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현의 눈에 민윤서는 한가한 사람에 불과했다. 집안의 평온은 민윤서의 공이 아닌 그저 당연한 일상이었다.마침 가방을 가지러 돌아온 민윤서가 그 말을 고스란히 들었다.걸음이 뚝 멈춰지고 심장이 둔기에 세게 맞은 듯 먹먹하게 아파왔다.참으로 우스운 노릇이었다.지난 세월 동안 꾹꾹 눌러 참았던 인내와 쏟아부었던 정성, 남몰래 애태웠던 그 모든 시간이 신태현의 입을 거치자 한낱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되다니.“윤서야.”민윤아가 고개를 들었다가 그녀를 발견하고는 이내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돌아왔네? 좀 전까지도 오빠랑 네 얘기하고 있었는데.”신태현도 뒤를 돌아 그녀를 힐끗 보았다. 차분한 표정에는 일말의 불편함도, 그리고 미안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민윤서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다 도우미가 케어하는 거였다면 태주가 열났을 때 왜 한밤중에 나한테 전화해서 당장 가보라고 강요한 건데?”심지어 청림바이오와의 협력을 빌미로 협박까지 해댔으니.예전에는 이 남자가 그저 차갑다고만 여겼으나 이렇게까지 잔인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민윤아는 짐짓 놀란 척하더니 이내 서운함과 배려심이 뒤섞인 얼굴로 연기했다.“태주는 내 친동생이나 다름없지만, 그동안 줄곧 돌봐온 건 윤서 너였잖아. 난 절대 그 자리를 뺏으려는 게 아니야. 태주한테 넌 여전히 가족이나 다름없어.”“괜히 나 때문에 태현 오빠랑 싸우지 마. 두 사람 관계에 금이 가는 건 정말 원치 않으니까.”말은 그럴싸했다. 철저히 도덕적 우위를 점하려는 계산된 언어였으니까.다만 민윤서는 고상한 척하는 그녀의 태도에 비웃음만 나왔다.이미 모든 것을 깨달은 민윤서였다.신태주가 말끝마다 ‘형수님’이라 호칭하며 민윤아에게 당연하다는 듯 친밀하게 구는 모습, 거기에 신태현의 보호와 자원 몰아주기까지. 그녀가 어찌 상황을 모를 수 있겠는가.결국, 그들만이 진짜 가족이었다. 지난 3년간 민윤서는 그저 무료로 고용된 가정부에 불과했다. 껍데기뿐인 결혼 생활을 붙잡고 남의 집 식구들을 건사하며 정작 자신의 삶은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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