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실의 적막은 깊었다. 진혁과의 술자리 이후, 태성의 가슴 속에 똬리를 튼 불안감은 맹독처럼 퍼져 나갔다. 연수를 누군가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강태성이라는 거대한 성벽을 뒤흔드는 지진과도 같았다. '더 이상 묵묵히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다.' 태성은 결심했다. 연수가 그저 '회사원 하연수'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과거 자신이 보호해주던 그 눈부신 아이로서의 자존감을 되찾게 하겠다고.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연수를 자신의 세상, 가장 높은 곳으로 다시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다. 그 첫걸음은 상류층의 사교계, CEO들의 연례 자선 파티였다. 그날 저녁, 태성은 본가를 찾았다. 고풍스러운 저택의 응접실, 샹들리에의 불빛 아래 부모님은 이미 차가운 정색을 하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태성아, 언제까지 일에만 파묻혀 살 거니? 네 나이가 서른다섯이다. 이제 슬슬 가정을 꾸려야 하지 않겠느냐.” 어머니 김 미진 여사의 우아한 목소리에 날 선 압박이 섞여 있었다. 아버지 강 창수 화장은 신문을 접으며 묵직하게 거들었다. “진경이만큼 네 옆을 든든히 지켜온 애가 어디 있니? 회사 일도 네 손발처럼 척척 맞추고, 우리 집안 사정도 훤히 꿰뚫고 있는데. 양가 어른들끼리도 말이 오가고 있으니 진지하게 생각해 봐라.” 태성의 미간이 좁혀졌다. 이진경. 10년 넘게 친구라는 이름으로 곁을 지키며 태성을 도와 태성 시획을 함께 키워 온 그녀, 부모님은 진경의 마음을 알고 있고, 그것을 이용해 태성을 옭아매려 하고 있었다.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합니다. 결혼은 사업이 아니니 더 이상 강요하지 마십시오.” 태성의 말투는 서릿발처럼 차가웠다. 그는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모님의 분노
Last Updated : 2026-07-15 Read more