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의 눈이 그녀를 살렸다.내려가는 손바닥 아래서, 그 눈은 끝까지 감기지 않았다. 빌지도 피하지도 않고 다만 마주 보는 사람의 눈. 강물은 돌멩이 위로 덮쳐 지나가려 했으나, 그 아래 있는 것은 눈을 뜬 산 사람이었다. 그 낯익음이 — 숨이 오르내리고 눈이 깜빡이지 않는, 지겹도록 들여다본 산 사람의 얼굴이라는 사실이 — 흐름 한가운데 아주 잠깐, 바늘귀만 한 틈을 냈다.그 틈으로 왼손이 움직였다.은침이 제 허벅지에 꽂힌 것과 세상이 어두워진 것은 같은 순간이었다. 골짜기를 나서기 전, 그녀는 제 두 손을 눈에 묻어 씻었다. 오른손과 왼손. 부순 손과 감은 손.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두 손은 똑같이 생겨서, 어느 쪽이 한 일인지 손금은 말해 주지 않았다.무릎 위 두 치, 큰 물길이 좁아지는 자리. 남에게는 평생 놓아 본 적 없는 깊이까지 침이 들어갔다. 강이 비명 같은 것을 질렀다. 지르고는, 썰물이 빠지듯 순식간에 저 아래로 물러났다.환하던 세상이 꺼졌다. 눈송이의 결이 사라지고, 숨줄기들이 사라지고, 남은 것은 그냥 눈 내리는 어스름의 골짜기였다. 그리고 아픔이 왔다. 미뤄 두었던 것들이 한꺼번에 — 물어뜯은 입술, 언 발, 이레 치의 피로가 빚쟁이처럼 몰려들었다. 운설은 사내 곁에 무릎부터 무너졌다.한동안 눈 오는 소리만 있었다."……어째서." 사내가 물었다. 갈비를 움켜쥔 채, 숨을 반씩 끊어 쉬면서. "손을 거뒀나."대답 대신 운설은 그 손을 뻗어 사내의 옷섶을 열었다. 사내가 움찔했으나 뿌리칠 힘이 없었다. 손끝이 부러진 자리를 짚어 나갔다. 다섯째 갈비, 여섯째 갈비. 뼈끝이 숨주머니 한 뼘 앞에 멎어 있었다."움직이면 죽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숨은 얕게. 말은 짧게.""지금 나를…… 고치는 건가.""숨이 위태로우니까."사내가 웃으려다 기침을 했고, 기침 끝에 신음을 삼켰다. 운설은 제 치맛단을 찢어 사내의 가슴을 감았다. 손이 떨렸다. 뼈를 짚는 손이 떨리기는 의녀가 되고 처음이었다. 방금 이 가슴을 부순 것도, 지금
최신 업데이트 : 2026-07-03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