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설야팔부 (雪夜八部): บทที่ 301 - บทที่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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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1화 — 검신의 죄목

제백십칠죄, 백도겸 살해.서기가 읽기를 멈췄다.백도겸은 심판석에 살아 앉아 있었다. 죄목에는 사흘 뒤 새벽, 선우현이 빈 의자의 쇠고리로 그의 목을 졸라 죽인다고 적혀 있었다.“날짜를 잘못 썼군요.”남궁완이 부채를 폈다.“아니면 죽음을 미리 정했거나.”서기는 자기 장부와 벽의 원본을 번갈아 봤다. 글씨는 같았고 인수도 찍혀 있었다. 백도겸은 놀란 얼굴을 만들지 않았다.“계속 읽으시오.”“회주님 이름이 있습니다.”“내가 듣지 않으면 없던 죄가 되나?”서기의 입술이 말랐다. 그는 미래의 살인을 그대로 읽고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선우현의 죄목은 백열여섯 개였다. 전쟁 중 집행, 항복자 살해, 명령 불복, 명령 복종. 서로 반대되는 일들이 한 사람 이름 아래 놓였다. 어떤 죄는 그가 하지 않은 공로와 붙어 있었고, 어떤 공로는 실제로 죽인 사람을 지웠다.첫 증인은 흑수곡에서 남편을 잃은 여자였다. 오른쪽 눈이 흐려 사람을 볼 때 고개를 왼쪽으로 기울였다.“내 남편은 칼을 놓았소.”선우현이 말했다.“기억하오.”“그런데 왜 팔 하나를 잘랐소?”“뒤에 있던 사람에게 독침을 던졌소.”“그 사람은 살았소?”“죽었소.”“그럼 내 남편 팔은 무엇을 살렸소?”선우현은 답하지 못했다. 독침을 던진 손을 멈췄지만 침은 이미 나갔다. 팔을 잃은 사람과 독에 죽은 사람이 같은 순간에 남았다.여자는 선우현에게 사형을 요구하지 않았다.“그 팔값을 누가 정하는지 보러 왔소.”둘째 증인은 옛 무림맹 제자였다. 선우현이 눈사태에서 살린 사람으로, 지금은 남쪽 나루에서 사병을 두고 통행세를 걷고 있었다.“검신이 없어진 뒤 각자 살아야 했습니다.”“그래서 칼 없는 상인에게 돈을 받았소?”한겸이 물었다.“사람을 지키는 데도 곡식이 듭니다.”“거절하면?”“다른 길로 가라 하지요.”“다른 길도 다른 칼이 막고 있소.”제자는 입을 다물었다. 그는 선우현에게 은혜를 입었으나 선우현이 사라진 빈자리에서 남의 길을 막았다. 감사와 죄가 한 몸에 있었다.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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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 남궁완의 한 표

“승검회 존속에 찬성합니다.”남궁완의 부채가 닫혔다.회장 앞줄에서 욕설이 나왔다. 선우현에게 호의적인 사람은 배신이라 했고, 백도겸을 싫어하는 문파는 남궁가가 길값을 샀다고 했다.남궁완은 어느 쪽도 보지 않았다.“지난 넉 달 동안 남궁가 수레 아홉이 약탈당했습니다. 호위 열하나가 죽었고, 관아는 문파 사이 일이라며 시체를 돌려보냈어요. 승검회가 연 길 두 곳에서는 사망자가 없습니다.”그녀는 다음 말을 잠깐 늦췄다.“그러나 선우현의 처형에는 반대합니다. 사람 하나의 목을 조직의 기둥으로 쓰면 그 목이 썩을 때 모두 무너집니다.”백도겸이 물었다.“검신 복귀에는.”“본인이 거부했습니다. 거부한 사람을 자리에 묶는 순간 승검회는 예전 맹과 같아집니다.”남궁가 장로 둘이 뒤에서 낮게 항의했다. 남궁완은 돌아보지 않고 표결패를 자기 앞에 놓았다. 가문의 뜻과 자기 뜻이 절반만 겹쳤다.쉬는 시각, 운설이 복도에서 그녀를 만났다.“괜찮아요?”“그 질문을 싫어할 얼굴인가요?”“조금.”남궁완이 희미하게 웃었다. 부채를 펴려다 왼손 약지의 빈 자국을 만졌다. 선우현과 정혼했던 시절 반지가 있던 자리였다.“그분을 살리고 싶어서 승검회를 없애자고 하면, 죽은 호위 열하나를 집안에 어떻게 설명하겠어요.”“살리고 싶긴 해요?”“여전히요.”남궁완은 좋은 여자인 척 마음을 지우지 않았다.“다만 돌아오라고 하던 때와는 다릅니다. 저 사람은 이미 당신에게 돌아갔고, 나는 내가 맡은 길로 왔어요.”운설은 그 말에 고맙다고 하지 않았다. 사랑이 정리됐다는 뜻도 아니었고 허락을 구하는 말도 아니었다.“당신 표 때문에 선우현이 화났을 거예요.”“그분은 화낼 자격이 있습니다. 내 표를 바꿀 자격은 없고요.”두 여자는 잠깐 웃었다.복도 끝에는 선우현이 서 있었다. 얼마나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남궁완은 그를 보자 부채를 다시 단정히 들었다.“내 표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까?”“그대 표요.”“그 대답은 예전보다 나아졌네요.”“예전의 나는 뭐라 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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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 법의 남자

한겸은 피 묻은 칼을 압수하지 않았다.“왜 안 가져가요?”하문령이 물었다.“관법으로 열린 심리가 아니니까.”“사람이 죽었잖아요.”“아직 이 칼로 죽은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오.”“그러니까 조사해야죠.”“조사와 빼앗는 일은 다르오.”한겸은 승검회 서기에게 증거 보관 책임을 적게 하고, 남궁완과 운설이 함께 칼을 봉하도록 했다. 관원이 손대는 순간 백도겸은 이 심리가 관아 승인 아래 열렸다고 주장할 수 있었다.백도겸은 그 계산을 알아챘다.“한 감찰, 담 밖에서 사람이 죽는데도 법은 문턱을 세는군.”“회주께서 관아가 못 막은 죽음을 이유로 사병을 모았으니, 내가 선을 넘길 기다렸겠지요.”“기다린 것이 아니라 부탁했소.”“부탁에 군사 오백이 필요합니까?”두 사람 사이에 종이 한 장 들어갈 틈도 없었다.백도겸은 회장 뒤 천막을 열었다. 안에는 시체 열둘이 누워 있었다. 서로 다른 마을에서 통행세를 내지 못해 죽은 장사꾼, 농민, 떠돌이 의원이었다. 승검회가 생기기 전 석 달 동안 같은 관도에서 발견된 몸들이었다.시체마다 관아에 올린 고발장이 놓였고, 모두 강호 사사로운 다툼이라는 붉은 글씨로 반려돼 있었다.한겸의 어깨가 내려갔다.“이 중 넷은 내가 반려했소.”그는 변명하지 않았다.“증인이 없고 문파가 달라 관할을 정하지 못했습니다.”“그동안 나는 칼 든 사람을 세워 길을 열었소.”“그리고 칼 없는 사람을 시체로 만들었지요.”백도겸은 열두 시체 곁에 장부 하나를 놓았다. 승검회가 길을 연 뒤 거둔 통행전과 쓴 곡식, 고용한 호위 이름이 적혀 있었다. 수입보다 지출이 컸다. 그가 돈을 빼돌리려고 조직을 만든 증거는 보이지 않았다.한겸은 장부를 덮지 않았다.“선의로 군사를 모으면 군사가 칼을 덜 씁니까?”“법이 오지 않는 곳에는 누군가 먼저 가야 하오.”“그 누군가를 누가 멈춥니까?”“오늘 여기 모인 사람들이.”한겸이 빈 의자를 가리켰다.“저 의자는 심판을 받는 자를 묶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심판하는 사람 자리는 어디에 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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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 아홉 살의 편지

“용서하지 않는다고 죽이라는 뜻은 아니래요.”아련이 첫 편지를 읽었다.회장 사람들은 문턱에 선 아이를 보며 웅성거렸다. 열한 살이 된 아련은 키가 조금 컸고 소매 끝 먹자국은 더 짙어졌다. 등에 종이함을 메고, 마소분과 백지장 사람 둘을 데리고 왔다.“왜 왔니?”선우현이 물었다.“편지가 혼자 못 걸으니까요.”“백로진은.”“묘선 아줌마랑 왕철 아저씨가 있어요. 나 없어도 장부 돌아가요.”아이를 보호한다는 말로 돌려보내기 어려운 대답이었다. 선우현은 종이함부터 받아 들었다.아련은 지난 열흘 동안 선우현에게 가족을 잃었거나 목숨을 건진 사람을 찾아 편지를 받았다. 쓰고 싶은 사람만 썼고, 답하지 않은 집은 빈 종이로 대신하지 않았다.첫 여자는 남편을 벤 선우현을 용서하지 않지만 승검회가 자기 용서를 사형표로 쓰는 것도 싫다고 했다.둘째 남자는 선우현이 살려 준 일을 갚겠다며 무조건 무죄를 요구했다. 그 아래 아들이 다른 글씨로 적었다. 아비가 은혜를 갚는 동안 자기 마을 사람 셋에게 통행세를 받았다고.셋째 편지는 봉해져 있었다. 아련은 읽지 않았다.“선우현한테만 주래요.”그가 봉투를 받았지만 열지 않았다.“왜 안 봐요?”“지금 읽으면 표결에 써도 된다는 뜻이 되니까.”아련은 편지를 다시 종이함에 넣었다. 개인의 말과 공개 증언을 나누는 선택이었다.편지는 모두 마흔셋이었다. 살리라는 글 열둘, 죽이라는 글 아홉, 모르겠다는 글 일곱. 나머지는 질문이나 욕설, 아무 글도 없이 손바닥만 찍은 종이였다.아련은 편지마다 받은 날과 장소만 적었다. 글을 쓴 사람이 울었는지, 화냈는지, 돈을 받았는지는 쓰지 않았다.“그것도 봤을 텐데 왜 안 썼니?”백도겸이 물었다.“내가 본 얼굴이 그 사람 뜻은 아니니까요.”“그러면 누가 돈을 받고 썼는지는?”“물어본 사람은 적었어요. 안 물어본 사람은 몰라요.”“장부지기는 알아내야 하지 않나?”“왜요? 편지를 받은 거지 사람을 심문한 게 아닌데.”백도겸은 더 묻지 않았다. 아련의 불완전한 장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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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 죽여 달라는 사람

노인은 자기 목을 두 손으로 내밀었다.“여기를 누르면 되오.”선우현은 손을 올리지 않았다.노인은 무검회 셋째 날 첫 증인이었다. 허리가 굽어 앉으나 서나 키가 비슷했고, 왼쪽 귓불에 오래된 화상 자국이 있었다. 아들은 십오 년 전 선우현에게 현장 참형됐다.“내 아들은 사람 넷을 죽였소.”“알고 있소.”“그중 하나는 내 며느리였어. 나는 그놈이 죽길 바랐소.”회장에 낮은 소리가 번졌다. 선우현에게 원한을 말하러 온 줄 알았던 사람들이 노인을 다시 보았다.“자네가 베었다는 소식을 듣고 술을 마셨지. 그런데 그날부터 며느리 없는 집과 아들 없는 집이 같이 남더군.”노인은 무릎 앞에 작은 신발 두 켤레를 놓았다. 손자들은 친가에서도 외가에서도 오래 머물지 못했다. 아비가 죽인 사람의 아이이며, 살인자의 자식이기도 했다.“자네가 우리 집 일을 끝내 줬다고 생각했소. 끝나지 않았어.”“무엇을 원하시오.”“나를 죽여 주게.”선우현의 눈이 아주 천천히 감겼다 떠졌다.“그럴 수 없소.”“내 아들은 물어보지도 않고 죽였잖나.”“그래서 그럴 수 없소.”“속죄할 기회를 주는데 왜 받지 않아?”노인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는 선우현이 자기 목을 베면 아들에게 진 빚과 며느리에게 진 빚이 한꺼번에 끝날 거라 믿었다. 죽인 사람과 죽은 사람의 아비로 사는 일이 너무 오래됐다고 했다.백도겸은 심판석에서 끼어들지 않았다. 운설도 노인을 달래지 않았다.선우현은 빈손을 무릎 위에 놓았다.“나는 그대가 내 앞에서 죽으면 편하지 않소. 그대도 편할지 모르오. 그러니 하지 않겠소.”“내가 원해도?”“그대가 원하는 일이라고 모두 내가 해야 하는 것은 아니오.”노인이 웃었다. 이가 거의 없는 입 안이 검었다.“이제야 남의 뜻을 따지나.”“늦었소.”“너무 늦었지.”노인은 신발을 챙겨 일어났다. 선우현 옆을 지날 때 중심을 잃는 듯 손을 뻗었다. 선우현이 팔을 받치자 소매 안에서 짧은 칼이 나왔다.칼끝이 그의 옆구리를 향했다.하문령이 먼저 보았으나 움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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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 살려 둔 사람

아이 둘은 취사막에 없었다.한겸의 관졸과 승검회 무사, 남궁가 사람들은 서로가 먼저 숨겼다고 의심했다. 밥솥은 따뜻했고 작은 그릇 두 개에는 아직 죽이 말라붙지 않았다.운설은 신발에 고인 피부터 살폈다. 사람 피가 아니었다. 털과 짙은 누린내가 섞였다.“닭 피예요.”노인이 신발을 낚아챘다. 냄새를 맡고 손가락으로 문지른 뒤 그대로 주저앉았다. 안도인지 분노인지 정하지 못한 숨이 길게 빠졌다.“아이들을 겁주려고.”한겸이 말했다.“노인을 움직이려고겠지요.”백도겸은 취사막 책임자를 불렀다. 왼쪽 눈썹이 없는 젊은 무사는 자기 근무표를 내놓았다. 한 시진 전 흰 수염 사내가 회주 명으로 아이들을 북쪽 창고에 옮겼다고 했다.“내 명패를 보았소?”“수결패를 봤습니다.”“어느 손으로 내밀었지?”무사는 기억하지 못했다. 명패가 진짜인지만 보았고 사람 얼굴은 보지 않았다.북쪽 창고는 비어 있었다. 바닥에는 아이 발자국과 곡식 가루가 이어졌다. 발자국은 담 아래 작은 구멍에서 끊겼다.아련이 몸을 낮춰 구멍을 살폈다.“끌려간 게 아니에요. 둘 다 무릎으로 나갔어요.”담 밖 덤불에서 아이들이 먼저 돌을 던졌다. 한겸 관졸의 투구에 맞았다. 노인이 이름을 부르자 그제야 얼굴을 내밀었다.“흰 수염 아저씨가 할아버지 죽는다고 했어.”큰아이가 말했다.“도망가면 곡식 안 준다 했고.”“그래서 왜 도망갔니?”노인이 물었다.“죽는 것보다 굶는 게 나아.”아이는 그 선택을 쉽게 말했다. 굶어 본 사람이어서 어느 쪽이 더 오래 아픈지 알고 있었다.노인은 두 아이를 안으려다 멈췄다. 조금 전 자기가 죽으려고 칼을 들었다는 사실이 팔을 붙들었다. 큰아이가 먼저 그의 옷자락을 잡았고, 작은아이는 신발부터 돌려 달라고 했다.“피 묻었어.”“닭 피래.”“그래도 내 거야.”노인은 신발을 물에 씻었다. 한 번에 지워지지 않아 손톱으로 천 사이를 문질렀다. 선우현이 물을 갈아 주려 하자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이건 내가 하겠소.”그는 사과부터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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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 상단주의 밤

먹이 마지막 획에서 길게 갈라졌다. 연도하는 계약서에 수결했다.운설의 얼굴에서 피가 빠졌다. 선우현은 눈을 내리깔았을 뿐 손을 뻗지 않았다.“이유를 물어도 되오?”그가 전에 운설에게 들었던 말을 연도하에게 돌려주었다.“안으로 들어가려면 문패가 필요하오.”“나한테는 말하지 않고?”운설이 물었다.“말하면 막았을 테니까.”“그럼 내 자리를 계약에 넣어도 돼요?”“그 줄에는 수결하지 않았소.”연도하는 종이를 보여 줬다. 그의 갈고리 긴 수결은 첫 조건과 둘째 조건 사이에서 멎었고, 운설 이름이 있는 마지막 줄에는 닿지 않았다.“종이는 그렇게 읽히지 않아요. 아래에 수결하면 전부 받았다고 할 거예요.”“그래서 증인이 필요하지.”“나를 증인으로 쓰려고 여기서 썼어요?”“그대를 빼고 쓰면 더 화낼 것 같았소.”운설은 그를 한 대 때리고 싶었다. 백도겸의 계약보다, 자기 반응까지 셈하고 움직인 연도하가 더 얄미웠다.선우현이 계약서를 가져갔다.“그대가 승검회 재정을 맡으면 약길은 살겠지.”“일곱 길만이 아니라 남쪽 길도 열 수 있소.”“대신 내가 심판석에 묶이오.”“묶이기 전에 장부를 보겠소.”“그 뒤에는.”“그대가 알아서 살아나오.”두 남자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방 안에서 가장 날카로운 것이었다.연도하는 백도겸 천막으로 혼자 갔다. 오른손은 붕대에 감겼고 왼손으로 방울 하나만 들었다. 천막 안에는 승검회가 지난 반년 동안 거둔 통행전과 군량 장부가 쌓여 있었다.운설은 천막 밖에 남았다. 따라 들어가면 연도하가 자기를 증인 삼은 거짓을 완성하는 듯했고, 돌아가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남편의 설명으로만 들어야 했다.선우현이 곁에 섰다.“들어가고 싶소?”“네.”“그자를 믿어서?”“안 믿는 부분을 직접 보고 싶어서.”“나도 그렇소.”둘은 같은 이유로 천막 밖에 섰지만 기다리는 마음은 달랐다. 운설은 연도하가 자기 선택의 값을 감당하길 바랐고, 선우현은 그가 안에서 배신할 가능성까지 세고 있었다.“만약 계약대로 당신을 넘기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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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 사면을 거절한 자

사면장은 회장 한가운데 펼쳐졌다.백도겸은 연도하의 수결이 든 계약서도 옆에 놓았다. 사람들은 설로상단이 승검회를 지지한다고 읽었다. 약길 상인들은 안도했고, 선우현에게 불리한 문파는 이미 판이 끝났다고 수군거렸다.연도하는 그 말을 바로잡지 않았다.운설은 통로 자리에서 그를 보았다. 눈이 마주쳐도 고개를 젓거나 기다리라는 신호를 주지 않았다. 자기가 고른 거짓을 자기 몸으로 버티는 얼굴이었다.서기가 사면 조건을 읽었다.선우현의 과거 집행은 모두 무림맹 명령으로 돌린다. 개인 죄를 묻지 않는다. 그는 다시 검신 직위를 받고, 승검회 심판으로 북방 약길과 문파 분쟁을 정리한다.유족석에서 욕설이 나왔다.“그럼 사람을 벤 손은 누가 물어?”옛 맹원석에서는 박수가 나왔다.“이제야 제자리가 되는군!”선우현은 양쪽을 모두 들었다. 사면장을 받아 들자 회장이 조용해졌다.“백도겸.”“말하게.”“내가 명을 받았다는 기록은 남소?”“전부 있네.”“명을 어긴 기록도.”“있지.”“그런데 왜 죄는 모두 명령으로 돌리오.”“사람 하나를 살리려면 조직이 책임져야 하니까.”“조직을 살리려고 사람 하나를 지우는 것이겠지.”선우현은 사면장을 반으로 찢었다. 종이가 갈라지는 소리가 종보다 길게 들렸다.사면에 기대던 옛 맹원 둘이 앞으로 나왔다. 한 사람은 선우현이 돌아오면 해산한 제자들을 다시 모을 수 있었고, 다른 사람은 옛 봉록을 받을 수 있었다.“혼자 깨끗한 척하지 마시오.”“깨끗해서 찢는 것이 아니오.”“그럼 우리 생계는 누가 책임지나?”“내가 책임진다고 말할 수 없소.”그 대답에 욕설이 더 커졌다. 선우현이 복귀를 거절하는 일은 자기 양심만 지키는 선택일 수도 있었다. 그의 이름으로 먹고살던 사람들에게는 또 한 번 일방적인 포기였다.선우현은 그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내가 돌아가면 그대들은 다시 내 명 아래 살 것이오. 그 삶을 주지 않겠소. 대신 내가 버린 뒤의 값을 함께 말할 자리는 피하지 않겠소.”좋은 약속은 아니었다. 오늘 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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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 훔친 인수

하문령의 품에서 검은 인수가 떨어졌다.회장 사람들은 살인보다 인수에 먼저 반응했다. 문파 대표 셋이 동시에 달려들었고, 상인들은 그들이 밟고 지나간 시체를 피하려 뒤로 밀렸다. 한겸이 관졸과 팔을 이어 원을 만들지 않았다면 인수는 발아래서 사라졌을 것이다.“도장 하나 때문에 사람을 밟지 마시오!”그의 목소리가 회장에 울렸다.“그 도장으로 군사를 부를 수 있소!”“그래서 지금 가진 자를 정하면 누가 군사를 가집니까?”아무도 답하지 않고 손만 거뒀다. 하문령은 자기 발치의 인수가 방금 전까지 아비 기록을 열 열쇠였는데, 이제는 백여 명의 욕망이 된 것을 보았다.흰 가루 속에서도 무림맹의 이지러진 달이 보였다. 사람들이 숨을 삼켰다.“네가 훔쳤나?”백도겸이 물었다.하문령은 인수를 집지 않았다.“그렇습니다.”“언제.”“첫날 밤.”“왜.”“아비 기록을 보려고.”그녀는 인수 창고에 들어가려면 같은 인장이 필요했다. 백도겸 천막에서 탁본을 떠 가짜 인수를 만들려 했으나, 서랍 안에 진짜가 둘 있는 것을 보고 하나를 가져왔다고 했다.“진짜가 왜 둘이죠?”운설이 물었다.백도겸은 대답하지 않았다.선우현이 바닥의 인수를 발끝으로 돌렸다. 자신이 봉한 물건에는 테두리 안쪽에 칼금 하나가 있어야 했다. 이 인수에는 칼금이 두 개였다.“둘 다 가짜요.”“그럴 리 없습니다.”하문령이 무릎을 꿇어 확인했다.“그대가 본 원본부터 가짜였소.”“그러면 진짜는 어디에.”연도하가 백의대 장부를 펼쳤다. 매달 큰돈이 빠져나간 날과 인수가 쓰인 날이 같았다. 누군가 진짜 인수로 수레와 군사를 움직이고, 백도겸 곁에는 정교한 모조품만 남겨 뒀다.“회주가 자기 인수를 잃은 것도 몰랐군.”백도겸의 없는 손가락 자리가 움찔했다.“인수는 내가 매일 확인했소.”“흉터까지 베끼는 자들이오. 칼금 하나쯤 못 만들까.”선우현의 말에 백도겸이 처음 목소리를 높였다.“자네는 알고 있었나?”“오늘 알았소.”“또 모른다 하겠군.”하문령이 두 사람 사이를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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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 잠긴 대회

손가락에는 검은 골무 자국이 없었다.백도겸의 것이 아니었다. 살은 아직 따뜻했고 손톱 아래에는 붉은 먹이 박혀 있었다. 승검회 서기가 장부를 넘길 때 쓰던 손이었다.“서기를 찾아요.”운설이 말했다.그들은 좁은 통로를 되돌아갔다. 회장 안 사람들은 문을 부수려는 쪽과 자기 칼을 찾는 쪽, 백도겸을 먼저 묶자는 쪽으로 갈라져 있었다.문가에서는 늙은 문주 하나가 숨을 헐떡였고, 뒤쪽에서는 두 제자가 창문 자리를 두고 주먹을 휘둘렀다. 흰 가루를 독이라고 믿은 사람들이 물항아리를 엎어 바닥이 미끄러워졌다.운설은 가장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아련에게 물그릇 수를 세게 하고, 남궁완에게 부채로 창문 아래 공기를 보내 달라고 했다. 연도하는 왼손으로 탁자를 두드려 숨 쉬기 어려운 사람을 한쪽으로 모았다.선우현은 싸우는 제자 사이에 들어가지 않고 바닥의 물을 가리켰다.“계속 밀면 둘 다 저 쇠고리에 머리를 찧소.”두 사람은 그제야 발아래를 보고 떨어졌다. 명령보다 눈앞의 위험이 빠르게 들렸다.서기는 빈 의자에 앉아 있었다.목이 뒤로 꺾였고 왼손 새끼손가락이 잘려 있었다. 쇠고리가 그의 허리와 목을 고정했다. 가슴에는 칼상이 세 개 있었다.목 아래 사선, 가슴의 짧은 찌르기, 오른쪽 무릎 뒤의 절단.선우현의 마지막 검식이었다.사람들이 동시에 그를 보았다.“칼은 문밖에 있소.”한겸이 먼저 말했다.“검신은 칼이 없어도 사람을 죽인다지.”옛 맹원 하나가 답했다.하문령은 시체 곁에 무릎을 꿇었다. 상처 가장자리의 피를 보자 얼굴이 어두워졌다.“살아 있을 때 베였어요.”운설도 확인했다. 나루 시체처럼 죽은 뒤 만든 상처가 아니었다. 세 칼이 거의 같은 시각에 들어갔고, 서기는 묶인 채 저항했다. 손목 안쪽에 쇠고리 자국이 겹쳤다.“한 사람이 한 검식을 쓴 게 아니에요.”선우현이 상처 방향을 짚었다.“셋이 각자 한 칼씩 맡았소.”“그게 더 쉬워요?”아련이 물었다.“쉬운 것이 목적이 아니오. 내 손처럼 보이는 것이 목적이지.”백도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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