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죽은 남편의 아버지가 프러포즈를 해왔다: Chapter 21 - Chapter 30

30 Chapters

21화

다음 날 오전. 경영지원본부 본부장의 인터폰이 울렸다. 오전 열 시가 막 지난 시간이었다. 회장 비서실 직원의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전해졌다. “회장님께서 경영지원본부장과 하은진 팀장을 회의실로 오라고 하십니다.”본부장의 지시로 은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류를 챙겼다. 손이 살짝 떨렸다. 어제 저녁 도창수와 나눈 대화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었다. 회의실 문이 열리자 긴 테이블 끝자락, 창가 쪽에 도창수가 앉아 있었다. 그는 검은 정장 차림으로 자료를 펼쳐 놓고 있었다. 시선은 서류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문이 열리는 소리를 놓치지 않았다.은진과 본부장이 들어서자 도창수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이 은진에게 잠시 머물렀다. 깊고, 차분하고, 무언가를 재는 듯한 시선이었다. 그는 말없이 손짓으로 자리를 가리켰다.“앉게.”낮은 목소리가 회의실을 채웠다. 은진은 본부장과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도창수는 다시 자료를 내려다보았다. 손가락으로 페이지를 천천히 넘기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어제 발표 내용 중에서 몇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불렀네.”그는 차분하게 질문했다. 환율 시나리오의 민감도 분석, 현지 법률 리스크의 구체적 수치, 협력업체 변경 시 발생하는 숨은 비용. 은진은 준비된 근거를 하나씩 제시했다. 본부장은 옆에서 가끔 거들었지만, 핵심 답변은 대부분 은진이 맡았다.질문이 끝나자 도창수가 서류를 덮으며 말했다. “자료는 충분해. 그런데 한 가지 더.” 그는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이 프로젝트는 현지 실사가 꼭 필요할 것 같네. 한 달 이상 걸릴 수도 있어. 직접 가서 봐야 숫자로 안 보이는 게 보이지.”본부장이 바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자원하는 직원이 있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그때 은진이 입을 열었다. “제가 가겠습니다.”회의실이 순간 조용해졌다. 도창수가 깊은 눈빛으로 은진을 바라보았다. “경영지원팀원이 꼭 갈 필요는 없어. 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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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회의실 문이 닫히자 은진은 한동안 복도에 그대로 서 있었다.조금 전까지 도창수와 마주했던 시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는 분명 업무였다.그러나 마지막 순간은 업무라고만 넘기기 어려웠다.도창수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끌어안았다.짧은 순간이었지만 은진은 몸을 밀어내지 못했다.그때 자신이 왜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는지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었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했기 때문이었을까.아니면 지훈이 세상을 떠난 뒤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었던 시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었을까.은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머리로는 분명 선을 알고 있었다.도창수는 자신의 시아버지이자 회사의 회장이었다.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그런데도 그의 마지막 말은 이상하게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내 옆에 있어다오.'업무를 위한 부탁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해 보았다.이번 프로젝트는 회사의 미래가 걸린 일이고, 회장인 그가 믿을 만한 사람을 가까이에 두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판단일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렇게 생각할수록 또 다른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업무라면 굳이 자신만 고집할 이유가 있었을까.왜 자신이어야 했을까.질문은 이어졌지만 선뜻 답을 내릴 수는 없었다.생각이 꼬리를 물수록 가슴 한편이 답답해졌다.은진은 길게 숨을 내쉰 뒤 천천히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자리에는 결재를 기다리는 서류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고, 메일함에는 프로젝트 관련 자료 요청이 이어지고 있었다.그녀는 애써 다른 생각을 밀어낸 채 모니터를 켰다.복잡하게 얽힌 마음을 정리하는 가장 익숙한 방법은 언제나 일이었다.숫자는 사람처럼 숨은 의도를 품지 않았고, 자료는 감정에 따라 달라지지 않았다.은진은 다시 보고서를 펼쳤다.지금만큼은 숫자 속에 파묻혀 있는 편이, 자신의 흔들리는 마음을 마주하는 것보다 훨씬 쉬웠다.며칠 동안 경영지원팀은 이전보다 훨씬 바쁘게 돌아갔다.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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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프로젝트의 닻이 오르자마자 흑룡건설 본사 TF실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그룹의 사활이 걸린 중대한 프로젝트인 만큼, 은진이 이끄는 TF팀의 야근은 어느새 당연한 일과가 되어 있었다.특히 도창수 회장은 낮 동안 그룹의 산적한 다른 현안들을 처리하느라 바빴기에, 대개 저녁 식사 시간을 훌쩍 넘긴 밤늦은 시각에야 비로소 TF실에 합류하곤 했다.“어제 수정한 해외 자금 조달 시나리오입니다. 금리 변동성에 따른 리스크를 1.5%포인트 구간으로 세분화하여 보완했습니다.”은진의 차분하면서도 명료한 프레젠테이션이 이어지는 동안, 테이블 상석에 앉은 창수는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그저 묵직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은진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조하듯 바라볼 뿐이었다.오직 회의가 막바지에 다다라 수백억의 예산이 오가는 결정적인 순간에만, 그는 낮고 굵은 목소리로 방향을 제시했다.“그대로 진행하되, 예비비 편성을 5% 늘립시다. 푼돈에 발목을 잡힐 순 없지.”인자한 지배자의 완벽한 통솔력.사내 직원들은 창수의 단호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판단력에 매료되었지만, 은진의 피부는 다르게 반응하고 있었다.넓은 테이블 너머로 은밀하게 뻗어오는 그의 짙은 체향과, 회의 서류를 넘겨받을 때마다 손끝을 스치던 거친 온기가 밤안개처럼 은진의 전신을 휘감았기 때문이다.그러던 어느 날이었다.모처럼 도창수 회장의 외부 정재계 인사들과 만찬 일정이 잡히며, TF팀 전체에 야근 없이 퇴근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직원들은 구원이라도 받은 듯 서둘러 가방을 챙겨 사무실을 빠져나갔다.순식간에 고요해진 TF실에 은진만이 홀로 남았다.빈 집무실로 돌아와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댔지만, 은진은 선뜻 퇴근할 수 없었다.머리가 지독하게 무거웠다.지훈이 떠난 빈집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 그리고 밤안개처럼 자신을 서서히 조여오는 시아버지의 거대한 그림자, 그 올가미에서 차마 벗어나지 못하는 무력감이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다.결국 은진은 책상 위에 두 팔을 포개고 천천히 이마를 기댔다.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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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은진은 복도를 가로지르는 내내 손끝에 감기는 정장 재킷의 실크 안감을 움켜쥐었다.아직도 원단 깊숙이 배어 있는 도창수의 짙은 향수가 폐부를 찔러와 숨이 막힐 것 같았다.'내 착각이야. 피로가 겹쳐서 기묘한 몽상을 지어낸 거라고.'스스로를 다독이며 당도한 회장실 앞.늦은 시간이었지만 최 비서실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은진이 다가오자 최 비서실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숙였다. "회장님 안에 계십니다."마치 올 줄 알았다는 듯한 표현이었다. 굳게 닫힌 거대한 문 틈새로 미세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은진은 차오르는 숨을 삼키며 문을 두드렸다."들어오너라."안쪽에서 들려오는 낮고 묵직한 음성.도창수 회장 역시 마치 은진이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광활한 회장실 한가운데 도창수가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서 있었다.넥타이는 살짝 풀어헤쳐져 있었고, 그의 손에는 얼음이 가득 담긴 언더락 잔이 들려 있었다.은진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깊이 가라앉아 있었다."이 밤에 어쩐 일이냐. 다른 직원들은 모처럼 일찍 퇴근한다고 신이 나서 가던데. 너도 일찍 들어가 쉬지 않고.""이것... 두고 가셨습니다."은진은 도창수의 재킷을 두 손으로 정중히 받쳐 들며 다가갔다.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숨기기 위해 턱끝에 힘을 주었다.흐트러짐 없는 옷매무새와 도도하게 세운 척추는 자신이 완벽한 '경영지원팀장'이자 '며느리'로서 이곳에 서 있음을 증명하는 유일한 방어벽이었다.창수는 은진이 내민 재킷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나직하게 웃으며 그것을 받아들었다.옷깃이 스치는 찰나, 그의 뜨거운 손가락바닥이 은진의 차가운 손등을 가볍게 쓸어내렸다.스치듯 스며드는 묵직한 촉각에 은진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애써 도도한 눈빛을 유지하며 반 보 뒤로 물러섰다."사무실 냉기가 심하길래 덮어주고 왔다만... 부담스러웠다면 미안하다."그의 말투는 지극히 정중했고, 눈빛에는 오직 며느리를 걱정하는 시아버지의 다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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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은진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침실의 불은 켜지지 않았다.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빛만이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다.한동안 화면만 바라보던 그녀는 오래전 사용하던 포르노 사이트에 접속했다.지훈을 만나기 전, 누구와도 감정을 나누고 싶지 않을 때면 무심히 들르곤 했던 곳이었다.계정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낯익은 화면은 이제 낯설게만 느껴졌다.은진은 영상 하나를 재생한 뒤에 몸을 기댔다.화면 속 사람들의 얼굴은 아무 의미도 없는 타인이었다.그래서 선택한 것이기도 했다.누군가를 닮은 얼굴도, 기억을 건드리는 목소리도 없는 낯선 장면이라면 복잡한 생각을 잠시나마 밀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그러나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영상은 흘러갔지만 그녀의 시선은 점점 흐려졌다.머릿속에는 전혀 다른 장면이 떠올랐다.회의실.조용한 공간.프로젝트 이야기를 마친 뒤 자신을 바라보던 도창수의 눈빛.그리고 마지막에 아무 말 없이 자신을 안아 주었던 순간.은진은 눈을 감았다.'왜 자꾸...'애써 부정하려 할수록 기억은 더욱 또렷해졌다.그 품이 특별해서가 아니었다.오랫동안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했던 시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남편을 잃은 뒤 그녀는 슬픔조차 혼자 감당하는 법을 배웠다.회사에서는 흔들리지 않는 팀장이었고, 집에서는 아무도 없는 공간을 묵묵히 견디는 사람이었다.누군가의 온기를 떠올린다는 것 자체가 낯선 일이었다.하지만 그 기억의 주인이 도창수라는 사실이 그녀를 더욱 괴롭게 만들었다.감사와 의존은 다른 감정이었다.위로와 애정 역시 같지 않았다.그 차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은 자꾸만 그 경계를 흐리려 했다.은진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안 돼.'짧은 한마디가 방 안으로 흩어졌다.그녀는 지훈의 얼굴을 떠올리려 애썼다.결혼식 날 환하게 웃던 모습, 늦은 밤 퇴근길에 손을 흔들며 맞아 주던 얼굴, 사소한 농담에도 함께 웃던 평범한 저녁들.기억은 분명 남아 있었다.그런데도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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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한 대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화상회의로도 어느 정도는 대응이 가능하지 않을까요?"은진은 고개를 저었다."지금 보고서는 결과만 적혀 있습니다. 현장 분위기와 협력업체의 실제 상황은 숫자로 확인할 수 없어요. 직접 봐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그녀는 곧바로 결정을 내렸다."김 대리, 저와 함께 출장을 준비하세요. 첫 비행편으로 출발합니다."짧은 지시였지만 누구도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TF팀이 꾸려진 이후 지금까지 은진의 판단이 틀린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비행기 안에서도 그녀는 노트북을 덮지 않았다.계약서와 공정표, 자재 공급 일정, 운송 기록을 반복해서 대조하며 문제의 시작점을 추적했다.현장에 도착한 은진은 호텔보다 공사 현장으로 먼저 향했다.거대한 크레인은 멈춰 있었고, 작업자들은 다음 지시를 기다리며 현장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현지 법인장은 공급업체의 일방적인 납품 지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은진은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그녀는 계약서를 처음부터 다시 검토했다.납품 일정과 지연 책임, 위약 조항, 대체 공급 절차를 하나씩 확인하며 관련 자료를 비교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의 원인이 드러났다.주 공급업체는 원자재 가격 급등을 이유로 계약 이행을 사실상 미루고 있었고, 현지 담당자는 상황이 해결되기를 기다리며 본사 보고를 늦추고 있었다.은진은 즉시 대응에 나섰다.기존 계약 조항을 근거로 공급업체와 재협상을 진행하는 동시에, 사전에 검토해 두었던 예비 협력업체들과 접촉해 대체 공급 가능성을 확인했다.낮에는 협상 테이블을 오갔고, 밤에는 호텔 회의실에서 손익 구조와 공정 계획을 다시 계산했다.보고서는 수차례 수정됐고, 본사와의 화상회의도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사흘째 되던 날, 새로운 공급 일정이 확정됐다.일부 공정의 순서를 조정해 전체 일정 지연을 최소화했고, 예상됐던 추가 비용도 당초 전망보다 크게 줄일 수 있었다.현지 법인장은 회의를 마친 뒤 은진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하 본부장님 덕분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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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은진은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조용하고 은은한 미색의 조명, 귓가를 낮게 맴도는 클래식 음악, 그리고 통창 너머로 아스라이 쏟아지는 오후의 햇살은 이곳이 비현실적인 공간인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도창수는 사전에 예약된 구석진 독방으로 자연스럽게 은진의 발걸음을 인도했다.그가 의자를 손수 빼주며 자리를 권하자, 은진은 긴장으로 굳어진 척추를 애써 꼿꼿이 세우며 자리에 앉았다.메뉴판을 펼치는 그의 단단한 손길을 멍하니 바라보던 찰나, 창수의 나직한 음성이 적막을 깨트렸다.“현지 요리를 좋아하니, 아니면 벌써 한국 음식이 그리워진건 아니지?”은진은 잠시 테이블 아래로 맞잡은 제 마른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다 조용히 대답했다.“현지 요리도 좋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도창수는 며느리의 도도하면서도 차분한 대답이 마음에 든 듯, 깊고 나직하게 웃었다.그가 웨이터를 불러 현지의 신선한 해산물과 곁들이기 좋은 화이트 와인을 주문하는 동안, 은진은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억눌렀다.머릿속에서는 이성이 쉴 새 없이 붉은 경고등을 켜대고 있었다.이 사람은 시아버지다.죽은 남편 도지훈의 아버지.자신을 흑룡건설로 이끌고, 무너진 삶에서 구원해 준 유일한 은인이자 그룹의 회장.그런데 왜 단둘이 앉아 있는 이 테이블 너머의 공기가 이토록 뜨겁고 진득하게 느껴지는 것일까.첫 음식이 나오고 차가운 와인이 잔에 채워졌다.도창수가 먼저 잔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타지에서 고생이 많았다. 널 위한 자리니 편히 즐기거라.”“감사합니다, 아버님.”은진 역시 잔을 들었다.맑은 크리스탈 잔이 부딪치며 내는 청아한 소리가 방 안에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첫 모금을 삼키는 은진의 목울대가 긴장으로 잘게 떨렸다.차가운 알코올이 식도를 타고 흘러내렸지만, 가슴속에 차오르는 열기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그러나 창수는 노련했다.은진이 죄책감에 갇혀 입을 닫지 않도록, 그는 현지 요리의 역사와 조리법의 특징을 아주 부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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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은진이 가볍게 몸을 웅크리자, 창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이 입고 있던 정장 재킷을 벗어 은진의 어깨 위로 무겁게 얹어 주었다.“아, 아닙니다. 아버님...”은진이 극구 사양하며 재킷을 벗으려 하자, 창수가 은진의 어깨를 지그시 누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감기라도 걸리면 내 마음이 아프다. 그냥 입고 있거라.”‘내 마음이 아프다’라는 그 한마디가 은진의 방어벽을 산산조각 내버렸다.어깨를 감싼 재킷에서는 깊은 밤 꿈속에서 은진의 전신을 지배했던 도창수의 살 냄새와 뜨겁고 묵직한 우디향이 짙게 배어 나오고 있었다.숨이 막힐 것만 같은 완숙한 남성의 체향이었다.은진은 속으로 시아버지의 체향을 맡으며 흥분하고 있는 자신을 느끼며 괴로워했지만, 동시에 안정을 느끼며 깊게 숨을 들이쉬고 있었다.몸은 이미 거짓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지며 얕은 숨이 새어 나왔다. 어스름한 노을이 강물을 붉게 물들이고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자, 강변의 분위기는 한층 더 몽환적으로 변해갔다.두 사람은 말없이 나란히 걸었다.“너는 참으로 기특하고 대단한 아이다. 지훈이가 가고 난 뒤 홀로 선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내 곁에서 이렇게 버텨주는구나.”창수의 나직한 고백에 은진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아닙니다. 오히려 아버님이 아니었다면 전 그냥... 사라져 버리고 말았을지도 몰라요.”“아니, 넌 특별해. 내게 아주 특별한 존재란다.”창수가 은진의 눈앞으로 다가섰다.바람에 흐트러진 은진의 머리칼을 그의 손가락끝이 아주 조심스럽고 느릿하게 넘겨주었다.뺨을 스친 그의 손길은 지독하게 뜨거웠고, 그 감촉은 은진이 꾸었던 꿈속의 입맞춤과 완벽하게 겹쳐졌다.은진은 그 손길을 거부해야 한다고 이성으로 외쳤지만, 몸은 차마 움직이지 못하고 창수의 손길에 갇힌 채 떨고만 있었다.그 떨림이 긴장 때문인지 찬 강바람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이제 슬슬 어두워지는구나. 저녁먹기는 아직 이르고... 내가 좋아하는 바가 있는데 가볍게 술 한 잔씩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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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도창수의 손길은 노련하면서도 압도적이었다.은진 역시 보통의 여성들보다 훨씬 성욕이 왕성하고 어지간한 남자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은진을 만족시켜주지 못해 지훈은 늘 미안해하곤 했다.하지만 도창수는 아니었다. 그는 압도적인 지배 성향으로 은진을 다루었다.서로의 타액을 나누느라 정신이 없던 때, 도창수가 부드럽게 혀를 거둬들이며 말했다. "너의 잘못이 아니다. 내가 강압적으로 너를 범하는 것이다. 너는 그 어떤 죄책감도 가질 필요가 없다."비록 말뿐인 것이지만 은진은 그 말로 인해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그런 은진의 마음을 도창수가 읽었을까. 도창수는 거침없이 은진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코트와 겉옷을 벗겨내고 속옷만 입은 은진의 몸을 부드럽게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가장 민감한 곳을 마치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입술로 꾹꾹 눌러가며 훑어내렸다. 귀 뒤쪽의 솜털이 바짝 일어서도록 부드럽게 숨을 불고, 혀를 내밀어 귓을 핥았다. 혀끝으로 귓바퀴를 훑으며 귓구멍 속으로 혀를 살짝 집어넣었다 뺐다.은진의 몸이 움찔 떨리며 다리가 살짝 벌어졌다. 그녀의 다리가 살짝 벌어진 틈에 도창수가 자신의 허벅지 한쪽을 밀어 넣었다.그리고 다리를 세워 허벅지가 그녀의 음부 전체에 밀착되도록 붙였다.은진 역시 그의 허벅지가 간이 의자라도 되는 것처럼 체중을 실었다. 그리고 어떤 의도를 가지지 않았음에도 본능적으로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음부 전체가 도창수의 단단한 허벅지에 쓸리며 가벼운 쾌감을 은진의 뇌로 전달했다. 그때 도창수의 입술은 은진의 목덜미 아래쪽으로 내려와 그녀의 쇄골 움푹 파인 곳을 핥고 있었다. 도드라진 뼈를 따라 입술을 붙였다 떼며 그녀의 몸을 탐했다. 그리고는 순백색 화려한 레이스 브라로 감춘 그녀의 가슴 위쪽을 스치듯 입술로 애무했다. 은진의 입술에서 얕은 신음이 배어 나왔다."아흐흑... 아, 아버님..."도창수가 은진의 가슴이 모인 골짜기에 코를 박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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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은진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지금은 시아버지와 호텔에서 밤을 보낸다는 것조차 용납하기 어려웠다.그런데 그의 아이를 갖다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도창수가 은진의 얼굴을 손으로 잡고 자신과 눈을 맞췄다.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밀어 넣었던 다리를 빼고 천천히 입술을 포개며 다시 한 번 혀를 밀어 넣었다.그의 축축한 혀가 은진의 입속을 헤집고 유린했다. 은진은 점점 정신이 몽롱해짐을 느꼈다. 도창수의 손이 은진의 순백색의 화려한 레이스 팬티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녀의 치골을 지나 손바닥으로 음부 전체를 쓸어내렸다. 그의 손바닥 위로 끈적한 애액이 고였다. 그가 입을 떼고 다시 말했다. "너는 건강하고, 나 역시 여전하다. 안 될 이유가 무엇이니?"은진의 머릿속이 점점 더 몽롱해지며 그녀도 이성을 상실해 가는 느낌이었다. 그녀가 속으로 생각했다. '아버님, 그건 맞는 말씀이지만... 아직은...'"다른 사람 눈치 볼 것 없다. 값싼 생각이라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세상에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있니? 만약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있다면 피하면 그만이다. 살면 얼마나 산다고 남 눈치까지 보며 살아야 하니?"그의 말이 맞았다.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꼭 다른 사람의 눈치가 아니더라도 생각할 게 너무나도 많은 일이었다. 그냥 아이 갖자고 동의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그 순간 은진의 팬티 속에 있던 도창수의 손가락이 그녀의 질 속으로 파고들었다. 부드러운 움직임이었지만 그의 손가락은 부드럽지 않았다. 거칠고 울퉁불퉁한 손가락. 그 손가락 두 개가 은진의 질 내벽을 가르며 파고들자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물감으로 은진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은진은 더 이상 생각을 거두고 하체에서 전해져 오는 쾌감에 집중했다. 하지만 도창수는 더욱 집요했다. "여기 이렇게 건강한 자궁 속에 내 씨앗을 넣어 나의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 정말 좋겠구나. 은진아..."그녀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머릿속에 불꽃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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