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라엔은 단호하게 말을 잘라냈다. 르세인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라기보다 철저히 계산된 확신이었다.르세인이 해카테 부족 함대를 바다 밑으로 가라앉히는 동안, 엘라엔은 해카테의 경제적 숨통을 끊어버릴 생각이었다.“제국 내부의 반대파 귀족들, 특히 문제가 아주 많은 파브르 공작 일가의 사유 재산을 몰수해서 그 자금으로 해카테의 채권을 매입하세요. 그들이 돈을 갚아야 할 상대가 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해카테 족장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기대되는군요.”엘라엔은 펜을 들어 서명을 하고 명령서에 인장을 찍었다. 쿵, 소리와 함께 금사의 인장이 찍힐 때마다 해카테라는 거대한 부족의 기둥이 하나둘씩 꺾여 나갔다.*** 이틀 뒤, 집무실에 태후 로잘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로잘린은 엘라엔이 벌이고 있는 이 거대한 경제 전쟁의 규모를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엘라엔의 책상 위에 놓인 장부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황후, 그대는 황제보다 더 지독한 사냥꾼이 아닙니까.”로잘린은 엘라엔의 어깨를 부드럽게 짚었다.“태후 폐하, 오셨습니까.”“남부 귀족들이 그대를 누르기 위해 연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돈줄을 죄어오는 것에 미쳐버린 모양이지. 어떻게 할 셈입니까, 황후.”엘라엔은 서류를 정리하며 차분하게 대꾸했다.“제 발로 그 연회장에 가야지요. 남부 전체의 상권 지배권을 완전히 가져올 절호의 기회인 것을요, 태후 폐하.”엘라엔의 얼굴에는 일말의 두려움도 없었다.로잘린은 그런 엘라엔을 보며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며칠 뒤, 남부 귀족들이 마련한 연회는 황궁에서 멀리 떨어진 베리튼 공작의 별관에서 열렸다. 겉으로는 황후의 노고를 치하한다는 명분이었으나 연회장 곳곳에서는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엘라엔은 호위 기사를 최소화한 채, 시녀들만을 대동하고 그 독사들의 굴로 발을 들였다.별관의 연회장은 그녀가 등장함과 동시에 수군거리던 귀족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황
Last Updated : 2026-10-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