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가 마침내 내성 앞에서 멈췄다. 문이 열리고 차가운 공기가 밀려들었다.“경, 국왕 폐하께서 즉시 알현을 명하셨습니다.”카시안은 피가 굳어 붙은 손가락을 한 번 펴고,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돌계단 위로 올라선 그의 몸 상태는 아직 온전치 못했으나 다행히 걷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그리고 그를 마주했다.루드비히 6세. 푸른 눈빛은 세월에 바래 있었으나 깊은 곳에는 음습한 계산이 깔려있는 듯했다.그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카시안을 바라보았다. 잃어버렸던 손자를 찾은 애틋함 따위는 없었다. 루드비히 6세는 마침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정말, 아리엘의 얼굴이 남아 있군.”카시안은 그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그는 카시안을 혈육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잘 써먹을 수 있을지를 계산했다.카시안은 절뚝이며 루드비히 앞에 섰다. 제국에서는 유령이었다가 죄인이었고, 엘라엔에게는 배신자였으며, 르세인에게는 제거되지 못한 오류였던 사내는 이제 다른 이름으로 불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왕세손.혹은, 왕국이 마지막으로 꺼내 든 검은 카드.대전각의 공기는 서늘했다.카르노스 왕국은 에르디엔의 화려함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천장은 낮았고, 벽은 거친 검은 돌로 쌓여 있었다. 장식이 거의 없었지만 곳곳에 박힌 철제 고리와 오래된 방패들은 이곳이 오랫동안 전쟁과 기근을 버텨온 나라임을 말해주었다. 왕좌 위의 국왕은 천천히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가까이 오거라.”카시안은 한 발짝 더 다가갔다.왕좌 아래에 선 순간, 루드비히의 시선이 그의 얼굴을 세밀히 훑었다. 그리고 낮게 웃기 시작했다.“엘레니르 놈들이 꽤 정성을 들였군.”카시안의 몰골을 보았음에도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도, 연민도 없었다.“죽지 않고 돌아온 걸 보면… 생각보다 질긴 놈이야.”카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한쪽에서는 귀족들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카르노스의 대신들과 장군들, 그리고 왕족의 피를 주장하는 수많은 친척들은 후계 없는 왕좌를 노리고 온 독
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9-01 อ่านเพิ่มเติ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