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의 열쇠는 넷이 쥐고 있었다.대전과 새장의 열쇠는 흑요가, 창고 일체는 마르간이, 주방과 움은 타간이, 그리고 산신당과 무덤 벌판의 곳간은 부수 노인이 맡았다. 지난겨울 전서구가 번져 넷째 이름을 지웠던 그 목록이, 이제 마당의 탁자 위에 다시 펼쳐졌다."같은 덫은 두 번 안 걸린다." 사백이 말했다. 거짓 길로 케테를 몰던 수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이번 놈은 손끝이 아니라 손이다. 열쇠를 쥐고, 획을 쓰고, 십팔 년을 숨은 손. 미끼를 무는 급이 아니지.""그럼 어찌 가리지." 혈비가 물었다."의원이 가립니다." 사백의 눈이 운설에게 왔다. "몸은 거짓말을 못 한다며. 넷 다 늙었고, 늙은 몸에는 세월이 적혀 있다. 십팔 년 전 그 밤에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 몸에 남은 것이 있으면, 네 눈이 읽겠지."그리하여 운설은 진맥을 돌았다. 명분은 봄철 문안이었다. 흑요의 손목은 마디가 굵고 맥이 곧았다. 왼귀의 어두움은 오래된 것으로, 화뢰 터지는 소리를 가까이서 들은 귀라 했다. 그 밤에요, 하고 물으니 노파는 코웃음을 쳤다. "그 밤에 안 다친 사람이 이 궁에 있을 성싶으냐." 마르간은 이불 속에서 손목만 내밀었다. 맥이 어지럽고 손끝이 차가웠다. 겁의 맥이었다. 스물여섯, 스물다섯, 하고 앓는 소리 사이에 창고지기가 속삭였다. "기름이 나간 게 아니오. 들어온 적이 없는 게요. 장부에는 들어왔다 적혔는데." 들이지 않고 들어왔다 적을 수 있는 손은 장부를 쥔 저뿐이라, 그래서 앓는다고 했다. 제 손이 제 모르는 새 무엇을 적는지 모르겠다고.장부가 조작되었다면, 조작한 손은 마르간의 글씨를 아는 자였다.타간의 맥은 소처럼 굵고 태평했고, 곰보 자국 사이로 근심이라고는 국 간뿐이었다. 부수 노인은 산신당 마루에서 순순히 손목을 내주며 물었다. "향내 말이냐. 늙은이가 잘못 맡았을 수도 있지. 한데 벌판의 향은 — 익은 향이었다. 서투르게 피운 게 아니라, 평생 피워 본 손이 피운 향."진맥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운설은 온천 마당에서 더
Last Updated : 2026-07-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