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 한도오토링크 대회의실.오늘 이 자리에서, 회사의 체급이 갈린다.테이블 위에는 두툼한 제안서와 데이터 분석 자료가 각 잡혀 놓여 있었다.서린은 마지막으로 빔프로젝터 연결 상태를 확인하고, 정민우 변호사는 계약서 조항을 꼼꼼히 검토하고 있었다.“유통그룹 쪽, 깐깐하기로 소문났어요. 특히 물류 담당 박 상무, 숫자 하나 틀리면 그 자리에서 서류 집어 던지는 사람이에요.”민우가 넥타이를 고쳐 매며 말했다.“걱정 마세요. 데이터는 완벽합니다.”서린은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밤새 시뮬레이션을 돌려가며 준비한 자료였다. 틈은 없었다.잠시 후, 회의실 문이 열리고 유통그룹 실무진들이 들어왔다.그들의 표정은 딱딱했다.‘회장님 딸이 꽂아준 낙하산 업체’라는, 은근한 무시가 깔려 있었다.“반갑습니다. 한도오토링크 차수혁입니다.”수혁이 정중하게 악수를 청했다.박 상무는 대충 손끝만 잡고 자리에 앉았다.“시간 없으니 바로 본론으로 가시죠. 5천 대, 소화 가능합니까? 한도오토링크 규모로는 벅찰 텐데.”“단순 매입이 아닙니다. 저희는 ‘순환 시스템’을 제안합니다.”수혁의 신호에 서린이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스크린에 복잡하지만 명쾌한 도표가 떴다.“기존에는 차량을 일괄 매각하고 끝났지만, 저희는 매입 후 정비, 재판매, 그리고 신차 리스 연계까지 원스톱으로 관리... 유통그룹 입장에서는 차량 처분 수익뿐만 아니라... ”서린의 설명은 막힘이 없었다.박 상무의 눈빛이 달라졌다.그는 꼬투리를 잡기 위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리스크 헷지(Hedge)는? 재고가 쌓이면 그 비용은 누가 감당합니까?”“저희가 감당합니다. 계약서 12조 3항, 재고 부담 전액 한도오토링크 귀속 조항을 넣었습니다.”민우가 계약서를 들이밀며 거들었다. 법리적으로도 완벽했다.박 상무는 서린과 수혁을 번갈아 보았다.낙하산인 줄 알았더니, 준비된 칼잡이들이었다.그는 계약서를 내려놓고 다시 스크린을 바라봤다.차량 회전율, 예상 수익률, 재고 관리 계획까지.
Last Updated : 2026-07-2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