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당일.마닐라의 하늘은 마치 두 사람을 축복하듯 티 한 점 없이 맑았다.이른 아침부터 프라이빗 리조트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화이트 장미와 피오니, 난초, 그리고 은은한 열대 꽃들이 해변 정원을 가득 채웠고, 에메랄드빛 바다를 향해 길게 이어진 버진로드는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신부 대기실.혜진은 거울 앞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순백의 실크 웨딩드레스는 화려하기보다 우아했다.목선을 따라 흐르는 레이스와 자연스럽게 퍼지는 긴 트레인이 그녀의 품격을 더욱 빛나게 했다.메이크업을 마친 스타일리스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대표님, 정말 아름다우세요."혜진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예전에도 웨딩드레스를 입었던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날의 자신은 행복하지 않았다.시댁의 눈치를 보며,남편의 무표정한 얼굴을 바라보며,자신의 결혼식이면서도 단 한 번도 주인공이 되어 보지 못했다.혜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거울 속에는 더 이상 과거의 윤혜진이 아니었다.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믿게 된 여자가 서 있었다.그때 문이 살며시 열렸다.민지가 작은 꽃다발을 안고 들어왔다."엄마."혜진이 환하게 웃으며 아이를 품에 안았다."우리 공주 왔네."민지는 한참 동안 엄마를 바라보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엄마...""응?""세상에서 제일 예뻐."혜진은 웃으며 아이의 이마에 입을
Last Updated : 2026-07-2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