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하의 이름 아래 찍힌 수결은 그의 것이 아니었다.획이 지나치게 반듯했다. 연도하는 빚문서를 쓸 때 마지막 갈고리를 길게 뺐고, 위험한 계약일수록 먹을 적게 묻혔다. 명단의 글씨는 그 버릇을 아는 사람이 서툴게 흉내 낸 것이었다.“상단 안쪽 사람이군.”선우현이 말했다.“내 수결을 본 사람은 백이 넘소.”“산 채 데려오라는 말을 들을 사람은.”“그대에게 원한 있는 자만큼 많지는 않겠지.”연도하는 침상에 반쯤 기대어 있었다. 열은 내리지 않았고 오른손 떨림은 더 심해졌다. 그래도 그는 명단을 무릎에 펴고 참가자들의 물목을 값처럼 읽었다.검신의 피를 원하는 자 열일곱, 목을 원하는 자 아홉, 산 채 데려오겠다고 쓴 자 하나.“나를 안으로 부르려는 초청이오.”“함정인 줄 알면서 가겠다고요?”운설이 물었다.“함정은 밖에서 보면 입구뿐이오. 들어가야 누가 줄을 쥐었는지 알지.”“이번에는 수레도 사람도 잃었어요.”“그래서 가야 하오.”“잃어서 가는 것과 되찾으려고 가는 건 달라요.”연도하의 웃음이 엷어졌다. 운설이 어떤 답을 원하는지 찾으려 하지 않고 자기 말을 고르는 얼굴이었다.“내 길을 남의 검상으로 열게 둘 수 없소. 그대 남편을 데려가는 값으로 약길을 준다면, 그 길은 첫날부터 사람 목을 먹을 테니까.”선우현이 벽에 기대 있던 지팡이를 세웠다.“좋은 명분이오.”“명분 말고 다른 것도 듣고 싶소?”“묻지 않아도 말할 얼굴이군.”연도하는 운설을 보았다.“그대 아내 곁에 남을 구실이 생긴 것도 마음에 드오.”선우현이 웃지 않았다. 방 안 공기가 칼보다 얇아졌다.“상처가 덜 아픈 모양이오.”“아프니 참지 않는 것이오. 다음번에는 말할 입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운설은 두 사람 사이에서 약그릇을 탁자에 놓았다. 탁 소리에 연도하 손의 명단이 흔들렸다.“내가 없는 사람처럼 말하지 마요.”두 남자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승검회에 갈 거예요. 당신 목도, 연도하의 길도 내가 정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내 처방과 이름을 흉내
Last Updated : 2026-08-2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