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아내가 바람난 날, 내 슬럼프가 끝났다: Bab 51 - Bab 60

182 Bab

051화 완벽한 세계의 균열, 불청객(3)

'기운을 많이 뺐다.' '푹 못 잤다.' 이 모든 평범한 안부 인사들이, 서아의 귓가에는 노골적인 음담패설로 필터링되어 꽂혔다. 다리가 후들거려 당장이라도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권 작가님. 저랑 잠시, 제 집무실로 가시죠."결국 한계에 달한 서아가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이를 악물고 속삭였다."집무실요? 아, VIP 대우를 해주시겠다. 영광이네요."이안은 여유롭게 어깨를 으쓱하며 서아의 뒤를 따랐다.철컥.집무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서아는 문을 거칠게 잠그고 블라인드를 확 내렸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 이안의 가슴팍을 사정없이 밀쳤다."미쳤어?! 네가 제정신이야? 여길 어디라고 기어들어 와!"바깥에서의 우아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서아는 히스테릭하게 소리를 질렀다.하지만 이안은 밀려나기는커녕, 제자리에 바위처럼 버티고 서서 서아를 내려다보았다."말이 짧네, 관장님.""닥쳐. 당장 나가! 연락하지 말라는 말 못 들었어?""들었지. 그런데 차단까지 당하니까 기분이 참 좆같더라고."이안이 한 걸음 다가서며 서아를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 순식간에 좁아진 거리. 서아의 코끝으로 이안의 체취가 훅 끼쳐 들어왔다. 어젯밤 그녀의 온몸을 끈적하게 적셨던, 그 지독하고 위험한 테레빈유 냄새와 스킨 향."오지 마. 가까이 오지 마……."서아가 벽에 등을 기댄 채 바들바들 떨었다."왜 그래? 어제는 내 허리에 다리까지 감고 죽는소리를 내더니, 날 밝았다고 아주 딴 사람이네.""입 닥치라고 했지!"짝-!서아의 손이 이안의 뺨을 후려쳤다. 조용한 집무실 안에 날카로운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이안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는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서아를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는 짙은 흥분과 광기가 번들거리고 있었다."하…… 서아, 당신 진짜 끝내준다."이안은 자신의 뺨을 쓸어내리며 낮게 웃었다."겁에 질려서 파들파들 떠는 주제에, 자존심은 지키겠다고 눈에 쌍심지를 켜고 덤비는 꼴이. 진짜 미치게 예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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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화 완벽한 남편, 그리고 차가운 금속의 질감(1)

삑, 삑, 삑, 삐릭-현관문의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서아의 손가락이 파들파들 떨렸다. 네 자리의 숫자를 누르는 데만 평소의 세 배는 걸린 것 같았다.철컥.무거운 현관문이 열리고, 집 안의 따뜻하고 은은한 조명이 서아의 창백한 얼굴 위로 쏟아졌다. 최고급 편백나무 향 디퓨저가 뿜어내는 우아한 공기. 먼지 한 톨 허락하지 않는 대리석 바닥. 바깥세상의 그 어떤 소음도, 더러움도 침범할 수 없는 빈틈없는 요새였다."……하아."서아는 문을 닫고 벽에 등을 기댄 채 길게 숨을 내쉬었다.오늘 하루 종일 갤러리에서 어떻게 버텼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대낮의 갤러리 메인 홀을 유유히 걸어 들어오던 권이안의 모습. 집무실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자신의 턱을 틀어쥐며 조소하던 그 미친 눈빛.'수신 차단, 풀어. 오늘 밤에 또 연락할 테니까.'귓가에 맴도는 이안의 목소리에 서아는 다시금 헛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신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언제든 이 완벽한 일상을 박살 낼 수 있다는 폭력적인 우월감. 자신이 쳐놓은 덫에서 발버둥 치는 꼴을 보며 즐거워하는 포식자의 여유."왔어?"그때, 거실 안쪽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아의 어깨가 흠칫 튀어 올랐다.복도 끝에서 도진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편안한 캐시미어 니트와 슬랙스 차림이었다. 손에는 와인잔이 들려 있었고, 입가에는 언제나처럼 한결같이 다정하고 여유로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도, 도진 씨.""안색이 왜 그래. 하루 종일 혼 쏙 빠진 사람처럼."도진이 다가와 서아의 이마를 가볍게 짚었다. 그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따뜻하고 건조한 체온. 권이안의 그 뜨겁고 축축하던 손길과는 완전히 다른 온도였다."아…… 오늘, 갤러리에 VIP 손님들이 좀 많이 와서. 신경을 썼더니 두통이 좀 있네요."서아는 도진의 눈을 피하며 황급히 구두를 벗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하려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이 회장님 사모님 왔었다며.""……! 그,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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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화 완벽한 남편, 그리고 차가운 금속의 질감(2)

한남동 2층 단독 대저택인 우리 집은 지문과 홍채 인식 도어락이다. 서아의 청담동 갤러리는 보안 카드를 쓴다. 그녀가 몰고 다니는 포르쉐는 스마트 키다. 서아의 동선 내에서 이런 싸구려 아날로그 열쇠를 쓸 만한 공간은 단 한 군데도 존재하지 않는다.그렇다면 이 'B동 옥탑'이라는 열쇠의 출처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분명했다.'어젯밤, 당신의 몸에 짐승 같은 흔적을 남긴 그 수컷의 집일 가능성이 높아.'도진은 열쇠의 거친 단면을 엄지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쇠비린내가 코끝을 찌르는 것 같았다.서아가 이 열쇠를 일부러 주머니에 넣고 다녔을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그 겁 많은 여자가 이런 위험한 물건을 남편이 옷을 벗겨주는 순간까지 일부러 방치했을 것 같지는 않았다.가설은 자연스럽게 권이안 쪽으로 기울었다.'그 수컷이 찔러 넣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군.'오늘 갤러리에 권이안이 찾아왔었다는 사실을 도진은 이미 알고 있었다. 도진은 평소 갤러리 행사 일정과 서아의 컨디션을 확인할 때 최 대리와 실무 연락을 주고받곤 했다. 그날도 최 대리는 무명 화가 권이안이 예고 없이 찾아왔고, 서아가 그와 집무실에 단둘이 들어갔다고 짧게 전해왔다.집무실이라는 닫힌 공간. 공포에 질려 바들바들 떠는 아내. 그리고 그녀를 조롱하며, 코트 주머니 속에 이 천박한 목줄을 집어넣었을지도 모르는 권이안.도진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아직 웃을 단계는 아니었다. 확인되지 않은 가설이었지만, 플롯으로서는 충분히 매혹적이었다."이거, 기대 이상인데."도진은 열쇠를 쥔 손에 꽉 힘을 주었다. 보통의 남편이라면 아내의 불륜 상대가 아내의 주머니에 제 집 열쇠를 찔러 넣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는 순간, 코트를 찢어발기고 욕실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아내를 추궁했을 것이다.하지만 강도진은 아니었다. 그의 혈관 속을 타고 흐르는 것은 분노나 치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순수한 '예술적 희열'이었다.'너무 뻔하게 발을 빼면 재미가 없지.'도진은 고개를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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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4화 완벽한 남편, 그리고 차가운 금속의 질감(3)

도진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날아다니기 시작했다.[그는 그녀의 완벽한 성을 허물기 위해, 가장 노골적이고 야만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표식을 남겼다. 주머니 속에 남겨진 차가운 금속 덩어리. 그것은 그녀가 언제든 제 발로 기어들어 오게 만들 보이지 않는 목줄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관찰자는, 그 낡은 목줄이 그녀의 숨통을 어떻게 조여가는지 숨을 죽인 채 지켜보기로 했다.]"완벽해."자신이 쓴 문장을 소리 내어 읽은 도진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창작의 고통으로 말라 죽어가던 지난 3년의 시간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아내의 타락을 관음하고 기록하는 이 과정은, 그 어떤 마약보다도 강력하게 그의 뇌를 마비시키고 있었다.끼이익.그때, 멀리서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도진은 반사적으로 노트북 모니터를 덮고,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열쇠를 낚아채 서랍 안에 던져 넣는 척했다. 손끝으로 다시 빼낸 열쇠를 바지 주머니 깊숙이 숨긴 뒤 서랍만 닫았다.철컥.그가 몸을 바로 세우자 서재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도진 씨……."하얀 목욕 가운을 입은 서아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어내며 서재 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씻었어?"도진은 언제 그랬냐는 듯, 세상에서 가장 자상하고 부드러운 남편의 얼굴로 돌아가 있었다.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서아에게 다가갔다."물은 안 뜨거웠고?""네. 딱 좋았어요. 피로가 좀 풀리는 것 같아."서아는 도진의 시선을 피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따뜻한 물에 오래 있었던 탓에 그녀의 뺨은 복숭아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하지만 눈동자만큼은 여전히 쫓기는 사슴처럼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다행이네. 수프 끓여놨어. 나가서 먹자."도진은 서아의 젖은 머리카락을 살짝 쓰다듬었다."아…… 나, 사실은 좀 피곤해서. 그냥 침대에 눕고 싶은데."서아는 도진과 마주 앉아 식사를 할 자신이 없었다. 도진의 얼굴을 볼 때마다, 주머니 속에 들어 있을지도 모르는 권이안의 연락, 그리고 언제 폭발할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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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5화 그림자들의 축제, 관찰자의 시선(1)

"어디 갔지? 분명히 여기 뒀었는데……."다음 날 오전, 드레스룸에서 서아의 비명이 나직하게 터져 나왔다. 그녀는 무릎을 꿇은 채 스타일러에서 막 꺼낸 캐멀색 코트 주머니를 미친 듯이 뒤집어엎고 있었다. 양손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왼쪽 주머니, 텅 비어 있었다. 오른쪽 주머니, 얇은 영수증 한 장 외에는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다."말도 안 돼. 분명히 주머니에 넣는 감각이 있었는데."서아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권이안이 갤러리 집무실에서 그녀를 몰아붙인 뒤, 나가는 길에 억지로 찔러 넣었던 그 차갑고 투박한 열쇠. [B동 옥탑]이라는 희미한 글씨가 적혀 있던 싸구려 가죽 키링.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어젯밤 집으로 돌아와 도진에게 코트를 넘겨주기 직전까지 분명히 주머니 속에 묵직한 이질감이 존재했었다.'도진 씨가 발견한 걸까?'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서아는 등줄기에 얼음물이 쏟아지는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아니야. 그럴 리 없어. 만약 도진 씨가 그걸 봤다면 나한테 물어봤겠지. 그 사람은 숨기는 게 있으면 눈빛부터 변하는 사람이야. 어제는…… 평소처럼 너무 다정했어.'그렇다면 남편이 보지 못했다는 뜻이다. 코트를 스타일러에 넣는 과정에서 바닥에 떨어졌거나, 아니면 애초에 갤러리에서 집무실 바닥 어딘가에 흘렸을 가능성이 컸다.서아는 서둘러 옷가지를 정리하고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전원을 켜자마자 밀려오는 불안감을 억누르며 갤러리 최 대리에게 전화를 걸었다."어, 최 대리. 나예요."네, 관장님! 출근 중이신가요? 사모님 어제 전시는 아주 만족스러워하셨어요."그것보다, 혹시 어제 내 집무실 청소할 때…… 바닥이나 소파 밑에서 뭐 떨어진 거 못 봤어요?"네? 어떤 물건 말씀이세요?"그게…… 아주 낡고 조그만 열쇠인데. 은색이고, 가죽 키링이 달려 있을 거예요."아, 열쇠요? 글쎄요. 어제 관장님 퇴근하시고 미화 여사님이 청소하셨는데, 따로 보고받은 물건은 없었어요. 혹시 모르니 제가 지금 집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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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6화 그림자들의 축제, 관찰자의 시선(2)

서아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식탁에 마주 앉았다."무슨 일 있어? 갤러리에 문제라도 생겼나?"도진의 질문은 지극히 평범하고 다정했다. 아내를 걱정하는 완벽한 남편의 태도. 하지만 서아에게는 그 질문 하나하나가 자신의 속을 꿰뚫어 보려는 칼날처럼 느껴졌다."아니에요. 그냥…… 다음 주에 있을 신진 작가 기획전 때문에 조율할 게 많아서 그래요. 아, 맞다. 도진 씨."서아가 조심스럽게 밑밥을 깔기 시작했다."오늘 밤에 급하게 해외 컬렉터들이랑 미팅이 잡혔어요. 아무래도 밤늦게까지 회의가 이어질 것 같아서…… 먼저 자요. 나 좀 늦을지도 몰라요."도진은 젓가락으로 생선 살을 바르던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고개가 아주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서늘하고 깊은 눈동자가 서아의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했다."이 시간에 미팅을?""네. 외국계 투자자 쪽이라, 시차 때문에 밤늦게 화상 회의를 겸해서 만나기로 했거든요. 강남 쪽 호텔 라운지에서 보기로 했어요."서아는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거짓말을 더듬거리지 않고 뱉어냈다. 손바닥에는 땀이 고일 정도로 긴장감이 감돌았다.도진은 가만히 서아를 바라보다가, 이내 입꼬리를 부드럽게 올렸다."그래. 당신 요새 정말 열심히 하네. 강 작가 마누라로만 살기엔 아까운 재능이지.""……고마워요, 도진 씨. 이해해 줘서.""조심해서 다녀와. 밤길 위험하니까 운전 살살 하고.""네, 그럴게요."서아는 안도감에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도진은 아무것도 모른다. 그가 의심하고 있다면 이런 밤늦은 외출을 순순히 허락해 줄 리가 없었다.식사를 마친 서아는 서둘러 외출 준비를 했다. 화려한 샤넬 투피스에 높은 힐을 신고, 주머니에 들어 있지 않은 열쇠 대신 거액의 수표가 든 봉투를 핸드백 깊숙이 집어넣었다."다녀올게요.""응. 너무 무리하지 말고."현관문 앞에서 도진은 서아의 어깨를 다정하게 토닥여주었다.삑, 삑, 삐리릭-서아가 나가고 현관문이 굳게 닫히는 순간. 도진의 얼굴에서 다정한 남편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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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7화 그림자들의 축제, 관찰자의 시선(3)

"돈 줄게. 네가 원하는 만큼 줄 테니까 제발 그 사진 지우고 나한테서 떨어져!"서아가 가방에서 수표 봉투를 꺼내 탁자 위로 거칠게 내던지는 소리가 들렸다. 바스락거리는 종이 소리 뒤로, 이안의 비아냥거리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하하하! 돈? 백서아, 내가 말했잖아. 난 이딴 종이 쪼가리 필요 없다고.""그럼 도대체 나한테 왜 이래! 우리가 뭘 어쨌다고! 그냥 그날은 서로 미쳤던 것뿐이잖아!""미쳤던 것뿐이라고?"갑자기 이안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어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서아가 짧은 비명을 질렀다."아윽……!""미친 게 아니라, 넌 즐겼어. 내 밑에서 네 그 고상한 남편 새끼 이름은 기억도 안 날 만큼 자지러졌던 게 누구지? 이제 와서 피해자 코스프레 하지 마.""이거 놔…… 놔줘, 이안아. 제발……."창문 너머로 비치는 붉은 조명 아래, 두 사람의 실루엣이 레이스 커튼 위로 선명하게 투영되기 시작했다.도진은 주머니에서 초소형 카메라를 꺼내 창문 틈새로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녹화 버튼의 빨간 불빛이 어둠 속에서 조용히 깜빡였다.카메라 렌즈와 도진의 시선이 동시에 그 좁은 공간 내부를 향했다.방 안은 온데간데없이 거친 유화 물감 냄새와 테레빈유 향으로 가득 차 있었다. 벽면에는 형체를 알 수 없는 기괴하고 붉은 추상화들이 어지럽게 걸려 있었고, 중앙에는 낡은 매트리스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이안이 서아의 양 손목을 한 손으로 거칠게 낚아채 벽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화려한 샤넬 투피스를 입은 서아의 몸이 이안의 거친 손길에 의해 짓눌렸다."이 옷, 그 새끼가 사준 건가?"이안이 서아의 재킷 깃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단추 하나가 툭 떨어지며 바닥을 굴렀다."하지 마! 하지 마, 이안아…… 흑……."서아는 고개를 저으며 눈물을 흘렸지만, 그녀의 몸은 이안의 압도적인 피지컬 앞에 속수무책이었다."하지 말라고 하면서 몸은 왜 이렇게 솔직해?"이안의 거친 손길이 서아의 우아한 옷가지들을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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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8화 죽은 활자의 부활(1)

신호 두 개를 지난 뒤, 도진은 도로변의 어두운 갓길에 차를 세웠다.이번에는 분노 때문에 멈춘 것이 아니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문장들이 운전보다 빨랐다.도진은 휴대전화를 꺼내 음성 메모를 켰다. 화면에 붉은 녹음 표시가 뜨자 그는 조금 전까지 관찰한 장면을 감정이 아니라 순서로 분리하기 시작했다."붉은 조명. 레이스 커튼. 매트리스. 서아의 오른손은 이안의 어깨. 처음에는 밀어냈고, 나중에는 붙잡았다."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사실과 해석을 섞지 않으려는 습관 때문이었다."여기까지는 내가 본 것."다음 문장은 전혀 다른 목소리로 나왔다."여자는 자신이 지키던 질서를 깨뜨리는 순간에야 살아 있다고 느낀다."도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제 그것은 관찰 기록이 아니라 소설의 문장이었다.그는 메모 화면을 내려다보며 항목을 세 개로 나눴다. 본 것.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 소설에서 바꿔 쓸 것.첫 번째 항목에는 최대한 건조한 사실만 넣었다. 창문의 위치. 방 안의 조명. 이안이 서 있던 자리. 서아가 고개를 돌린 순간. 두 사람 사이의 거리와 손의 위치.두 번째 항목은 일부러 비워 두었다. 서아가 왜 그곳에 갔는지. 언제부터 이안과 연락했는지. 오늘이 처음인지 아닌지. 그 거짓말에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꾸며낸 말인지.모르는 것을 안다고 쓰는 순간 관찰은 망가진다. 도진은 그 원칙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세 번째 항목에 도착했을 때 손가락이 가장 오래 움직였다.'배신을 목격한 남편은 왜 즉시 문을 열지 않는가.' '사랑보다 관찰이 먼저인 인간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뮤즈는 누구의 것인가.'질문 세 개가 화면에 나란히 떠올랐다.도진은 마지막 질문을 한참 바라봤다.서아는 이안의 뮤즈였고, 지금 이 순간에는 자신의 소설을 움직이는 가장 강한 장면이기도 했다.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졌지만, 그는 문장을 지우지 않았다.서아의 표정과 이안의 행동을 한 줄씩 옮길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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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9화 죽은 활자의 부활(2)

하지만 오늘 밤은 달랐다. 창문 너머로 직접 본 장면은 추측이 아니었다. 도진은 의자를 끌어당겼다. 지금부터는 비어 있는 원고를 처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이야기를 전혀 다른 속도로 밀어붙일 차례였다.그때,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이 진동했다. 진동 소리가 서재 안의 고요를 깨뜨렸다. 화면을 보니 '문학정신 김 편집장'이었다. 평소 같으면 절대로 받지 않았을 전화였다. 도진은 잠시 화면을 노려보다가, 충동적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어, 김 편집장."어우, 강 작가님! 이 시간에 전화를 다 받으시고, 웬일이십니까? 요새 통 연락이 안 되셔서 걱정했습니다.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김 편집장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조심스러우면서도 은근한 압박이 묻어 있었다."그냥…… 좀 바빴어."아이고, 그러시겠죠. 사모님 갤러리 일도 도우시느라 바쁘시다고 들었습니다. 저, 작가님…… 다름이 아니라 이번 분기 특집호 원고 때문에 혹시나 해서…… 에이, 아닙니다. 그냥 목소리나 좀 들으려고 전화했습니다. 부담 가지지 마세요.김 편집장은 늘 이런 식이었다. 3년째 신작을 내지 못하는 국내 최고의 스타 작가에게 대놓고 독촉은 못 하고, 주변을 맴돌며 눈치를 보는 꼴이 가련할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은 그 독촉조차 다르게 들렸다.도진은 모니터에 열려 있는 기존 원고의 마지막 페이지를 응시했다. 손가락 끝이 찌르르하게 울렸다."김 편집장."네, 작가님. 말씀하세요."원고 쪼지 마. 나 안 죽었으니까."예? 그, 그게 무슨……?"쓰고 있어. 오늘 밤은 끝까지 밀어붙일 거야."어…… 정말입니까? 그럼 원고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겁니까? 어떤 내용인지 살짝만 힌트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 저희가 지면 비워놓고 기다리겠습니다!김 편집장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흥분으로 뒤집어졌다."힌트? 힌트라."도진의 입가에 기묘한 미소가 걸렸다. 머릿속에 방금 전 목격한 아내의 헐떡이는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완벽하게 길들여진 짐승이 혀를 내밀고 스스로 목줄을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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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화 죽은 활자의 부활(3)

"이제 제대로 밀어붙여 볼까."탁-.도진이 새 장면의 첫 자판을 눌렀다. 정적을 깨는 기계식 키보드의 날카로운 타건음이 서재 안을 강하게 때렸다.타닥, 타닥, 타타탁!손가락이 제멋대로 춤을 추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머리를 거쳐서 이성적으로 짜내는 문장들이 아니었다. 척수에서 곧바로 손끝으로 전달되는 것 같은,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활자들이 모니터 위로 쏟아져 내렸다.[그녀의 고상한 신앙은 허름한 옥탑방의 문턱을 넘는 순간 철저하게 파기되었다.]새 장면의 첫 문장이 완성되었다. 도진의 텅 비어 있던 눈동자가 모니터의 하얀 빛을 받아 섬뜩하게 번뜩였다.타타타타탁! 타닥! 탕!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3년 동안 축적되어 있던 모든 억압과 무기력함이, 방금 전 목격한 배신의 충격을 기폭제 삼아 화산처럼 폭발하고 있었다.[여자는 남편의 다정한 음성을 떠올리며 사내의 거친 손길을 받아들였다. 찢겨 나가는 실크 블라우스 사이로 드러난 피부에는 붉은 물감이 난잡하게 묻어 있었다. 배덕감은 지독한 마약과 같아서, 한 번 맛본 이상 멈출 수 없었다. 그녀는 스스로가 바닥으로 추락하며 더러워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체감하면서도 묘한 희열에 헐떡였다.]도진의 손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그가 타이핑하는 문장들은 방금 전 옥탑방 창문 너머로 훔쳐보았던 서아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녀가 흘렸던 눈물, 거부하는 척하다가 결국 매달리던 짐승 같은 몸짓. 이안의 억센 손아귀에 짓눌려 쾌락으로 일그러지던 그 얼굴이, 소름 끼치도록 생생하고 탐미적으로 묘사되었다.[사내는 여자의 턱을 쥐고 조롱했다. 여자의 눈동자는 공포에 질려 있었으나, 그 깊은 곳에는 포식자에게 뜯어 먹히기를 바라는 피학적인 욕망이 들끓고 있었다.]웅웅거리는 이명이 귓가를 맴돌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지금 이 순간, 강도진은 아내에게 배신당해 분노하는 불쌍한 남편이 아니었다. 신이 내려준 가장 완벽하고 파괴적인 플롯을 받아 적는, 광기 어린 창조주 그 자체였다."더…… 더 노골적으로."도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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