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차장이 떠난 사무실은 겉보기엔 평온을 되찾은 듯했다. 태성의 은밀한 비호 아래 연수는 다시금 자신의 업무에 매진할 수 있었지만, 기획팀 내부는 변화가 있었다. 박차장의 자리는 최과장이 대신하게 되었다. 그러나 박 차장이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남긴 ‘신입에 대한 불신’이라는 잔상은 연수의 주변을 여전히 차갑게 맴돌고 있었다. 오후 세 시, 연수의 메신저로 한 통의 알림이 울렸다. [부사장님께서 지금 바로 부사장실로 들어오라고 하십니다.] 연수는 잠시 멈칫했다. 이진경 부사장. 그녀는 박 차장의 배후에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인물이었다. 연수는 정돈되지 않은 긴장감을 억누르며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부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최고급 향수 냄새와 함께 차가운 공기가 밀려왔다. 이진경은 창가를 등지고 서서 화려한 샹들리에 빛을 등 뒤에 받고 있었다. 그녀의 실루엣은 마치 여왕처럼 압도적이었다. “연수 씨, 들어와요.” 진경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몸을 돌려 연수를 마주했을 때, 그녀의 얼굴에는 박 차장이 떠난 후 처음 보는 ‘온화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 정말 잘해냈더군요. 박 차장 일이 터졌을 때 사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역시 우리 태성 기획의 인재답게 스스로 증명해냈어요.” 진경은 연수에게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 손길은 지나치게 다정해서 오히려 소름이 돋았다. 연수는 허리를 숙이며 겸손하게 대답했다. “과찬이십니다, 부사장님.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아니, 겸손할 필요 없어요. 난 재능 있는
آخر تحديث : 2026-07-17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