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실루엣의 그대에게》全部章節:第 81 章 - 第 90 章

148 章節

81화. 질투라는 감정

파티장 안에는 잔잔한 재즈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사람들은 작품 앞에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강태성의 시선은 그 어떤 그림에도 머물지 않았다.오직 한 사람.하연수.크림빛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조명 아래에서 유난히 눈부셨다.화려하게 꾸민 다른 여자들과 달리 과한 장신구 하나 없었지만, 그래서 더 눈에 들어왔다.깨끗한 목선.단정하게 올린 머리카락.그리고 사람을 바라볼 때마다 살짝 휘어지는 맑은 눈웃음.태성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예전에도 예뻤지만….''언제 이렇게 여자가 되었지.'15년 전 겨울.자신의 재킷을 꼭 붙잡고 수줍게 웃던 열두 살 소녀가 순간 겹쳐졌다.하지만 지금 그의 앞에 있는 하연수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었다.수많은 시련을 견디며 누구보다 단단해진 여자였다.그 순간.한 남자가 연수에게 다가갔다.상류층 기업 대표였다.그는 자연스럽게 명함을 건네며 연수와 이야기를 시작했다.연수는 예의 있게 웃으며 대답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태성의 표정이 조금씩 굳어졌다.잠시 후 또 다른 남자가 다가왔다.이번에는 건설회사 후계자였다.그 역시 연수의 아름다움을 칭찬하며 대화를 이어갔다.태성은 들고 있던 와인잔을 조금 더 세게 쥐었다.유리잔이 작게 소리를 냈다.'왜 이렇게 신경 쓰이지.'대표로서라면 당연한 일이었다.연수는 아름다웠고 능력도 있었다.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가슴 한쪽이 답답했다.마치 누군가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조금씩 빼앗아 가는 기분이었다."...질투?"태성은 자신의 감정이 믿기지 않았다.평생 누구를 질투해 본 적이 없었다.원하면 가질 수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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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둘만 남은 차 안

갤러리의 화려한 조명과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검은 세단의 문이 닫히는 순간 거짓말처럼 멀어졌다.조용한 실내에는 은은한 우드 향만이 남아 있었다.강태성은 아무 말 없이 시동을 걸었다.엔진이 낮게 울리며 차가 천천히 도로 위를 미끄러졌다.창밖에는 서울의 겨울밤이 흘러가고 있었다.가로등 불빛이 차창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연수의 얼굴에도 희미한 빛이 번졌다.연수는 두 손을 가지런히 무릎 위에 모은 채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오늘 하루가 너무 길었다.티파티.수많은 시선.어린 시절 자신을 알던 사람들.아버지 회사가 무너졌던 날의 기억.그리고…자신의 앞을 막아선 이민우.그 모든 순간마다 태성이 나타났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옆자리에 앉아 있는 남자를 힐끔 바라보았다.단정하게 풀어놓은 넥타이.운전대를 잡은 길고 단단한 손.굳게 다문 입술.평소와 다를 것 없어 보였지만 이상하게도 오늘의 태성은 더욱 차갑게 느껴졌다.아니.차갑다기보다…무언가를 참고 있는 사람 같았다.차 안에는 침묵만 흘렀다.그 침묵이 오히려 수백 마디의 말보다 더 무겁게 가슴을 눌렀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붉은 신호등 앞에서 차가 천천히 멈춰 섰다.그제야 태성이 입을 열었다."...오늘 많이 피곤했겠군."낮고 차분한 목소리였다.연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괜찮습니다."잠시 정적이 흘렀다.태성은 앞만 바라본 채 다시 말을 이었다."지민은 원래 사람을 좋아합니다.""네.""하지만..."그는 말을 멈췄다.마치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저울질하는 사람처럼."...오늘 파티에는 당신에게 관심을 가진 사람이 너무 많았습니다."연수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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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대표님은 왜 화가 났을까

새벽 다섯 시.아직 해도 뜨지 않은 시간이었다.연수는 결국 한숨도 자지 못한 채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방 안은 조용했다.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희미한 겨울 새벽빛만이 방안을 희미하게 물들이고 있었다.세수를 하기 위해 거울 앞에 선 연수는 잠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조금 부은 눈.붉어진 입술.그리고 밤새 잠들지 못한 흔적.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왜 자꾸 생각나는 거야."머리를 감고도,아침을 준비하면서도,출근길 버스를 타고서도.어젯밤 태성과 함께했던 차 안의 시간이 자꾸 떠올랐다.'다음부터는 그런 자리에 혼자 가지 마십시오.'대표의 말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대표의 명령처럼 들리지 않았다.오히려...걱정하는 사람의 부탁처럼 들렸다.연수는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겨울 거리를 바라보았다.'대표님은...''왜 그렇게 화가 나셨던 걸까.'민우 때문이었을까.진혁 때문이었을까.아니면...정말 자신 때문이었을까.그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연수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아니야.""그럴 리 없어."강태성은 태성그룹 대표였다.그리고 자신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평범한 직원이었다.감히 넘볼 수도 없는 사람.괜한 기대를 품었다가 상처받는 건 언제나 자신의 몫이었다."...회사에서는 대표님일 뿐이야."그녀는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다.같은 시각.강태성은 이미 집무실에 나와 있었다.커피는 식은 지 오래였다.책상 위에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보고서가 펼쳐져 있었지만 한 줄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대신 머릿속에는 어젯밤 파티장의 모습만 반복되고 있었다.민우가 연수를 바라보던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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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네 곁은 내 자리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저녁.태성 기획 로비는 하나둘 불이 꺼지고 있었다.직원들이 삼삼오오 회사를 빠져나가는 사이, 연수는 천천히 로비로 내려왔다.아직도 머릿속은 복잡했다.하루 종일 자신을 철저하게 '직원'으로만 대했던 태성.어젯밤 차 안에서 보여준 따뜻함은 마치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역시 내가 착각했던 걸까.'씁쓸한 마음으로 출입문을 향해 걸어가던 순간이었다."연수 씨."부드러운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최진혁이었다.짙은 네이비 코트를 걸친 그는 특유의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오늘도 야근했네요.""...진혁 이사님.""근처에 새로 생긴 레스토랑이 있는데, 식사라도 하면서 이야기할까요?"연수는 당황했다.거절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하지만 적당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잠시 침묵이 흐르던 순간.로비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가 울렸다.또각.또각.낮고 일정한 구두 소리.연수는 그 발걸음만으로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강태성이었다.그는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푼 모습이었지만, 얼굴은 평소보다 훨씬 굳어 있었다.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연수에게만 향했다."하연수 씨."낮고 차분한 목소리."대표님."연수는 반사적으로 자세를 바로 세웠다.태성은 그녀 앞에 멈춰 섰다.그리고 짧게 말했다."회의가 있습니다.""...네?""스마트시티 프로젝트.""지금요?""보완해야 할 부분이 생겼습니다."진혁이 미간을 찌푸렸다."강 대표.""퇴근 시간입니다.""내일 해도 되는 일 아닙니까?"태성은 천천히 진혁을 바라봤다.표정은 담담했다.하지만 눈빛만큼은 얼음처럼 차가웠다."대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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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들켜버린 진심

회의실 안에는 숨소리마저 크게 들릴 만큼 짙은 정적이 흘렀다.방금 전까지 두 사람 사이를 가득 메우던 감정은 아직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그때였다.똑, 똑.갑작스러운 노크 소리에 연수는 흠칫 어깨를 떨었다.태성 역시 반사적으로 연수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마치 그녀를 자신의 뒤로 숨기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누구죠?"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회의실을 울렸다.문이 천천히 열렸다."대표님... 죄송합니다."최유나였다.손에는 결재 서류가 들려 있었지만 그녀의 시선은 서류보다 두 사람에게 먼저 향했다.가까운 거리.흐트러진 공기.붉게 달아오른 연수의 얼굴.그리고 평소와 달리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강태성.그 짧은 순간만으로도 유나는 충분했다.'맞구나.''대표님이 정말 하연수를....'유나는 놀라는 척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급한 결재가 있어서...."태성은 차갑게 말했다."놓고 나가십시오.""...네."문이 닫혔다.하지만 유나의 입가에는 미세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엘리베이터도 타지 않았다.곧장 비상계단으로 향한 유나는 휴대전화를 꺼냈다."부사장님."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말했다."확신했습니다."잠시 침묵."대표님은 하연수 씨를 좋아합니다."전화기 너머로 진경의 숨소리가 아주 천천히 흘러나왔다."...확실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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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김 여사의 초대

다음 날 아침.태성 기획 9층 기획1팀은 평소와 다름없이 분주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하연수는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손끝은 자꾸만 멈춰 섰다.어젯밤 회의실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었다.'당신이 다른 사람 곁에 있는 걸 보는 게 싫습니다.'끝내 사랑이라는 단어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 한마디는 연수의 마음을 밤새 뒤흔들기에 충분했다.'대표님은... 왜 그런 눈으로 나를 바라봤을까.'생각이 깊어질수록 마음은 더욱 복잡해졌다.그때 사무실 전화가 울렸다."하 대리님."비서실 직원의 차분한 목소리였다."잠시 비서실로 연결해 드리겠습니다.""네?"잠시 후 낯선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안녕하세요. 김미진 여사님 비서입니다."연수는 순간 몸을 굳혔다.김미진.강태성 대표의 어머니.태성그룹의 안주인.그 이름만으로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네.""사모님께서 오늘 저녁 하 대리님과 식사를 함께하고 싶다는 말씀을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연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저... 저를 말씀입니까?""예.""잠시 사모님을 연결해 드리겠습니다."곧이어 낮고 품위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연수 씨.""...안녕하십니까.""갑작스러운 연락이라 많이 놀랐겠군요."김미진의 목소리는 예상과 달리 부드러웠다.차갑지도, 위압적이지도 않았다.하지만 그 안에는 누구도 쉽게 거절할 수 없는 품격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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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화. 평창동의 저녁

평창동 저택의 식탁은 지나치리만큼 고요했다.은은한 샹들리에 불빛 아래 정갈하게 차려진 한식 코스 요리가 하나씩 올라왔고, 김미진은 연수에게 먼저 수저를 들라고 권했다.연수는 조심스럽게 허리를 숙였다."잘 먹겠습니다."김미진은 연수가 식사하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젓가락을 드는 손끝도 단정했고, 음식을 씹는 모습에도 조급함이 없었다.말투 역시 지나치게 꾸미지 않았고, 그렇다고 위축되지도 않았다.'생각보다 훨씬 예의가 바르네.'진경에게 들었던 이야기와는 달랐다.김미진은 일부러 회사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회사 생활은 어떠니?""많이 배우고 있습니다.""태성이가 많이 까다롭지?"연수는 잠시 미소를 지었다."대표님은 엄격하시지만 누구보다 공정하신 분입니다.""힘들게 하는 일은 없고?""...대표님은 직원을 함부로 대하지 않으십니다."그 한마디에 김미진의 시선이 잠시 흔들렸다.'저 아이는 거짓말을 하는 눈이 아니구나.'그녀는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셨다.잠시 후 메인 요리가 올라오자 김미진은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부모님은 어떤 분이셨니?"연수의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멈췄다."...아버지는 작은 제조 회사를 운영하셨습니다.""지금은?""...두 분 모두 돌아가셨습니다."김미진은 아무 말 없이 연수를 바라보았다."...혹시 하정우 사장의 딸이니?"이번에는 연수가 놀랐다."...네."잠시 침묵이 흘렀다.김미진은 조용히 창밖을 바라봤다."기억이 난다.""한때 참 잘나가던 회사였지.""하지만..."말끝을 흐린 김미진은 더 이상 과거를 묻지 않았다.연수 역시 변명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오히려 더 무거웠다.식사가 어느 정도 끝나갈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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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화. 시험

평창동 저택을 다녀온 지 사흘이 흘렀다.연수는 몇 번이나 태성에게 그날 일을 이야기하려다 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대표님께 말씀드리면… 오히려 더 걱정하시겠지.'회사에서의 태성은 다시 예전처럼 차가웠다.회의에서는 한 치의 사적인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고, 연수에게도 필요한 업무 외에는 말을 걸지 않았다.하지만 연수는 알고 있었다.그 차가움은 자신을 밀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애써 감정을 감추려는 태성의 방식이라는 것을.금요일 오후.휴대전화가 조용히 울렸다.발신인은 김미진 여사의 비서였다."하연수 씨.""사모님께서 이번 주말에도 시간이 괜찮으신지 여쭤보십니다."연수는 잠시 숨을 멈췄다."...제가 또 찾아뵈어도 될까요?""사모님께서 직접 오셨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짧은 통화였지만,연수는 이것이 단순한 초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했다.이번에는...분명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자리였다.토요일 오후.평창동 저택의 문이 다시 열렸다.이번에는 지난번처럼 화려한 응접실이 아니었다.집사는 연수를 곧장 정원으로 안내했다.정원에서는 김미진이 직접 장갑을 낀 채 꽃을 손질하고 있었다."왔니?""안녕하십니까."연수는 깊이 인사했다."괜히 쉬는 날 불러서 미안하구나.""아닙니다.""오늘은 차 마시기 전에 정원을 조금 같이 걸어줄래?""네."두 사람은 천천히 정원을 걸었다.잠시 후.김미진는 일부러 무거운 화분 하나를 붙잡았다."이걸 옮겨야 하는데 나이가 드니 쉽지 않네."곁에는 정원사가 있었지만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연수는 망설이지 않았다."제가 하겠습니다.""무거운데?""괜찮습니다."연수는 화분의 흙이 흐르지 않도록 양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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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화. 뜻밖의 눈물

평창동 저택을 다시 찾은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였다.이번에는 긴장보다도 묘한 설렘이 먼저 찾아왔다.김미진 여사가 왜 자신을 다시 불렀는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지난번처럼 차가운 시선만은 아니리라는 생각이 들었다.정원에는 따뜻한 햇살이 내려앉아 있었다.김미진은 이미 차를 준비한 채 연수를 기다리고 있었다."왔구나.""안녕하십니까."연수는 깊이 허리를 숙였다.김미진은 아무 말 없이 맞은편 자리를 가리켰다.잠시 동안 두 사람은 차만 마셨다.침묵은 어색하지 않았다.오히려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 같았다.한참 후.김미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연수 씨.""네.""지난번에는 네 과거를 물었다면, 오늘은 조금 다른 걸 묻고 싶구나."연수는 조용히 찻잔을 내려놓았다."태성이를... 어떻게 생각하니?"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연수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대표라는 이름을 벗겨낸 강태성.15년 전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던 소년.그리고 지금도 언제나 자신보다 먼저 자신의 상처를 걱정하는 남자.수많은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존경합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그리고 연수는 아주 천천히 말을 이었다."하지만...""그것만은 아닙니다."김미진의 시선이 깊어졌다."대표님은 늘 다른 사람부터 생각하시는 분이세요.""자신은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가장 많이 다치는 사람이고요.""그런 모습을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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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 함정

평창동에서 돌아온 뒤 며칠 동안, 연수는 이상하리만큼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김미진 여사와 나눈 대화는 마음 한편에 오래 남아 있었다.'아직 인정받은 건 아니야.''하지만... 적어도 미워하시는 건 아니었어.'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출근길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반면,28층 부사장실의 공기는 전혀 달랐다.진경은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김미진에게서 걸려온 전화는 예상과 달랐다."좋은 아이더구나."그 한마디.그 말이 진경의 가슴을 가장 깊게 찔렀다.'좋은 아이?''그 아이가?'10년을 곁에 있었던 자신보다,고작 몇 달 만난 하연수가 더 좋은 사람이라는 뜻인가.진경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그녀는 이제 확신했다.더 이상 시간을 끌면 안 된다.연수를 반드시 회사에서 지워야 했다.그날 저녁.진경은 최유나를 따로 불렀다.회사 근처 조용한 카페.최유나는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부사장님...""이제 시작할 거야."진경은 태블릿을 테이블 위에 밀어놓았다."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여기에 모든 걸 걸 거다."최유나의 얼굴이 굳어졌다."설마...""연수 씨 계정을..."진경은 담담하게 웃었다."대표는 사람보다 원칙을 먼저 보는 사람이야.""그 원칙을 이용하는 거지.""하지만...""대표님이 금방 알아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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