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재계 1위 흑룡건설의 후계자, 도지훈의 장례식은 세상 그 어떤 행사보다 거대하고 엄숙하게 치러졌다.서울 한복판의 대형 병원 VIP 장례식장.복도 끝까지 빈틈없이 늘어선 정재계 주요 인사들의 화환들이 뿜어내는 짙은 국화 향기는, 오히려 죽음의 비릿한 냄새를 가리기 위한 기만처럼 느껴졌다.은진은 그 숨 막히는 공간 한가운데서,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하얀 상복을 입은 채 허리를 굽히고 또 굽혔다."상심이 크시겠습니다, 며느님.""어쩌다 그런 끔찍한 사고를…."끝없이 밀려드는 조문객들의 형식적인 위로가 고막을 때릴 때마다, 은진의 가슴은 날카로운 유리 조각에 베이는 듯 너덜너덜해졌다.피가 통하지 않아 하얗게 질린 발끝, 끊어질 듯 저려오는 허리.육체적인 고통은 오히려 이 끔찍한 현실을 도피하게 해주는 마취제였다.남편을 잃은 슬픔을 온전히 토해낼 시간조차, 그녀에게는 사치에 불과했다.자정을 훌쩍 넘긴 새벽 2시.파도처럼 밀려들던 조문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회사 직원들과 도우미들마저 모두 철수한 장례식장은 깊은 적막에 잠겼다.은진은 그제야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상주 전용 휴게실에 들어섰다.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살아있는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핏기 없는 입술, 푹 파인 뺨, 붉게 짓무른 눈가.억지로라도 눈을 붙여야 내일의 발인을 버틸 수 있다는 생각에 핏대 선 눈을 감으려던 찰나였다.적막뿐인 바깥 빈소에서 희미한 인기척이 들려왔다.은진은 흠칫 놀라며 조심스럽게 휴게실 문을 열고 걸음을 옮겼다.서늘한 대리석 바닥에 닿는 맨발의 감촉이 소름 끼치도록 찼다.독한 향 냄새가 매캐하게 맴도는 빈소 한가운데, 거대한 그림자 하나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시아버지, 도창수였다.도창수는 무릎 위에 두 손을 올린 채, 국화꽃에 둘러싸여 환하게 웃고 있는 아들 지훈의 영정 사진을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었다.은진은 숨죽인 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그때, 창수의 굳게 다물린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며 열렸다.소리 없는 읊조림.하지만 은진은
最終更新日 : 2026-07-08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