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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너의 비타민이 되어줄게 (2)

[메라이언 법칙에 의하면 사람의 이미지는 시각, 청각, 언어 순으로 결정된다고 합니다.][그렇다면 흔히들 말하는 사랑은 어떨까요? 확실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영원할 수 없는 감정. 이는 나, 너, 우리 모두를 아우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좋은 첫 인상을 남기고 싶어 하죠.][첫 번째, 얼굴과 표정. 표정이 없는 사람에 대한 인상을 형성하는 건 표정이 있는 사람의 경우보다 약 열 배의 시간이 걸립니다.][두 번째,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스타일이나 주고받는 이야기로서 그 사람이 살아온 방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하지만 앞서 언급한 요소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첫 인상이었어도 실망하기는 이릅니다. 긍정적으로 자기관리를 이어나가면 누구든 좋은 인상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사람은 사회적 동물인 만큼 타인과의 교류 역시 필수불가결한 상황. 우리 모두 타인에게 상처주지 않는 성숙한 사회 구성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 4팀 발표 마치겠습니다.]순식간에 오른 막에 순식간에 끝난 무대.이건 전혀 형식적인 박수 소리가 아니었다.환호 섞인 휘슬과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 분명한 박수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는 중.이 판을 깐 건 소연이라고 해도, 이 판을 제대로 뒤흔든 건 율혜가 됐다는 뜻이었다.“그래. 발표 너무 잘 들었어. 율혜 말대로 우리 2학년 4반 모두 성숙한 사회 구성원이 됐으면 좋겠네. 율혜는 들어가 봐도 좋아.”발표를 끝마친 율혜에게 자리로 돌아가도 좋다는 의사로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교탁 앞에 서서 모두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영어 선생님.발표의 피드백이랄 것도 없이 완벽한 발음, 완벽한 속도였는데 감히 무얼 더 얹어야 할까.이건 숱하게 예상된 상황이나 다름없었다.“자, 다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지. 근데 쌤은 말이야. 뭐든 기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당장 너희들이 지금 율혜만큼 영어 발표를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거지.”“쌤~ 그럼 저희 노트 필요 없는 거예요?”“어머, 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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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너의 비타민이 되어줄게 (3)

“휴... 정말이지 너무 다행이야. 조만간 빨강색 동그라미로 가득 찬 영어 시험지를 모두에게 보여줄래. 난 꼭 이길 거니까.”“응~ 그럼 나도 영어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하다가 모르는 거 있으면 율혜한테 물어보게. 근데 난 욕심 많은 제자라서 율혜는 나 하나만 봐줘야해. 우린 짝꿍이니까 그래줄 수 있지?”“응! 휘안이를 내 유일한 제자로 받아줄게. 휘안이는 무시무시한 재규어가 아니라 엄청 귀여운 아기 토끼니까. 그래서 가능해.”“헤헤. 내가 엄청 귀여운 아기 토끼여서 너무 다행이다. 율혜한테 잔뜩 예쁨 받는다니까.”누가 누구 보고 엄청 귀엽다고 말하는 건지.하여튼 이래서야 웃음 끝이 자꾸만 헤퍼지지.과연 율혜가 무엇 때문에 제 소원권에 진심인지는 몰라도 휘안은 그게 뭐든 밤하늘 달도 별도 전부 다 따주고 싶었다니까.***저에게 있어 오전 내내 커다란 도파민을 가져다준 건 자신을 해외파라 소개한 율혜.그러니 지금은 오후의 도파민을 찾아야 한다.얼마 남지 않은 점심시간, 마음이 급할수록 돌아가야 하는 법을 알지만 제 소중한 덕질에 있어서만큼은 그 논리가 통하지 않는 법이었다.라는 제목의 X라이브 방송을 컷 편집한 영상.금손 팬 덕분에 오늘도 한숨 돌린 덕생.사실 X라이브 알람이 온 지는 한참 전이었다.그래도 웬만하면 ‘라디안(Lad1an)’ 관련 영상은 집에서만 보자고 다짐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화면 상단 바 알람을 넘겨버렸던 건데.X라이브 출연자들의 조합이 제 최애인 래운, 래운의 구 룸메이트 유민, 그리고 래운의 현 룸메이트 태림이라면 말이 달라지기 충분하다.이런 중요한 소식을 무시했다가는 남은 오후는 무슨 수로 버틸까 싶었으니 말이다....유민: 자, 과연 우리 막내는 어떤 질문을 뽑았을지~ 제가 대신 읽을까요, 래운 씨?(유민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태림의 어깨 뒤로 얼굴을 반쯤 숨겨 보이는 래운)태림: 어? 럭키원 분들이 막내 안 보인대요!유민: 네~ 질문은 제가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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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보이는 게 다가 아니지 (1)

날 이렇게 대한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그니까 잠깐 비유 좀 해보자면 그 대사에 해당되는 여자는 리짱이고, 이 대사를 내뱉은 주인공에게 환호하는 건 예린이라는 거지?리짱과 미래 이모가 단 둘이 만나 식사하는 자리에 우연인 척 멋대로 합류하고는 리짱의 전화번호까지 받아간 데뷔 1년차 아이돌.리짱은 빠른 나이 다 떼고, 태어난 해가 다 달라도 마음만 맞으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주의지만 그런 불도저 같은 친구 앞이라면 리짱의 기준은 비밀로 하고 싶었는데 말이야.“블랙 캡, 블랙 마스크, 그레이 후드 티?”“응. 그런 애를 만나면 꼭 조심해야 해. 자기 트레이에는 손도 안 대고 남의 대화만 엿듣고 있을지 몰라. 자기 도넛이랑 음료에는 입도 안 대다 남의 테이블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거든.”“아이, 무서워라~ 설마 율혜가 직접 겪은 이야기야? 그래서 이렇게 회상하는 거고?”“그치... 안타깝게도 말이야. 그때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게 아니었는데. 근데 거기서 내가 안 알려줬어도 걘 어떻게 해서든 알아냈을 거야.”예린 덕분에 래운의 생각에 잠식되어서는 교과서 한 구석에 멋대로 필기하다 저에게 물어오는 질문들에 필터링 없이 대답하는 중.그러다 문득 아차 싶어 제 옆을 확인하니 저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휘안이 존재했다.“어… 근데 이젠 괜찮아! 처음에만 멋대로 굴었지 지금은 적당히 차분해진 친구거든.”“그래? 율혜가 괜찮다고 하면 다행인데 그래도 어느 정도는 거리를 두는 게 좋지 않을까? 한순간에 또 멋대로 굴면 어떡해.”“치잇~ 걱정해줘서 고마워, 휘안아. 휘안이 말대로 그 친구를 주기적으로 경계해볼게.”“응. 난 율혜가 곤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참고로 딱 한 명이 떠오르기는 하거든. 전에 종례도 안 끝났는데 율혜한테 전화를 해서는 복도로까지 전화 받게 만든 애. 왠지 그 애가 율혜가 지금 말하는 그 애인 거 같아서.”율혜에게 막무가내로 굴법한 외부인이라.제가 율혜의 모든 친구들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가장 용의선상에 오른 애는 확고하다.율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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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보이는 게 다가 아니지 (2)

“음~ 어떻게 우리 전학생은 나날이 화제일까. 율혜 네가 영어 천재래. 그럼 난 한국어 천재?”“흥, 그러든가 말든가. 애들한테는 해외파로 둘러대서 문제될 거 없어. 그것보다도 난 영어 수업 방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거야.”“글쎄. 수업 방식이야 선생님 자율이시지. 괜히 마음 쓰지 마. 여긴 네가 오래도록 다닌 국제 학교도 아니고 인문계 고등학교일 뿐이야. 그니까 영어 발표 어려워할 애들이 태반이지.”“에휴, 재이 넌 아무래도 상관없겠지만 난 좀 달라... 친구들이 영어로 발표할 때의 기분은 내가 한국어로 발표할 때의 기분이랑 비슷한 테니까. 그래서 마음이 쓰인다는 거였어.”2학년 8반의 담임은 주에 한 번은 꼭 노트 검사를 하며 되도 않는 작문을 시켜서라도 아이들에게 영어 발표를 시키시는 영어 선생님.재이는 2학년에 올라 반장 선거도 전, 그 분께 제 웬만한 신상 정보를 넘겼다고 한다.일 년 꿇은 나이로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조만간 한국 국적이 말소되어 외국인으로서 학교를 졸업하게 될 상황까지.그런 의미로서 제 담임선생님의 편을 드는 건지는 몰라도 리짱은 영 아니다 싶은 거지.“음... 굳이 공감 좀 해보자면 내가 일본어로 장문의 발표를 해야 할 때랑 같다는 거지?”“응. 그게 수행평가에도 반영된다고 생각해봐. 너도 막 엄청 당황스럽고 예민해지게 될 걸.”“그럼 나야 책상 아래로 번역기 돌렸을 거 같은데. 애초에 번역기 돌리지 말라는 제한은 없었잖아. 요즘 번역기 어플 엄청 좋아졌거든.”“정말이지 재이 넌 공감 능력 부족이야. 오늘 이 자리에 예린이도 왔어야해. 예린이가 왔다면 지금과는 전혀 딴 판으로 대답했을 테니까.”번역기에 의존하는 삶도 하루 이틀이지.발표의 두려움 같은 건 전혀 모르는 눈치.하긴 수업 시간에 발표하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말했을 뿐, 창체 시간과 같이 제가 나서야할 때는 몇 번이고 교탁 앞에 자리했다.그러니 재이는 아쉬울 게 없다는 입장이지.“그래도 시야는 너보다 훨씬 더 넓은 거 같은데. 저기 봐. 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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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보이는 게 다가 아니지 (3)

꽃집 앞 미니 간판을 정리하는 중년 여성.선한 눈매에 봉긋 솟아오른 애교살의 소유자.멀리서 봐도 휘안의 모친이 확실했다.“휘안아. 저 분이 휘안이네 어머님이셔? 휘안이를 꽃집 아들로 만들어주신 사장님!”“응~ 우리 엄마 맞아. 율혜 가서 인사할래?”“좋아! 가서 휘안이네 어머님께 인사할래.”율혜의 당찬 의사를 확인하고서야 꽃집 마감 중인 모친에게로 가 인기척을 내보이는 휘안.“엄마~”물론 휘안의 모친 민주는 엄마라는 단 한 마디에 제 아들의 인기척을 바로 알아봤다.아무래도 저에게 헤헤 하는 웃음소리 하며 말꼬리를 늘어뜨릴 만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제 아들 휘안밖에 없다니 말이다.근데 휘안이 아주 귀한 손님을 모셔왔다면 오늘만큼은 다른 의미로서 놀라기 충분하지.“어머나~ 이 예쁘장한 친구는 누구일까?”“그치? 예쁘지? 내 짝꿍이야. 이름은 지율혜. 나 오디션 끝나고 율혜가 데려다준 거다?”“율혜 알지~ 아까 유미 씨랑 인사했거든. 오늘 율혜네 어머님께서 주변에 떡을 돌리셨어. 우리도 하나 받았고. 너무 반가워, 율혜야~”박수까지 치며 율혜를 한껏 반기는 민주.율혜는 배꼽인사로서 그 반응에 회답했다.“안녕하세요. 유미 씨 딸 지율혜라고 합니다. 휘안이랑 같은 반 친구고 특별한 짝꿍이에요!”“어머, 그냥 짝꿍도 아니고 특별하기까지 해? 그 말 너무 듣기 좋다. 앞으로도 우리 휘안이랑 친하게 지내줘. 혹시라도 우리 휘안이가 율혜 섭섭하게 만들면 언제든 이르러 와도 좋고.”오가는 덕담 사이, 훈훈한 분위기.그러다 얼마 못 가 사진 스튜디오의 문도 열렸고 마지막 손님을 배웅하던 유미 역시 제 하나뿐인 딸 율혜를 바로 알은체했다.“율혜야~”“유미 씨~”자신을 부른 이가 유미임을 인지하자마자 곧장 유미에게로 뛰어가 폭 하고 안기는 편.율혜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 껌딱지로서 오랜 역사를 이어온 만큼 유미만 봤다 하면 쉽사리 떨어질 줄 모르는 아기 그 자체였다.“유미 씨랑 같이 퇴근하려고 왔어. 엄마도 리짱이 오기만을 기다렸지? 리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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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한 발짝 더 가까이 (1)

오늘 하루 최대 업적을 꼽아보자면 유미 씨에게 제 짝꿍 휘안을 소개한 일과 휘안의 어머님께 저의 존재를 예쁘게 각인시킨 일.그리고 지금부터는 또 다른 업적을 만들기 위해 혼자만의 자기계발에 들어가 볼까 한다.이름 하여 내 친구 예린이의 취향 저격하기.[하태림! 박예찬! 최유민! 손재율! 도한서! 강래운! 라-디-안!]팬들의 응원 소리로 무대가 시작되고 눈 깜빡할 사이 끝난 버린 3분 안팎의 영상.아마 제 추측이 정답이라면 예린은 QA 엔터테인먼트 소속 라디안의 팬이 맞을 거다.그러니 그와의 접점을 위해서라도 라디안 한 명 한 명 차근차근 알아가 볼 필요성이 있지.“에휴, 오빠들이랑 대화만 나눠봤지 이렇게 무대 영상 보는 건 처음이네. 아무튼 예린이랑 친해지려면 럭키원까지 돼야 한다는 거잖아.”래운은 끝도 없이 일러주고 저는 어쩌라고 싶어 무시하기 바빴던 라디안의 각종 근황.하지만 아직 절망하기에는 시기상조지.다행히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시 본 장면을 반복하니 뭐가 좀 눈에 익히는 것도 같다니까.[듣고 싶어 너에게만~ 사랑한다고 just love u~ (so)꿈결에서도 너만을 찾아~ (but)다시 또 깨면 또 한 번의 ice!]확실히 제가 알던 래운과는 다른 모습이었다.평소 찡찡거리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영상 속 래운은 남자 아이돌력 뿜뿜한 프로 그 자체.사람들이 단 댓글의 공통분모라 하면 이 파트는 마지막 제스처가 포인트고 사랑둥이 막내답게 제 캐치프레이즈 값을 한다는 내용.물론 조만간 그 당사자에게 확인도 거쳐볼 예정이니 오늘은 이만 침대에 누워볼까 한다.리짱의 큐피드 활동은 점점 더 탄력을 받아 실질적으로도 헉 하게 놀라운 결과를 만들 터.그러니 체력 안배는 필수 아니겠는가.***지갑 한구석에 숨겨져 있던 멤버십 카드.어쩌다보니 리짱의 눈에 들어와서는 예린의 럭키원 신분을 증명했다는 거 아니겠어.다만 예린의 최애는 아직까지도 미지수지만.“예린아. 우리 오늘은 소나무 취향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우선 예린이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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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한 발짝 더 가까이 (2)

“예린아... 정말이지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 내가 보기에 예린이 소나무 취향은 현실적이야. 잘만 하면 바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거지!”비록 예린의 최애가 래운이라고는 해도 소나무 취향으로만 보면 재이도 승산이 있다.일개 일반인인 탓에 교복 리허설까지는 어려워도 스무 살 고3의 신분으로 어느 날 갑자기 운전대를 잡고 등교할지도 모르니까.아니, 사실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재이는 예린이 처음 말한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한다.그러니 재이는 곧 예린의 이상향이 아닐까?“그래, 좋게 말해줘서 고마워~ 그럼 이번에는 율혜 네 차례. 복잡할 게 생각할 거 없어. 그냥 툭 말해봐. 나도 그냥 툭 들으면 그만이니까.”아이 참, 이번에는 리짱이 말할 시간이라니.아역배우 출신 리짱에게 매스컴용 질문은 툭 치면 툭 나오는 스몰 토크 같은 건데 말이야.“음~ 나는 말이지. 얼굴이 하얗고, 쌍꺼풀이 잡혀있고, 앉아 있으면 귀여운데, 서있으면 잘생기거나 예쁜 사람. 정말이지 그런 사람이 좋아. 내 소나무 취향은 엄청 현실적이니까.”“어… 그러게? 비현실도 현실이라는 거잖아?”“응! 그래서 예시도 준비했어. 과일이라면 여름 복숭아. 동물이라면 아기 토끼. 어때? 이러면 훨씬 더 이해하기 쉬운 현실이지?”“하하~ 예시가 너무 찰떡이다. 부디 그런 사람이 율혜 네 앞에 얼른 나타났으면 좋겠어.”분명 비현실보다는 현실에 가까운데 그래서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율혜의 소나무 취향.하지만 율혜 역시 저 못지않게 확고한 태도라니 저희끼리의 소나무 취향 공유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기로 한 예린이었다.***말 많고 탈 많던 오디션 결과가 발표됐다.연극부 동아리 부원들이 모두 있는 단체 메신저 방에 최상단으로 띄어진 공지사항.휘안은 남자 주인공 배역을 따냈고, 율혜는 바로 기뻐했고, 소연은 많은 걸 잃은 눈치였다.“축하해, 휘안아. 사실 심사위원은 각 팀 리더 세 명이었어도 충분했을 텐데 말이야. 갑자기 현장에 있던 애들 다 함께 투표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서 내심 걱정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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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한 발짝 더 가까이 (3)

“응! 휘안이는 예쁜 여자를 좋아해. 게다가 예쁜 꽃이랑 예쁜 동물도 좋아하지. 그치?”“헤헤. 전부 다 맞는 말이네. 근데 있잖아. 요즘에는 남녀노소 외국어를 잘하는 게 그렇게 예쁘게 보이더라? 나도 영어 좀 잘하고 싶어.”“어… 휘안이는 영어를 못해도 잘 살아갈 수 있을걸? 요즘에는 번역기 어플이 잘 돼있대. 그니까 한국어만 잘해도 괜찮다는 거지.”“음... 근데 내 의지와 달리 어디 한 순간에 외국에라도 떨어지면? 심지어 번역기도 없는 상황이야. 그럼 어떡해? 나는 뭐 굶어 죽어?”상상하는 걸 좋아하는 율혜를 알아 괜히 더 최악에 최악을 가정해 극한으로 밀어붙인다.아니나 다를까 결의에 찬 눈빛.그럼 곧 실질적인 후속 대책부터 사전 예방책까지 살뜰히 일러주는 천사표겠지.“그렇다면… 항상 가이드부터 찾아 나서자! 그리고 비행기 타기 전에는 포켓 와이파이랑 유심 칩부터 확보해나가는 거야. 그렇다면 휘안이가 굶어 죽는 건 피할 수 있을 거야.”듣는 사람에 따라 만족스러울 수 있겠지만 저에게는 본질적인 걸 뜯어고치지 못한 대답.이러면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좋아. 근데 율혜가 가이드를 해주면 안 돼?”“어… 휘안이는 나랑 어디를 가고 싶은데?”“어디든. 가까운 일본도 좋지. 율혜가 나한테 준 아기 토끼 반창고도 따라 사고 싶고, 다른 아기 토끼 굿즈도 구경하러 가고 싶으니까.”“뭐야~ 일본 여행이라면 너무 자신 있지. 리짱은 휘안이를 제대로 가이드해줄 수 있어.”물꼬를 터주자 신이 나 아기 토끼 굿즈를 파는 장소를 읊고 그 주변 맛집까지 나열한다.이러면 제 추측은 확신에 더 가까워진 거다.율혜는 한국 소재의 국제 학교 출신이 아닌 일본 소재의 국제 학교 출신일 거라는 거.더 나아가서는 재일교포나 한일혼혈일 지도.“응. 그래서 율혜 일본 이름은 뭔데? 왠지 율혜가 일본어로 말하는 목소리도 영어를 말할 때처럼 엄청 매력적일 거 같아.”“어… 리짱? 아니, 갑자기 내 일본 이름?”제 스스로 기분 좋게 들어와 놓고는 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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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나에게 너는 누구일까 (1)

왜요? 제가 저만의 아기 토끼를 마련해서는 권위고 품격이고 다 높아진 아이로 보이나요?그렇다면 당신은 보는 눈이 있으신 분이군요.이래봬도 리짱은 학생으로서의 본분도 큐피드로서의 본분도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우등생이라니 말이에요.그러니 지금도 이렇게 시험공부를 하다 어디 눈요기할 거 없나 싶으면 포털 검색 창에 라디안부터 검색하는 거 아니겠어요.“라디안(Lad1an). 본래 라디안은 호도법에 의한 각도의 단위를 뜻한다. 하지만 우리의 라디안은 첫 글자가 R이 아닌 L. 이는 음악, 퍼포먼스, 팬들에 대한 사랑을 상징한다.”“또한 라디안은 멤버 개개인으로서도 좋지만 하나의 원 팀으로서 대중들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고 싶은 꿈이 있다. 따라서 데뷔 때부터 중간 스펠링은 I가 아닌 1로써 기재해왔다.”“라디안 멤버는 총 6명으로 한 사람 당 무대의 60도를 채우고 있고 이들이 한데 모이면 360도의 원 팀. 다시 말해 언제나 완벽한 무대만을 보여주겠다는 팀 구성이다.”라디안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읊고는 래운으로 구성된 상세 페이지로 넘어가기.어차피 예린의 눈높이에 맞춰 제 최애를 정해야 한다면 래운이 정답일 테니 말이다.“활동명 래운. 이건 너무나도 잘 알지. 나이, 국적 이런 것도 필요 없어. 바로 다음 폴더~”래운이 어떻게 데뷔를 했고 매 활동 때마다 어떤 리즈 시절을 지나왔는지 등의 요약본.아마 이것만 다 외워도 절반은 성공일 거다.[래운은 열넷, 백화점 식품 코너에서 핫도그를 사먹다 QA의 캐스팅 매니저에게 붙잡혔다. 우리 아기 캐스팅 해주신 분 대대손손 부자 되세요~ (우는 이모티콘)]“뭐야~ 미래 이모는 평생 부자로만 살겠어. 리짱에게 할머니 표 수제 푸딩이 있다면 래운이에게는 백화점에서 파는 점보 핫도그가 있었다는 거야. 연예계로 안내해준 음식들~”[래운은 열여섯, 라디안의 사랑둥이 막내로 데뷔했다. 덕분에 럭키원은 멤버들이 래운의 중학교 졸업식에 찾아가 래운을 축하해주는 모습도 볼 수 있지. (영상 링크는 여기)]“응.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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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나에게 너는 누구일까 (2)

“후... 이걸 찢을 수도 없고. 정말 화가 난다, 화가 나. 어디서부터 꼬였는지도 모르겠어.”“어… 내 시험지는 두 번째 페이지에서부터 꼬인 거 같아. 오늘은 빨강색 동그라미가 많이 안 보이거든. 어제는 여기저기에서 보였는데.”“아, 그러네. 율혜 어제 기준으로는 거의 삼백 점이었잖아. 영어랑 일본어는 다 맞았다 했고 생활과 윤리에서는 두 개 틀렸다고 했나?”“응. 어제는 채점하는 내내 쭉 재밌었어. 근데 오늘은 어제만큼 채점이 재밌지 않다는 거지.”속상한 예린을 달래줄 확실한 방법이라.이것 참 역으로 들어온 제안을 들어줘야하나.라디안 사인 CD를 받아내고 싶다면 하루 날 잡아 세 끼 중 두 끼는 무조건 함께하자던데.물론 디저트는 끼니에 포함돼지 않는다니 결국 하루 종일 저와 놀아달라는 뜻이었다.“그러게. 그렇게 따지면 나는 쭉 재미를 못 봤던 거 같아. 오늘 시험이 다 끝났다는데도.”“그렇다면 난 방금 엄청난 결심을 했어.”“결심? 뭐, 내 시험지를 찢어주겠다는 결심?”“아니, 예린이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결심!”그래, 이왕 결심한 거 날부터 잡아야겠다.선택지는 평일을 제외한 주말들뿐이겠지만.“하하... 그래. 뭔 결심인지는 몰라도 내 행복과 관련됐다니 참 고마운 소식이네.”“응. 예린이는 앞으로 웃을 날이 더 많을 거야. 내가 꼭 그렇게 만들어 줄 거거든.”아마 미래 이모나 재이, 둘 중 한 명만 거친다면 이 말도 안 되는 거래는 리짱 먼저 제시할 일도 역으로 수긍할 일도 없었을 거다.다만 래운의 나이대별 연대기를 접한 후유증으로 래운이라는 친구가 요즘은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지 궁금해졌다고나 할까.어차피 래운이 얘는 재이의 짝사랑 상대가 예린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리짱이 부탁한 라디안 사인 CD만 가져다주는 입장일 테니까.따라서 이번 건은 잘만 하면 리짱 홀로 세운 독보적인 큐피드 업적이 된다는 거지.***아마 모두가 예상했던 성적 내기의 결과.율혜는 빨강색 동그라미로 가득 찬 영어 시험지를 내놓았고, 도준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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