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은 마지막 줄 아래에 잠시 펜을 멈췄다가 한 문장을 더 적었다.기록한 사실을 소설로 옮길 때는 실제 인물의 행동과 작가의 해석을 분리한다.그 문장을 적고 나서야 수첩을 덮었다.며칠 전의 원칙은 이제 막연한 결심이 아니었다. 실제로 관찰을 계속하기 위해 수정되고 정교해진 운영 규칙이 되어 있었다.그 과정이 자신을 더 안전한 남편으로 만드는지, 더 잔인한 작가로 만드는지는 아직 판단하지 않았다.달칵.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도진은 반사적으로 모니터를 끄고, 수첩을 덮었다. 만년필을 제자리에 둔 그는, 얼굴의 근육을 풀고 완벽하게 다정한 남편의 표정으로 갈아입었다.서재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 거실로 들어서자, 가운을 입은 서아가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물기를 머금은 피부는 뽀얗게 빛났고,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고급스러운 바디워시 향이 풍겼다. 테레빈유 냄새는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차 끓여줄까?"도진이 부드럽게 묻자, 서아가 거울 너머로 그를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응. 따뜻한 캐모마일로 부탁해." "알았어. 머리 다 말리고 침실로 와."도진은 주방으로 향하며 서아의 뒷모습을 곁눈질로 살폈다. 그녀의 목덜미. 머리카락에 가려진 그 뽀얀 목덜미 어딘가에, 지우지 못한 흔적이 남아 있지는 않을까. 도진은 시선을 집요하게 핥아내리며 속으로 문장을 조합했다.[그녀의 목선은 가녀리다. 그 가녀린 목선을 거친 화가의 손아귀가 움켜쥐었을 때, 그녀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공포? 아니면 쾌락?]물을 끓이고 차를 우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도진의 머릿속은 미친 듯이 회전하고 있었다. 단어와 단어가 부딪히고, 문장과 문장이 연결되며 거대한 플롯이 축조되었다.도진은 쟁반에 찻잔 두 개를 받쳐 들고 침실로 들어갔다. 서아는 이미 침대에 누워 스탠드 조명 아래서 태블릿을 보고 있었다. 갤러리 업무일까, 아니면 그놈과의 메시지 기록을 지우고 있는 것일까."자, 여기."도진이 침대 탁자 위에 찻잔을 내려놓으며 그녀의 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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