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길에는 말이 백이십 필, 둘째 길에는 수레 서른 대, 셋째 길에는 선우현 한 사람이 있었다.혈비의 기병은 왕궁 북문을 열고 관도로 나갔다. 붉은 달 깃발을 숨기지 않았다. 가짜 선우현 군세가 북방을 침범했다면 왕실이 정면으로 맞선다는 표시였다. 사백은 기병을 열 줄로 나누되 앞줄마다 다른 뿔나팔을 쥐여 주었다. 멀리서 들으면 천 명이 움직이는 듯 울릴 터였다.연도하의 수레는 서쪽으로 향했다. 앞 열 대에는 약재를 싣고 뒤 스무 대는 비워 두었다. 적이 약을 태우려 달려들면 빈 수레가 흩어지고, 진짜 약수레는 얼어붙은 개울 위로 내려갈 계획이었다. 하란주는 바퀴마다 천을 감아 소리를 죽였다.선우현의 소수대는 동쪽 산길로 들었다. 운설, 한겸, 남궁완과 북방 길잡이 모수까지 다섯이었다. 선우현이 더 적은 사람을 원했고, 혈비가 그보다 적게는 허락하지 않았다.세 길의 목적도 달랐다. 혈비는 침범한 군세를 꺾으려 했고, 연도하는 빼앗긴 길과 사람을 되찾으려 했다. 선우현은 자기 이름으로 내려진 다음 명령이 어디서 생기는지 찾아야 했다. 운설은 어느 목적에도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다친 사람이 나오는 곳으로 갈 뿐이라고 했다.해가 중천에 올랐을 때 첫 신호가 왔다. 서쪽 하늘에 푸른 연기 두 줄. 연도하의 수레가 첫 검문소를 지나갔다는 뜻이었다. 곧 관도에서는 혈비의 뿔나팔이 세 번 울렸다. 적과 접촉했으나 전투는 시작하지 않았다는 신호였다.동쪽 길에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남궁완은 출발 전 받은 작은 동경으로 햇빛을 튕겼다. 서쪽 수레가 답하면 한 번, 관도 기병이 답하면 두 번이었다. 세 차례 신호를 보냈지만 산허리 어디에서도 빛이 돌아오지 않았다. 길이 갈라진 지 반나절 만에 서로의 생사를 알 수 없게 됐다.운설은 그 침묵을 메우려 사람들 숨소리를 들었다. 한겸은 오르막마다 왼발을 끌었고, 남궁완은 부채를 쥔 손을 옷소매 안에서 쉬었다. 모수는 갈림길이 나타나기도 전에 오른쪽을 쳐다보았다. 선우현만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걷다가 남들이 보지 않을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31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