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긴 철문 너머로 외부의 소음이 완전히 끊겼다.한남동의 저택도, 갤러리의 클래식 선율도, 도진의 다정한 목소리도 이제 닿지 않았다. 서아는 방금 잠긴 문을 등진 채 숨을 삼켰다. 등 뒤의 철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문고리를 더듬어 볼 틈도 없이 이안의 발소리가 가까워졌다."……!"서아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구두 굽이 바닥에 널브러진 빈 물감 튜브를 밟고 미끄러졌다."아앗."비틀거리는 순간, 이안의 거친 팔이 그녀의 허리를 낚아채듯 감아올렸다."어딜 도망가려고."이안의 목소리는 낮고 짐승처럼 긁히는 소리를 냈다."이거, 이거 놔. 당장 문 열어."서아가 그의 가슴팍을 밀어내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고, 밀어내는 손끝에는 아무런 힘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이안은 코웃음을 쳤다."네 발로 기어들어 와 놓고 이제 와서 내빼겠다고?""내가, 내가 미쳤었나 봐. 제정신이 아니었어. 갈래. 당장 문 열어, 권이안!"서아는 발버둥을 치며 이안의 품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하지만 이안은 오히려 서아의 허리를 감은 팔에 힘을 더 꽉 주며, 그녀를 자신의 몸 쪽으로 빈틈없이 밀착시켰다."거짓말."이안의 뜨거운 숨결이 서아의 이마 위로 쏟아졌다."남편한테 야근한다고, 아니면 친구 만난다고 구라까지 치고 여기까지 와놓고. 문 열어주면, 진짜 나갈 수 있어?"정곡을 찌르는 이안의 말에 서아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할 수 있어. 갈 거야. 그러니까 놔…….""그래? 그럼 가봐."이안이 돌연 서아를 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갑자기 사라진 압박감에 서아는 오히려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이안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서아를 빤히 내려다보며 턱짓으로 굳게 닫힌 철문을 가리켰다."열어줄 테니까, 가라고.""…….""가서, 그 숨 막히는 샌님 남편 옆에 누워서 평생 완벽한 마누라 연기나 하면서 살아."서아는 멍하니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손잡이를 돌리고 나가면 끝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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