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이제 와서 사랑한다니: Kapitel 51 – Kapitel 60

100 Kapitel

제51화

민윤서는 세상 제일 우스운 얘기를 들은 듯 얼굴에 걸린 비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눈동자 밑에는 살을 에는 듯한 냉기가 감돌았다.‘더러운 수작질로 네 약혼자를 빼앗아 갔다고? 민윤아, 이제 막 나오겠다는 거네?’그때의 모든 일은 분명 민윤아가 직접 꾸민 것이었다.당시 신태현에게 말 못 할 병이 있어 남자구실을 못 할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그때의 신태현은 워낙 극도로 조용히 지내고 있어 그의 신분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민윤아는 그런 남자에게 시집가기 싫어 민윤서를 제물로 바친 것이었다.그런데 지금 신태현이 사업에 성공하고 신분과 지위가 오르자 민윤아는 순식간에 무고한 피해자인 척하며 다시 달라붙었다.민윤서는 앞으로 팔짱을 낀 채 담담한 눈빛으로 말했다.“처음에 그 사람한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나를 모함하려고 보낸 거 아니야? 그런데 이제는 그 사람이 또 괜찮아 보이는 거야?”직설적이고 날카로운 민윤서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정곡이 찔린 민윤아는 안색이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험악해졌다.바로 그때 민윤아의 시선이 갑자기 안방 문 쪽으로 향했다. 당황하던 눈빛에 순식간에 억울한 기색이 감돌더니 한껏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울먹이기까지 했다.“태현 오빠, 왔어...? 나 정말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윤서가 왜 자꾸 우리 사이를 오해하는지 모르겠어. 앞으로는 좀 덜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아, 괜히 윤서가 기분 나빠하지 않게.”고개를 돌린 민윤서는 신태현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신태현이 언제부터인지 문가에 서 있었다. 검은 정장 차림에 곧은 자태, 표정은 도도하기 그지없었다.민윤서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는 눈빛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인지 알아챌 수 없었다.그 순간 누군가 심장을 꽉 움켜쥐는 듯한 느낌이 든 민윤서는 웃으며 말했다.“왜 그렇게 봐? 당신한테 소중한 사람이니까 감싸고 들려고? 그럼 내가 사과해야 하겠네?”신태현이 민윤서를 바라보며 말했다.“돌아올 마음은 있나 보네?”‘돌아올 마음?’민윤서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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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민윤서는 얼굴이 굳어졌다.“뭐 하는 거야? 내려놔.”신태현은 어두운 표정을 유지한 채 아무 말 없이 민윤서를 안고 곧장 2층으로 올라갔다.침실까지 걸어가는 길, 민윤서는 심장이 조여들었다.“신태현, 뭐 하는 거야?”신태현은 겉보기에는 아주 냉철하고 금욕적으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였다.민윤서는 결혼 첫해에 이 남자가 얼마나 강한지 몸소 체험했다.‘설마 이제 와서 강제로 하려는 건 아니겠지?’그들 사이에는 더 이상 그 어떤 감정도 없었다. 그리고 이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가 밖에 있는데 대역도 더 이상 필요 없지 않은가?다소 당황해하는 민윤서의 얼굴을 응시하던 신태현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너도 무서운 줄은 아는구나? 네가 하늘도 무서워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신태현은 그녀를 침대에 내팽개쳤다.“얌전히 있어.”한마디를 한 뒤 몸을 돌려 방 밖으로 나갔다.민윤서는 곧바로 침대에서 일어났지만 신태현은 어느새 방 문을 닫아버렸다.안에 갇힌 민윤서는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했다. 이 남자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지만 속에서 이유 없이 화가 치밀었다.문손잡이를 돌리며 뛰쳐나가자마자 마침 들어오는 신태현과 마주쳤다.그대로 남자의 품에 부딪힌 민윤서는 싸늘함을 풍기는 신태현의 기운에 완전히 휩싸였다.“기세등등하게 뭐 하는 거야?”신태현이 시선을 살짝 내려 민윤서의 맨발을 바라보았다.“신발은 왜 안 신었어?”민윤서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났다.이 남자가 왜 아무 일 없는 척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민윤서는 심호흡을 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민윤아를 데려왔잖아, 그런데 나는 왜 또 붙잡아 두는 거야?”“너는 내 와이프야. 그러니 여기 있어야지, 아니면 어디 가려고? 진씨 가문에라도 가려는 거야?”‘진씨 가문이랑은 또 무슨 상관인데?’민윤서가 비웃으며 말했다.“나는 안주인 자리에 앉을 사람이 바뀐 줄 알았는데?”신태현이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헛소리하지 마.”민윤서는 덤덤한 신태현의 모습에 오히려 더더욱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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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부엌에서 급히 나오던 안미숙은 민윤서의 창백한 얼굴과 손목이 뻣뻣하게 축 처진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작은 사모님, 일어나셨어요?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으세요? 어디 아프신 거예요?”“생리 때문에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가 보려고요.”민윤서는 한마디 한 뒤 바로 물었다.“내 차 키 여기에 뒀는데 없네요. 어디 다른 데 둔 건가요?”안미숙이 입술을 깨물었다.“사모님, 차 키... 사실은 어제 민윤아 씨가 그 차를 몰고 갔어요.”“민윤아가요?”민윤서가 눈살을 찌푸렸다.“민윤아가 저한테 말도 없이 내 차를 몰고 갔다고요?”“도련님께서 지시하신 거예요...”안미숙이 이를 악물며 사실대로 말했다.“어젯밤에 도련님이 민윤아 씨를 데려다주지 않으셨거든요. 민윤아 씨가 도련님께 한마디 하니까 도련님이 민윤아 씨더러 사모님 차를 몰고 가라고 하셨어요. 가족끼리 굳이 예의 차릴 필요 없다고 하면서요.”그 한마디에 민윤서는 찬물을 확 끼얹는 느낌이었다.신태현이 그녀의 허락 없이 제멋대로 결정하다니...그녀의 차를 민윤아에게 몰고 가게 하면서 한 마디 통보조차 없었다.민윤서는 너무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났다.‘나는 이 집에서 대체 뭘까?’자신의 물건조차도 다른 사람 한마디에 남들은 함부로 쓸 수 있었고 정작 물건 주인인 그녀는 제일 마지막에 알았다.이 차는 민윤서가 꽤 오래 돈을 모아 산 차였다.게다가 신태현이 민윤아에게 그냥 준 것인지, 아니면 빌려준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차가 없으면 어디 다니기 불편한 데다 당장 병원에 가야 했기에 이 차가 정말 필요했다.순간 가슴이 무언가에 꽉 막힌 듯 답답하면서도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민윤서는 더 이상 안미숙에게 묻지 않고 몸을 돌려 거실 소파로 가서 신태현에게 전화를 걸었다.통화연결음이 한참 울린 뒤에야 신태현이 전화를 받았다.신태현의 낮은 목소리와 함께 서류 넘기는 종이 소리가 났다. 아직도 일 처리 중인 듯했다.어조 또한 평소처럼 아주 평온했다.“왜?”민윤서는 심호흡을 하며 눈을 감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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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민윤서는 검사를 마친 뒤 병원에 오래 머물지 않고 바로 청림바이오로 향했다.ZENOVA-01 프로젝트는 이미 임상시험을 모두 마친 상태였다.이것은 윗선에서 중점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핵심 프로젝트로, 지금은 시험 데이터를 반복해서 검증해야 하는 중요한 단계에 접어들었기에 일분일초라도 지체할 수 없었다.이것은 민윤서가 수많은 밤을 새우며 온 정성을 쏟아부은 프로젝트인 만큼 그 어떤 것보다도 그녀에게 소중한 것이었다....청림바이오 연구소 건물에 도착한 민윤서는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복도 모퉁이를 돌아 핵심 실험실 문에 가까이 다가가기 전, 민윤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늘은 꼭 확실한 답변을 해줘야 해요. 실험실에 안 들여보내 주면 바로 퇴사할 거니까요. 물론 여러분도 편하게 지내지 못하겠죠. 명심해요, 내가 떠나면 이태섭 박사님도 나와 함께 프로젝트를 가져갈 거예요. 청림바이오에서 과연 이 책임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민윤아는 해외 유학까지 마치고 돌아온 훌륭한 인재로, 박사 학위를 두 개나 가지고 있었다.민윤아의 청림바이오 입사는 청림바이오의 체면을 한껏 세워준 것이나 다름없었다.그런데 그녀에게 겨우 서류 정리하는 비서 일만 시켰기에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듯했다.주변 직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무도 나서서 말을 하지 못했다.이태섭은 민윤아가 자기 인맥을 통해 프로젝트에 끌어들인 인물로, 프로젝트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기도 했다. 민윤아는 바로 이 점을 이용해 함부로 나대고 있는 것이었다.걸음을 멈추고 냉정하게 눈앞의 소동을 바라보는 민윤서는 이 소란에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한참 후 앞으로 걸어가면서 바로 한마디 했다.“그럼 나가.”복도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모두가 고개를 돌려 민윤서를 바라보았다.담담한 표정의 민윤서는 온몸에서 청량한 기운이 풍겨 나왔다.민윤아가 고개를 홱 돌려 민윤서를 바라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민윤서, 네가 뭔데 사람을 가라 마라 해? 이 연구소가 네 거야? 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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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서승재가 손을 저었다.“걱정 마. 이 박사님은 이치를 아는 분이야.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하시니까. 나중에 시간 내서 우리 같이 박사님 만나서 잘 이야기해 보자. 솔직하게 얘기하고 풀면 되니까, 프로젝트에 영향은 없을 거야.”민윤서는 그제야 조마조마했던 마음을 내려놓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프로젝트가 가장 중요한 고비에 접어든 터라 어떤 변수라도 큰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래서 조용히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의 결과였다.그저 신태현이 끼어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그 후로 민윤서는 데이터 검증에 전념했다.몸이 불편하면 한 시간마다 잠시 멈추고 쉬면서 핵심 데이터 검토를 마칠 때까지 버텼다.모든 일을 끝내고 고개를 들자 바깥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짐을 정리하고 퇴근하려 할 때 책상 위의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했다. 화면에는 ‘시어머니’라는 글자가 떠 있었다.민윤서는 잠시 멈칫했지만 평온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어머니.”전화기 너머에서 유은영의 목소리가 들렸다.“윤서야, 지금 바로 크라운 호텔로 와. 해외에서 귀국한 지인 사모님들을 몇 분 접대해야 해. 네가 와서 자리도 메꿔주고 나도 좀 도와줘.”이런 일은 언제나 민윤서의 몫이었다.민윤서는 품위가 있고 또 세심하게 말도 잘하며 분수도 아주 잘 지켰다.신씨 가문과 신태현의 교우 관계에서 누구나 신씨 가문의 큰며느리는 점잖고 대범하다고 칭찬했다. 유은영도 언제나 그녀를 가장 부르기 쉬운 얼굴마담으로 여겼다.민윤서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어머니, 오늘 좀 피곤하기도 하고 시간이 별로 없는데...”어차피 이혼할 예정이라 이런 무의미한 일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었다.예전에는 신태현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 이런 자리 마다하지 않고 나갔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도 없었다.“시간이 있고 없고가 어디 있어.”유은영이 바로 민윤서의 말을 끊었다. 물러설 여지 따위 전혀 없는 어조로 한마디 덧붙였다.“태현이한테서 들었어. 너 오늘 야근 안 한다며? 그러니 꼭 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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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민윤서가 걸어 들어가며 말했다.“어머니, 검진은 저 혼자 가도 돼요. 어머니까지 번거롭게 일부러 오실 필요 없어요. 집에서 쉬고 계세요.”차를 한 모금 마시고 있던 유은영은 그 말을 듣자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그럴 수는 없지. 너 안 그래도 몸이 약한데 이번 검진, 대충 넘기면 안 돼. 반드시 누군가가 곁에서 자세히 봐줘야 해. 만약 문제라도 생기면 우리가 바로 대처해야 하지 않겠니?”민윤서가 눈살을 찌푸렸다.오래 지내온 만큼 시어머니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온화하지만 사실은 한번 결정하면 절대 물러서지 않는 성격이라 이미 마음먹은 일에 대해 아무리 거절해도 소용이 없었다.정면으로 부딪치며 실랑이를 하기보다는 상대가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찾아 자연스럽게 관심을 돌리는 것이 나았다.고개를 들어 웃으며 나긋하게 말했다.“어머니께서 그렇게 걱정되신다면 저... 태현 씨랑 같이 가는 게 어떨까요? 마침 태현 씨도 집에 있으니까 편한 시간 맞춰서 같이 가면 서로 좋잖아요.”사실 신태현은 지금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어 하루 종일 눈코 뜰 새 없을 정도로 바빴다. 회의와 회사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병원에 같이 갈 시간을 낼 리가 없었다.어차피 시간이 나더라도 민윤아와 함께 보낼지언정 민윤서 곁에 있어 줄 리가 없었다.하지만 일단은 상황을 모면해야 했기에 신태현을 핑계로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유은영은 역시나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남편이랑 가는 게 더 좋지, 어차피 태현이가 남편으로서 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 시어머니가 따라가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안 그래? 너희들 평소 만나는 날도 많지 않으니 이번 기회에 시간도 좀 더 함께 보내면서 감정도 잘 다져.”몇 사람이 담소를 나누던 중 다른 재벌가 사모님들도 하나둘 도착했다. 평소 신씨 가문과 왕래가 잦은 재벌가의 안주인들이었다.은경미와 다른 재벌가 사모님들이 차례로 자리에 앉자 방 안은 더욱 북적였다. 누군가 심심풀이로 고스톱을 제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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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그것 때문에 부부 사이에 틈이 생기면 안 되지.”유은영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두 사람 금슬은 좋아. 예전에도 집에 오면 항상 붙어 다녔어.”민윤서는 시선을 내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결혼 첫해는 정말 그랬다.하지만 그 아이를 잃은 후로 모든 것이 변했다.어쩌면 해외에 나가 민윤아를 만난 후로 더 이상 그녀라는 대역이 필요 없게 된 것일 수도 있었다.그 이후로 부부 금슬 같은 것은 어른들 앞에서 보여주기식으로 꾸민 것뿐이었다.은경미가 갑자기 화제를 돌리더니 민윤서를 바라보며 말했다.“참, 청림바이오에서 최근에 새로운 임상 실험을 시작한다며? 사람을 모집한다고 들었어. 우리 집에 막 대학 졸업한 애들이 몇 명 있는데 전공도 임상 실험과 관련된 거야. 이력서를 보내 줄 테니 필요하면 애들 불러다 써.”말은 쓰라고 했지만 사실은 사람을 밀어 넣겠다는 뜻이었다.민윤서가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청림바이오 일은 제가 별로 관여하지 않아요.”유은영이 분위기를 띄워주며 말했다.“얘는 그냥 보조원일 뿐이야, 뭘 바라지 마. 그냥 심심해서 일하는 거지.”민윤서는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것이 정확한 직위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였다.정보를 많이 말하면 사람을 밀어 넣으려는 사람들만 많아질 뿐, 민윤서에게 도움 되는 거라곤 하나도 없었다.인간관계와 인간의 정이라는 게 워낙 사람 마음에 따라 움직이는 거다 보니 뭐든 쉽지 않았다.특히 신씨 가문은 원래부터 인맥이 넓어 무슨 일이든 분수를 지켜야 했다.며느리까지 나서서 신씨 가문을 빛낼 필요는 없었다.민윤서는 여기에 자리한 재벌가 사모님들과 지나친 이익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신태현의 이름을 빌려 무슨 일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신씨 가문에서 조용히 지내며 시비만 생기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한편, 외교부 사무실.짙은 색의 원목 책상 뒤에 앉은 신태현은 손가락 사이에 볼펜을 낀 채 고개 숙여 서류를 훑고 있었다.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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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은경미가 웃으며 패를 한 장 내더니 약간 희롱이 섞인 시선으로 민윤서를 바라봤다.“윤서야, 오늘 운이 별로 안 따르는 것 같구나. 벌써 몇 판째 지는 거냐?”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재벌가 사모님이 쾌활한 목소리로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괜찮아, 고스톱이란 게 원래 이기는 사람이 있으면 지는 사람도 있는 거지. 윤서는 집안이 좋으니까 이 정도 돈이야 뭐.”유은영은 민윤서 앞의 칩이 놓였던 곳이 텅 빈 것을 흘끗 보고는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돈 더 있어? 없으면 말해, 그래야 계속하지.”민윤서가 그만하겠다고 입을 열려는 순간,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약간 나른한 매력이 섞인 목소리였다.“아직도 안 끝났어?”고개를 돌리니 신태현이 짙은 색 정장을 입고 우뚝한 자태로 룸 입구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온몸으로 청량한 기운을 내뿜으며 희미한 미소를 띤 채 고스톱판을 바라보고 있었다.은경미가 눈을 반짝이더니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인사했다.“어머, 이게 누구야? 신 국장이네? 여긴 어쩌다 온 거야?”신태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걸어왔다. 그러면서 아주 자연스러운 어조로 말했다.“마침 지나가다가, 사모님들이 계신다는 말을 듣고 와 봤어요.”신태현이 말하는 동안, 모든 사람의 시선이 신태현 곁에 선 여자에게로 쏠렸다.화려한 빨간 원피스를 입고 있는 여자는 민윤서와 체형이 비슷했으며 눈매도 조금 닮았지만 일부러 꾸민 듯한 요염함이 더했다.은경미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담담하게 물었다.“이쪽은...?”민윤아가 즉시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부드러우면서도 상냥한 미소를 띠며 나긋한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했다.“저는 윤서의 언니, 민윤아라고 합니다.”자리에 앉아 있는 민윤서는 속으로 비웃었다.‘지나가다 들렀다고? 웃기고 있네.’두 사람이 여기에 왜 갑자기 나타났는지 민윤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신태현은 분명 일부러 민윤아를 데리고 온 것이었다. 재벌가 사모님들이 한데 모여 있는 자리를 빌려 민윤아에게 재벌가의 안주인들을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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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신태현이 시선을 거두며 민윤서를 바라보았다.“앞으로 이런 자리에는 네 언니도 같이 데리고 와.”민윤서는 말 속에 숨은 뜻을 바로 알아챘다.이건 단순히 민윤아를 재벌가 사교 모임에 데려오라는 뜻이 아니었다. 남편의 불륜 상대가 재벌가 사모님들 사이에 낄 수 있도록 민윤서한테 손수 도와주라는 것이었다. 마치 업무 인수인계하듯 그녀의 자리를 조금씩 민윤아에게 넘겨주라는 뜻이었다.민윤아가 나중에 신씨 가문에 들어가서 괴롭힘당할까 봐, 신태현이 앞장서서 민윤아에게 길을 닦아주고 있는 것이었다.민윤서가 다리를 꼬며 담담하게 말했다.“부국장이라 그런지 사람 이래라저래라하는 데는 익숙한가 보네? 회사 일할 때 부하직원한테 지시하는 건 그렇다 쳐도 결혼 생활에서까지 와이프한테 이래라저래라하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아? 부하직원들도 월급 받으면서 당신 지시 따르는데 나한테는 월급 안 줘?”민윤서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고스톱판이 갑자기 멈췄다.유은영이 고스톱판 상황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들어 신태현을 보면서 말했다.“고스톱 끝났어. 송금해라, 총 6,600만 원이야.”모든 사람의 시선이 신태현에게 집중되었지만 신태현은 핸드폰을 꺼내 송금할 기색이 전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민윤서를 바라봤다.민윤서도 어리둥절했다.‘왜 날 봐? 내 얼굴에 돈이라도 있어? 나 지금 한 푼도 없어.’신태현이 민윤서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높지도, 그리 낮지도 않은 목소리로 주변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게 말했다.“돈은 집안의 안주인이 관리하는 거잖아요. 여보, 당신이 송금해.”민윤서는 어이가 없었다.이 남자는 그녀에게 돈이 한 푼도 없다는 걸 분명히 알면서, 모든 경제적 수단이 차단되었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 재벌가 사모님들 앞에서 그녀더러 6,600만 원을 송금하라고 하니 말이다.민윤아를 데리고 와서 자기 세력을 과시하고 인맥을 쌓게 하는 것도 모자라 지금은 민윤서를 단두대에 올려놓고 여러 사람 앞에서 완전히 망신을 당하게 하려는 심산이었다.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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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신태현이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표정이 너무 딱딱하지도, 그렇다고 또 너무 친근하게 보이지도 않았다.그러더니 느긋하게 손목을 들어 올려 시간을 확인했다.“이렇게 빨리 끝난 거야?”어조가 아주 평온했지만 왠지 추궁하는 듯한 느낌이었다.곁에 서 있던 민윤아가 손가락을 살짝 오므리며 입술을 깨물었다.“미안. 내 고스톱 실력이 별로라서 분위기를 망친 것 같아...”상당히 억울함이 깃든 모습이었다.의자에 앉아 있는 은경미는 손을 들어 정교한 진주 머리핀을 살포시 만지며 얼굴에 형식적이면서도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응, 좀 아쉽긴 한데 윤아가 너무 많이 져서 불쌍해서 이만하려고. 나이 든 사람들이 젊은이를 붙잡고 계속하기가 미안하네.”말만 들으면 민윤아를 위하는 듯했지만 사실은 그들이 돈을 땄기에 계속 고스톱을 치고 싶어 하는 느낌이 배어 있었다. 속으로는 내일 아침까지 계속해서 주머니를 두둑이 챙기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자리한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속셈이 훤히 보였다. 이긴 사람은 당연히 순풍에 돛단 듯한 고스톱판이 끝나는 것을 아쉬워했고 진 사람은 이미 계속할 자신감을 잃었다. 그러다 보니 분위기가 살짝 껄끄러워졌다.신태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어조는 가벼우면서도 깔끔했다.“알겠어요.”은경미를 향해 짧게 한마디 한 뒤 고개를 살짝 돌려 곁에 있는 민윤서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무심하게 말했다.“여보, 당신이 사모님들이랑 다시 몇 판 해, 사모님들이 실컷 즐길 때까지.”자연스럽고 다정한 호칭은 마치 두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금슬 좋은 부부인 것처럼 보였다.신태현은 남들 앞에서 부부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 능숙했다.이 말이 나오자 은경미 눈이 순식간에 반짝이며 얼굴의 미소가 한층 더 진해졌다. 속으로는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민윤서의 고스톱 실력이 형편없다는 걸 여기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그런데 민윤서더러 다시 고스톱판에 앉으라는 것은 그야말로 돈을 갖다 바치는 격이었다. 민윤서 외의 다른 그 누구에게도 손해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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