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없는 밤은 소리부터 달랐다.부엉이도 바람도 숨을 죽인 잿마을에, 별빛만이 소리 대신 내렸다. 그믐은 달이 없는 밤이 아니라 달이 등을 돌린 밤이라고, 언젠가 여리가 제 부족의 말을 옮겨 준 적이 있었다. 등 돌린 달 아래에서 하는 일은 달도 못 본다고.월하촌은 지난겨울 그대로 비어 있었다. 무너진 담과 봉한 사당과, 사당 곁의 우물. 우물 위에 얹힌 넓적한 돌은 십팔 년 치 이끼를 덮어쓴 채였다. 달빛이 없으니 별빛이 사나웠고, 별빛 아래의 잿마을은 뼈처럼 희었다.지난겨울 이 마을을 지날 때 그들은 우물에 절만 하고 갔다. 봉한 것은 열지 않는 법이라고 부수 노인이 일렀기 때문이다. 무엇을 봉했느냐고 물었을 때 노인은 답하지 않았었다. 그 답하지 않음이 오늘 밤 이 자리로 그들을 도로 불러 놓았다.배치는 전날 끝나 있었다.사백과 기수 여섯은 마을 둘레의 어둠에 스몄고, 우르는 사당 지붕 그늘에 엎드렸다. 혈비와 선우현과 한겸은 우물이 보이는 무너진 담 뒤에 앉았다. 그리고 자정이 가까워지자, 운설은 묵할멈과 나란히 마을 어귀에서 걸어 들어갔다.그림 지령 그대로. 지팡이 짚은 노파가, 물결 딛는 여자를 데려오는 그림.묵할멈의 지팡이가 반 박자 느려진 것은 어귀를 지날 때였다. 노파는 걸으며 운설의 소매를 한 번 쥐었다 놓았다. 미안하다는 손인지, 붙들고 싶다는 손인지. 운설은 그 굽은 손등에 제 손을 잠깐 포갰다. 할멈 탓이 아니라는 답이었다.우물가까지 쉰 걸음.노파의 지팡이 소리와 두 사람의 발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운설은 걸으며 들었다. 안의 강은 낮게 흐르고 있었다. 사납지 않게, 그러나 깨어 있게. 소매 속에는 은침과 붉은 실 끈이 있었고, 쉰 걸음 밖의 어둠에는 심장 뛰는 자리가 있었다.우물가에 먼저 와 있는 것이 있었다.등불도 없이, 우물돌에 걸터앉은 사람 하나. 어둠에 눈이 익자 윤곽이 잡혔다. 검은 포의. 뒷짐 진 손. 급류의 물보라 너머에서 일어서던 그 윤곽."왔구나."낮고, 서두르지 않는 목소리. 물 건너로
Last Updated : 2026-07-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