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열매에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운설은 그것을 곧장 약솥에 넣지 않았다. 칼끝으로 껍질을 가르자 속살 대신 가는 흰 실이 나왔다. 한쪽은 서련의 그릇 조각에 붙고, 다른 쪽은 명주의 손목을 향해 흔들렸다.“맥을 만드는 약이군.” 고윤이 멀리서 말했다.명주가 그를 보았다.“또 먼저 이름 붙이셨네요.”고윤은 입을 다물었다. 잠시 뒤 말을 고쳤다.“그렇게 쓰려 했던 기록을 본 적이 있다. 성공한 적은 없었다.”운설은 흰 실을 명주 손목에 대지 않고 물그릇에 띄웠다. 실은 새 맥을 만들려 달려들지 않았다. 물 위에서 서련이 남긴 처방 순서대로 당귀, 겨울쑥, 검은 씨앗 곁을 돌아다녔다. 끊어진 자리끼리 꿰매는 길을 보여 주었다.“몸이 먼저 고르게 해야 해요.”명주는 자기 손으로 약재를 하나씩 넣었다. 운설이 불의 세기만 알려 주고, 고윤은 세 걸음 밖에서 기억나는 잘못을 말했다. 너무 달이면 실이 녹았고, 덜 달이면 독이 남았다. 명주는 두 번 약을 버렸다. 세 번째 솥에서만 붉은 열매가 천천히 벌어졌다.담우는 곁에 누워 손목을 내놓았다. 그의 하루 한 번 맥은 이미 지나갔으나 명주가 불안할 때마다 손가락을 얹을 자리가 되어 주었다.“뛰지 않는데 왜 자꾸 만져요?”“안 뛰어도 여기 있잖아.”그가 웃자 명주의 굳은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노칠의 관은 북서 수로 앞에 놓였다. 연화가 고향으로 보낼 수레를 마련했고, 수레꾼들은 누구 명도 받지 않고 물항아리를 새 짚으로 감쌌다. 관이 문턱을 넘을 때 명주의 가슴에서 차가운 맥 하나가 완전히 빠져나갔다.그녀는 관 뒤를 쫓지 않았다. 두 손을 모아 바닥에 이마를 댔다.“노분의 오라비 노칠.”이름을 세 번 부르자 관 안에서 나무 두드리는 소리가 한 번 났다. 수레바퀴가 북서쪽 진흙길로 굴러갔다.정무는 약조대로 남았다. 명주가 약을 마시기 전 가슴 안에서 두 번 두드리고, 빌린 맥을 한 치 뒤로 물렸다. 서련이 있던 자리와 노칠이 떠난 자리는 비어 있었다. 누구도 그 빈곳에 새 이름을 밀어
Last Updated : 2026-09-2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