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물그릇에서는 쓴 약 냄새가 났다.둘째에는 젖은 흙, 셋째에는 녹슨 쇠 냄새가 떠올랐다. 운설은 명주의 피를 한 방울씩 나누고 세 그릇 사이를 빈 사발로 갈랐다.“한꺼번에 말하지 마세요.”명주가 그릇 앞에 앉았다.“제 입을 쓰지 말고, 고를 수 있는 쪽으로 가세요.”이 법이 반드시 옳다는 보장은 없었다. 물그릇에 떨어진 피가 누구 목소리를 먼저 끌어내는지, 말하지 못한 침묵이 거절인지 두려움인지 운설도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릇 뒤에 사람을 하나씩 세웠다. 서련 앞에는 약 냄새를 기억하는 담우가, 노칠 앞에는 일곱째 수레를 기억하는 연도하가, 정무 앞에는 수문장 걸음을 읽을 선우현이 섰다.“제가 잘못 들으면 멈춰 주세요.”운설이 명주에게 말했다.“제가 멈추라고 하지 못하면요?”“그때는 손가락 하나만 움직여요.”명주는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한 번 굽혔다. 네 사람 모두 그것을 멈춤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서련은 첫 그릇에서 기침으로 답했다. 노칠의 손톱 긁는 소리는 둘째 물 아래서 났고, 정무는 셋째 사발 가장자리를 일정하게 두드렸다.운설이 첫 그릇에 물었다.“서련, 명주 몸에서 나가고 싶습니까?”수면이 세 번 흔들렸다.“나가면 어디로 가고 싶어요?”“없어지고 싶다.”목소리는 분명했다. 복례를 깨우는 동안 기억이 닳은 서련은 더 오래 남을수록 고명주의 혀와 피를 갉아먹는다고 했다.명주의 손이 무릎을 움켜쥐었다.“당신이 나가면 제 빠른 맥도 없어질 수 있어요.”“그래도 내 이름까지 네 맥으로 만들지 마.”서련의 목소리가 끊긴 뒤 첫 그릇에 가느다란 흰 거품이 돌았다. 명주는 울지 않았다. 대신 빈 사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없어지는 것 말고 다른 길을 찾으면 기다려 주시겠습니까?”긴 기침이 두 번 났다.“그게 예입니까?”“두 밤.”서련은 자기 소멸을 늦출 값을 정했다. 명주가 살고 싶다는 까닭만으로 영원히 붙들리지는 않겠으나, 이틀 동안은 서로에게 덜 잔인한 길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운설은 그 기한을 그릇 옆 젖은
Last Updated : 2026-09-1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