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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뮤즈》全部章節:第 101 章 - 第 110 章

131 章節

제101화. 금이 가는 성벽, 오물의 흔적(2)

 그곳에는 땟구정물이 흐르는 청재킷을 걸치고, 머리가 잔뜩 헝클어진 이안이 서 있었다. 그의 몸에서는 멀리서도 느껴질 만큼 매캐한 담배 냄새와 싸구려 소주 냄새가 진동했다."이, 이안아……."서아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설마 했는데, 이 미친 새끼가 진짜로 여길 기어들어 온 것이다.안내 데스크 직원들이 당황해 이안을 가로막았지만, 이안은 거칠게 그들을 밀쳐내며 서아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비켜! 새끼들아! 야, 백서아. 너 내 전화 왜 씹어? 내가 30분 안으로 오라고 했지?""저, 저기…… 누구시죠? 무슨 일로 이러시는 겁니까?"김 실장이 급히 앞을 가로막았지만, 이안은 안경 너머로 비죽 웃으며 서아를 뚫어지게 노려보았다."누구냐고? 나? 이 잘난 백 관장님이 아주 잘 아는 사람이지. 안 그래, 관장님?""이안 씨! 당장 나가세요! 여기는 개인 사유지이고, 지금 중요한 손님들과 미팅 중입니다!"서아는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심장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VIP들 앞에서 무너질 수는 없었다.사모님들은 불쾌하고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이안과 서아를 번갈아 바라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어머, 이게 무슨 상스러운 일이야? 저 사람 누군데 백 관장 이름을 막 불러?""글쎄 말이야. 행색 좀 봐. 부랑자 같아. 미술관 관리가 왜 이 모양이지?"귀족 같은 사모님들의 따가운 시선과 속닥거림이 서아의 살을 깎아내는 것 같았다.이안은 사모님들의 반응에 코웃음을 치며, 서아의 턱밑까지 다가와 조롱하듯 속삭였다."손님? 아, 이 돈 많은 할망구들? 야, 백서아. 너 아주 고상한 척 대단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여기서 이러고 노느라 내 전화를 안 받으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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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금이 가는 성벽, 오물의 흔적(3)

 이안이라는 오물이 자신의 가장 고결한 성벽을 더럽히기 시작했다. 수년간 쌓아 올린 명성과 사회적 평판에 회복할 수 없는 거대한 금이 가고 있었다.그날 저녁, 한남동 대저택.대리석 바닥 위로 서아의 힐 소리가 무겁게 울렸다.집 안은 기묘할 정도로 고요했다. 서아는 가방을 거실 소파에 던져두고 주방으로 향했다. 냉수가 필요했다. 타들어 가는 속을 달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왔어, 당신?"어둠 속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서아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도진이 거실 한구석, 조명도 켜지 않은 채 안락의자에 깊숙이 묻혀 앉아 있었다. 그의 무릎 위에는 태블릿 PC가 켜져 있었고, 안경 렌즈 너머로 차가운 푸른 빛이 반사되고 있었다."어, 어 도진 씨…… 언제 왔어요? 불도 안 켜고 뭐 하고 있었어?"서아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애써 다정한 척 웃어 보였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요즘 많이 바쁜가 봐? 얼굴 보기 힘드네."도진이 안경을 천천히 벗어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의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이 온화하고 다정해 보였지만, 그 이면에 서린 안개 같은 서늘함이 서아의 뒷목을 자극했다."응, 전시 기획 때문에 신경 쓸 게 좀 많아서…….""그래? 그런데 오늘 갤러리에 무슨 일 있었어?"도진의 뜬금없는 질문에 서아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어? 무슨 일이라니? 아무 일도 없었는데?""거짓말 안 해도 돼. 아까 김 실장한테 전화 왔었어. 어떤 부랑자 같은 남자가 미술관에 쳐들어와서 당신 이름을 부르며 난동을 부렸다던데."도진의 목소리는 너무나 덤덤했다. 분노도, 당황함도 없는, 마치 잘 짜인 연극의 대사를 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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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파멸의 설계자, 추락하는 여신(1)

 타닥. 타다닥. 탁.새벽 3시.방음벽으로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도진의 서재 안에는, 기계식 키보드의 스위치가 튕기는 날카로운 소리만이 규칙적으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오직 모니터 두 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불빛만이 도진의 창백한 얼굴을 기괴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의 무테안경 너머로, 광기에 사로잡힌 뱀 같은 눈동자가 화면 위를 빠르게 훑어 내렸다.『여자는 자신의 완벽한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발밑의 대리석이 갈라지고, 그 틈새로 시궁창의 악취가 기어 올라왔다. 그녀가 그토록 혐오하던 빈민굴의 진흙탕. 그 진흙탕에서 구르던 들개가 이제는 갤러리의 화려한 조명 아래까지 쳐들어와 여자의 목덜미에 이빨을 들이대고 있었다.여자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것은 소리 없는 절규에 불과했다.그녀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은 들개의 이빨이 아니라, 남편을 속이기 위해 스스로 뱉어낸 '스토커'라는 얄팍한 거짓말이었으므로.』엔터키를 강하게 내리친 도진은,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기대며 낮게 웃었다."흐흣……."만족스러운 웃음이었다.어제 갤러리 로비에서 벌어진 권이안의 난동. 그 생생한 아수라장은 도진의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정제되어, 소설 《타인의 뮤즈》의 49장 원고로 탄생했다.도진은 책상 위에 놓인 위스키 글라스를 들어 남은 술을 단숨에 털어 넣었다. 알코올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며 뇌관을 자극하자, 창작의 희열이 온몸의 세포를 찌릿하게 만들었다."백서아. 내 사랑하는 아내. 넌 어제 무슨 생각을 했을까."도진은 허공을 향해 다정하게 속삭였다."그 천박한 개새끼가 투자자들과 귀부인들 앞에서 네 이름을 함부로 부르고, 침대 위에서의 짓거리를 떠벌릴 때. 네가 수년 동안 공들여 쌓아 올린 그 고상한 성벽에 쩍쩍 금이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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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파멸의 설계자, 추락하는 여신(2)

 "사회적 평판은 이미 금이 갔어. 이제 남은 건, 네가 쌓아 올린 그 알량한 권력의 붕괴지."스윽. 스으윽.마카가 보드 위를 마찰하는 소리가 기분 나쁘게 울렸다.도진은 텅 빈 공간에 자신이 설계한 여주인공의 파멸 단계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1단계: 안전 기지(갤러리)의 오염] - 완료.[2단계: 통제력 상실 및 사회적 고립] - 진행 중.[3단계: 지위 박탈 및 철저한 절망] - 예정."서아야. 넌 갤러리에서 쫓겨날 거야. 이사회의 압박과 투자자들의 항의를 견디지 못하고, 네 두 발로 직접 사표를 쓰게 되겠지."도진은 마카를 내려놓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나 보드를 감상했다."그때가 되면 넌 누구에게 매달릴까? 끝까지 날 속일 수 있을 거라 믿고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을까, 아니면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생각에 권이안 그 새끼한테 무릎을 꿇고 애원할까."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도진의 목표는 단 하나, 아내가 가장 수치스럽고 비참한 몰골로 바닥을 기어 다니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그 완벽한 절망의 순간을 카메라로 찍듯 묘사해 소설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빨리 아침이 왔으면 좋겠군. 썩어 들어가는 네 표정이 보고 싶어서 미치겠어."도진의 입술 틈으로 스산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몇 시간 뒤, 같은 날 아침.넓고 고급스러운 주방 안에는 갓 내린 에스프레소의 씁쓸한 향기가 감돌고 있었다.쨍그랑-!"아앗!"커피잔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산산조각이 났다. 뜨거운 커피가 하얀 대리석 바닥을 검게 적셨다."아, 어떡해……."서아는 사색이 된 얼굴로 주저앉아 깨진 유리 조각을 맨손으로 주워 담으려 했다. 그녀의 손은 알코올 중독자처럼 미친 듯이 덜덜 떨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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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112, 그리고 끊어진 동아줄(1)

 부웅-.지하 주차장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하얀색 포르쉐 파나메라의 배기음이 유독 무겁게 울려 퍼졌다.서아는 운전대를 잡은 두 손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에어컨을 가장 낮게 틀어놓았는데도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려 눈썹을 적셨다.끼기기긱-.지정 주차 구역에 차를 세운 서아는 시동을 끄지 못하고 그대로 좌석에 무너져 내리듯 기댔다.숨이 턱턱 막혀왔다. 차 안의 산소가 모조리 증발해 버린 것 같았다."하아…… 하아……."서아는 목까지 단추를 채운 답답한 실크 블라우스의 깃을 신경질적으로 잡아당겼다.아침에 도진이 그녀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남겼던 말이 아직도 귓가를 맴돌고 있었다.『당신 목에…… 벌레 물린 자국이 있네.』벌레 물린 자국.서아는 선바이저의 거울을 거칠게 내렸다.컨실러와 파운데이션으로 떡칠을 해놓았지만, 하얀 피부 위로 선명하게 번진 검푸른 피멍 자국은 완전히 가려지지 않았다.그것은 벌레가 남긴 흔적이 아니었다. 어제 그 곰팡내 나는 지하실에서, 이안이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며 그녀의 목을 물어뜯고 빨아댄 폭력의 낙인이었다."흐윽……."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몰골을 확인한 서아의 입술 사이로 처참한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눈동자는 초점을 잃고 미친 듯이 흔들렸고, 입술은 공포와 불안으로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어제 이안에게 유린당한 아랫배와 허벅지 안쪽의 근육들이 아직도 비명을 지르듯 욱신거렸다.그 수치스럽고 끔찍했던 감각이 다시금 온몸의 솜털을 쭈뼛 서게 만들었다.징-. 징-. 징-.그때, 조수석 시트 위에 던져둔 스마트폰이 신경질적인 진동을 뿜어내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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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112, 그리고 끊어진 동아줄(2)

 '도진 씨한테도 이미 스토커라고 말해놨어. 어제 갤러리 직원들도 다 봤고, 투자자 사모님들도 그 새끼가 미쳐서 난동 부리는 걸 똑똑히 목격했어.'서아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자신을 합리화하기 시작했다.자신은 완벽한 피해자였다.불쌍하고 가련하게 스토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갤러리 관장.남편에게도, 세상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연기하면 된다. 이안이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든, 과대망상증 환자의 헛소리로 치부해 버리고 변호사들을 잔뜩 선임해서 입을 막아버리면 된다."그래…… 내가 왜 쫄아. 내가 왜 저딴 시궁창 쓰레기한테 벌벌 떨어야 하냐고."서아는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자신이 쌓아 올린 이 완벽한 성벽은 강도진의 권력과 재력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 거대한 힘을 빌려 이안을 짓밟아버리면 그만이다.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다이얼 앱을 켰다.1, 1, 2.세 개의 숫자를 누르는 동안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다.[통화] 버튼을 눌렀다.뚜루루루- 뚜루루루-.신호음이 한 번 울릴 때마다 서아의 피가 차갑게 식어 내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지금 전화를 끊으면, 오늘 오후 1시에 다시 지옥의 문턱을 넘어야 했다.경찰 긴급신고센터 112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수화기 너머로 단호하고 차분한 여성 경찰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저, 저기요…… 사, 살려주세요……."서아의 입에서 왈칵 울음이 터져 나왔다. 연기가 아니었다. 진심으로 살고 싶어 내지르는 처절한 절규였다.신고자분? 진정하시고 무슨 일이신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현재 계신 위치가 어떻게 되시죠?"여, 여기…… 청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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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112, 그리고 끊어진 동아줄(3)

 『이안아, 도진 씨 오늘도 서재에서 밤늦게까지 원고 쓴대. 전시 점검 핑계 대고 지금 네 작업실로 갈까?』『와. 오늘도 망원동 지하 작업실 문 열어둘 테니까.』『우리 이안이, 어제 너무 좋았어. 네가 내 허리 안을 때 진짜 미치는 줄 알았어.』『나도. 도진이 형은 절대 모르는 우리 사모님 헐떡이는 소리, 나만 들을 수 있어서 미치겠더라.』지난 몇 주 동안,자신과 이안이 은밀하게 주고받았던 그 수백 개의 발정 난 짐승 같은 메시지들.이안의 작업실에서 찍힌 자신의 나체 사진들, 그가 메시지로 보내온 누드화 촬영본들. 남편인 강도진을 조롱하며 시시덕거렸던 그 추악한 불륜의 흔적들이 경찰의 컴퓨터 모니터 위에 적나라하게 복구될 것이다.여보세요? 신고자분? 내 말씀 듣고 계십니까?경찰관의 목소리가 멀어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서아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혈의 역류를 느꼈다.수사가 시작된다. 형사들이 이안을 잡아다 취조할 것이다.이안은 경찰서 책상에 다리를 꼬고 앉아 미친 듯이 웃어댈 것이다.『스토커요? 하! 형사님, 폰 복구된 거 안 보입니까? 저 여자가 먼저 나한테 다리 벌리고 매달린 거라고요! 지 남편한테 불륜 걸릴까 봐 쫄아서 지금 나 스토커로 구라치는 겁니다!』그리고 그 진실은, 서아의 법적 보호자인 '남편' 강도진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다.경찰서 조사실.형사들 앞에 불려 온 강도진.그의 안경 너머로 비치는 서늘한 눈빛.형사들이 도진의 앞에 서아와 이안의 카카오톡 복구 내역과 나체 사진들을 펼쳐놓는다.『강 작가님…… 유감이지만, 아내분이 스토킹을 당한 게 아니라…… 권이안 씨와 장기간 내연 관계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아내분이 수사 기관을 기만하고 허위 신고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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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가면 뒤의 독설, 은밀한 도발(1)

 탁. 탁. 탁.서아는 분이 풀리지 않는지 파우더 팩트를 화장대 위에 거칠게 내려놓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여전히 우아하고 고결해 보였다. 목까지 단단히 채운 진주 단추의 실크 블라우스, 티끌 하나 없이 매끄럽게 연출된 피부,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단발머리.하지만 그 번지르르한 껍데기 아래의 내용물은 이미 완전히 썩어 문드러져 가고 있었다. 겉으로만 멀쩡할 뿐, 속은 이안이 남긴 끔찍한 오물과 수치심으로 가득 차 터지기 직전이었다."하아……."서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두 손바닥으로 마른세수를 했다.불과 한 시간 전이었다. 망원동의 그 음침하고 곰팡내 나는 지하실에서, 이안의 비틀린 욕망과 폭력성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도망치듯 빠져나온 것이.그의 더러운 손길이 닿았던 피부가 아직도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가렵고 불쾌했다. 샤워를 두 번이나 하고 향수를 들이부었지만, 서아의 뇌리에는 이안의 땀 냄새와 싸구려 테레빈유 냄새가 각인되어 떠나지 않았다. 이안은 그녀를 유린하는 내내 귀에 대고 낄낄거리며 속삭였다.『오늘 오후에 아주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있을 거야, 사모님. 늦지 않게 대기하고 있어.』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불안감에 휩싸여 있던 찰나, 집무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관장님! 큰일 났어요!"김 실장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뛰어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 들린 결재용 태블릿 PC가 사시나무 떨리듯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무슨 일이에요, 김 실장? 품위 없게 왜 이렇게 호들갑이에요?"서아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차갑게 다그쳤다. 속으로는 심장이 발밑으로 쿵 떨어졌지만, 어떻게든 평소의 철두철미하고 우아한 관장의 모습을 유지해야 했다. 직원의 눈앞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그게 아니라…&h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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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가면 뒤의 독설, 은밀한 도발(2)

 "스토커라고? 그냥 단순한 스토커인데 그렇게 입에 담지도 못할 저속한 말을 지껄여? 우리 정보망에 따르면 그놈이 아주 구체적인 단어들을 썼다던데."투자자 중 한 명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날카롭게 물었다."망상증 환자들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자신을 피해자로 포장하고 제게 타격을 주기 위해 가장 자극적이고 추잡한 단어를 선택해 뱉어내는 거죠. 이미 저희 남편과 상의해서 법무법인을 통해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과 명예훼손 고소를 진행 중입니다. 남편도 이 자작극에 굉장히 분노하고 있어요. 법적 절차가 시작되면 조용해질 테니,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남편인 '천재 소설가 강도진'의 이름을 팔자, 투자자들의 기세가 살짝 누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강도진이라는 이름이 가진 사회적 무게감과 그의 완벽한 이미지는 그만큼 강력한 방패였다.소 이사장이 담배를 한 대 피워 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연기가 테이블 위로 흩어졌다."음…… 강 작가가 직접 나섰다면 아주 터무니없는 루머는 아니겠군. 강 작가 체면이 있으니 말이야. 하지만 백 관장, 소문이라는 건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한 번 번지면 걷잡을 수 없는 법이네. 당장 이번 달에 있을 대규모 투자 유치 건과 해외 유명 미술관과의 교류전이 코앞이야. 이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우리 지분도 무사하지 못해.""잘 알고 있습니다, 이사장님. 제 모든 명예와 남편의 이름을 걸고 이번 주 내로 완벽하게 정리하겠습니다. 절대 투자자분들께 피해가 가는 일은 없도록 제가 확실히……."철컥-.서아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대회의실의 웅장한 원목 문이 유령처럼 부드럽게 열렸다."어라? 중요한 회의 중이셨나 보네. 내가 타이밍을 아주 기가 막히게 맞춰 왔어."방 안의 모든 시선이 일제히 문쪽으로 향했다.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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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가면 뒤의 독설, 은밀한 도발(3)

 제 육체와, 제 거친 붓 터치에서 풍기는 짐승 같은 날것의 냄새를 몹시 사랑하셨거든요. 관장님이 제 작업실에 오실 때마다 우리는 캔버스 앞에서 아주 깊고, 비밀스럽고, 끈적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고상한 세상의 시선 같은 건 다 벗어 던져버리고 말이죠."이안의 문장 하나하나가 예리한 송곳이 되어 서아의 심장을 난도질했다. 직접적인 '불륜'이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남녀 간의 짙은 육체적 관계를 은연중에 완벽하게 암시하는, 소름 끼치도록 천박하고 노골적인 폭로였다."권이안…… 제발…… 그만해……."서아의 핏기 없는 입술 사이로 모기만 한 신음이 흘러나왔다.분노가 아니었다. 제발 멈춰달라는, 지독하게 비참한 구걸이었다.하지만 이안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오히려 서아의 완벽한 붕괴를 즐기듯 눈을 번뜩이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특히 관장님은 제 지하실의 그 퀴퀴한 냄새 속에서 입고 오신 명품 옷을 벗고…… 아, 아니지. 자신의 억눌린 본모습을 온전히 드러내시는 걸 즐기셨습니다. 제가 캔버스 앞에 앉아 붓을 들면, 관장님은 제 시선이 닿는 곳마다 온몸으로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시곤 했죠. 제 시선이 목덜미를 지나, 가슴을 거쳐, 다리 사이로 내려갈 때마다…… 관장님이 어떤 표정을 지으며 헐떡이셨는지, 여기 계신 이사장님들은 감히 상상도 못 하실 겁니다. 그건 오직 저만의 특권이었으니까요.""이, 이 자식이 지금 신성한 회의실에서 무슨 추잡한 소릴 지껄이는 거야……!"정 대표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하며 핏대가 섰다.회의실 안의 투자자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이안의 노골적이고 은유적인 발언 속에서 완벽하게 진실을 캐치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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