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에는 죽일 이름 하나만 비어 있었다.황실은 혈비와 고윤 가운데 한 사람을 살려 증언을 맡기고, 다른 한 사람을 죽여 모든 죄의 끝으로 삼으려 했다.“고르지 않으면 둘 다 참한다.” 장수가 말했다.형 집행 시각은 정오로 적혀 있었다. 증언을 들을 시간은 한 시진뿐이었다. 황실군은 판결대 둘레에 줄을 치고 유족 열 명만 들이겠다고 했다.겨울 궁 사람들이 줄 밖에 그대로 앉았다. 들어갈 열 명을 고르지 않았다. 열을 고르는 순간 열한 번째 사람 말은 다시 없던 것이 되었다.“시간을 넘기면 거부로 보겠다.”“사람 목숨을 시각으로 몰아붙인 뒤 내 선택이라 부를 셈이오?” 선우현이 물었다.장수는 대답 대신 향에 불을 붙였다. 가는 연기가 첫 눈금까지 내려왔다.선우현은 붓을 줍지 않았다.“그대가 이미 형을 정해 놓고 내 손금만 빌리려는군.”“검신의 판결이면 삭월 백성도 따를 것이다.”“내가 틀리면?”“황실이 책임진다.”“내 이름으로 내리고 황실이 책임진다는 말은,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이오.”선우현은 과거 같은 문서를 받은 적이 있었다. 포로 둘 가운데 길을 아는 한 사람을 살리고 다른 이를 베라는 명이었다. 그는 입을 연 사람을 살렸다. 뒤에 알고 보니 그가 살아남으려고 거짓 길을 말했고, 죽은 사람만 진짜 길을 알고 있었다.“그때도 황실은 내 판단을 믿는다고 했소. 틀리자 죽은 자가 입을 닫았기 때문이라 했지.”장수는 옛 전공을 들먹이며 그 선택 덕에 군사 백 명이 살았다고 했다.“그렇소. 그래서 지금도 어느 목숨이 더 큰지 내가 셀 수 있다는 얼굴들이 남았소.”선우현은 판결문의 두 이름 사이를 손톱으로 그었다. 한 사람을 살린 공이 다른 한 사람을 죽인 손을 없애지 못했다.장수가 손짓하자 군사들이 혈비와 고윤 목 앞에 칼을 댔다. 운설의 손가락이 선우현 손등을 파고들었다. 살리려면 한 이름을 써야 한다는 오래된 저울이 다시 놓였다.선우현은 빈 칼집을 들었다. 황실군이 그가 검을 뽑을 듯 물러났지만 안에는 날이 없었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2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