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화 발가벗겨진 뮤즈(2)어제 수장고에서 이안이 서아의 목에 강제로 붉은 물감을 짓이겨 바르며 '메인 조명을 15도 내리라'고 지시했던 바로 그 그림이었다.사람들이 그림 앞에 둥그렇게 반원 형태로 모여들었다.웅성거리던 소음이 일순간 잦아들며, 기묘한 정적이 갤러리 안을 감돌았다.그림은 압도적이었다.거친 나이프 자국과 꾸덕한 유화 물감이 그대로 살아 숨 쉬는 듯한 배경 속, 한 여자의 형상이 캔버스 중앙에 묘사되어 있었다.얼굴은 그려져 있지 않았다.오직 등 뒤에서 바라본 여자의 하얀 목덜미와 매끄러운 쇄골, 그리고 어깨의 곡선만이 극도로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었다.그리고 그 여자의 하얀 목덜미 위로, 마치 피를 흩뿌려놓은 듯한 검붉은 '알리자린 크림슨' 물감이 폭력적일 만큼 짙고 거칠게 짓이겨져 있었다.아름다우면서도 기괴하고, 에로틱하면서도 잔혹한 그림이었다."세상에…."박 편집장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탄성을 내뱉었다."이건 단순한 추상이 아니군요. 철저하게 대상을 관찰하고 해체한 뒤에, 작가의 욕망을 때려 부은 느낌입니다. 이안 작가, 이 그림 속의 피사체… 실제 모델이 있는 겁니까?"편집장의 질문에 갤러리 안의 모든 이목이 이안에게 집중되었다.서아는 숨쉬는 법조차 잊어버린 사람처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안 돼. 제발….'서아의 시선이 이안을 향해 필사적으로 애원하고 있었다.이안은 샴페인 잔을 가볍게 흔들며, 서아를 향해 씩 웃어 보였다."네. 당연히 있죠.""오! 누군지 여쭤봐도 됩니까? 이렇게 관능적이고 완벽한 선을 가진 모델이라니.""글쎄요. 비밀입니다. 제 예술에, 그리고 제 밑에서 기꺼이 완전히 타락해 준… 세상에서 가장 위선적이고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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