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온기, 심장을 파고드는 파도그날 밤, 혜진은 침대 속으로 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방 안을 맴돌았지만, 그녀의 귓가에는 낮에 보았던 에이든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눈을 감으면 천장 대신, 에이든의 다채로운 표정들이 영화 필름처럼 영사기를 돌리듯 스쳐 지나갔다.카페에서의 그 나른하고 부드러운 미소. 민지에게 아무렇지 않게 초콜릿을 건네던 그 손길은 세상의 모든 다정함을 담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동시에 떠오르는 것은, 자신을 위협하던 부랑자들을 제압하던 그 찰나의 서늘함이었다. 무미건조하면서도 타겟을 정확히 꿰뚫는 날카로운 눈빛. 상반된 두 얼굴을 가진 남자, 에이든. 그는 도대체 어떤 서사를 품고 사는 사람일까.‘왜 하필 나일까.’혜진은 이불을 꽉 쥐었다. 전남편 강태성. 그 이름만 떠올려도 위장이 뒤틀리는 듯한 불쾌감이 밀려왔다. 그는 혜진에게 ‘쓸모’와 ‘가치’를 계산하며 그녀를 밑바닥까지 짓밟았던 인간이었다. 그 상처는 혜진의 내면에 깊고 견고한 성벽을 쌓았다. 누가 호의를 보이면, 그 밑바닥에 숨겨진 추악한 거래나 대가를 먼저 계산하는 버릇. 타인에 대한 불신은 이제 그녀의 생존 방식이 되어 있었다.하지만 에이든은 그 성벽을 너무나 쉽게, 그리고 예고 없이 허물고 있었다. 그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혜진의 곁에서, 가장 든든하고 침묵하는 울타리가 되어줄 뿐이었다.혜진은 일어나 화장대로 향했다. 거울 속에는 다이어트를 통해 몰라보게 날씬해진, 낯설지만 조금은 생기 있는 얼굴의 여자가 있었다. 손가락 끝으로 자신의 턱선을 더듬으며 그녀는 자문했다.‘내가 다시 누군가를 궁금해해도 되는 걸까? 누군가에게 설레고, 누군가의 진심을 믿어봐도 될 자격이 내게 남아있을까?’그 질문의 끝에는 언제나 에이든의 차갑고도 매혹적인 눈동자가 맺혔다. 에이든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멈춰있던 혜진의 인생이라는 호수를 뒤흔들며 밀려들고 있었다
Terakhir Diperbarui : 2026-07-06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