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뜬 밤, 우물의 두레박에 꾸러미가 올라왔다.이제 그 통로는 이쪽의 것이었다. 진눈은 여느 때처럼 받으러 가는 시늉을 했고, 꾸러미는 뜯기기 전에 대전 곁방의 탁자에 먼저 올랐다. 기름 먹인 가죽 안에서 나온 것은, 이번에는 편지였다. 처음으로 — 글을 아는 자들에게 보내는. 갈대 종이에, 수결의 획으로, 길게.받는 이의 이름이 겉면에 적혀 있었다. 두 개였다.효월. 설야.지워진 이름의 임자가, 지워지지 않은 두 이름을 정확하게 부르고 있었다. 혈비의 낯이 그 겉면 앞에서 잠깐 굳었다. 십팔 년 만에 남의 붓에서 제 본명을 보는 낯이었다.편지는 혈비가 소리 내어 읽었다. 읽기 전에 언니는 방 안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운설, 선우현, 사백, 남궁완, 한겸, 흑요. 숨길 수 있는 판이 아니라는 뜻이었다.조카들에게.달이 찼으니 약조대로 어미의 이야기를 한다.너희 어미는 살아 있다.방 안의 공기가 한 번에 얼었다. 혈비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고 다음 줄로 갔다. 흔들리지 않는 것이 흔들리는 것보다 무서웠다.그 밤 나는 형수에게 셈 하나를 내밀었다. 함께 가면 딸들이 산다. 남으면 — 물이 어디로 넘칠지 나도 모른다. 형수는 셈이 빠른 사람이라, 반 각도 걸리지 않았다. 큰 딸은 벽장에 숨기고, 작은 딸은 선봉의 품에 안기고, 저는 내 곁으로 왔다. 열여덟 해 전 일이다.그 열여덟 해 동안 형수가 내 곁에서 무엇이었는지는 — 너희가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볼모라 부르면 형수가 웃을 것이고, 손님이라 부르면 내가 웃을 것이다.혈비의 목소리가 거기서 처음 멎었다. 언니는 종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한 호흡을 골랐다. 그 밤 벽장 안에서 열두 살이 본 마지막 그림 — 어머니가 제 발로 걸어가던 등 — 이 저 두 줄 사이 어딘가에 접혀 있을 것이었다. 언니가 열여덟 해 봉해 온 그림이.읽기는 계속되었다.보고 싶으냐.보고 싶거든 오라. 왕정의 폐허로. 다음 그믐에.선우현의 손이 탁자 아래에서 그녀의 손을 찾아 쥐었다. 쥐는 힘이
Last Updated : 2026-07-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