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윤서는 신태현이 한 말을 들었지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시선을 내리자 긴 속눈썹이 내려앉으며 눈동자 속 모든 감정을 감추었다. 민윤서는 솔직히 황당하기만 했다.‘왜 자기한테 얘기 안 했냐고?’얘기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으면서 이제 와서 왜 본인에게 얘기하지 않았냐고 따져 묻다니.‘참나, 연기도 적당히 해야지.’신태현은 민윤아가 걱정되어서, 민윤아가 돌아가서 쉴 수 있도록 하려고 일부러 이곳으로 와 민윤서의 곁에 있는 것이었다.‘정말 최선을 다해 연기하네. 아주 대단해.’신태현은 아내를 매우 사랑하고 책임감이 강한 남편, 세심하고 배려심 깊은 사위를 연기했다.그러나 신태현이 그동안 그들 몰래 해온 짓들은 이미 민윤서의 가슴에 수도 없이 칼을 꽂았다.민윤서는 입술을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가운 표정으로 시선을 옮겨 응급실 조명만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신태현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으려고 했다.대답하는 것도, 다투는 것도, 신태현이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발리는 것도 이제는 귀찮았다.주한범과 이선희는 그 모습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민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민윤서의 결혼 생활에 굳이 간섭하지는 않았다.상황을 보아하니 민윤서는 이미 마음이 완전히 떠난 듯했다.신태현은 민윤서가 자신을 무시했음에도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힘들지 않아? 좀 쉬어. 여기는 내가 있잖아.”민윤서는 그 말이 귀에 몹시 거슬렸고 또 역겨웠다.신태현은 민윤아의 버팀목이자 외교부 부국장이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의지하는 대단한 지위를 가진 사람이었다.그러나 신태현은 민윤서의 남편도, 민윤서의 버팀목도, 민윤서의 가족도 되지 못했다.신태현이 병원에 온 건 외할머니를 위해서도, 민윤서를 위해서도 아니다. 신태현은 자신이 사랑하는 민윤아를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신태현의 관심과 걱정은 신태현의 입장에서는 은혜를 베푸는 행위이자 자신의 체면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수단이었다.그리고 그것은 신씨 가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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