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자락이었다. 오후의 햇살이 투명한 유리처럼 내려앉은 청담동의 대저택 정원에는 이른 봄을 기다리는 꽃들이 정갈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잘 다듬어진 회양목 사이로 하얀 테이블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놓였고, 테이블 위에서는 은식기와 크리스털 찻잔이 눈부신 빛을 반사했다. 은은한 클래식 선율과 귀부인들의 웃음소리, 고급 향수와 홍차 향이 뒤섞인 공간. 지민과 함께 정원 입구에 들어선 연수는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가 입은 옷은 며칠 전 지민이 골라준 크림빛 원피스였다. 목선을 단정하게 감싸는 부드러운 실크 소재와 가느다란 허리를 따라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선이 연수의 청초한 분위기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화려한 보석도, 눈에 띄는 장식도 없었다. 작은 진주 귀걸이와 은은한 베이지색 구두가 전부였다. 그러나 단정하게 올린 머리 아래로 드러난 하얀 목선과 맑고 깊은 눈동자, 겨울 햇살을 머금은 듯 깨끗한 피부는 그 어떤 값비싼 보석보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연수가 정원 안으로 발을 내딛자, 곳곳에서 이어지던 대화가 아주 잠깐씩 끊겼다. “저 아가씨는 누구지?” “최지민 관장과 함께 왔는데?” “연예인인가? 처음 보는 얼굴인데 굉장히 우아하네.” 사람들은 목소리를 낮추었지만, 연수는 자신을 따라오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호기심과 감탄. 그리고 그 안에 미세하게 섞인 경계와 질투. 연수는 손에 든 작은 클러치를 조금 더 단단히 움켜쥐었다. 아름답다는 시선조차 그녀에게는 편안하지 않았다. 이곳의 사람들은 상대를 바라볼 때 얼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옷과 가문, 재산과 인맥까지
آخر تحديث : 2026-07-19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