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어미가 운설을 밀쳤다."만지지 마!"두려움이 먼저 나온 손이었다. 요녀가 아이를 잡는다는 소문을 믿고도, 숨 없는 아이를 약방 앞까지 업고 온 사람의 손.운설은 밀린 자리에 무릎을 짚었다."제가 안 만지면 이 아이는 죽습니다."어미의 손이 허공에서 떨렸다."강도 없잖아. 소문에 그 힘을 다 버렸다던데.""예. 없습니다."운설은 빈손을 폈다."침과 약은 있습니다. 이 아이 어미가 허락하면 쓰겠습니다."아이의 입술이 더 파래졌다.어미가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운설은 손목을 짚었다. 맥은 잡히지 않았다. 예전이라면 강을 흘려 몸 안을 한눈에 읽었을 것이다. 이제는 피부의 온도, 눈꺼풀의 빛, 입가의 냄새를 하나씩 확인해야 했다.입에서 쓴 살구씨 냄새가 났다."무엇을 먹었습니까.""산에서 주운 씨를…""선우현, 물."그는 묻지 않고 약방으로 뛰었다. 세 걸음째 지팡이가 미끄러졌으나 벽을 짚고 섰다. 물동이를 들 힘이 없어 바가지를 가득 퍼 오지 못했다. 반 바가지. 운설은 그 반으로 약가루를 풀었다."누가 숯을 가져와요. 곱게 간 것."골목의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그때 떡집 노파가 먼저 달렸다. 기름집 사내가 화로에서 숯을 꺼냈고, 아이의 어미는 운설이 시키는 대로 턱을 받쳤다. 두려워하던 사람들이 손 하나씩을 내놓았다.쓴 살구씨 독이었다.운설은 위를 비우고 침으로 숨길을 열었다. 강이 없으니 한 치를 짚는 데 시간이 걸렸다. 손끝이 한 번 흔들렸다.그 위로 다른 손이 포개졌다.선우현이었다."여기 있소."검객의 손도 떨리고 있었다. 두 떨림이 맞닿자 이상하게 중심이 생겼다.운설은 침을 놓았다.첫 번째 숨은 오지 않았다.두 번째도.골목 사람들이 숨을 참았다. 아이 어미의 울음만 문지방에 낮게 깔렸다.세 번째 침을 돌릴 때, 아이의 몸이 크게 들썩였다.기침과 함께 검은 물이 쏟아졌다. 아이가 숨을 들이켰다. 짧고 거친 소리.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기적."살았어?"어미가 물었다."아직 아픕니다." 운
Last Updated : 2026-08-0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