치지 않았다. 오늘 필요한 것은 다이닝 룸 영상뿐이었다.도진은 다이닝 룸의 영상을 더블 클릭하여 전체 화면으로 띄웠다. 그리고 타임라인을 30분 전으로 되돌렸다."관장님, 가만히 계세요. 다치십니다."스피커를 통해 이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도진은 영상의 배속을 늦추고, 각도를 조절했다. 그의 다이닝 룸에 설치된 카메라는 방범용이 아니었다. 철저하게 피사체의 사각지대를 포착하기 위해 도진이 직접 설계하고 은밀하게 설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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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 완벽한 타자수, 그리고 관음증적 희열(2)

엔터 키를 강하게 내려치는 도진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전율. 오직 천재적인 작가만이 스스로의 문장에 압도당할 때 느끼는 극한의 전율이었다."서아야. 내 불쌍하고 아름다운 뮤즈."도진은 모니터에 떠오른 빽빽한 글자들을 쓰다듬듯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너의 그 천박한 본능과 고상한 척하는 위선 사이의 간극. 그게 바로 나를 미치게 하는 예술이야. 더, 더 발버둥 쳐봐. 이안이라는 덫에 단단히 걸려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내가 만들어준 이 안락한 둥지를 포기하지 못해 썩어가는 네 모습을 보여달란 말이야."도진의 입꼬리가 귀밑까지 찢어질 듯 올라갔다. 그의 소설 진도는 그 어느 때보다 폭발적으로 나가고 있었다. 며칠째 막혀 있던 중반부의 플롯이, 오늘 밤 서아와 이안이 보여준 퍼포먼스 덕분에 막힘없이 뚫려버린 것이다.같은 시각. 저택 2층 복도 끝에 위치한 서아의 안방."하아…… 하아……."서아는 숨을 몰아쉬며 화장대 의자에 주저앉아 있었다. 샤워를 하고 나왔지만, 피부에 들러붙은 이안의 체취가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는 샤워 가운의 깃을 꽉 여미고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었다.징- 징-침대 위에 던져둔 스마트폰이 신경질적으로 진동했다. 서아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전화를 낚아챘다. 발신자는 볼 것도 없이 '이안'이었다.[나와. 정원 구석 벤치. 5분 준다.] (오후 11:15)서아의 가슴이 싸늘하게 내려앉았다. 이 미친놈이 현관을 나간 뒤에도 바깥 대문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초대받아 들어온 정원 안쪽 어딘가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서아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황급히 답장을 쳤다.[미쳤어? 당장 돌아가. 남편 아직 안 자고 서재에 있단 말이야!] (오후 11:16)문자를 보내자마자 1이 사라지며 답장이 날아왔다.[안 자면 더 좋지. 안 나오면 내가 지금 그 완벽한 남편 서재 문 두드리고 인사할까? 아까 다이닝 룸 바닥에서 당신 아내 다리가 참 부드러웠다고.] (오후 11:16) [3분 남았어. 카운트다운 시작.]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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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화 완벽한 타자수, 그리고 관음증적 희열(3)

"흐읏……!"서아가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참았다. 밀어내야 하는데, 소리를 질러서라도 이 미친 짓을 멈춰야 하는데, 온몸의 힘이 풀려 이안의 품에 속절없이 안기고 말았다. 들키면 안 된다는 극한의 공포가, 오히려 말초신경을 미친 듯이 자극하며 쾌락으로 변질되고 있었다.이안의 뜨거운 입술이 서아의 목덜미와 쇄골을 집요하게 탐닉했다. 어두운 정원, 남편이 머무는 저택의 바로 뒤편.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만이 두 사람의 질척이는 마찰음을 아슬아슬하게 덮어주고 있었다."서아야, 대답해."이안이 입을 맞추던 것을 멈추고 서아와 코끝을 맞댄 채 속삭였다."그 새끼가 좋아, 내가 좋아.""하아…… 이안, 제발…….""말해. 지금 나한테 안겨서 젖고 있는 거, 남편은 아냐고."이안의 모욕적인 언사에 서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수치심과 흥분, 그리고 죄책감이 한데 뒤엉켜 그녀의 이성을 완전히 마비시키고 있었다. 이안이 벽에 눌러 두었던 손목을 놓자, 그녀는 결국 저항을 포기한 채 그의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정원 구석의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로 엉겨 붙어 기괴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아름답군."같은 시각. 도진은 2층 서재의 창문 앞에 서 있었다. 두꺼운 암막 커튼을 아주 살짝, 쌍안경의 두 렌즈가 시야를 확보할 만큼만 벌린 틈새로 정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그의 손에는 고성능 쌍안경이 들려 있었다. 쌍안경의 렌즈가 향한 곳은 정확히 정원 구석, 소나무에 가려진 목재 벤치 앞이었다."그래. 그렇게 해야지."도진의 입술이 흥분으로 파르르 떨렸다. 쌍안경 너머로 담벼락에 짓눌려 이안에게 유린당하고 있는 서아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쾌락에 젖어 고개를 젖힌 서아의 창백한 얼굴. 짐승처럼 아내의 몸을 탐하는 젊은 화가의 탐욕스러운 움직임.도진은 그 모든 것을 마치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관람하듯 즐기고 있었다.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배덕의 정사.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에게 능욕당하고, 급기야 스스로 그 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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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화 완벽한 가짜, 그리고 짐승의 청혼(1)

오전 10시. 서아는 파우더룸 거울 앞에 서서 멍하니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있었고, 입술은 누군가에게 뜯긴 것처럼 붉게 부어올랐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이 머문 곳은 쇄골 아래쪽, 목덜미와 가슴이 이어지는 은밀한 부위였다.검붉은 멍 자국. 어젯밤, 정원 구석의 어둠 속에서 이안이 짐승처럼 입술을 묻고 빨아들인 흔적이었다."미친 자식……."서아는 떨리는 손으로 컨실러를 집어 들었다. 두껍게 덧발라 멍 자국을 지워보려 했지만, 거친 손아귀에 잡혀 억눌렸던 피부의 미세한 통증은 화장품으로 가려지지 않았다.덜덜 떨리는 손끝이 어젯밤의 기억을 고스란히 소환했다. 남편의 서재가 올려다보이는 바로 그 정원 아래서, 자신은 이안의 목을 끌어안고 헐떡였다. 밀어내야 한다는 이성은 공포와 쾌락이 뒤섞인 아드레날린 앞에 속수무책으로 녹아내렸다."안 돼. 이건 아니야. 여기서 멈춰야 해."서아는 컨실러를 세면대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이대로 끌려다닐 수는 없었다. 이안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어제는 집 앞 정원이었지만, 다음에는 안방 침실까지 쳐들어올지도 모르는 미친놈이었다.결판을 내야 했다. 확실하게 선을 긋고, 두 번 다시 갤러리 외의 사적인 공간에서 얽히는 일이 없도록 단단히 못을 박아야만 했다.서아는 목 위까지 올라오는 실크 스카프를 단단히 두르고, 검은색 트렌치코트를 챙겨 입었다. 평소라면 남편 도진에게 다녀오겠다는 인사라도 남겼겠지만, 오늘은 그럴 정신조차 없었다. 도진은 아침 일찍부터 서재에 틀어박혀 소설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그녀는 도망치듯 저택을 빠져나와 차에 올라탔다.해방촌 옥탑을 정리한 뒤 얼마 전 새로 옮긴 곳. 마포구 망원동의 후미진 골목, 낡은 상가 건물 지하에 자리한 이안의 개인 작업실. 창문 하나 없는 비좁은 작업실 안에는 지독한 기름 냄새와 테레빈유 향이 진동하고 있었다.망원동 지하 작업실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서아는 해방촌 옥탑을 떠올렸다. 옥탑은 낡았어도 창문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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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화 완벽한 가짜, 그리고 짐승의 청혼(2)

서아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이안의 말은 정확히 서아가 가끔 도진에게 느끼던 기묘한 위화감을 후벼 파고 있었다."그건…… 그 사람은 원래 다정한 사람이라서 그래. 교양 있고, 이성적이고……." "지랄하네."이안이 서아의 말을 거칠게 잘랐다."그건 다정한 게 아니라 당신한테 관심이 없는 거야. 아니면, 당신을 그냥 예쁜 마네킹쯤으로 취급하거나." "함부로 말하지 마!" "함부로? 내가 틀린 말 했어? 진짜 당신을 사랑하고, 진짜 당신을 원하면 그렇게 고상하게 굴 수가 없어. 남자는 다 똑같아. 내 여자가 다른 놈팽이들 득실거리는 갤러리에서 웃음 팔고 다니는데, 질투 한 번 안 한다고? 그게 정상이야?"이안의 얼굴이 서아의 코앞까지 다가왔다."그 새끼는 그냥 완벽한 쇼윈도를 원할 뿐이야. 강도진이라는 유명 작가의 곁에 세워둘, 그럴싸한 트로피. 그게 당신이라고.""아니야…… 도진 씨는 날…….""어제 당신 젖었던 거 알아? 내 밑에서.""흣……!"서아의 뺨이 수치심으로 붉게 달아올랐다. 이안은 서아의 턱을 더 강하게 쥐어 자신과 시선을 맞추게 했다."남편이랑 할 때도 그렇게 느껴? 그 가짜 새끼 품에서도 그렇게 미친 듯이 헐떡이냐고 묻잖아!" "닥쳐, 제발 닥쳐……!" "당신도 알잖아. 강도진 앞에서는 당신도 가짜라는 거.""정숙한 척, 교양 있는 척, 현모양처인 척. 근데 내 앞에서는 어때?"이안의 손이 서아의 뺨을 타고 내려와, 트렌치코트 깃 사이로 드러난 맨살을 쓸어내렸다."숨소리 하나 못 감추고 다 드러내잖아. 이게 진짜 백서아야. 이게 당신 본모습이라고."징- 징- 징-그때, 서아의 트렌치코트 주머니에서 날카로운 진동음이 울렸다. 서아는 화들짝 놀라며 이안을 밀쳐내려 했지만, 이안의 손이 더 빨랐다. 그가 서아의 주머니에서 억지로 스마트폰을 빼냈다.액정에 뜬 이름은 [내 사랑 도진 씨].이안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말려 올라갔다."돌려줘!" "조용히 해. 진짜 남편인지, 아니면 입력된 멘트를 뱉는 AI인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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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화 완벽한 가짜, 그리고 짐승의 청혼(3)

이안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서아의 양쪽 뺨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강제로 시선을 맞췄다."서아야. 그런 가짜 소꿉장난, 이제 그만해."이안의 눈빛에 짙은 소유욕과 집착이 일렁거렸다."이혼해.""……뭐?"서아의 숨이 멎었다. 이혼. 살면서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입에 올려본 적 없는 단어였다."강도진이랑 이혼하라고. 그 가짜 새끼 밑에서 인형 노릇 하는 거 다 때려치우고 나와." "너 미쳤어? 내가 미쳤다고 이혼을 해? 갤러리는? 내 평판은?!" "그런 껍데기들이 뭐가 중요해!"이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의 고함에 서아의 어깨가 움찔거렸다."그 껍데기들 때문에 평생 숨 막혀 죽을 작정이야? 당신, 나랑 있을 때 살아 있다는 거 느끼잖아. 피가 도는 거 느끼잖아!"이안은 서아를 껴안고 그대로 소파 위로 밀어 넘어뜨렸다. 육중한 무게감이 서아의 숨통을 조여왔다."나한테 와, 서아야. 나는 당신을 방치 안 해. 당신이 어딜 가든, 누굴 만나든 미친 듯이 질투하고, 당신 바닥까지 핥아먹을 테니까."이안의 뜨거운 입술이 서아의 목덜미에 내려앉았다. 어제 남겼던 그 검붉은 멍 자국 위로, 또다시 거친 키스가 퍼부어졌다."하지 마…… 놔, 이거 놔!""못 놔. 당신이 이혼 서류에 도장 찍고 내 옆에 온전히 올 때까지, 절대 안 놔줄 거야.""이안, 제발……!""가짜는 버려. 내가 당신의 유일한 진짜가 될 테니까."이안의 손이 트렌치코트의 단추를 거칠게 뜯어내듯 풀어헤쳤다. 서아는 반항하기 위해 이안의 어깨를 밀어냈지만, 그의 몸은 단단한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거짓말처럼 평온했던 도진의 목소리와, 눈앞에서 당장 자신을 집어삼킬 듯 날뛰는 이안의 짐승 같은 숨결. 극단적인 두 가지 온도가 서아의 이성을 산산조각 내고 있었다."이혼해…… 이혼해, 백서아."이안의 세뇌와도 같은 속삭임이 작업실 안을 무겁게 채웠다. 서아의 뺨 위로 굵은 눈물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도망칠 곳을 잃어버린 사냥감처럼, 이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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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화 진흙탕과 다이아몬드(1)

끼이익-!강남 한복판의 왕복 8차선 도로. 서아의 하얀색 포르쉐 파나메라가 거칠게 브레이크를 밟으며 갓길에 멈춰 섰다."하아…… 하아……."서아는 핸들에 머리를 박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방금 전까지 이안의 작업실에서 겪었던 일들이 폭풍우처럼 머릿속을 헤집어놓고 있었다."이혼해. 그 가짜 새끼 밑에서 인형 노릇 하는 거 다 때려치우고 나와."귓가에 맴도는 이안의 목소리가 징그러울 만큼 생생했다. 서아는 떨리는 손을 들어 자신의 목덜미를 매만졌다. 실크 스카프 아래로 감춰진, 이안이 짐승처럼 씹어 삼키듯 남겨놓은 검붉은 멍 자국. 손끝에 닿는 미세한 통증마저도 서아의 온몸을 찌릿하게 만들었다."미친 새끼……."욕설을 내뱉었지만, 그녀의 하반신은 여전히 뻐근한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이안의 그 무식하고 폭력적인 맹목. 그것은 서아가 지금껏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날것의 자극이었다.언제나 완벽하고 이성적인 남편, 강도진 앞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안의 품에 안길 때면 그녀는 자신이 우아한 갤러리 관장 백서아가 아니라, 그저 쾌락에 미쳐 헐떡이는 한 마리 암컷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그 본능적인 해방감은 지독하게 달콤했다. 마약처럼 혈관을 타고 흐르며 이성을 마비시켰다.하지만."이혼이라니. 정신이 나간 게 분명해."서아는 고개를 들어 백미러 속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최고급 숍에서 관리받은 윤기 나는 머릿결, 한정판 샤넬 트렌치코트, 그리고 자신의 손목에서 영롱하게 빛나고 있는 파텍 필립 시계.이 모든 것이 누구의 돈으로, 누구의 이름값으로 유지되는 것인가.서아는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 멀리, 강남 노른자 땅에 우뚝 솟아 있는 자신의 갤러리 건물이 보였다. 그녀가 '백서아 관장'으로서 누리는 사회적 지위와 명예,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그 화려한 성벽은 오직 '천재 소설가 강도진의 아내'라는 타이틀이 있었기에 세워질 수 있었다.이안의 열정은 짜릿하지만, 그뿐이다. 기름 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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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화 진흙탕과 다이아몬드(2)

"그러니까. 남자가 돈이 아무리 많아도 천박하면 티가 나기 마련인데, 강 작가님은 뼛속부터 기품이 흘러. 그런 남편 내조하면서 이렇게 갤러리까지 훌륭하게 키워내고. 백 관장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봐."최 사모의 끊임없는 찬양을 들으며, 서아는 속으로 조용히 쾌재를 불렀다. 최 사모가 수억 원짜리 그림을 턱턱 사들이는 이유는 작품이 좋아서가 아니다. '강도진의 아내'인 백서아와 친분을 유지하며 그들의 우아한 바운더리 안에 속해 있다는 우월감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만약 이안의 말대로 강도진과 이혼을 한다면? 눈앞에서 호호 웃고 있는 저 늙은 여우 같은 최 사모가 가장 먼저 갤러리의 발길을 끊을 것이다. 그리고는 강남 사모님들 모임에서 '젊은 놈팽이랑 눈 맞아서 쫓겨난 천박한 여자'라며 안줏거리로 씹어댈 것이 뻔했다.'이안. 네가 감히 나한테 이런 세상들을 버리라고? 네가 뭔데.'서아의 눈동자가 차갑게 식었다. 이안과 뒹굴었던 침대에서의 쾌락은 이미 머릿속에서 말끔히 증발해버렸다. 지금 그녀의 눈앞에 있는 것은 수억 원의 가치를 지닌 그림과, 자신을 돋보이게 해 줄 권력자들의 찬사뿐이었다."사모님, 이번 김 화백님 신작은 정말 사모님 저택 거실에 딱 어울릴 만한 대작이에요. 제가 특별히 다른 VVIP분들 홀드 다 막아놓고 사모님께 제일 먼저 보여드리는 거예요.""어머, 역시 우리 백 관장밖에 없어. 볼 것도 없지 뭐. 백 관장 안목 믿고 내가 바로 사인할게."단 30분 만에 3억 원짜리 그림의 매매 계약이 성사되었다. 서아는 최 사모를 배웅하고 돌아와 계약서에 찍힌 0의 개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이게 내 현실이야."서아는 계약서를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이안의 작업실에서 맡았던 지독한 테레빈유 냄새가 났던 자리에, 이제는 빳빳한 돈 냄새와 고급 향수 냄새가 채워져 있었다.찌릿.목덜미의 멍 자국이 욱신거렸다. 마치 이안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가짜는 버려"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서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스카프를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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