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진악은 살아난 뒤 선한 사람이 되지 않았다.묵석리에서 붙잡힌 옛 검사는 그가 한 일을 하나씩 말했다. 선우현의 처형을 피해 도망친 하진악은 처음에는 같은 피해자를 모았다. 가짜 검신 명령으로 가족을 잃은 자, 문파에서 버림받은 자, 복수할 이름이 필요한 자들이었다.그들은 검신을 무너뜨릴 증거를 모으려 했다. 그러나 길을 지키려면 돈이 필요했고, 돈을 얻으려면 통행세를 걷어야 했다. 세금을 거부한 마을을 위협했고, 내부 정보를 흘린 사람을 죽였다. 어느 순간 피해자들의 모임은 승검회 초대 검사가 됐다.“아버지가 직접 죽인 사람이 몇이죠?”하문령이 물었다.“내가 본 것만 일곱.”“거짓말.”“네 아비가 저질렀다고 해서 선우현 죄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숫자를 물었어.”“열셋이라는 기록도 있다.”하문령은 칼을 뽑았으나 남자의 목에 대지 못했다. 아버지가 억울하게 죽었다는 한 줄이 그녀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 그 줄이 틀리면 복수의 방향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지난 세월의 자기 얼굴까지 무너질 것 같았다.기억 속 하진악은 늘 문을 등지고 앉았다. 어린 하문령에게 칼을 잡지 말라면서도 자기 칼은 잠잘 때조차 팔 아래 뒀다. 비 오는 날이면 이름 모를 마을로 곡식을 보냈고, 돌아오는 길에는 손에 지워지지 않는 피가 묻어 있었다. 그때는 아버지가 숨어서 의로운 일을 한다고 믿었다.“곡식을 받은 마을도 있습니까?”하문령이 물었다.옛 검사가 고개를 끄덕였다.“많다. 네 아비 덕에 산 사람도 많아.”“그럼 죽인 열셋과 살아난 사람을 서로 빼면 됩니까?”남자는 답하지 못했다. 하문령이 선우현에게 수도 없이 던졌던 저울이 이제 자기 아비 앞에 놓였다.선우현은 위로하지 않았다.“나는 그를 죽였다고 믿고 확인하지 않았소.”“당신 이야기는 지금 안 물었습니다.”“알고 있소.”“그럼 조용히 해요.”선우현은 물러났다. 하문령은 그가 변명하지 않는 것에도 화가 났고, 자기 명령에 순순히 물러나는 것에는 더 화가 났다.맹추산이 단상 아래로 내려왔다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3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