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에는 첫 줄이 없었다.누구 이름을 위에 놓을지 정하지 못해 여덟 칸을 둥글게 그렸다. 가운데에는 빈자리를 남겼다. 황실과 삭월이 서로 봉인을 찍으려 했던 자리였다.“비워 두면 나중에 힘센 자가 차지합니다.” 한겸이 말했다.여리가 가운데 칸을 통째로 오려 냈다.“그럼 앉을 자리도 없게 만들지.”종이 한복판에 구멍이 뚫렸다. 사람들은 그 둘레에 이동, 치료, 빌려줌, 넘겨줌의 조건을 적기 시작했다.여리는 자기 침을 다른 의원이 쓸 때 사흘 안에 돌려받겠다고 했다. 진눈은 피리를 불 수 없는 날에도 누구도 대신 숨을 넣지 못하게 했다. 타간의 조각은 석잔촌 우물 밖으로 나가려면 환자 셋과 우물지기 둘의 수결이 필요했다.누리는 자기 손목 속 쇠를 빼는 치료를 받을 수 있으나, 빼낸 조각을 의원이 보관하지 못한다고 적었다. 마르간은 서쪽으로 돌아가며 어디에도 위치를 알리지 않을 권리를 요구했다. 사람들이 위험하다며 반대하자 그는 반문했다.“찾아올 수 있는 자가 지키러만 올까?”결국 정확한 곳은 숨기고, 한 달에 한 번 자신이 고른 증인에게 살아 있다는 표식을 보내기로 했다.표식도 한 가지로 정하지 않았다. 첫달에는 검은 돌, 둘째에는 말린 쑥, 셋째에는 빈 종이를 보내기로 했다. 같은 표식을 오래 쓰면 누군가 가로채 대신 보낼 수 있었다. 마르간은 자신을 믿지 못해 만든 조건이 마음에 든다며 세 물건을 품에 넣었다.더운돌의 아내와 누이는 장갑을 공동으로 지녔다. 둘 중 하나가 죽으면 남은 사람이 자동으로 갖는다는 문장을 지웠다. 그때 다시 가족과 화로지기들이 묻기로 했다.묵할멈은 수결 대신 숯 묻은 손바닥을 찍었다. 글을 읽어 주는 증인을 매번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사람이 같은 거짓을 오래 들려주지 못하게 하려는 조건이었다.흑요의 칸만 오래 비었다. 그녀는 조각 반쪽이 명주에게 남았으니 자기 뜻만으로 정할 수 없다고 했다. 배가 흑수촌에서 돌아올 때까지 양도하지 않고, 칼로 쓰지도 않겠다는 한 줄만 썼다.“명주가 돌아오지 않으면?”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6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