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사슬 소리에 혈비의 기억이 열렸다.여덟 살 겨울, 우물 아래 아이는 둘이었다. 야란은 열이 올라 벽에 기대 있었고, 다른 아이는 쇠사슬을 두 손으로 잡고 있었다. 왕가 의원 백도인이 혈비에게 푸른 약 한 그릇을 내밀었다.공주님이 하나를 고르십시오.“왜 나한테 골라 달라고 했지?”고윤이 답했다.“왕가 피가 선택해야 제물의 물길이 열린다는 믿음이 있었다.”“거짓이군.”“그래. 하지만 아이였던 너는 몰랐겠지.”혈비는 돌뚜껑 앞에 주저앉았다. 그날 야란은 자기 이름을 말했다. 다른 아이는 겁에 질려 입을 열지 못했다. 혈비는 이름을 아는 쪽을 가리켰다.가리키기 전 혈비는 약을 반으로 나누려 했다. 백도인이 그러면 둘 다 죽는다고 손등을 때렸다. 여덟 살 아이는 그 말을 시험할 수 없었다. 야란이 살려 달라고 말했고, 다른 아이는 쇠사슬만 더 세게 쥐었다.혈비는 이름을 말한 아이가 살고 싶어 한다고 여겼다. 침묵한 아이는 이미 포기했다고 멋대로 정했다. 어른들이 자기에게 넘긴 잔인한 선택을, 다시 말 못 한 아이에게 떠넘긴 셈이었다.“내가 야란을 골랐다.”야란은 놀라지 않았다. 스무 해 넘게 그 순간을 기억해 온 얼굴이었다.“제 입에 약을 넣고 푸른 새를 그려 주셨지요.”“다른 아이는?”“약관들이 아래 문으로 끌고 갔습니다.”혈비의 손톱이 돌바닥을 긁었다.“나는 네가 살고, 그 아이가 죽는 줄 알았다.”“저도 그랬습니다.”야란은 약을 받은 뒤 제 숨부터 세었다고 말했다. 하진이 끌려갈 때 손을 뻗지 않았고, 살아남았다는 안도 때문에 밤새 눈을 감았다.“저도 그 아이를 두고 살았습니다. 그러니 공주님 죄만 세려고 돌아온 것이 아닙니다.”“그렇다고 네 죄가 되는 건 아니다.” 혈비가 말했다.“그 말은 제가 정합니다.”두 사람은 서로의 짐을 덜어 주겠다는 말로 또 빼앗지 않았다.“왜 그 이름을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지?”“공주님이 이름 없는 아이를 찾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불러 줘야만 기억할 거라면, 그 아이는 또 제 뒤에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9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