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설야팔부 (雪夜八部): Capítulo 331 - Capítulo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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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화 — 자기 장례의 초대

관을 두드리던 소리가 자시에 멎었다.집례관이 성문을 닫으려 하자 선우현이 지팡이를 문틈에 끼웠다. 혈비의 기병은 성 밖에 남고, 안으로 들어갈 사람은 유족이 정한다고 했다. 유족들은 선우현 한 사람만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운설이 그의 소매를 잡고 섰다.“환자와 의원을 가르면 안 들어가요.”“누가 환자입니까?”집례관이 물었다.운설은 선우현의 다리를 가리키지 않았다. 장례마당에 선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눈에 젖은 채 사흘을 걸어온 노인, 칼날에 손바닥을 벤 여자, 기침을 삼키는 아이가 있었다.“여기 절반.”유족들이 웅성거렸다. 청하촌 노인이 먼저 문을 열라고 했다. 그는 선우현을 죽이고 싶지만 그 전에 손녀의 열부터 내려야 한다고 했다. 집례관은 의식 규칙과 사람 목숨 사이에서 잠시 멈추었다.그 틈에 서문 쪽 지붕에서 기와 한 장이 떨어졌다. 연도하가 흰 상복 위에 검은 장포를 걸치고 마당으로 내려왔다. 옷자락 끝이 불에 탔고 왼쪽 눈썹에 재가 묻어 있었다.“나는 유족이 아닌데 문을 안 열어 주더군.”“그래서 지붕으로 왔소?”선우현의 목소리가 굳었다.“장사꾼은 열린 곳으로만 다니지 않소.”운설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지 않고 연도하의 손부터 잡았다. 맥을 짚는 손길에 연도하가 웃었고, 선우현은 지팡이 쥔 손을 고쳐 잡았다.“수레 사람들은요?”“살아 있소. 셋 다쳤고 하란주가 데리고 혈비 쪽으로 갔습니다. 태운 건 장부 사본뿐이오.”연도하는 서쪽 검문소를 돈으로 사지 못했다. 수문장이 은전을 받으면서도 문은 열지 않았고, 대신 상단 사람 가운데 승검회에 가입할 자를 고르라고 했다. 연도하는 자기 이름을 써냈다. 상단주 한 사람과 마부 열둘을 바꾸자는 계약이었다.“서명했어요?”운설이 그의 소매를 걷었다. 손목 안쪽에 승검회 수결을 지운 칼자국이 있었다.“들어온 뒤 잘랐소.”“종이도 남았겠군.”선우현의 말에 연도하가 그를 보았다.“그래서 당신 장례가 끝나면 내 재판도 열릴 거요.”“내 장례에서 살아 나가면 말이오.”두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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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 곡하지 않는 사람들

청하촌 곽 노인은 향을 꺾어 버렸다.“나는 저자를 위해 곡하지 않소.”그의 아들은 검신대의 징발 명령을 거부하다 본보기로 맞아 죽었다. 명령서에는 선우현의 인장이 찍혀 있었고, 집행자는 얼굴을 가렸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따지는 것은 곽 노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아들은 그 이름 앞에서 죽었다.반대편의 젊은 여자가 술잔을 관 앞에 놓았다.“우리 마을은 저 사람 때문에 살았습니다.”그녀의 부친은 선우현이 후퇴로를 열어 준 덕에 전쟁터에서 돌아왔다. 이후 술에 취할 때마다 같이 돌아오지 못한 사람 이름을 불렀지만, 선우현을 원망한 적은 없다고 했다.“당신 아버지가 산 길에 내 아들이 누웠을 수도 있지.”곽 노인이 말했다.“그럴 수도 있습니다.”여자는 고개를 숙였으나 술잔을 치우지 않았다.집례관은 유족 한 명씩 앞으로 불러 기억을 읽게 했다. 영웅담과 고발이 번갈아 나왔다. 선우현이 직접 물을 나눠 줬다는 병사, 그의 후퇴 명령이 하루 늦었다는 전령, 죄 없는 마을을 살렸다는 촌장, 같은 날 다른 마을을 버렸다는 여인.대장장이 하나는 선우현이 값을 치르지 않고 말발굽 백 개를 가져갔다고 했다. 그 옆 맹인은 같은 날 검신대가 은전 두 배를 놓고 갔다고 맞섰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사람이 아니었다. 함께 대장간을 하던 형제였다. 한 사람은 징발당한 날을, 한 사람은 뒤늦게 보상받은 날을 기억했다.“은전이 왔다고 부러진 손이 붙습니까?”“안 왔다고 말하지는 마.”형제는 십 년 묵은 싸움을 관 앞에서 다시 시작했다. 선우현은 그제야 자신이 보상 명령을 내렸지만 확인하지 않았던 일을 떠올렸다. 돈은 도착했고 사과는 도착하지 않았다.한 여인은 목소리를 내지 못해 나무판에 글을 썼다. 검신대 병사가 혀를 잘랐다고 적었다. 병사 이름을 묻자 그녀는 선우현 뒤에 선 늙은 생존자를 가리켰다. 생존자는 무릎을 꿇었으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여인은 그의 뺨 흉터를 손톱으로 긁었다.백도겸의 집례관은 그 장면까지 기록했다. 가해자가 기억하지 못하는 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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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 아련의 질문

관 위에서 불꽃이 튀었다.아련의 칼이 집례관의 조각칼을 쳐 냈다. 누구도 그녀가 성 안에 들어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검은 장례 두건을 벗자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쏟아졌다.그녀는 남쪽에서 장례 초대장을 받은 뒤 밤낮으로 말을 갈아탔다. 초대장에는 진무경의 남은 피라고 적혀 있었다. 성문에서 이름을 밝히면 유족석에 앉혀 주겠다고 했지만, 아련은 죽은 아비의 부속으로 들어가기를 거부했다. 부엌 일꾼의 상복을 훔쳐 입고 쌀독 수레 밑에 매달렸다.오는 길에 세 번 돌아갈 생각을 했다. 첫 번째는 진무경 이름을 본 순간, 두 번째는 선우현이 죄인 의자 앞에 선 것을 봤을 때였다. 마지막은 운설이 그의 턱에 난 상처를 닦는 모습을 보았을 때였다. 자기가 끼어들 자리가 어디에도 없어 보였다.그러나 관에 운설 이름이 새겨지자 몸이 먼저 움직였다.“내 이름은 왜 없지?”집례관은 손목을 움켜쥔 채 뒤로 물러났다. 백도겸이 대신 답했다.“그대는 유족도 증인도 아니니까.”“내 아비가 저 사람 칼에 죽었어.”아련이 선우현을 가리켰다.“그런데도 아니야?”성 안이 조용해졌다. 선우현을 찾아다니던 진무경, 그를 좇아 자기 딸까지 칼로 몰아세운 남자, 마지막에는 선우현의 손으로 죽음을 맞은 사람. 아련은 그 이름을 누구보다 미워하면서도 남이 함부로 쓰게 두지 않았다.백도겸은 관 옆 기록함을 열었다. 진무경 이름이 적힌 죽간을 찾아 그녀에게 던졌다. 이름 아래 붉은 획이 둘이었다.첫째 죽음 — 검신에게 패배.둘째 죽음 — 딸에게 버림받음.아련은 둘째 줄을 읽고 칼을 던졌다. 칼끝이 백도겸 발 앞 나무판을 꿰뚫었다.“내가 버린 게 아니야. 그자가 끝까지 나를 안 봤어.”“죽은 자는 반박하지 못합니다.”“그래서 네가 마음대로 죽여?”“나는 기록했을 뿐이오.”“사람을 어떤 문장으로 남길지 고르는 게 죽이는 거야.”아련은 죽간을 무릎으로 부러뜨렸다. 유족석에서 항의가 터졌다. 저마다 자기 기록만은 남아야 한다고 했다. 곽 노인은 아들의 억울함이 적힌 죽간을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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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 허락하지 않은 구원

서문 밖 마른 우물 곁에 운설 몫의 말이 숨겨져 있었다.하란주가 성 안 우물줄을 따라 들어와 작은 지도를 건넸다. 관 아래 장치가 돌아가는 혼란을 틈타 서쪽 배수문으로 빠져나가면, 말 두 필과 호위 여섯이 기다린다고 했다.지도에는 운설 이름만 적혀 있었다.“우현은요?”“단주님이 데리고 나오실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판단을 누가 해?”하란주는 대답하지 못했다. 운설은 지도를 접지 않고 연도하를 찾아갔다.그는 장례마당 옆 창고에서 아련의 칼에 붙은 자석 가루를 긁어 내고 있었다. 선우현은 한겸과 관 장치를 확인하러 갔고, 백도겸은 의식을 잠시 멈춘 채 유족들을 달래고 있었다.운설이 지도를 그의 손등에 내려놓았다.“이게 뭐예요?”“퇴로.”“내 것만 있네.”“그래야 퇴로가 되니까.”“다른 사람은 버리고?”“다 구하려다 당신이 죽는 선택을 나는 안 해.”“내가 안 타면요?”“기절시켜서라도 태울 생각이었소.”운설의 손이 올라갔다. 연도하는 피하지 않았다. 손바닥이 뺨에 닿기 직전 운설은 그의 옷깃을 움켜쥐었다.“내가 당신을 믿은 순간까지 훔치지 마.”그 말에 연도하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방어가 사라졌다. 그는 운설이 자신을 완전히 믿지 않는다는 사실보다, 믿었던 순간이 있었다는 말에 더 흔들렸다.“당신이 죽으면 나는 또 남겨집니다.”“그래서 내가 당신 뜻대로 살아야 해요?”“그러길 바랐소.”연도하는 변명하지 않았다.“지금도 절반은 바라고.”운설이 옷깃을 놓았다. 솔직한 욕망은 아름답지 않았으나 적어도 보호라는 말 뒤에 숨지 않았다.연도하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다. 그래서 오래 준비한 말처럼 들렸다. 그는 서쪽 길에서 수레를 태울 때부터 성 안 구조를 샀고, 집례관 둘을 돈으로 돌렸으며, 운설이 어느 방에 갇혀도 나올 수 있게 문쇠를 바꿔 두었다.“내가 부탁했어요?”“부탁해야만 살립니까?”“살리는 것과 끌고 가는 건 달라.”“죽겠다고 버티는 사람 허락을 기다리는 건 구경이지.”운설이 한 발 다가갔다.“당신은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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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 관 속의 검

관을 연 사람은 유족이었다.곽 노인과 술잔을 놓았던 젊은 여자가 양쪽 손잡이를 함께 들었다. 서로의 기억을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백도겸이 정한 시간까지 기다리면 관 속 증거마저 그가 고른 모양으로 나오리라는 데 뜻이 같았다.뚜껑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선우현과 남궁완이 뒤에서 받치고, 하문령이 관 아래 끼워 둔 쇠못을 잘라 냈다. 뚜껑이 열리자 살아 있는 사람 대신 검 한 자루가 보였다.선우현의 옛 검이었다.칼을 보는 순간 장례마당 곳곳에서 서로 다른 반응이 터졌다. 옛 검신대 생존자는 무릎을 꿇었고, 혀를 잃은 여인은 발로 바닥을 찼다. 젊은 도전자 둘은 검을 만져 보려 했으며 곽 노인은 관을 닫으라고 소리쳤다. 같은 쇳조각이 어떤 사람에게는 구원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집행대였다.선우현이 가까이 가자 생존자들이 길을 비켰다. 그는 그 경례를 받지 않으려 옆으로 돌았지만 좁은 관 앞에는 설 자리가 없었다. 운설이 그의 손을 잡아 검 반대편에 놓았다.“안 들어도 돼요.”“들 수 있는지부터 생각했네.”“그래서요?”“아직도 들고 싶소.”선우현은 그 말을 숨기지 않았다. 검이 없어져 편해졌다는 거짓말보다, 다시 쥐면 모든 문제가 한 번에 갈라질 듯한 유혹이 더 위험했다.폭이 넓은 검신검, 손잡이에 검은 가죽을 감고 칼등에 선우가 문장을 새긴 칼. 그가 절벽 아래 버렸다고 믿었던 물건이었다. 날에는 새로 간 흔적이 있었고 피 냄새까지 묻어 있었다.“누구 피지?”하문령이 물었다.운설은 칼을 건드리지 않고 냄새부터 맡았다. 사람 피에 돼지 피를 섞고 녹슨 쇳가루를 발라 오래된 것처럼 만든 흔적이었다. 그러나 칼자루 틈의 검붉은 얼룩은 달랐다. 아주 오래전 선우현 손바닥이 찢어졌을 때 스민 피였다.“진짜 검이 맞아요.”선우현은 손을 뻗지 않았다. 몸은 이미 검의 무게를 기억해 어깨가 미세하게 움직였다.관 아래에는 죽간과 장부가 층층이 깔려 있었다. 백도겸이 모은 옛 집행 기록이었다. 어느 마을에서 몇 명을 징발했고, 누가 명을 거부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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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 다시 검신이 되는 값

“검을 드시오.”백도겸이 단상에서 내려왔다. 소란을 잠재울 때까지 기다린 사람처럼 침착했다. 장례관은 열렸고 기록의 위조도 드러났지만, 성 밖에서는 선우현 이름을 단 군세가 계속 북상하고 있었다.그는 검신검을 두 손으로 들어 선우현 앞에 놓았다.“이 칼과 진짜 인수를 함께 들면 북쪽 군세는 멈춥니다.”“그대가 빼앗아 간 인수로 시작한 군세요.”“그래서 되돌릴 권한도 여기에 있소.”백도겸은 조건을 읽었다. 선우현이 승검회 초대 맹주가 되어 북방 토벌을 지휘할 것. 그 대가로 과거 모든 집행 죄를 사면하고, 가짜 명령의 책임은 백의대 잔당에게 돌릴 것. 유족에게는 도로세 일부를 나누고 각 문파에는 재판권을 보장한다.“나를 용서하면 길이 안전해진다는 말이오?”“그대 한 사람의 깨끗함보다 길 위 천 사람 목숨이 중요하다는 말이오.”유족석이 흔들렸다. 곽 노인은 사면에 반대했으나, 겨울마다 산적에게 곡식을 빼앗긴 마을 사람들은 검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누구도 선우현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그의 이름이 칼잡이를 멈출 수 있다는 사실에는 기대고 싶어 했다.백도겸은 미리 준비한 통행 기록을 펼쳤다. 승검회가 장악한 석 달 동안 백사나루의 약탈은 절반으로 줄고, 청명로에서 사라진 상인은 열일곱에서 셋이 됐다. 숫자는 거짓이 아니었다. 그 안전을 만들며 통행을 거부한 마을 둘이 불탄 사실만 다음 장에 숨겨져 있었다.한겸이 숨은 장을 꺼내 읽었다.“안전해진 길과 없어진 마을을 한 장부에 올려야 합니다.”“그것이 통치요.”백도겸이 답했다.“모두를 살릴 수 없으니 더 많은 쪽을 고르는 것.”혈비의 목소리가 성밖에서 넘어왔다.“고르지 않은 자의 목을 네 소유처럼 세지 마라!”그녀는 군세를 들이지 않은 채 성문 앞에 서 있었다. 허벅지 상처 때문에 한쪽으로 기울었지만 왕실 패는 사백 가슴에 그대로 두었다. 지휘권을 되찾지 않고도 백도겸과 맞설 수 있다는 것을 병사들이 보고 있었다.성 밖에서도 함성이 들렸다.“검신! 검신!”처음에는 백도겸의 병사들이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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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 빈손으로 연 관

검 대신 관 뚜껑이 선우현의 두 손에 들렸다.두 사람이 겨우 옮기던 무게였다. 내공 없는 팔이 떨리고 다친 손목에서 피가 배었지만, 그는 뚜껑을 세워 성루와 유족 사이를 막았다. 첫 화살이 검은 나무에 박혔다.“기록을 가져가시오!”유족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백도겸은 기록을 훔치는 자가 진실을 없애는 죄인이라고 외쳤다. 선우현은 관 속 죽간 한 묶음을 곽 노인에게 던졌다.“그대 아들 것은 그대가 확인하시오. 내 허락도 저자의 해석도 받지 말고.”곽 노인이 얼떨결에 받았다. 젊은 여자도 자기 부친 기록을 꺼냈다. 한 사람이 움직이자 다른 유족들이 관으로 몰려들었다. 서로 종이를 빼앗지 않으려 이름을 불렀고, 남궁완은 문파별로 줄을 나누었다.기록을 받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죽간 하나로 십 년의 기억을 다시 뒤집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다. 선우현은 억지로 건네지 않았다. 대신 빈 상자를 성문 가까이 놓고, 가져갈지 남길지는 해 뜰 때까지 고르게 했다.곽 노인은 아들 기록을 펼치지 못했다. 손이 떨려 매듭만 만지작거렸다. 젊은 여자가 대신 풀어 주려 하자 거칠게 밀쳤고, 잠시 뒤 자기가 먼저 사과했다. 둘은 관을 사이에 두고 싸우던 사람들이었지만 같은 글자를 두려워하고 있었다.“읽어 드릴까요?”한겸이 묻자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내 입으로 읽겠소. 오늘 못 읽으면 내일.”그는 죽간을 품에 넣었다. 백도겸이 정한 장례 시각에서 자기 시간을 되찾는 첫 행동이었다.한겸은 날짜가 겹치는 기록부터 따로 묶었다. 아련은 진무경 죽간 네 벌을 전부 품에 넣었다. 혀를 잃은 여인은 가해자 이름이 적힌 장부를 들고 늙은 생존자 앞에 펼쳤다. 백도겸의 하나뿐인 재판이 수십 개의 미완성 질문으로 흩어졌다.성루에서 둘째 화살이 날았다. 연도하가 장례 등불 줄을 당겨 흰 천을 공중에 펼쳤다. 화살이 천에 걸리는 동안 하란주가 서문 쪽 문쇠를 뽑았다.“성 밖으로 나가려면 지금이오!”그러나 유족들은 곧장 달아나지 않았다. 기록을 읽고 서로 바꾸고, 증언이 맞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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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 죽은 아비의 행적

하진악은 살아난 뒤 선한 사람이 되지 않았다.묵석리에서 붙잡힌 옛 검사는 그가 한 일을 하나씩 말했다. 선우현의 처형을 피해 도망친 하진악은 처음에는 같은 피해자를 모았다. 가짜 검신 명령으로 가족을 잃은 자, 문파에서 버림받은 자, 복수할 이름이 필요한 자들이었다.그들은 검신을 무너뜨릴 증거를 모으려 했다. 그러나 길을 지키려면 돈이 필요했고, 돈을 얻으려면 통행세를 걷어야 했다. 세금을 거부한 마을을 위협했고, 내부 정보를 흘린 사람을 죽였다. 어느 순간 피해자들의 모임은 승검회 초대 검사가 됐다.“아버지가 직접 죽인 사람이 몇이죠?”하문령이 물었다.“내가 본 것만 일곱.”“거짓말.”“네 아비가 저질렀다고 해서 선우현 죄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숫자를 물었어.”“열셋이라는 기록도 있다.”하문령은 칼을 뽑았으나 남자의 목에 대지 못했다. 아버지가 억울하게 죽었다는 한 줄이 그녀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 그 줄이 틀리면 복수의 방향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지난 세월의 자기 얼굴까지 무너질 것 같았다.기억 속 하진악은 늘 문을 등지고 앉았다. 어린 하문령에게 칼을 잡지 말라면서도 자기 칼은 잠잘 때조차 팔 아래 뒀다. 비 오는 날이면 이름 모를 마을로 곡식을 보냈고, 돌아오는 길에는 손에 지워지지 않는 피가 묻어 있었다. 그때는 아버지가 숨어서 의로운 일을 한다고 믿었다.“곡식을 받은 마을도 있습니까?”하문령이 물었다.옛 검사가 고개를 끄덕였다.“많다. 네 아비 덕에 산 사람도 많아.”“그럼 죽인 열셋과 살아난 사람을 서로 빼면 됩니까?”남자는 답하지 못했다. 하문령이 선우현에게 수도 없이 던졌던 저울이 이제 자기 아비 앞에 놓였다.선우현은 위로하지 않았다.“나는 그를 죽였다고 믿고 확인하지 않았소.”“당신 이야기는 지금 안 물었습니다.”“알고 있소.”“그럼 조용히 해요.”선우현은 물러났다. 하문령은 그가 변명하지 않는 것에도 화가 났고, 자기 명령에 순순히 물러나는 것에는 더 화가 났다.맹추산이 단상 아래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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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 곡이 칼이 되는 때

첫 칼은 유족석에서 나왔다.곽 노인 뒤에 숨었던 옛 검사가 인질을 밀치고 선우현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칼은 검신을 겨누었지만 옆 사람이 팔을 붙잡았다. 선우현에게 원한을 가진 유족이었다.“내 차례를 네가 왜 훔쳐!”그 한마디가 마당을 갈랐다. 검을 맡긴 사람들은 의자와 향로를 들었고, 집례관들은 관 속 검을 지키려 달려왔다. 성루에서는 백도겸 명을 따르는 병사와 활을 내린 병사가 싸웠다.선우현은 옛 검을 집지 않았다. 지팡이로 향로를 걷어 차 날아오는 칼을 막고, 관 뚜껑 뒤로 사람들을 밀었다. 칼날이 지팡이 몸통을 반쯤 갈랐다.남궁완은 남궁가 사람들에게 가문 진형을 펼치라고 했다. 그들이 망설이자 자기 부채 문장을 뜯어 바닥에 버렸다.“오늘은 내 명을 듣지 마. 다친 사람을 베지 않을 자만 이쪽에 서.”유족 셋과 승검회 병사 둘이 그녀 뒤에 섰다. 문파가 다른 사람들이 처음 맞춰 보는 진형은 엉성했지만, 누구를 보호할지는 분명했다.운설은 장례마당 서쪽 회랑을 치료소로 정했다. 흰 상복을 찢어 통로 양쪽에 묶고 외쳤다.“이 선 안에 칼 들고 들어오면 누구든 적이야!”첫 환자는 선우현을 찌르려던 옛 검사였고, 둘째는 그를 막다 팔을 벤 유족이었다. 두 사람을 나란히 눕히자 서로 욕을 퍼부었다.아련은 치료소 입구에 서서 칼 든 사람을 막았다. 진무경의 딸이라는 것을 알아본 유족 하나가 원수 편에 섰냐고 물었다.“여긴 원수 편이 없어. 피 흘리는 쪽만 있어.”“그 말도 저 의원한테 배웠나?”“아니. 저 의원이 자꾸 다쳐서 배웠어.”운설이 안쪽에서 천 뭉치를 던졌다. 아련은 받아 들고 환자 이마의 피를 닦았다. 말과 손이 서로 다른 일을 해도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다.“입으로 싸울 힘 있으면 이 천 눌러요.”운설은 각자 상대의 상처를 누르게 했다. 손을 떼면 눈앞 사람이 죽을 수 있었다. 욕설은 이어졌지만 압박하는 손은 떨어지지 않았다.연도하는 하란주와 서문을 열었다. 성 밖 수레를 안으로 들이지 않고 옆으로 세워 퇴로 벽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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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 타는 이름

잘린 심지 너머 바닥 아래에서 불빛이 달리고 있었다.“전부 성 밖으로!”그녀의 외침을 한겸이 관원의 명령으로 되풀이했고 남궁완이 남궁가 신호로 퍼뜨렸다. 유족들은 기록을 품에 넣고 서문으로 움직였다. 서로 원수라던 사람들이 계단에서 넘어진 노인을 일으키고, 조금 전 칼을 맞댄 병사가 아이를 안았다.출구는 한꺼번에 몰린 사람들 때문에 다시 막혔다. 혈비가 성 밖에서 말 위로 올라가 사람 이름 대신 옷 색을 불렀다. 검은 상복은 왼쪽, 흰 두건은 오른쪽, 걷기 어려운 자는 가운데. 사백은 기병 창을 가로 눕혀 난간을 만들었다. 북방군의 창이 중원 유족을 찌르지 않고 넘어지지 않게 받쳤다.하란주의 수레가 성문 아래를 오가며 부상자를 실었다. 빈 수레로 시작한 서쪽 길이 사람을 담아 나오는 퇴로가 됐다. 연도하가 미리 바퀴 규격을 바꾼 덕에 성채의 쇠못 덫에도 축이 부러지지 않았다.“마지막 수레까지 나가면 종을 세 번 울려!”운설이 외쳤다. 첫 번째 종은 곧 들렸으나 두 번째는 오지 않았다. 치료소 안에 맹추산과 하문령이 남아 있었다.백도겸은 퇴로 반대편에 섰다.“기록을 두고 가시오! 불에 흩어지면 누구도 진실을 증명하지 못합니다!”곽 노인이 아들 죽간을 품에 안았다.“내 진실을 왜 당신 창고에 둬야 하오?”그는 백도겸을 지나쳤다. 다른 유족들도 따랐다.장례관 밑에서 첫 폭발이 터졌다. 검은 관이 반으로 갈라지고 선우현의 옛 검이 공중으로 솟았다. 하문령이 몸을 틀어 칼을 피하자, 검은 단상 기둥에 깊이 박혔다.백도겸이 그 칼을 뽑았다.“이대로 끝나면 오늘은 난동과 방화로 기록될 뿐이오.”“그 불을 놓은 사람이 할 말은 아니군.”연도하가 선우현 앞을 막았다.백도겸은 자기가 불을 놓았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관과 기록, 유족과 검신이 함께 타면 새 질서를 위해 죽은 순교자가 생긴다고 했다. 자신도 남겠다고 했다.“당신이 죽을 필요는 없어요.”운설이 말했다.“살아서 재판받는 게 더 어려우니까 그러는 거잖아.”백도겸의 입술이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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