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세인은 고개를 돌려 엘라엔을 보았다.“그렇지 않습니까, 황후? 카르노스의 카시안이 내 발밑에서 검무를 추는 광경을… 당신도 보고 싶지 않습니까.”엘라엔은 르세인의 손길 아래에서 얕게 떨었다. 르세인은 카시안을 시험하고 있었다. 그가 자신에게 굴복하는 척하며 칼을 갈고 있는 건 아닌지를 확인하려는 잔혹한 초대장…….엘라엔은 르세인의 집요한 시선을 받으며 간신히 목소리를 내었다.“폐하의 안배에 오차가 있을 리 없지요. 다만, 짐승은 궁지에 몰리면 주인을 무는 법이니 경계를 늦추지 않길 바랍니다.”“걱정 마십시오, 황후. 내 사냥개는 내가 제일 잘 아니까.”르세인은 엘라엔의 손등에 깊게 입술을 맞췄다.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활력이 감돌았다.*** 같은 시각, 카르노스의 접경지.카시안은 르세인이 보낸 합동 훈련 통보서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르세인은 곡물을 보낸 것도 모자라, 이제는 대놓고 제국의 심장부로 들어오라며 문을 열어젖혔다. 카시안의 품속에는 아리엘의 은제 펜던트가 차갑게 식어 있었다.‘죽일 기회를 주겠다는 건가, 아니면 내가 감히 덤비지 못할 만큼의 전력 차이를 보여주겠다는 건가.’카시안은 펜던트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는 지금 지략을 펼칠 수도 없을 만큼 머릿속이 얽히고설켜 너무나 혼란스러웠다.“전하, 이건 필시 함정일 가능성이 큽니다. 황궁 근처로 진격했다가 포위당하면 끝장입니다.”옌스의 우려 섞인 조언에 카시안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함정이라 해도 가야 한다. 르세인은 지금 나를 시험하고 있어. 내가 그의 발아래 엎드린 개인지, 아니면 제국을 삼킬 늑대인지를. 그리고 무엇보다… 엘라엔이 그곳에 있어.”카시안은 르세인이 깔아놓은 이 위험천만한 판위로 발을 내딛기로 결심했다.카르노스의 기사들은 르세인이 보낸 식량으로 몸집을 불려, 르세인의 심장을 겨누기 위해 북방의 설원을 달리기 시작했다.*** 황궁으로 돌아온 르세인은 밤늦게까지 서고를 배회했다. 그리고 그 상자가 제자리에 잘 있는지 확인하듯,
Última atualização : 2026-10-01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