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80

146 فصول

72화. 태성의 시선

대표이사 집무실. 29층 통유리창 너머로 겨울 햇살이 서울 도심 위에 길게 내려앉고 있었다. 강태성은 식어버린 커피잔을 손에 든 채 한참 동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머문 곳은 멀리 보이는 빌딩 숲이 아니었다. 아래층. 기획1팀이 있는 9층. 그곳에는 하연수가 있었다. 스무 개 층. 누군가에게는 엘리베이터 버튼 몇 번이면 닿을 거리였다. 하지만 태성에게 그 거리는 지난 15년의 시간만큼이나 길고 무거웠다. 열일곱 살. 상류층 파티 한구석에서 혼자 창밖을 바라보던 작은 여자아이. 처음 자신의 재킷을 벗어 주었던 그날 이후, 그는 단 하루도 연수를 잊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한 번도 그녀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려고 한 적도 없었다. 돈으로 사람의 삶을 해결하는 것은 쉽다. 권력으로 길을 열어주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것은 하연수가 가장 싫어하는 방식이었다.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는 기다렸다. 그녀가 자신의 힘으로 걸어올 때까지. 그녀가 스스로 정상에 설 때까지. 그리고 그날이 오면 가장 먼저 박수를 쳐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것이 강태성이 선택한 사랑이었다. "대표님." 비서 김도윤이 조용히 들어왔다. "10시 경영회의 준비됐습니다." 태성은 창밖을 바라본 채 물었다.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19
اقرأ المزيد

73화. 감시자

태성 기획 9층, 기획1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사무실이었다. 누군가는 회의를 준비했고, 누군가는 전화기를 붙잡고 거래처와 통화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와 프린터가 종이를 뽑아내는 소리가 하루 종일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평온한 풍경 아래에는 누구도 쉽게 눈치채지 못하는 미세한 균열이 조금씩 번지고 있었다. 그 균열의 중심에는 최유나가 있었다. 입사 2년 차. 연수보다 정확히 1년 먼저 입사했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작은 자부심이었다. 비록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지만, 적어도 '후배들에게는 인정받는 선배'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하연수가 입사했다. 처음엔 별생각이 없었다. 조용하고 예의 바른 신입. 웃는 얼굴이 예쁜 후배. 그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모든 것이 달라졌다. 회의 때마다 연수의 기획안은 임원들의 칭찬을 받았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최 차장도 그녀의 아이디어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하 대리는 감각이 정말 좋네." "신입인데도 발표를 저렇게 하다니." "대표님도 많이 기대하시는 것 같던데?" 그 말들이 들릴 때마다 유나는 애써 웃었지만, 마음속 어딘가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나는 2년 동안 뭘 한 거지?' '왜 저 아이는 몇 달 만에 내가 쌓아온 시간을 뛰어넘는 거야?' 질투는 아주 조용히 시작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19
اقرأ المزيد

75화. 뜻밖의 초대

겨울 햇살이 길게 기울던 오후. 태성 기획 9층 기획1팀은 여느 때처럼 분주했다. 연수는 모니터를 바라본 채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의 마지막 수정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화면 가득 숫자와 그래프가 빼곡했지만 그녀의 눈빛만큼은 흔들림이 없었다. "연수 씨." 최유나가 종이컵에 담긴 따뜻한 커피를 건네며 다가왔다. "아까 대표님 피드백 반영한 부분 다시 확인했어?" 연수는 모니터를 살피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여기 수치를 하나 놓쳤네요." "선배님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최유나는 부드럽게 웃었다. "우리 팀이잖아. 서로 도우면서 해야지." 그 다정한 말에 연수는 진심으로 웃어 보였다. 회사에서 마음을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고 믿고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착각인지, 아직은 알지 못했다. 그때였다. 사무실 유리문이 열리며 낯선 여성이 들어섰다. 긴 흑갈색 머리를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채 베이지 롱코트를 입은 그녀는 마치 겨울 패션 화보에서 걸어 나온 사람 같았다. 당당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에 사무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향했다. 여자는 두리번거리다가 환하게 웃었다. "하연수 씨?" 연수는 의아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맞는데요." 여자는 반갑게 손을 내밀었다. "지난 연말 파티에서 만났잖아요."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19
اقرأ المزيد

77화. 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

금요일 저녁. 청담동 한복판에 자리한 갤러리 ‘지민’은 따뜻한 황금빛 조명과 잔잔한 재즈 선율로 가득했다. 새 전시의 개막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샴페인 잔을 든 채 작품 사이를 오갔다. 유명 화가와 기업인, 패션계 인사들의 세련된 웃음소리가 높은 천장 아래로 은은하게 번졌다. 연수는 갤러리 입구에 선 채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맞잡았다. 그녀가 입은 드레스는 지민이 직접 골라준 크림빛 원피스였다. 목선을 부드럽게 감싼 단정한 디자인과 허리 아래로 자연스럽게 퍼지는 치맛자락이 연수의 가녀린 체형을 우아하게 드러냈다. 화려한 장식은 없었다. 대신 은은한 진주 귀걸이와 낮게 묶은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하얀 목선이 그녀의 맑은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얇게 정돈한 화장 아래로 고운 눈매가 한층 또렷해졌고, 살짝 붉어진 입술은 차분하면서도 성숙한 인상을 남겼다. 연수는 현관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어젯밤 집에서 보았던 모습보다 더 낯설었다. ‘정말 내가 맞나?’ 어린 시절에는 이런 자리가 익숙했다. 하지만 집안이 무너진 뒤로는 화려한 공간에 들어설 때마다 자신이 잘못 찾아온 사람처럼 느껴졌다. 빛나는 사람들 틈에서 낡은 구두와 초라한 형편이 들킬까 봐 늘 어깨부터 움츠러들었다. 그 습관은 지금도 남아 있었다. 연수가 조심스럽게 숨을 들이마시던 순간, 안쪽에서 지민이 그녀를 발견했다. “연수야!” 지민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검은색 새틴 드레스와 긴 은색 귀걸이를 한 그녀는 오늘 밤 갤러리의 주인답게 화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19
اقرأ المزيد

78화. 티파티

겨울의 끝자락이었다. 오후의 햇살이 투명한 유리처럼 내려앉은 청담동의 대저택 정원에는 이른 봄을 기다리는 꽃들이 정갈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잘 다듬어진 회양목 사이로 하얀 테이블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놓였고, 테이블 위에서는 은식기와 크리스털 찻잔이 눈부신 빛을 반사했다. 은은한 클래식 선율과 귀부인들의 웃음소리, 고급 향수와 홍차 향이 뒤섞인 공간. 지민과 함께 정원 입구에 들어선 연수는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가 입은 옷은 며칠 전 지민이 골라준 크림빛 원피스였다. 목선을 단정하게 감싸는 부드러운 실크 소재와 가느다란 허리를 따라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선이 연수의 청초한 분위기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화려한 보석도, 눈에 띄는 장식도 없었다. 작은 진주 귀걸이와 은은한 베이지색 구두가 전부였다. 그러나 단정하게 올린 머리 아래로 드러난 하얀 목선과 맑고 깊은 눈동자, 겨울 햇살을 머금은 듯 깨끗한 피부는 그 어떤 값비싼 보석보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연수가 정원 안으로 발을 내딛자, 곳곳에서 이어지던 대화가 아주 잠깐씩 끊겼다. “저 아가씨는 누구지?” “최지민 관장과 함께 왔는데?” “연예인인가? 처음 보는 얼굴인데 굉장히 우아하네.” 사람들은 목소리를 낮추었지만, 연수는 자신을 따라오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호기심과 감탄. 그리고 그 안에 미세하게 섞인 경계와 질투. 연수는 손에 든 작은 클러치를 조금 더 단단히 움켜쥐었다. 아름답다는 시선조차 그녀에게는 편안하지 않았다. 이곳의 사람들은 상대를 바라볼 때 얼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옷과 가문, 재산과 인맥까지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19
اقرأ المزيد

79화. 낯익은 얼굴들

“연수야…… 정말 네가 하연수니?” 익숙한 목소리에 연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연한 자주색 실크 드레스와 진주 목걸이를 한 중년 여성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눈가에 남아 있었지만, 연수는 그녀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어린 시절 연수의 집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어머니와 차를 마시던 윤혜정 여사였다. “세상에, 이렇게 예쁘게 컸구나.” 윤 여사는 연수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두 손을 덥석 잡았다. “네 어머니 젊었을 때랑 꼭 닮았어. 하 사장님 일이 있고 나서 소식이 끊겨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따뜻한 말투였다. 하지만 연수는 그 말 속에 담긴 얄팍한 호기심을 느낄 수 있었다. 진심으로 걱정했다면 연락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어머니는 당시 윤 여사에게 여러 번 전화를 걸었고, 집 앞까지 찾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굳게 닫힌 대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백화점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도 윤 여사는 연수와 어머니를 보자마자 얼굴을 돌렸다. 어머니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연수는 그날 어머니의 텅 빈 눈동자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걱정해 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연수는 손을 빼지 않은 채 차분하게 대답했다. “저희 가족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분명한 거리감이 담겨 있었다. 윤 여사의 입가에 머물던 미소가 잠시 굳었다. “그래, 정말 다행이구나.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20
اقرأ المزيد

80화. 그녀는 누구인가

파티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강태성의 시선은 단 한 사람에게 머물러 있었다. 하연수. 크림빛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태성이 기억하던 어린 소녀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맑고 깨끗한 눈동자는 그대로였지만, 이제는 수많은 시련을 견뎌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이와 단단함이 더해져 있었다. 가느다란 허리를 따라 부드럽게 떨어지는 드레스와 단정하게 올린 머리 아래 드러난 하얀 목선. 화려하게 꾸민 사람들 사이에서도 연수는 유난히 눈에 띄었다.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는 듯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질 때마다 손에 든 클러치를 조금 더 단단히 쥐었고, 긴장할 때마다 왼손 엄지를 접어 손바닥 안에 감추었다. 열다섯 해 전에도 그랬다. 어린 연수가 사람들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기 전, 작은 손을 꼭 쥐고 있던 모습. 태성은 그 버릇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나도 변하지 않았군.’ 입가에 아주 옅은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파티장에 모인 남자들이 하나둘 연수를 바라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지민이 데려온 낯선 여자. 태성 기획의 신입 기획자. 몰락한 사업가의 딸이라는 오래된 배경. 그러나 연수가 사람들의 질문에 차분히 대답하고, 자신을 낮추지 않으면서도 예의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자 그들의 시선은 빠르게 달라졌다. 호기심은 관심이 되었고, 관심은 노골적인 호감으로 변해갔다.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7-20
اقرأ المزيد
السابق
1
...
678910
...
15
امسح الكود للقراءة على التطبيق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