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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위협적인 소유의 설계자: Capítulo 131 - Capítulo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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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하나의 가능성

레비안 전각의 오전은 늘 조용했다. 이곳의 분위기는 아르젠트 궁과 닮아 있었다. 향기조차 제거된 공간.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조차 너무 화려해지지 않도록 얇은 비단 커튼에 걸려져 들어왔다. 엘라엔은 그 빛이 대리석 바닥 위에 떨어지는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햇빛은 창살 모양을 따라 길게 늘어졌고, 그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 감옥의 철창처럼 보였다.엘라엔은 피식, 건조하게 웃은 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를 걸었다. 시녀들은 자연스럽게 길을 비켰다.“영애.”벨모어 백작 부인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오늘 예법 교육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황태자 전하께서 직접 검토하신 일정이라…”“취소해요.”엘라엔의 말에 벨모어 백작 부인의 눈썹이 아주 미묘하게 흔들렸다.“황태자 전하의 명이 내려진 일정입니다.”“알아요. 그런데 오늘은 몸 상태가 좋지 않네요.”엘라엔은 단호한 말을 끝으로 창문 앞에 멈춰 섰다. 정원은 여전히 무색무취였다. 르세인의 취향이 그대로 반영된, 꽃도, 풀도 없는… 살아 움직이는 것들은 모두 제거된 정원.백색 자갈 위를 걷는 기사들의 발걸음은 유난히 크게 울렸다.엘라엔은 눈을 가늘게 떴다. 기사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평소와 달랐다.정원의 경비는 늘 같은 동선으로 순찰했다. 르세인의 명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그 흐름이 조금 어긋나 있었다.기사 세 명이 지나간 뒤, 잠시 공백이 생겼다. 그리고 곧 또 다른 기사들이 나타났다. …교대.엘라엔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레비안 전각의 경비는 낮 동안 거의 바뀌지 않았고 야간에만 교대가 이루어졌었다.그런데 지금, 대낮에. 왜.“백작 부인.”“예, 영애.”“오늘 궁 안이 조금 시끄럽지 않나요?”벨모어 백작 부인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특별한 보고는 없었습니다.”엘라엔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정원을 향하고 있었다.잠시 후, 기사 한 명이 복도 쪽으로 걸어왔다. 그의 갑옷에는 먼지가 묻어 있었다. 궁 내부의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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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는 것처럼

아르젠트 궁의 전략실에는 커다란 지도판이 세워져 있었다.엘레니르 제국의 영토는 붉은 잉크로 표시되어 있었고, 그 주변을 둘러싼 수많은 왕국과 공국들이 다른 색으로 구분되었다.그 가운데 북동쪽, 험준한 산맥 너머에 자리한 작은 왕국 하나가 유난히 강조되어 있었다.카르노스.르세인은 지도 앞에 서 있었다.촛불 여러 개가 지도를 비추었고 그 빛에 따라 붉은 선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흔들렸다.바델은 서류를 펼쳤다.“카르노스 국왕 루드비히 6세의 최종 제안입니다. 광산 지대 세 곳의 채굴권을 엘레니르 제국, 에르디엔 황실에 양도하며 추가로 북서부 교역로의 통행세 절반을 십 년간 면제하겠다는 조건입니다.”르세인의 시선은 지도 위에 머물러 있었다.카르노스 북서부 산맥.그곳에는 광산이 있었다. 보석뿐 아니라 철과 희귀 금속까지 섞여 있는.엘레니르 제국 군대가 남부 원정을 마친 뒤 가장 먼저 노릴 자원이기도 했다.바델이 말을 이었다.“만약 이 조건이 확정된다면 황실 재정은 단기간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겁니다. 특히 해군 건조 비용을 충당하기에 충분합니다.”르세인의 손가락이 지도 위를 따라 느릿하게 움직였다. 붉은 선이 산맥을 따라 내려갔다.“해군은 아직 시기상조다.”“하지만, 황태자 전하. 서부 연안의 도시들이….”“항구 도시들은 이미 우리 영향권에 들어왔다.”“…….”“지금 필요한 건 바다가 아니라 내륙이다.”그의 손가락이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제국 중앙을 가로질렀다.“곡창지대.”바델이 고개를 들었다.“남부 평야 말씀이십니까.”“그래.”르세인은 지도에서 손을 떼었다.“엘레니르 제국이 진정한 강대국이 되려면 군대보다 먼저 먹을 것을 장악해야지.”“…….”“카르노스는 그 평야로 가는 문이다. 루드비히는 후계가 없어. 늙은 왕이 마지막으로 남긴 카드는 카시안이고.”바델이 조심스레 르세인의 말을 이었다.“그를 왕위 계승자로 세우겠다는 의도는 명백하지요.”“세우게 놔둬.”르세인의 목소리는 건조했다.“왕관을 씌우는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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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더없이 끔찍한 악몽 같은 밤

에르디엔 황궁의 밤은 유독 차가운 달빛 아래 잠겨 있었다. 르세인은 아르젠트 궁의 집무실 창가에 서서, 검은 수레 한 대가 북문으로 향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수레 주위에는 카르노스 문양을 가린 기사들이 삼엄하게 늘어서 있었다.카시안의 이송은 제국의 장부에서 오류를 지우고 카르노스라는 작은 왕국을 영구적인 식량 식민지로 만들기 위한 첫 번째 단추였다. 르세인은 손에 쥐고 있던 나뭇조각을 서랍 깊숙이 밀어 넣었다.“…끝났어.”그가 낮게 말했다.이제 카시안은 제국의 죄수가 아니라 카르노스의 빚쟁이 왕이 될 것이다.르세인은 그가 왕관의 무게에 짓눌려 평생 제국에 머리를 조아리며 식량을 구걸하게 될 미래를 설계했다. 그건 죽음보다 더 확실한 매장이었다.하지만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서늘한 예감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는 몸을 돌려 레비안 전각으로 향했다. 발걸음은 평소보다 빨랐고 그의 눈은 지독한 소유욕으로 번들거렸다.아직 국혼 전이었으나, 르세인에게 예법이나 절차 따위는 이미 안중에 없었다. 그의 질서는 엘라엔에게 만큼은 어느 순간부터 뒤틀리고 있었다.레비안 전각의 침전. 엘라엔은 잠들지 않은 채 얇은 가운 하나만 걸치고 창밖을 보고 있었다.르세인이 문을 박차듯 들어왔을 때도 그녀는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올 것이 왔다는 듯 덤덤한 시선으로 그를 마주했다.“이 늦은 시각에 예고도 없이 오셨군요, 전하. 아직 저희는 국혼을 올리지 않았습니다.”르세인은 대답 대신 성큼성큼 다가가 엘라엔의 어깨를 거칠게 움켜쥐었다. 그의 손가락이 가느다란 쇄골을 파고들었다. 강한 악력이었다.르세인의 숨결은 평소의 냉정함을 잃고 거칠게 흩어졌다.“그게 뭐가 중요하지. 넌 이미 나의 정비인 것을.”르세인은 그녀를 침대 기둥 쪽으로 거칠게 밀어붙였다. 쿵, 소리와 함께 엘라엔의 머리카락이 흐트러졌다.“왜 아직 잠들지 않았지?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느냐고 묻는 거야. 아니, 무엇이 떠나가는 소리를 듣고 있었냐고 물어야 하나.”엘라엔은 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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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서로의 목을 노리는

황궁의 서쪽 끝, 화려한 금실 커튼이 드리워진 셀레네 후작 부인의 접견실.그곳에는 르세인의 배다른 형제, 라이안이 술 냄새를 풍기며 차가운 눈빛으로 지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어머니, 확실한 정보입니까? 형님이 정말로 카르노스 놈들과 손을 잡았다고요?”라이안은 르세인과 닮은 듯하면서도 훨씬 야생적인 기운을 풍겼다. 르세인이 정교하게 세공된 얼음조각상이라면 라이안은 굶주린 늑대 같았다.“내 눈으로 확인했어. 바델 경이 직접 북문을 열어줬고, 카르노스 사절단의 인장도 찍히지 않은 검은 수레가 그들을 따라나섰지. 그 안에 든 것이 무엇이든, 르세인이 폐하의 공식 칙령 없이 국경 너머로 무언가를 송출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야.”셀레네는 라이안의 어깨 위로 손을 얹으며 나긋하게 속삭였다.“라이안, 네 형은 지나치게 오만했어. 제국의 국법이 자신을 비껴갈 거라 믿고 있지. 만약 그 수레에 든 것이 황실의 기밀문서라면?”라이안의 입매가 비틀렸다. 그는 르세인의 완벽한 논리 아래 가려져 늘 힘없는 정부의 아들로 머물러야 했다. “형님이 실수할 리가 없는데…. 하지만 이번엔 다르군요.”“지금 폐하께서는 보석 광산에 눈이 멀어 계시지만… 르세인이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제국의 안보를 위협했다는 의심이 드는 순간, 그 보석들은 르세인의 목을 치는 도끼가 될 거야.”라이안은 허리에 찬 장겁을 고쳐 잡으며 일어섰다.“어머니는 폐하를 흔들어주십시오. 저는 직접 움직이겠습니다. 북문을 나선 수레가 국경을 넘기 전, 제가 직접 그 내용물을 확인하고 폐하 앞에 대령하죠.”“조심해라, 라이안. 바델의 눈을 피해야 해.”“걱정 마세요. 형님이 가르쳐 준 게 하나 있죠. 증명되지 않은 승리는 패배보다 못하다고. 제가 직접 그 승리를 증명해 보이죠.”***같은 시각, 황제의 침전 솔레움 궁.셀레네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헤이브릭의 품에 파고들었다. 그녀는 가느다란 손길로 황제의 가슴팍을 어루만지며 독 묻은 향기처럼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폐하, 기분이 좋아 보이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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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얼마나 견고한지

쾅!문이 열리고 드러난 것은 피투성이가 된 채 쇠사슬에 묶여 있는… 카시안. 그는 분명 카시안이었다.라이안은 카시안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카시안의 정체를 정확히 알 리 없는 그는 그저 르세인이 이토록 잔인하게 짓밟아 카르노스로 넘기려는 자가 고작 카시안이라는 것에 헛웃음이 일었다.“이게 누구야? 우리 집안의 자랑스러운 오물이 아니신가?”라이안은 카시안의 짓물러진 뺨을 가볍게 툭툭 쳤다. “이 쓰레기를 카르노스로 팔아치우는데 국경까지 호위라니. 형님도 참 눈물겹군.”라이안이 카시안의 머리채를 잡아 억지로 고개를 들게 하려던 찰나, 서늘한 목소리가 화살처럼 꽂혔다.“그 손 치워라, 라이안.”르세인이었다. 바델의 보고를 받자마자 레비안 전각에서 바로 달려온 듯 그의 셔츠 깃은 흐트러져 있었고, 눈동자에는 전각에서의 미열 대신 지독한 살기가 서려 있었다.“아오, 형님! 깜짝이야! 정무를 보신다더니 여기서 밀수나 하고 계셨습니까?”라이안은 카시안의 머리카락을 놓아주며 이죽거렸다.르세인은 대답 대신 라이안에게 다가가 그의 뺨을 후려쳤다.“…!”라이안의 고개가 돌아가며 입가에서 터진 선혈이 그의 화려한 옷깃에 톡, 떨어졌다.“술 냄새가 진동을 하는구나. 네 방탕함이 이제는 제국의 대계까지 침범하려 드는가.”“대계요? 하! 폐하 몰래 이 오물을 카르노스로 빼돌리는 게 대계입니까?”르세인은 라이안의 멱살을 잡아채 그를 바위벽으로 밀어붙였다.그의 눈동자 속에는 냉혹함과 냉철함이 뒤엉켰다.“네가 본 것은 이송이 아니라 수거다. 카르노스는 이 대가로 제국에 광산을 바쳤고. 카시안은 아마 카르노스의 왕이 되겠지.”“…예? 그게 대체 무슨 소립니까. 이 오물이 카르노스의 왕이라니요!”“카르노스 왕국의 왕녀가 카시안의 모친이니.”“형님! 아, 아니… 아니, 이게 무슨….”라이안의 표정에는 공포와 전율이 섞여 있었다.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던 유령이 타국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진실은 라이안의 세계관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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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그녀의 첫 번째 숙청

같은 시각, 라비엔 궁의 공사현장을 떠난 르세인은 레비안 전각으로 향했다.그의 망토 자락에는 여전히 협곡의 서늘한 밤안개와 라이안의 피 냄새가 미세하게 베여있었다. 그는 문을 열자마자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엘라엔을 발견했다.그녀는 르세인이 들어왔음에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카시안은 국경을 넘었습니다.”르세인의 첫마디는 칼날처럼 예리했다. 엘라엔은 책장을 넘기던 손을 멈췄다.그녀의 루비빛 동공이 천천히 르세인을 향했다. 그 눈에는 슬픔도, 기쁨도 없었다. 오직 르세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색무취의 증오만이 서려 있었다.“축하드려요, 전하. 드디어 제국의 오점을 성공적으로 수거하여 타국의 왕좌라는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셨군요.”“그 오점은 이제 내 발치에서 평생 식량을 구걸하게 될 비참한 왕이 되겠지. 당신이 그토록 원하던 안식의 최후랄까.”르세인은 다가가 엘라엔의 책을 거칠게 덮어버렸다. 그는 그녀의 턱을 잡아 올리며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술에 취한 라이안이 수레를 습격했더군. 황궁의 가장 천박한 놈의 입에 이 일이 오르내리게 됐어. 이제 넌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지. 오직 나만이 널 추문에서 건져낼 수 있어.”“추문이라니요. 전하께서 독단으로 저지른 일을 왜 제 탓으로 돌리시나요? 라이안 공작이 본 것은 전하의 잔인함이지, 저의 배신이 아닙니다.”엘라엔은 르세인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대신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서늘하게 미소 지었다.“전하. 전하의 질서는 참으로 위태롭군요. 단 한 번의 질투 때문에 황제 폐하의 의심을 사고, 형제에게 칼을 맞을 뻔하셨으니 말이죠. 제국을 제패하려는 군주의 행보라기엔 너무나… 감정적이지 않나요?”르세인의 안색이 질렸다. 자신의 치부를 가장 정확하게 찔러오는 여인.그는 엘라엔을 침대로 거칠게 밀어붙였다. “감정적이라…. 그래, 그럴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이 감정의 끝에는 반드시 승리가 있을 거다. 셀레네와 라이안은 이번 일로 제국에서 지워질 것이고, 넌 온전한 나의 것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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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실질적 수치로

“라이안 공작은 전하의 정무를 밀수라 칭하며 제국의 대계를 방해하려 했습니다. 전하께서 카시안 경을 카르노스로 보낸 것은 단순한 자비가 아닙니다. 그건 카르노스의 보석 광산을 손에 넣고 장차 그들을 식량으로 복종시키기 위한 거대한 사냥의 시작이었지요.”엘라엔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황후를 똑바로 응시했다.“그런 중대한 작전을, 술 냄새 풍기며 뒤쫓아 함부로 수레를 열어젖힌 라이안 공작의 행위는 무례를 넘어선 반역에 가깝습니다. 만약 카르노스 측 사절단이 그 광경을 보고 제국을 불신했다면 그 손해는 누가 책임졌겠습니까.”황후의 눈매에 유열이 스쳤다. 엘라엔은 르세인의 실수를 기밀 정무로, 라이안의 확인을 반역적 방해로 완벽하게 뒤바꾸어 정의했다.“그렇다면 폐하의 도장이 찍히지 않은 밀서를 보냈다는 셀레네의 주장은 어찌 생각합니까. 폐하의 권위를 건너뛴 황태자의 오만함이 제국을 뒤흔들고 있다며 폐하께서 노하고 계시니….”“오만이라니요, 황후 폐하. 그것은 황제 폐하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려는 전하의 지극한 효심이었습니다.”엘라엔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으나 그 내용은 치명적이었다.“카르노스의 왕족을 살려 보내는 결정에 황제 폐하께서 직접 서명하신다면 훗날, 사가들은 황제 폐하의 자비가 도를 넘었다고 기록할지 모릅니다. 전하께서는 그 모든 오명을 스스로 짊어지고, 황제 폐하께 오직 광산의 수익과 강대한 제국이라는 결과물만을 바치려 하신 겁니다.”“…….”“그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한 채 황제 폐하의 귀를 어지럽히는 셀레네 후작 부인이야말로 진정 제국의 안위를 위협하는 자가 아니겠습니까.”말이 끝나기 무섭게 접견실 문이 열리고 황후를 보필하는 시녀인 후작 부인이 셀레네 부인의 방문을 알렸다.황후는 눈썹을 들썩이며 입을 열었다.“들이세요. 하지만 예법을 잊은 자는 문턱을 넘지 못할 것입니다.”황후의 차가운 허락이 떨어지자, 셀레네 후작 부인이 극도로 절제된 걸음으로 들어와 바닥에 엎드렸다. 그녀는 황제의 총애를 받는 몸이었으나 이곳은 황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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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정치적 공범으로

“후작 부인, 감히 누구 앞에서 고개를 드는 것입니까. 라안느 양의 말에 단 한 자라도 틀린 것이 있었나.”황후의 일갈에 셀레네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엘라엔은 아주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셀레네의 곁으로 다가갔다. 비단 드레스가 바닥을 끄는 소리는 셀레네의 신경을 긁었다.엘라엔의 표정은 더없이 차갑고 서늘했다. 그녀는 셀레네를 무감정한 눈빛으로 보았다.“부인. 총애는 황제 폐하의 침소에서나 힘을 발휘하는 것이지, 이곳 루미에라 궁의 논리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공작이 저지른 무례는 내 전하께 친히 청하여 실수로 덮어줄 수 있으나 부인이 지금 보이고 있는 이 무능은 제국의 역사에 기록될 겁니다.”엘라엔은 허리를 숙여 셀레네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남부의 행정권이 아직 라이안 공작에게 있죠? 전하께서 그 평가를 피로 물들이기 전에 부인께서 먼저 무릎을 꿇는 법을 배우는 게 좋을 겁니다. 이건 경고가 아니라 자비입니다.”셀레네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저 그런, 어린 영애가 아니라 르세인보다 더 잔혹한 포식자의 눈을 한 괴물을 본 것만 같았다.황후 로잘린은 찻잔을 들며 미소를 지었다.“부인은 물러가세요. 그리고 모두에게 전하세요. 황태자의 정무에 토를 다는 자는 그가 누구든 제국의 적으로 간주하겠노라고.”셀레네는 도망치듯 접견실을 빠져나왔다. 그녀가 떠난 자리에는 정적만이 남았다.황후는 엘라엔의 손을 잡았다.“제법이군요. 셀레네의 오만을 논리로 꺾어버린 그 기세 마음에 듭니다.”“황후 폐하, 잡초를 뽑을 때는 그 뿌리까지 뽑아야 합니다. 안 그러면 후환이 큰 법이니까요.”엘라엔의 눈빛이 번들거렸다. 그녀는 이제 르세인이 만든 감옥의 수감자가 아니라 그 감옥을 지키는 가장 아름답고 잔혹한 파수꾼으로 각성하고 있었다.*** 아르젠트 궁의 대접견실에는 침묵조차 권위의 무게에 짓눌려 있었다. 황제 헤이브릭은 르세인이 가져온 카르노스의 서약서를 검토하며 턱을 괴었다.광산 채굴권과 세금 면제라는 파격적인 조건은 탐욕스러운 늙은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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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손에 쥔 칼날은

르세인은 곧장 레비안 전각으로 향했다. 그의 발걸음은 유독 가벼웠으나 그가 풍기는 살기는 더욱 진해져 있었다.전각 안으로 들어선 르세인은 책상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엘라엔에게 황제의 옥인이 찍힌 임명장을 내려놓았다.“자, 당신이 원하던 칼자루입니다. 황실 행정 감사관. 이제 남부의 모든 관리들은 당신에게 장부를 보고해야 할 겁니다.”엘라엔은 커다란 눈으로 서류를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곧 그녀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렸다. 르세인이 자신을 방패로 세웠다는 것을 단번에 간파했기 때문이었다.“저를 사지를 몰아넣으셨군요, 전하. 셀레네 가문의 가신들이 저를 곱게 보지 않을 텐데요.”“그래서 내 기사단 소대를 당신에게 붙여주지 않았습니까. 감사관의 명을 거역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반역으로 간주해 베어버려도 좋습니다. 이건 내가 당신에게 준 권한이지.”르세인은 엘라엔의 뒤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그의 뜨거운 숨결이 엘라엔의 머리 위에 닿았다.“영애, 이제 당신은 단순히 황태자비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내 손을 대신해 제국의 부패를 도려낼 집행관이지. 내일 오전, 남부 가신들을 이곳으로 불렀습니다. 그들에게 당신이 어떤 괴물인지 똑똑히 보여주십시오.”엘라엔은 르세인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덮으며 차갑게 응수했다.“괴물이라니요, 전하. 저는 그저 전하께서 가르쳐 주신 논리대로 행할 뿐이겠죠. 횡령은 오차이고, 오차는 제거해야 마땅하니까요. 전하께서 주신 이 칼로 공작의 숨통을 아주 우아하게 끊어드리죠.”르세인은 그녀의 잔혹한 성정에 전율을 느끼며 그녀를 더욱 깊게 안았다.“좋습니다. 당신이 그들을 도륙하는 동안, 나는 카르노스 원정군을 재편할 겁니다. 남부에서 당신이 수거해온 군량과 자금은 나의 검이 되겠지.”두 사람의 그림자가 대리석 바닥 위로 길게 겹쳐졌다.포식자의 둥지에서 제국을 제패할 두 마리의 맹수가 비로소 한곳을 바라보기 시작한 순간이었다.엘라엔은 이제 르세인을 파멸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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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방식만 다를 뿐

공포는 가장 확실한 통제의 수단이었다. 모두가 떨리는 손으로 펜을 잡아 자신들의 죄상과 숨겨둔 재산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이 광경을 문틈으로 지켜보던 르세인은 지독한 희열을 느꼈다.그는 엘라엔이 자신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을 넘어 한층 더 정교하고 우아하게 적들을 유린하는 모습에 매료되었다.그가 문을 열고 들어선 것은 충동적인 행동이었다.갑작스러운 황태자의 등장에 그들은 바닥에 더욱 바짝 엎드렸다. “사냥이 아주 훌륭하군.”“전하께서 판을 잘 깔아주신 덕분이죠. 이제 남부의 평야는 전하의 원정을 지원할 거대한 병기창이 될 겁니다.”엘라엔은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건 더 이상 가식적인 미소가 아닌, 제국이라는 거대한 사냥감을 함께 도려내기로 약속한 동반자의 미소였다.르세인은 엘라엔의 손을 잡아 제 심장 위에 올렸다.“나의 심장이 당신의 야망에 반응해 이토록 뜨겁게 뛰고 있어.”엘라엔은 르세인의 심장 박동을 느끼며 과거 카시안이 주었던 나약한 평온을 지워내려 애썼다. 이제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구원이 아니라, 함께 세상을 짓밟을 수 있는 강대한 힘이었다.***늦가을, 카르노스로 향하는 길은 엘레니르 제국의 길과 달랐다.제국의 도로가 정복자의 논리로 곧고 넓게 다듬어졌다면, 북방의 산로는 뒤틀리고 갈라져 있었다.바퀴는 진흙과 얼어붙은 자갈 사이를 위태롭게 미끄러졌다.마차는 그 험한 길을 묵묵히 건넜다. 겉면에는 아무런 문양도 없었으나 마차를 에워싼 기사들의 침묵은 평범한 호송이 아님을 증명했다.카르노스 사절단은 제국의 국경을 넘은 뒤부터 더욱 말수가 줄어들었다. 그들 역시 알고 있었다. 지금 마차 안에 실린 존재가 단순한 포로나 손님이 아니라, 잘만 다룬다면 왕국의 숨통을 연장할 마지막 패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마차 안은 춥고 어두웠다.카시안은 희미하게 뜬 눈으로 작은 창 틈으로 스며드는 빛을 가만히 보았다.손목에 감겼던 굵은 쇠사슬은 진즉 풀렸지만 그 자리에 남은 검붉은 자국은 사라지지 않았다. 찢겼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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