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재판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표정은 여전히 차분했다.“회사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척하더니.”“밖에서는 꼬리 치고 다닌 모양이지?”말이 끝나자,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서린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그리고 결재판을 가볍게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회사에서는 일로 평가받습니다.”낮고 또렷한 목소리였다.“밖에서 제가 누구를 만나든, 그게 승진 사유가 되는 회사라면, 애초에 제가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겠죠.”“뭐라고?”유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사실을 말씀드린 겁니다.”서린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불편하시면, 저보다 회사 시스템이 문제겠죠.”“회사 시스템?”유나가 코웃음을 쳤다.“야, 너.”“주제 파악 좀 해. 대표님이 오냐오냐해주니까 뭐라도 된 줄 알아?”서린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꼬리친게 아니면, 남들은 몇 년은 굴러야 겨우 과장을 다는데 넌 이 회사 온 지 얼마나 됐어?”유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서린의 얼굴 가까이, 숨이 느껴질 만큼 다가와 속삭이듯 말했다.“그날 호텔에서 젊은 놈이랑은 잘 놀았어?”그리고 고개를 돌려 수혁을 보며, 한숨처럼 덧붙였다.“오빠, 정신 차려.”“얘는 젊은 놈이랑 호텔에서 노는 애야.”그 순간, 서린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처음부터 참으려 했다.자신을 향한 비아냥쯤은 얼마든지 흘려보낼 수 있었다.하지만 제 동생과의 시간을 그런 식으로 더럽히는 말까지 참아줄 생각은 없었다.한 박자 늦게 숨을 고른 뒤, 입을 열었다.“말씀 가려서 하시죠.”서린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서늘했다.“제가 누구와 있든, 그건 제 사생활입니다.”서린은 유나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최유나 씨가 관여할 바 아닙니다.”“뭐?”“사생화-알?”유나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웃기고 있네. 뻔하지, 뭐. 몸으로 때우는 거 아니야?”그때, 책상 위에서 펜 하나가 튀어 올랐다.저게 진짜로 미쳤나.수혁이 벌떡 일어섰다.하지만 그보다 먼저, 서린이 입을 열었다.“최유나 씨.”서린은 최유나를 향해
Last Updated : 2026-07-2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